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적자] 15
씬1.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 14부 씬39와 동일
혜라가 동윤 앞에 서서 다급하게 보고중이다.
혜라 : 오후1시부터 2시까지, 투표율 상승폭이 3프롭니다. 출구조사 지지율은 압도적이구요.
이대로면... 버틸 수 있습니다. 후보님.
동윤 : ... (깊은 생각에 잠긴)
혜라 : 혼란스런 상황을 만들겠습니다. 컴퓨터 전문가 몇 명을 섭외해서, 조작 합성 의혹을 제기 할 겁니다.
파워 블로거를 동원해서 후보님과 닮은 사람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겠습니다. 믿든 안 믿든 상관없습니다.
국민들은 혼란에 빠지고, 판단을 유보할 거니까요.
동윤 : 혜라야.
혜라 : 네. 후보님.
동윤 : 몇 시간을 버티고 당선이 돼도, 논란은 사라지지 않을 거야.
혜라 : 논란과 의혹이 쌓이고 사건을 복잡하게 만들면, 국민들은 잊을 겁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동윤 : (혜라를 본다. 뭔가를 결심한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혜라 : 후보님은 가짜 동영상 사건에 변명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동윤 : 지금은, 오늘밤 당선 축하연에서 발표할, 페어 코리아 10대 과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론에 알려!
혜라 : 네!
끝까지 버티고 싸워보겠다는 마지막 결의 같은 동윤의 얼굴에서 타이틀 오른다.
추적자 15부
씬2. 대선캠프 사무실 (낮)
자막. 대통령 선거일 오후2시. 현재 투표율 32%. 출구조사 강동윤 지지율 67%.
혜라의 앞에 도열한 또는 각자의 자리에서 혜라의 지시를 듣는 캠프 요원들.
혜라 : (다급한) 온라인 선거 캠프 요원들 모두 동원하세요. 포털 사이트별로 인원 배당해서 합성 의혹 제기하시고,
자문교수단들 기자회견장으로 오라고 하세요. 4시간 남았습니다. 후보님을 지켜야 합니다. (하는데)
요원1 : 저... (질문 하려는데)
혜라 : (끊는, 단호한) 질문은 이기고 난 뒤에 하세요.
캠프 요원들, 다급하게 자기가 맡은 일을 한다.
혜라, 시계를 본다. 2시 20분이다. 긴장된 한숨이 나온다.
씬3.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14부 씬37 티비 화면이 나오고 있다.
교수1 : (뉴스 화면) 그 시간에 강후보는 점심도 거르고, 저희와 서민 경제 대책을 논의하고 있었습니다.
동윤은 전화통화 중이다.
동윤 : (단호한) 투표 마감이 4시간 남았습니다. 이건 명백한 선거법 위반입니다. 네네. 국민의 알 권리 중요하지요.
하지만 국민이 현명하게 투표할 권리는 더 중요합니다. 이봐요 김사장. (듣다가 후우, 화를 참는 한숨을 쉬곤)
내년에 유비씨 방송국 재허가 심삽니다. 당장 방송 중단하세요.
동윤의 단호한 얼굴에서.
씬4. 한적한 강가 + 황반장의 차 안 (낮)
홍석을 태운 황반장의 차가 한적한 강가에 멈춘다.
홍석 : (보는, 왜 여기에 멈추는지)
황반장 : 홍석아, 지리산 천왕봉 밑에 양봉을 하는 친척이 있었대이. 요새는 작파하고, 고 집이 빗는 갑더라.
홍석 : (그 말의 의미를 아는, 보는)
황반장 : 요서 내하고 선거 결과 나오는 거 보제이. 강동윤이가 떨어지믄 내하고 경찰서에 가고,
강동윤이가 붙으믄 홍석아. 니는 거 쪼매 숨어 있거래이.
홍석 : 아, 반장님.
황반장 : (나름 강력하게 설득하는) 대통령 후보하믄서도 니한테 고런 짓을 한 놈이 데이.
금마가 대통령이 되믄, 홍석이 니는 (하는데)
홍석 : 반장님. 나요. 도망 안 갑니다.
황반장 : (답답한) 홍석아.
홍석 : 난요. 할 일이 있습니다.
황반장 : 강동윤이 금마는 니가 시상에 알맀다이가. 뭘 더한다 말이고?
