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둘러싼 갈등… 캣맘으로 범죄 대상 확대 ‘캣맘 교육’ 가이드라인 밑그림 그리는 농정원 길고양이 돌보는 과정서 발생한 갈등 ‘유형화’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른바 ‘캣맘’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지속하자 정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정부는 캣맘이 돌보는 길고양이 수를 파악하고 지자체에 배포할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마련 실태조사 용역을 내고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제작에 나선다. 농정원은 길고양이 돌봄 현황과 주요 갈등 사례를 파악하고 돌봄 활동 관련 법적 쟁점을 검토할 예정이다. 캣맘이란 주인이 없거나 유기된 길고양이의 사료를 정기적으로 챙겨주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캣대디’라는 말도 있지만, 남녀를 통칭해 캣맘으로 부르기도 한다. 전북 진안군이 지난해 9월부터 길고양이 중성화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길고양이 모습. /뉴스1 ◇ 길고양이로 발생하는 ‘법적 문제’ 자문받는다 농정원은 캣맘 1인당 관리하고 있는 길고양이 개체수와 관리 개체 수명, 중성화 여부·정도, 돌봄 비용 마련 경로를 먼저 파악할 예정이다. 또 실제 국내 길고양이를 관찰해 길고양이 수명과 번식률, 이동 및 빈발 질병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농정원은 가이드라인을 통해 길고양이 보호·관리 문화 교실과 연계한 캣맘 교육을 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농정원은 중성화 단계인 포획부터 수술, 후처치 과정에서 투입되는 보조금 배분 현황도 파악한다. 이를 바탕으로 중성화 단계별 적정 원가를 책정하고 합리적인 보조금 배분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작 관련 용역에선 길고양이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문제들을 유형화해 자문받는 내용도 포함된다. 농정원은 캣맘이 길고양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례를 유형화하고, 위법 사항을 검토한다. 농정원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을 지자체에 배포해 길고양이를 돌보는 방법에 대해 안내할 예정”이라며 “가이드라인을 통해 지자체가 길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마라도에서 포획·구조된 길고양이가 지난 3월 3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제주세계유산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고 있다. /뉴스1 ◇ 길고양이 넘어서 ‘캣맘 혐오’ 갈등으로 번져 아울러 농식품부는 ‘길고양이 복지개선 협의체’를 구성한다. 농식품부는 길고양이 복지개선 협의체 예비모임을 열어 조직 구성과 참여 범위를 논의한 만큼 이달 중으로 협의체를 정식 출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부처에서 길고양이 정책을 관리하는 위원회를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협의체에서도 길고양이 돌봄 가이드라인 제작에 힘을 보태 올해 안에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길고양이 복지개선 협의체에는 동물보호단체, 수의사회와 학계 등 전문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길고양이 이슈에 관한 이견을 좁히고 길고양이 보호∙관리를 위한 통일된 의견을 마련하는 기구의 역할을 한다. 또 길고양이가 집단 서식하는 곳에 집중적인 중성화를 시행하는 ‘군집 중성화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대한수의사회는 중성화 수술 가이드라인과 중성화 수술 이후 처치 기준도 마련한다. 정부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이유는 길고양이에 대한 혐오를 넘어 캣맘으로 범죄 대상이 넓혀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에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는 이유로 같은 아파트 주민인 시각장애인을 폭행한 60대는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60대 A씨는 지난해 5월 창원시 한 아파트 노상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준다며 B씨를 밀쳐 넘어뜨리고 주먹과 발로 여러 차례 때린 혐의로 기소됐다. 전문가들은 가이드라인에 길고양이의 생태적 특성과 일반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며 길고양이 복지를 높일 방안이 통합적으로 담겨야 한다고 조언한다. 먹이만 지급하고 길고양이 중성화(TNR)는 외면하는 캣맘에 대한 방안도 포함돼야 한다고 봤다. 전진경 동물권 행동 카라 대표는 “먹이를 주는 행동을 백안시하면 숨어서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는 이들이 늘어나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면서 “밥 주는 행동을 허가하거나 법적인 한계에서 옥죄는 방식이 아닌 중성화를 활성화하고 길고양이 문제를 해결해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