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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由칼럼] 무식하거나 사기이거나…막 던지는 이재명의 우클릭 무리수
자유일보
정기수
서울 강북의 60대 은퇴자는 지난해 부모가 남긴 상계동 작은 아파트를 4형제와 나눠 가졌다. 10억 원 이하여서 30% 상속세를 냈다. 네 사람 모두 근 5000만 원씩 나라에 뺏긴 것이다.
이 납세자는 요즘 여야 간에 벌어지는 상속세 논란이 마음에 안 든다. 코딱지만한 아파트 한 채를 받고 거액을 털렸는데, 상처에 소금 뿌리듯 이제 와서 서민들을 위해 완화하네 마네 하는 말 듣기가 불편하다.
국민의힘 권성동의 말은 국가 세수가 먼저인지 부자 아닌 국민들이 먼저인지 알 수가 없다. 호주머니 관련 정책 얘기를 할 때는 그 국민들 편에서 알기 쉽게 해야 한다. 그는 이 점에서 이재명에게 졌다.
여당은 최고 세율 50%를 40%로 내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0% 감세면 60억 이상 고액을 상속받는 사람들에겐 효과가 크나 상계동 아파트 1/4을 받는 사람들과는 관계가 없다. 세율 50%가 적용되는 가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재명 민주당은 다르다. 솔깃하다. 정률 접근이 아니라 정액 접근을 한다. 머리가 좋다. 얼마 이상만 상속세를 물리고 나머지는 면제해 주자는 방안이다. 이게 정답 아닌가?
"민주당은 과세 표준 18억 원까지는 상속세를 면제해 집 한 채 소유자가 사망해도 상속세 때문에 집 팔고 떠나지 않게 하려 한다." 보통 사람들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말로 들린다. 국민의힘은 이재명과 민주당에게 이런 것만큼은 배워야 한다.
이재명이 내놓은 상속세 개정 해법을 과장되고 거칠게 치켜세워 주는 까닭은 30년 가까이 변하지 않아 온 기준을 그가 제대로 짚어 처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 아파트 값이 지금 상계동 것보다 낮은 5억 안팎일 때 정해 놓은 과세 표준과 세율이 문제다. 강남 기준 상속세가 이제 상계동 아파트에도 물리게 된 것이다.
물론 이재명은 다른 경제 문제들에 대해서는 ‘이재명 하기’를 아주 잘하고 있다. ‘엔비디아 같은 회사 지분 30%를 정부 소유로 하면 국민들이 세금 부담 안 가져도 된다’, ‘AI 활용으로 병역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다’…우클릭을 위해 아는 체 좀 하려다 무식만 자랑하고 위험한 기업관, 안보관을 드러낸다.
그는 2주일 후 삼성전자 청년 교육 시설 방문도 한다. 미래 대통령 1순위로서 이재용을 만나는 사진에 찍히는 자리를 청년과 컴퓨터가 관계된 곳으로 정한 그의 계산속이 투명하다. 그는 또 무슨, 잘 알지도 못하는 분야 언급과 정책 제안을 하게 될지 개봉박두다.
무식 자랑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거칠게 나오자 그는 ‘경제 문맹’이라고 흥분했다. 윤희숙·이준석 등이 경제나 컴퓨터에 관한 한 그보다 몇십 수 고수인데, 누가 누구더러 문맹이라고 하는지 국어사전을 고쳐야 할 판이다.
윤희숙은 "거짓말이 모국어인 이재명 대표님"이라고 부르며 성공한 첨단 기업 수익을 세입으로 삼아 정부 재정에 쓰겠다는 건 공산주의 발상이라고 혀를 찼다. 이재명이 하면 엔비디아 류 기업은 애초에 생길 수도 없다. 어떻게 하면 대장동 식으로 나라 자산과 기업의 부를 빼먹을까 연구하지 그걸 키울 줄은 모르는 사람이다.
"머리에 포마드 기름 바르고 얼토당토않은 말을 그럴듯하게 주절거리며 가짜 약을 팔아대는 약장수 같다." 대학 총학생회장, 강남 편의점 주인 출신 개혁신당 곽대중의 이재명 평가다. 1대1 상속세 토론 기습 도전을 받은 권성동은 "인생 자체가 사기이고 범죄인 무례한 공개 질의"라고 거절했으나 윤희숙 등이 환영, 성사가 기대된다.
조롱과 무시는 열성 지지자들 기분만 통쾌하게 하는 것이다. 결정권을 쥐고 있는 부동층도 똑같이 통쾌해 할까? 그렇지 않다고 보는 게 안전하다. 정답에 가까운 반응은 저 위 상계동 60대 상속자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 이재명은 양자 대결 지지율을 마침내 50%로 끌어올렸다. 무식이든 사기든 통하고 있다는 얘기다.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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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수 前 경향신문·시사저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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