홍석 : ... 반장님. 나... 우리 수정이 재판 다시 할 겁니다.
황반장 : ... 홍석아.
홍석 : 우리 수정이가요. 어릴 때 흙장난을 무지 좋아했습니다. (옅은 미소) 밖에만 나갔다오면, 여자애 얼굴에
흙이 얼마나 묻어있는지... 그 흙, 내가 다 닦아 줬습니다.
황반장 : ...
홍석 : 근데요. 우리 수정이 얼굴에, 우리 수정이 이름에, 더러운 게 너무 많이 묻어 있습니다. 재판 기록엔요, 우리 수정이가...
원조교제하고, 마약하고, 그런애로 돼있잖아요 아직.
황반장 : ... 강동윤이가 대통령 되믄 힘들끼다 아마.
홍석 : 힘들어도 해야죠. 우리 수정이 이름에 묻은 더러운 것들. 아빠가 닦아 줘야죠.
황반장 : ...
홍석 : (다시 기운 차려) 갑시다 반장님. 경찰서까지 몇 분 걸립니까?
옅은 미소로 황반장을 보는 홍석의 얼굴.
그 아래 자막. 대통령 선거일 오후3시. 현재 투표율 38%. 출구조사 강동윤 지지율 63%
씬5. 강동윤의 대선 캠프 집무실 (낮) / 14부 씬49의 일부
동윤, 굳은 얼굴로 앉아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하기 직전의 그 얼굴.
혜라가 달려 들어온다.
혜라 : (당황, 다급) 후보님.. 투표율이.. 투표율이..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혜라를, 굳은 얼굴로 돌아보는 동윤의 그 얼굴에서
기자(소리) : 오후4시 현재, 투표율이 급상승했습니다.
씬6. 몽타주 (낮)
1) 시장통. 국밥집. 미용실. 마트 전시장. 경로당. 편의점. 아파트 혹은 어느 건물에서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
투표소로 몰려가는 사람들의 모습 위로.
기자(소리) : (14부 씬49의) 오후3시 38퍼센트에 머물렀던 투표율이, 한 시간 사이 13퍼센트 상승.
현재 51퍼센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2) 투표소 인근. 어느 학교 투표소.
투표 행렬이 점점 늘어나는 모습들. 그 위로.
6부 씬4의 동윤(소리) : 사람이 원래 그렇지요. 모두들 말은 그럴 듯하게 합니다. 우리 우정은 영원하다. 법과 정의를 지키는
파수꾼이 되겠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이 오면, 그때서야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타나지요.
사람은 똑같습니다. 그걸 받아들이면, 많은 것이 쉬워지지요.
3)투표소 안.
줄을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 앞에 대기하고 들어가고, 나와서
투표함에 용지를 투입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4) 기표소 안.
펼쳐진 투표용지. 그 위에 기표하는 손. 쾅쾅쾅 찍히는 기표도장.
그 용지 와 찍는 손과 찍히는 도장이 빠르게 착착착 보여지는. 그 위로.
14부 씬22 홍석(소리) :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은 달라. 법을 지키기 위해서 가족의 손에 수갑을 채운 검사,
진실을 알리기 위해 형부와 맞서는 기자, 사고를 당하고 자기 목숨이 위험한데도 나를 걱정하는 형사,
강동윤. 이게 사람이다. 이게.. 내가 아는 사람이다.
씬7. 서회장 서재 (낮)
서회장과 영욱, 묵음의 티비를 보고 있다.
투표소로 향하는 인파들이 보이는 티비 화면. 그 아래, 자막 ‘투표율 급증. 전국 투표소에 관리 요원 긴급 증원’
서회장 : (담담한) 영욱아. 니는 황소 한 마리가 몇 근이나 나가는지 아나.
영욱 : (무슨 의미인지 몰라서 보는)
서회장 : (담담한) 황소를 한 마리 세아노코 요게 몇 근 나가노 하고 물어 보믄, 어느 놈은 백근이라 하고,
어느 놈은 500근이라 하고, 다 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기다. 그칸데 영욱아. 백 명한테 물어봐 평균을 내믄,
희한하제. 황소 무게를 얼추 맞추는 기라. 천 명한테 물어가 평균을 내믄, 더 비슷하게 맞추는 기라.
