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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리 공동체 선관위 묵과하면 "너도 공범"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저질러온 고위직 자녀·친인척 채용 비리는 경악스럽다 못해 실신할 지경이다. 국민 소득이 3만 달러 넘는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이 된 21세기 선진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10년 넘게 벌어져왔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 절망적인 것은 헌법재판소가 이런 파렴치한 행위에 대한 감사원의 정상적인 감사마저 차단, 이들의 범죄를 합법화해 줬다는 사실이다.
‘감사 불법화’ 이전에 감사원이 유일하게 진행한 감사 결과를 보면 선관위는 ‘복마전’이라는 표현도 부족하다. 심지어 채용 관계자들이 ‘친인척 채용이 전통’이라거나 ‘선관위는 가족 회사’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했다니 말문이 막힌다. 감사 따위 두렵지 않고 자기들을 건드릴 자는 아무도 없다는 자신감이 없으면 저런 발언은 나올 수 없다. 이들에겐 치외법권이란 말조차 사치스럽고 차라리 ‘범죄조직’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들은 근무를 통해 알게 된 다른 직원들에게 자녀·친인척의 채용을 청탁하거나 지시하곤 했다. 이렇게 비리로 묶인 선관위 직원들은 외부 감시에 파일 조작, 문서 파쇄 등으로 조직적으로 대응했고, 서로 "너도 공범"이라고 말하면서 한배를 탔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심지어 일부 직원은 부정 채용 수법을 ‘매뉴얼’로 만들어 공유하기도 했다.
불법·탈법이 일상화된 조직에서 정상적인 근무가 이뤄질 수 없다. 같은 진단서를 반복 사용하거나 허위 병가의 셀프 결재 등의 방법으로 8년간 100여 일을 무단결근한 직원도 있었다. 허위병가·가사휴가 등을 내고 180일 동안 70여 차례 해외여행을 간 것이다. 공무원들 사이에서 ‘선관위는 신이 부러워하는 직장을 넘어 신이 숨겨둔 직장’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떠도는 이유가 이것이다.
이런 선관위가 관리하는 선거가 정상적일 수 없다. 20대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가 시끄러웠지만 부실·부정선거가 이 정도에 그쳤을까. 선거가 다가오면 선관위 직원들은 휴가 등으로 도망가고 일반 공무원 등이 업무 공백을 메운다는 것은 비밀도 아니다. 선거 규정을 잘못 알려줘 후보 등록을 못할 뻔한 사례는 너무 많다.
선관위는 감사도 못하게 한다니 남은 방법은 하나다. 이 조직을 없애고 업무를 민간기업에 태스크포스 형식으로 위탁하라. 비용과 업무 효율, 공정성과 투명성에서 지금보다 100배는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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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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