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괜찮아요>
나와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온 어떤 분의 얘기로 사회가 시끌벅쩍 한 것같다.
딱히 흥미가 가지는 않는 주제다. 도서관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휴대폰으로 기사를 읽어봤다.
나는 군대를 갔다오고 복학을 한 후 얼마 전에 졸업을 했다. 그리고 지금은 공공기관을 준비 중이다. 사실 공무원도 생각해 봤지만 솔직히 말하면 7급은 자신이 없고 9급은 부끄러워 도전하지 않았다. 난 이렇게 비겁하고 소심하다. 사기업은 내 적성을 고려해봤을 때 아닌 것 같아서 시도해보지 않았다.
난 그 분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지만 취직 안되는 문과를 택했고, 지금은 열심히 수험서라 부르기도 뭐한 각종 시험 기술서를 공부하고 있다. 생각해보니 대학도 난 그 분과 다른 방법으로 갔던 것같다. 그래서 난 감히 그분을 평가할 마음도 없고 그래서도 안된다. 그리고 그 분으로 인해 내가 보는 시험의 티오가 줄거나 시험이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니까 딱히 불만은 없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티비 앞에 멍하니 앉아서 속상하고, 착잡하고, 미안하고, 안쓰러운 표정으로 티비를 보고 계시던 엄마의 표정이 자꾸 머리에 남는다. 어렸을 때부터 세상에서 제일(엄마의 생각으로만) 똑똑한 것같았던 내 아들은 지금 1년가까이 백수라는 이름의 취준생으로 살아가고 있는데...또래의 학생이, 심지어 같은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온 학생이 연일 티비를 장식하고 있는 모습이...참 속상하셨나보다.
엄마 난 괜찮아요...
마침 그분의 부모님들과 우리 부모님은 비슷한 연배인 것같다. 다만, 서울대 CC였던 그 분의 부모님과 달리 우리 부모님은 대학을 다니지 못하셨다. 어린 나이에 취직하여 그저 열심히 사셨고, 내가 초등학교 때는 우리 집을 갖는게, 내가 중학교 때는 우리집을 아파트로 갖는게,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남은 대출을 다 갚는게 목표였고 거의 이루신 분들이다. 물론 강남, 서초, 잠실, 목동 같은, 내 대학교 친구들이 주로 사는 그런 동네는 아니고 서울에서 “이제 이런 곳까지도 아파트 값이 폭등합니다”라고 할 때 주로 언급되는 그런 곳이다.
한번도 세상에 대해 불만을 말씀하신 적도 없었고, 그저 걱정과 불안만 가끔 내비치셨던 분들이다. 그런 엄마가 오늘 가슴속이 답답하고 화가 많이 나신 것같다. 차라리 나한테 공부하라고, 다른 애들은 벌써 월급타서 부모님 용돈드린다더라 하고 잔소리라도 하셨으면, 그래서 나도 서운한 마음에 말대꾸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자꾸 내 눈치를 보신다. 혹여라도 내가 그 뉴스를 알게될까봐 두려우신 걸까.....
엄마 난 괜찮아요, 그 분들은 그 분들이고 난 그냥 얼른 취직해서 엄마랑 아빠랑 잠깐의 행복이나마 누리면서 살아가면 그걸로 괜찮아요.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던 것같다. 엄마가 카세트에 넣어서 틀어줬던 영어동요...난 그 영어동요가 좋아서 그걸 신나게 따라 불렀고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우리 아들이 영어 천재라며 좋아하셨다. 어렸을 때 엄마의 그 좋아하는 모습이 좋아서, 난 그래도 공부를 좀 열심히 해보려고 했던 것같다. 그래서 외고를 갔고, 내가 거기서 본 친구들 대부분은 특별할 것 없는 친구들이었다. 다들 남한테 민폐끼치기 싫어하고, 좋은 대학 가고 싶어하고....거기서 특별히 우리 집이 부자인가 가난한가 생각해본 적도 별로 없는 것같고 그냥 남들하는대로 공부했고 대학을 갔다.
내가 대학을 합격했을 때 우리 부모님은 참 좋아하셨다. 대학을 다니지 못했던 분들이, 내 자식이 티비에서나 보던 그 대단한 대학을 합격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으셨던 것같다. 비록 사회에 내놓으면 보잘 것 없는 아들이지만, 그 분들에게는 내가 아직 그 대학을 졸업한 사실이 인생 가장 큰 보람일 것이다.
그런 엄마의 행복이.....조각나고 있다. 내 아들에게 해줬던 월 30만원짜리 두 달 과외가, 15만원 짜리 수능 특강이, 그래도 내 아들 인생에 조금의 도움이 됐을거라고 생각하셨을 엄마...그 엄마의 인생이 무너지려고 하고 있다.
엄마 난 괜찮아요, 그리고 엄마 난 정말 엄마 덕분에 공부 열심히 했고 좋은 대학을 갔어요. 엄마가 틀어준 영어동요 덕분에 영어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엄마가 시켜줬던 과외 덕분에 어려웠던 수학 점수도 올랐고, 등급이 안나와서 고민하던 수능 등급도 올랐어요.
엄마 난 정말 괜찮아요.
댓글들보면 희한할 정도로 민주당과 조국빠들이 많구나 느낌
22저도민주당지지자지만 뭔가 광기에휩싸인느낌받음
음.. 엄마의 인생이 왜 무너지지..
뭐 어쩌라는 글이지 🤔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충분히 저런 감정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안타깝습니다..솔직히 상대방 진영에서 이런 일이 생겼고 이런 글이 올라왔다면, 공감한다는 댓글이 훨씬 많았을 거라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