(티비를 보며) 이 나라 백성들이 저리 많이 나왔으이 요번에는 황소무게를 얼추 안 맞추겠나.
영욱 : ... 동윤이가 질 거란 말씀입니까 아버지?
서회장 : 하이고. 이 나라 백성들 맘을 우예 알겠노. 4.19가 일어났을 때, 민주주의다 뭐다 난리를 치더만은
한해 뒤에 5.16이 일어나니까, 민주주의보단 경제 개발이 중요하다 이래 난리를 칫다이가.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른 기, 이 나라 백성들 맘 인기라.
영욱 : ...
서회장 : (담담한) 영욱아. 지금 시간이 얼매나 됐노?
씬8. 최정우 검사실 (낮)
지원 : 5시 40분이에요. 투표 마감까지 20분 남았어요.
정우와 지원이 묵음의 티비를 보고 있다.
정우 : 아니야. 선거 관리 규정을 보면 (근처에 놓인 서류를 뒤져서 펼쳐 보여주며) 6시 전까지 투표소에 도착하면
투표를 할 수 있어. (지원을 보고) 지금 투표율이 얼마지?
지원 : 63프로. 출구조사 지지율은 아직 파악이 안되네요. 긴급상황이라서. (하다가... 걱정되는) 이길 수 있을까요?
오전까지 지지율이 워낙 압도적이라.
정우 : ... 투표율이 관건이야.
지원 : ... 만약에... 형부가 당선되면
정우 : (보는)
지원 : ... 백홍석씨는 어떻게 될까요?
지원을 보는 정우의 굳어지는 얼굴 위로 선행되는, 철창이 열리는 소리.
씬9. 경찰서 유치장 (낮)
홍석이 철창 안에 수감되고 있다. 밖에서 안타깝게 바라보는 황반장.
옅은 미소로 바라보는 홍석의 얼굴 위로
혜라(소리) : (다급한. 하지만 아까보다는 자신감이 있는)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습니다.
후보님 고향쪽 투표율도 올라가고 있구요.
씬10. 강동윤 대선 캠프 집무실 (낮)
혜라, 동윤의 앞에 서서 보고중이다.
혜라 : 선거에서 이기면, 이번 사건 특검으로 넘길 겁니다. 믿을 만한 사람을 특별검사로 임명하면,
이 사건 별 문제 없이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당선되는 즉시, 서울 34개 지역 재개발 계획, 수도권 신도시 건설계획을
발표할 겁니다. 각 지역별 공략도 추가로 발표할 거구요. 그럼 국민들의 마음도 돌아설 겁니다.
동윤 : (담담한 하지만 다소 굳은) ... 가능할까 혜라야.
혜라 : (옅은 미소, 자기도 불안하지만 힘을 주려는) 후보님! 여기는 대한민국입니다.
(들고 있던 서류 내밀며) 당선 축하연에서 읽으실 연설문입니다. 검토 해주세요.
동윤, 담담한 하지만 굳은 얼굴로 그 연설문을 받는데서.
씬11. 몽타주
// 국밥집. 미용실. 마트. 경로당. 편의점 등 (14회에서 사용하지 않은 그림 중에서) 거리를 쏟아져 나오는 사람들의 모습.
자막. 대통령 선거일 오후6시. 현재 투표율 73%
// 투표소 안.
줄을 서서 들어오는 사람들.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소 앞에 대기하고 들어가고 나와서
투표함에 용지를 투입하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다양하게 보여진다.
자막. 대통령 선거일 오후7시. 현재 투표율 82%
// 기표소 안.
펼쳐진 투표용지. 그 위에 기표하는 손. 쾅쾅쾅 찍히는 기표 도장.
그 용지와 찍는 손과 찍히는 도장이 빠르게 착착착 교차되어 보여진다.
자막. 대통령 선거일 오후8시. 현재 투표율 89%
// 어느 학교 투표소.
투표소 안에 불이 들어온다.
늦은 시간. 그때까지도 운동장까지 늘어선 투표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 기표소 안.
어느 한 사람이 기표를 한다. 쾅!
자막. 8시 25분. 투표종료. 91.4%
씬12. 조형사의 병실 (밤)
용식이, 병상의 조형사 앞에 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앉아서, 고구마 범벅을 먹이려 하고 있다.
