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 최형만
모든 가락과 틈새가 잦아드는 새벽 꼼지락대던 손가락과 발가락이 간밤에 터진 곳을 채우고 있다 달콤한 말이 다녀간 자리엔 꼭 그만큼의 감정이 틈으로 자라고 몸가락*은 젖은 말을 찾아 밤을 헤집곤 했다
몸틈새*의 수줍음을 꼬드기려 드는 봄날의 길쭉한 가락들 엿가락처럼 처진 날에도 그래서 믿음은 중요하고
숟가락도 가락이어서 벌어진 입으로 가는데 풀피리 불 듯 불러대는 절창 한가락 그럴 때면 숨소리도 가쁘게나 들렸다
구멍이 일곱 개인 여자가 오빠, 하고 부른대서 비번을 구칠오팔로 했다는 시시껄렁한 농담처럼
꼿꼿이 세운 손가락이 틈새를 찾으려 들고
오후의 햇살이 스밀 때면 내게도 틈이 자랐다 그때마다 우르르 몰려오는 기억들 현관에서 무너지고 빈자리만 휑하니 열리는 거다
그러니 몸가락이 몸틈새를 찾는 건 어디까지나 음양의 조화라는 이해가 필요하고 어떤 감정은 그제야 서로의 숨을 죽이겠고
* 남녀 성기를 이르는 북한말
* 최형만 시인 1969년 경남 진해 출생, 서울디지털대 문예창작과 졸업 2024 《전북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8회 원주생명문학상, 2020 중봉조헌문학상, 2020 동리목월 신인상(소설), 2023 천강문학상 수상
***************************************************************
[시 감상]
어떤 감정이라는 말은 일상적인 감정이라는 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다만, 어떤 이라는 말로 일상 속의 특별한 감정의 보폭을 시인은 말하고 있다. 틈을 찾는 것. 강박의 꽉 막힌 네모 상자 속에서 살다 보면 아주 작은 틈 하나를 발견하고 그 틈 하나에 온갖 합리적인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러나 그 틈조차 다만, 빈자리에 불과한 더 큰 강박의 가두리 속이라는 것을 알게 될 때 시인은 조화의 부조화를 느낄 것이다. 우리처럼.
- 김부회 (시인, 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