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리뷰]
『극작가 김문홍 영화 속을 걷다.』
(2017, 300p, 15,000원)
블로그 《책과 음식과 영화 이야기》에서 ‘라스티’님의 글을 인용합니다.
매월 한권씩 영화관련 서적들을 읽어주려고 계획을 잡고 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읽어야 될 책들도 너무 많거니와 아울러 괜찮은 책들을 찾기 어려운 것도 있는데 오랜만에 좋은 책을 만난 느낌이다. 저자인 김문홍 작가는 극작가로 전문적인 영화평론가는 아니신 것 같은데 책의 내용이 아주 어렵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지도 않지만 은근한 내공이 숨어있는 그런글 들을 만난 느낌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저자를 잘 몰랐기 때문에 궁금해서 찾아보니, 이 책은 이렇게 씌어졌다고 한다. ˝50여 년 동안 줄기차게 영화를 사랑해 왔고, 오늘의 작가의 삶을 가꾼 것은 8할이 영화였다고 감히 내세울 만큼 영화의 자양분을 통해 영혼을 위로받고 문학적 상상력을 키워 온 작가의 영화 속 산책에서 수확한 낟알들이다. 소박하게 표현하자면 영화평론이라기 보다는 영화 에세이라고 하는 게 옳겠다. 계간 <시와 사상>, 그리고 무크지 <동아문학>에 발표했거나 틈틈이 써 놓았던 것, 대구에서 발행되는 계간 <문장>의 창간호부터 지금까지(약 10년) 연재해 온 글과 인터넷 블로그에 올려놓았던 것들을 모은 것이다.
총 40편의 국내외 영화 에세이가 수록되어 있다.˝ 서론에 어떻게 본인이 영화를 사랑했고 자신의 기호와 취향을 밝히는데 먼저 영화를 선택할 때 반드시 감독이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작가주의 감독의 경우에는 두말하지 않고 영화를 선택한다고 하신다. 그리고 설령 그 영화가 만족스럽지 않아도 이것저것 만들다보면 범작도 만들 수 있지 라고 생각하며 후회하거나 투덜대지 않는다는 말씀도 덧붙인다.
아울러 영화를 볼 때 내러티브를 허겁지겁 좇는 것을 지양하고 영상의 시적인 리듬과 대사의 묘미, 그리고 미장센이나 촬영기법들을 눈여겨보는지라 헐리웃 영화보다는 롱 테이크를 통한 아름답고 시적인 영상의 다양함과 삶에 대한 성찰을 은유하는 유럽 영화를 선호한다고 하신다. 어떤 점에서는 내가 영화를 고르는 기준과 비슷한 점도 있기 때문에 그의 글을 읽는 게 상당히 즐거웠다. 이분은 1945년생으로 부산에 거주하시고 계신데, 우리 어머니보다 연세가 많은 분께서 이런 좋은 글들을 썼다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꼼꼼하게 책을 읽어봤는데 총 40편의 영화가 언급된다. 전혀 듣도 보지도 못한 영화들도 나오는지라 다시금 영화에 대한 열정이 돋아났다. 목차를 통해 수록된 영화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용서와 구원에 대한 극사실주의적 심리 탐사 - 이창동 감독의 네 번째 영화 <밀양>
2. 타인의 삶을 바꾼 타인의 삶 - 독일영화 <타인의 삶>
3. 예정되지 않은 길 위에 서다 - 송일곤 감독의 <꽃섬>
4. 탐미적 풍경, 상실과 죽음을 치유하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환상의 빛>
5. 영화에 대한 思惟의 짧은 아포리즘 - 칸 영화제 회갑기념 <그들 각자의 영화관>
6.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냉소적 위트와 풍자 - 데니 아르깡의 <몬트리올 예수>
7. 희망과 확신에 대한 역설적 은유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희생>
8. 빛 받으러 갔다 오히려 빚을 지다 - 이윤기 감독의 <멋진 하루>
9. 날 것 그대로의 폭력의 대물림과 악순환 - 양익준 감독의 독립 장편영화 <똥파리>
10. 낮술에 취해 백일몽 속을 걷다 - 노영석 감독의 저예산 독립영화 <낮술>
11. 사랑과 죽음에 대한 동양적 관조의 미학 - 허진호의 <8월의 크리스마스>
12. 도덕과 인습의 멍에를 통한 체제의 은유 - 일마즈 귀니, 세리프 괴렌의 <욜>
13. 자각증상을 못 느끼는 부끄러운 기억 - 미카엘 하네케의 <히든>
14. 인간의 희망과 믿음에 대한 묵시론적 알레고리 -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
15. 다층적 삶의 허위를 통한 위선과 기만의 은유 - 로버트 알트만의 <숏컷>
16. 가족의 허위에 대한 발칙한 심리학적 농담 - 프랑수와 오종의 <시트콤>
17. 소통과 단절의 변주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18. 애증에 대한 차가운 관조의 시선 -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하네즈>
19. 용서를 위한 머나먼 마음의 여정 - 이정향 감독의 <오늘>
20. 폭력에 관한 두 가지 담론 - 수잔 비에르의 <인 어 베러 월드>
21. 돈, 권력 중독의 끝은 허망하다 - 임상수 감독의 <돈의 맛>
22. 심각한데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블랙 코미디 - 지오르고스 란디모스 감독의 <송곳니>
23. 성인이 되기 위한 끔찍한 통과의례- 박찬욱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
24. 밥값 한다는 것의 어려움- 이창제 감독의 <길 위에서>
25. 감성과 직관에 따른 사랑 방식- <아델의 이야기1&2>
26. 대결을 통한 슬픔과 분노의 은유- 엠마 단테 감독의 <팔레르모의 결투>
27. 욕망과 불안, 외로움의 변증법- 알랭 기로디의 <호수의 이방인>
28. 그곳에서는 풍경도 사람이 된다- 가와세 나오미의 <소년, 소녀 그리고 바다>
29. 아카루스, 날개를 잃고 방황하다-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버드맨>
30. 불온한 시대의 알레고리- 장이머우의 <5일의 마중>
31. 공감과 연민의 역설적 저항- 레자 미르카리미의 <하루>
32. 고난을 통한 구원과 사랑의 완성- 라스 폰 트리에의 <브레이킹 더 웨이브>
33. 상처를 치유해 가는 마음의 풍경-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34. 사랑, 그 모호한 감정에 대한 성찰-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
35. 마음을 열지 않는 한 충돌은 피할 수 없다- 폴 해기스의 <크레쉬>
36. 소통의 단절을 극복하려는 희망의 모자이크-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바벨>
37. 늪을 빠져나오지 못한 ‘노라’의 비극- 샘 멘데스의 <레볼루셔너리 로드>
38. 인간의 삶에 대한 낙관적 전망- 동년왕사 <A Time to Live and A Time to Die>
39. 상처받고 외로운 영혼들의 아름다운 白日夢- 에릭 포페 감독의 노르웨이 영화 <하와이, 오슬로>
40. 허구와 현실을 넘나드는 순애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울리브 나무 사이로>
첫댓글 유럽풍 영화가 저도 좋아요.
지나치게 액션이 많은 영화나 욕을 입에 달고 사는 한국영화는 쫌~~
좋은 영화가 주는 행복감.
좋은 글이 주는 영감.
선생님의 영화평을 읽고 영화를 본 기억이 있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안 본 영화 찾아봐야겠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부산아동문학인협회에 올리신 글이
너무좋아서 스크랩해두었는데
2018년에 발간하셨군요.
좋은 책은 독자가 먼저 알아봅니다.
선생님~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