용식 : 아따. 조형사님. 요것이 고구마를 으깬 거라니께요. 한 입맛 먹었다 하믄, 방구가 즉효로 나온다구 (하는데)
조형사 : (시큰둥, 리모컨을 들고 저만치 묵음의 티비를 바라보며) 가스가 나와야 뭘 먹는다.
용식 : 아따. 어제 수술하고 아즉 가스가 안 나와서 굶고 있다캐서, 시장통을 뒤져서 사왔구마.
(나름 심각한) 가스가 먼저냐 고구마가 먼저냐, 고곳이 문제구마이. (하다가... 코를 막는, 조형사를 힐긋 보며)
조형사 : (어색하게 피식 웃으며, 용식이 내려둔 그릇과 숟가락을 들고 먹기 시작한다)
용식 : (농담처럼) 가스가 먼저구마이. (하며, 티비를 보다가) 아따. 시작혀요.
하며, 티비 볼륨을 올린다.
뉴스(소리) : 지금부터 에스비씨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을 시작하겠습니다.
오후8시25분. 전국 만3천4백70개 투표소에서 투표가 종료됐습니다. 잠정 투표율은 91.4프로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씬13. 대선캠프 사무실 (밤)
티비를 앞에 두고, 수십 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캠프 요원들과 의원들이 적당하게 앉아 있다.
그 가운데 앉아 있는 동윤. 그리고 일각에 서 있는 혜라. 티비를 보고 있다.
주변, 기자들 십 여명이 동윤과 그 주변을 스케치하고 촬영하고 있다.
뉴스(소리) : 이는 대통령 선거 사상, 세 번째로 높은 투표율로 알려졌습니다.
잠시 후, 자체 집계한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됩니다.
자막. 티비화면. 30초부터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시간이 안 맞으면, 60초부터)
씬14. 몽타주 (밤)
// 카운트다운 되는 티비를 바라보는 아래 사람들의 모습이 빠르게 보여진다.
// 최정우 검사실. 정우와 지원의 그 긴장된 얼굴.
// 유치장 안. 홍석이 창살 밖 경찰들이 보고 있는 티비를 보고 있다. 긴장을 감출 수 없다.
// 서회장 서재. 서회장과 영욱이 티비를 보고 있다.
서회장은 담담하다. 영욱은 입이 마르는지 옆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신다.
// 역 대합실. 시장. 도심 전광판. 호프집 대형 티비. 등등 곳곳에서 초조하게 티비를 보는 국민들의 다양한 모습이 보인다.
// 조형사의 병실. 초조한 조형사와 용식의 얼굴.
// 강동윤의 침실. 지수, 초조하게 보고 있다.
// 7.6.5 줄어드는 카운트.
// 긴장을 숨기지 못하고 숨을 들이키는 혜라.
// 굳은 얼굴로 티비를 보는 동윤.
// 유치장 안의 홍석.
// 홍석과 동윤의 얼굴이 빠르게 교차되다가
뉴스(소리) : (위 그림이 진행되는 동안 뉴스 소리가 깔린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총 유권자 34,991,529명 중에서,
31,982,257명이 투표에 참가했습니다. 오전까지 대한국민당 강동윤 후보의 압도적인 우세가 지속됐지만,
오후에는 자유정의당 조동수 후보가 맹추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국민당 강동윤 후보! 자유정의당 조동수 후보! 앞으로 5년! 국민은 누구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겼는지!
// 2.1.0 이 되는 순간.
// 티비 모니터! 강동윤 44.2%, 조동수 48.1%이 뜬다. 그리고 조동수의 얼굴만 남으면서, “당선유력!” 표시가 뜬다.
// 유치장. 홍석, 유치장 안에서 후우 한숨을 내쉰다. 안도. 기쁨. 긴 싸움의 일막을 끝낸 기분.
// 대선 캠프 사무실. 침울해진 사람들. 혜라는 충격이다. 그 믿을 수 없는 얼굴.
동윤은 담담하다. 아마 이전부터 직감하고 있는 듯 하다.
// 조형사의 병실. 조형사와 용식. 하이파이브하며 기뻐한다.
// 최정우 검사실. 정우와 지원, 서로 눈빛을 나누며 안도한다.
