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람을 잡지마라
허상수
지난 2월 17일, 총리실 기술검증위는 “제주 해군기지 설계 오류”를 지적하면서, “15만톤 크루즈 입․출항 어렵다”는 조사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도대체 이게 웬 말인가. 29일 국무총리가 나서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을 발표했다. 대통령의 ‘대양해군’ 포기 철회이후 급속도의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불가능한 사업 강행의 부자연스러움이 푹푹 묻어나는 사안이다.
5년째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여의도로 강정마을은 ‘전쟁터’나 마찬가지이다. 해군은 비무장 민간인을 상대로 갈등과 대립, 반목을 조장하고, 엄정 중립을 지켜야할 서귀포 경찰은 삼성과 대림재벌을 두둔하면서 긴장과 파행은 점점 늘고 있다. 애시 당초 강정마을 앞바다를 매립하여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해군기지를 건설하겠다는 발상부터 잘못된 것이었다.
첫째, 전쟁 대비 군사력 증강으로 평화를 지킨다는 게 사단이다.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지키는 데는 외교력 발휘가 더 효과가 크다. 그런데 국방부와 해군은 ‘군사적 무장 없이는 평화 없다’라면서 적대세력이 동떨어진 후방지역인 제주섬에 군사력 증강의 압권인 해군기지 신설을 강행함으로써 외교역량에 의한 평화 노력을 스스로 걷어차고 있다.
둘째, 해군은 해양경찰이 할 일을 가로채고 있다. 남방 수송로 확보를 위해 해군 함정이 정박할 기동전단 모항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이 경비업무는 해양경찰이 고유하게 맡아야 할 업무영역이다. 해군의 사업 의도는 이것을 지나치게 잠식해 버리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셋째, 입지선정의 잘못이다. 지역관광산업의 신상품으로 등장한 올레길 가운데에서도 가장 경관이 뛰어난 명승지 앞바다를 군사요새로 전변하는 일은 전쟁중에나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평화 시기 백주에서는 절대 불필요한 해군기지가 신설되고 있다니 어불성설이다.
넷째, 천혜의 강정천, 구럼비 바위, 붉은발말똥게 등 자연보호와 보전차원에서만 보더라도 해군기지 신설은 도저히 수용 불가능한 자연파괴와 훼손, 문화경시 사업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해군기지 반대론에 제기되자 전쟁 준비파들은 2007년, ‘민군복합형 (군함) 기항지’라는 꼼수를 내세웠다. 말하자면 대형 유람선도 겸용할 수 있는 군함 기항지로 건설하겠다는 것이었다. 해군기지에 민간인도 출입할 수 있는 매우 어정쩡한 군사시설 건설 사업으로 낙착을 본 것이다. 즉 초대형 군함도 잠시 기항할 수 있는, 15만톤급 크루즈 유람선이 정박하는 초대형 항구 사업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래서 대형 유람선 2척이 동시 접안, 이안할 수 있는 규모로 건설하도록 설계되었으나 이번 조사에서 ‘오류’로 검증된 것이다.
첫째, 현재 운항중인 퀸 메리(Queen Mary)호와 같은 15만t급 크루즈 유람선은 전 세계에 오직 7척뿐이다. 세계 일주여행 목적으로 건조된, 길이 350m, 폭 40m에 이르는 매머드급 거구다. 이런 큰 배가 들락거리기엔 항만의 입출항 한계풍속, 선박의 횡풍압(선박 옆으로 받는 풍압) 면적, 선박간의 안전거리 확보를 위한 항로법선 등에서 ‘설계 오류’라는 것이다. 이 검증 결과는 사업 전반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일거에 허물어버리는 흠결이 아닐 수 없다.
둘째, 이런 대형 유람선 2척이 한 항구에 동시에 접안할 현실적 가능성은 거이 없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 의견이다. 말하자면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사업은 실제 일어날 가능성도 전무한 사업 기회를 상정해 놓고, 국책사업이라고 우기고 있는 셈이다.
셋째,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이 공사는 서류상으로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사 진척내용으로 볼 때 실제로는 모든 사업 주관을 국방부와 해군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 사실상 ‘해군 전용 항구(해군기지)’임이 틀림없다. 한 마디로 국민기만사업이다. 그리고 미국해군의 항공모함까지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보아 이 기지는 대중국 봉쇄용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해군 전용 항구 건설은 재벌과 전쟁광의 동맹을 벌인 작품이다.
따라서 제주해군기지의 경제성이나 국가 안보효과는 전무하다고 볼 수밖에 없어 전면 재검토하는 게 정설이다. <강정을 사랑하는 육지사는 제주사름> 공동대표
첫댓글 삼성과 미국.. 그리고 해군놈들의 미친 짓을 막아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