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소리없이 흐르고, 강가의 풀들은 바람에 장단을 맞춘다.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며 깔깔대고, 연인들은 그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인다.
9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경찰서 이촌초소 한강순찰대에서 바라본 한강의 모습은 여유롭기만 했다. 그러나 초소에 근무하는 경찰들에게 이 여유는 ‘폭풍 전야’와 같다. 땅거미가 지면 누군가의 투신 소식을 알리는 무전기가 시끄럽게 울려댈 것이기 때문이다.
▲ 한강대교 난간 위의 낙서들.
◆하루 밤새 5명 투신 자살 시도
서울 한강 일대의 24개 다리는 용산·마포·강동·동부 등 4개 경찰서 산하 초소가 담당하고 있다. 이 중 용산경찰서 산하 이촌초소는 한강다리 투신 자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원효대교~한남대교를 관할하고 있다.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박태영 전남지사, 이준원 파주시장 등 최근 자살한 유명인사들이 택한 곳도 모두 이촌초소 관할 다리들.
▲ 송응길 경사
9일 오후 이촌초소에는 송응길(48) 경사가 홀로 초소를 지키고 있었다. 이촌초소는 경찰관 4명이 격일제로 2명씩 한 조가 돼 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송 경사의 파트너인 박종원(36) 경장은 이날 180여명의 전투 경찰들을 대상으로 인근 거북선 나루터에서 재난대비 훈련을 시키고 있었다. 이촌초소에서 근무하는 경찰들은 모두 수영·잠수는 물론, 모터보트 수리까지 직접하는 베테랑들이다. 송 경사의 경우 1993년부터 이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송 경사는 아직 이틀 전의 피로가 풀리지 않은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7일 송 경사는 5건의 투신 자살 구조에 나섰다. 한강대교에서 3건, 반포대교에서 1건, 한남대교에서 1건이 발생했는데 그는 “한 건 해결하고 돌아오는 배 안에서 또 다른 투신 사고 연락을 받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 날 한강에 뛰어든 사람들의 사연도 가지각색이었다. 애인과 말다툼을 하다 자살한 30대 남자부터 생활고에 시달리는 40대 가장, 심지어 중국어를 못해 속상하다는 중문과 여대생까지 있었다.
이날 5명 중 목숨을 건진 사람은 2명. 송 경사는 “아무리 수영을 잘 하는 사람이라도 강물에 뛰어드는 순간 기절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얼마 전 죽은 파주시장의 운전기사도 건장한 체격에 수영을 매우 잘했지만, 아마도 뛰어내리는 순간 의식을 잃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경찰은 최근 투신 자살이 잇따르는 반포·한남·한강대교에 9일 의경을 배치해 자살방지를 위한 순찰에 나섰다. /이명원기자
첫댓글 잘살게 해보지.......죽으라고 등밀어도....안죽지......이정도면..나랏님이 석고대죄 해야 하는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