// 곳곳에서 기뻐하며 환호를 지르는 국민들의 모습이 컷컷컷 보여지는데서.
씬15. 서회장 서재 (밤)
티비 화면. 조동수의 얼굴과 “조동수 후보, 당선 유력” 자막이 보인다.
꺼지는 티비. 서회장이 리모컨으로 끈 것.
서회장 : 조동수 점마, 어제 밥값을 지가 내고 갔대이.
영욱 : (보는, 조금은 놀란)
서회장 : 내캉 패를 안 섞겠다는 뜻이겠지. 허. (약간의 실소를 보이곤) 회사 안에 조동수캉 같은 학교 나온 아들,
고향아들, 종친들 이름 다 적어가 온나.
영욱 : 네 아버지.
서회장 : 다음주에 조동수가 10대 그룹 회장들하고 밥 먹자고 할끼다. 딴 그룹에 전화 돌리가 사장이나 부사장 보내라 캐라.
그카고 우리는 (하는데)
영욱 : 제가 가겠습니다.
서회장 : 아이다. 물산에 김사장 보내라.
영욱 : (멈칫, 놀란) 아버지. 그래도 대통령 당선자하고 첫 식산데, 너무 격이 떨어지는 ... (하는데)
서회장 : (여유있게) 대통령이 뭐라꼬. 로마시대로 치며는 평민들이 뽑는 호민관 아이가.
이 나라에는 고 위에 원로원도 있고 집정관도 있고, 황제도 있대이.
영욱 : ... (보는)
서회장 : 한오경제 연구소에 전화해가, 내년 경제 성장률 몇프로 떨어뜨리가 신문에 돌리라 캐라. 충청도에 전자공장도
중국으로 옮긴다꼬 신문에 쫌 쓰고. ... 나랏일이 우예 돌아가는지 조동수 금마한테 갈키주야 한되겄나.
영욱 : ... 아버지. ... 동윤이하고 지수는?
서회장 : 내 자슥이 싼 똥은 내가 치울 끼다.
영욱 : ... 그럼 동윤이는?
서회장 : (잠시 생각하다가, 매섭게) 영욱아. 전세기 지금 어디있노? 김포에 한 대 세아나라. 퍼떡!
뭔가를 결정한 그 매서운 서회장의 얼굴에서.
씬16. 대선캠프 사무실 (밤)
동윤의 주위에 앉아 있던 의원과 캠프 요원 몇 명이, 낮은 한숨을 쉬며 개표방송을 보다가,
바쁜 듯 시계를 보며 나가버린다.
혜라가 그들을 본다. 그리고 동윤을 본다.
동윤은 동상처럼 당당하게, 담담하게 티비를 보고 앉아 있다.
뉴스(소리) : 개표 두 시간이 지난 지금, 강동윤 후보와 조동수 후보와의 표 차이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간경과)
동윤의 주위에 앉아 있던 의원과 캠프 요원 절반이 나간 듯, 자리가 비어 있다.
기자들 서너 명도 카메라를 철수시키고, 몇 몇은 나가는 의원에게 질문을 하며 캠프 밖으로 빠져 나간다.
혜라가 동윤을 본다. 동윤은 여전히 담담하게 티비를 보고 있다.
뉴스(소리) : 새벽 1시 현재, 조동수 후보가 백만표 이상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이변이 없는 한, 조동수 후보의 승리가 확실해 보입니다.
(시간경과)
동윤의 주위에 있던 의원과 캠프 요원이 모두 나가 버렸다.
남아 있던 기자 서너 명도 머쓱한 듯, 카메라를 챙겨서 나가 버린다.
저만치 서 있던 혜라가 다가와서 동윤의 옆에 앉는다.
동윤과 혜라, 단 둘이 앉아서 티비를 보고 있다.
오랜 길을 함께 해쳐온 친구가 파국을 각오하는 듯 담담한 분위기. 그래서 쓸쓸하고 슬퍼 보인다.
혜라 : (티비를 보며, 담담하게) 이런 소설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 혁명이 일어났답니다.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리고...
결국 왕을 죽이고... 혁명의 지도자는 왕비의 손을 잡고 나타나서 환호하는 군중들한테 손을 흔들었답니다.
그 소설은 이렇게 끝납니다. 사람들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생각했지만... 바뀐 것은 왕비의 남편뿐이었다고.
동윤 : (티비를 보며, 담담한) ... 왕비는 권력을 말하는 건가.
혜라 : (끄덕이는)
티비 뉴스 화면. 환호하는 조동수 지지자들. 기뻐하는 국민들의 모습들 잠시.
뉴스(소리) : 지금 조동수 후보 캠프는, 축제 분위기입니다. 예상 밖의 승리에 몰려든 지지자 수천 명이,
당사를 에워싸고 연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혜라 : (티비를 보며, 담담한) ... 조동수 후보... 우리 하고는 다른 사람일까요?
정우(소리) : 선거는 좋은 놈을 뽑는 게 아니다.
씬17. 최정우 검사실 (밤)
정우 : 나쁜 놈을 떨어뜨리는 거지. 국민들은 강동윤을 낙선 시킨거구. 조동수도 문제가 있으면, 그땐 그 사람도 잡으면 된다.
정우와 지원이 나란히 앉아, 티비 개표방송을 보고 있다.
정우 : (티비 보는 채로, 담담한) 서기자. 2002년 월드컵 기억나?
지원 : (티비 보는 채로) 고2 때였나? 기말고사 공부한다고 못 봤네요.
정우 : (담담한) 그날, 부장검사하고 신임검사 10명이서 호프집에서 경기를 봤지. 안정환 선수가 골든골 넣었을 때, 모두 외쳤어.
(리듬타지 말고, 건조하게, 담담하게) 짝짝짝짝짝 대한민국. 얼싸안고 외쳤지.
지원 : (보는, 무슨 말인가 싶은)
정우 : (담담한) 그 부장검사가 장병호다.
지원 : (보는)
정우 : (티비 보는 채로 담담한) 그 뒤로 가끔 생각해. 그날 장병호가 외친 대한민국과 내가 외친 대한민국은 같은 나라일까.
// 서회장 서재
서회장이 티비를 보고 있는 모습 위로.
정우(소리) : 서기자. 니 아버지 서동환 회장이 사는 대한민국과
// 유치장 벽에 기대앉은 홍석의 모습 위로.
정우(소리) : 백홍석씨가 사는 대한민국은 같은 나라일까.
정우 : 어쩌면 같은 시대, 서로 다른 대한민국을 사는 건 아닐까.
지원 : (보는)
정우 : 근데, 오늘 투표가 두 개의 나라를 하나의 대한민국으로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원 : ... 하나의 나라?
정우 : 평등! 법 앞의 평등! 같은 죄를 지었으면, 돈이 있든 없든, 자리가 높든 낮든, 같은 벌을 받는 것.
지원 : (보는, 그 마음을 안다. 그걸 위해 싸워온 한 남자다)
정우 : (티비를 보며, 담담한) 쳐다보지 마라. 심장 떨린다. 티비 봐.
지원 : (다시 티비를 보는)
그러다가 서로의 얼굴에 스치는 옅은 미소. 하지만 이내 진지하게 개표 방송을 보는데서.
씬18. 대선 캠프 사무실 (밤)
혜라 : (티비보는, 담담한) 사무총장이 찾아 왔었습니다. 캠프 해단식은 당 차원에서 하겠답니다.
후보님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동윤 : (티비보는 채로, 담담한) 그렇겠지.
혜라 : 조동수 후보 캠프에 최진영 보좌관을 보냈습니다. 당선 축하 인사를 전할 겁니다.
후보님이 직접 전화를 하시는 건 아무래도 (하는데)
동윤 : 잘했어.
혜라 : (티비보며 담담하려 애쓰며, 이미 상황이 끝날 줄은 알지만) 가짜 동영상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을 준비하겠습니다.
동윤 : (그제야 혜라를 보는)
혜라 : ... 차명 계좌도, 원천 소유주를 혼동하게 (하는데)
동윤 : (낮은, 담담한) 혜라야.
혜라 : ... 5년, 아니 10년 뒤를 준비하겠습니다. 광역자치단체부터 다시 시작을 (하는데)
동윤 : (의자 위 팔걸이의 혜라의 손을, 톡톡 따뜻하게 두어 번 두드려준다. 그만 두라는 뜻. 눈빛은 따뜻하다)
혜라 : (보는, 보다가) ... 내일은 뭘 할까요? 후보님.
동윤 : 혜라야. 우리한테 내일은 없어.
혜라 : (보는)
동윤 : 지난 10년 최선을 다 했다. 다시한번, 이 인생을 똑같이 살아도 좋다는 생각으로 살았어... 그래서 후회는 없다.
혜라 : 전 후회합니다.
동윤 : (보는)
혜라 : 사모님이 사고를 낸 사실을 알았을 때, 뒤로 물러났다면? 5년 뒤, 아니 10년 뒤를 바라보고 다시 시작했다면...
후보님이 백수정을 처리하라고 하셨을 때, 제가 말렸다면... 거절했다면...
동윤 : 날 원망하니.
혜라 : (고개 가로 젓는, 눈가가 조금 젖은) 원망하지 않습니다. 후보님과 저,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한 거니까요.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가 우릴 그렇게 만든 거니까요.
서로를 보는 잠시 혜라의 핸드폰이 울린다. 받는 모습 위로.
정우(소리) : 네! 알겠습니다.
씬19. 최정우 검사실 (밤)
정우 : (핸드폰 통화중인) 내일 아침에 집행하겠습니다. (끊는)
지원 : (무슨 일인가 보는)
정우 : (바로 핸드폰 전화 거는, 상대가 받은) 황반장님. 강동윤과 신혜라. 내일 아침에 체포영장 발부한답니다.
어서 들어오세요. (끊는)
지원 : (예상했던 일이지만, 너무나 빠르다)... 이렇게 빨리...
정우 : (자기 책상으로 가서 그 위의 서류들 다급하게 챙기며) 새 주인 들어오기 전에 집안 청소 끝내자는 거겠지.
지원 : ... 형부 재판, 최검사님이 맡게 되나요?
정우 : (서류 챙기며) 청소는 지들이 하라구 해. (고개 들어 지원을 보며, 결연한) 난 끝까지 간다. 백홍석씨하고 같이.
지원 : (? 해서 보는)
정우 : 내일 강동윤 체포하고, 바로 사직서 낼거다. 백홍석씨 변호가, 변호사로서 내 첫 사건이야!
지원과 정우가 서로 보는데서.
씬20. 대선 캠프 사무실 (밤)
혜라 : (핸드폰 통화중인, 다소 언성이 높은) 대통령 후보셨습니다. 아직 사실 관계도 확정되지 않았구요.
며칠 더 시간을 (하는데)
동윤 : (그 핸드폰을 가볍게 잡아서 끊으라고 하는)
혜라 : (어쩔 수 없이 끊는)... 내일 아침에 긴급 체포한답니다. 저도... 후보님도...
동윤, 눈가가 조금 젖어 있는 혜라를 따뜻하게 본다. 보다가
동윤 : 보좌관 지원서에 혜라 넌 이렇게 썼지. 가난한 사람들의 꿈을, 니 주위에 모으겠다고.
작은 꿈들이 모여서 큰 꿈이 되는 걸 보여주겠다고.
혜라 : ... 아직도 그 꿈.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동윤 : 그래 기억나. 넌 노동문제에도 관심이 많았어. 지원서에 이런 글도 있었지. 대기업에서 힘없는 근로자를 쫓아낼 때,
이런 말을 한다고. 뼈를 깎는 아픔으로 정리해고를 한다. 넌 세상에 흩어진 힘없는 뼛가루를 위한 정치를 한다고...
그래서 페어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혜라 : ... 그 꿈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동윤 : 그래서 널 보좌관으로 채용했다. 나도... 힘없는 뼛가루라고 생각했거든. 나를.
혜라 : (보는)
동윤 : 이발소 건물 주인 아저씨는 휠체어를 타고 다녔어. 장애인이었지. 하지만 아버지 앞에서 당당했어.
아버진 주인 아저씨와 이야기할 땐, 무릎을 숙였지. 눈을 맞춰야 했으니까. 위에서 내려다 볼 순 없었으니까. 건물 주인을.
혜라 : ...
동윤 : 그때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큰 장애는 가난이라고. 원하는 걸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게 장애라면,
가난은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만드니까. 그래서 공부를 했지.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다는 대학에,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하는 과에 들어갔지.
혜라 : ... 그 곳에서 사모님을 만나셨구요.
동윤 : ... 만나고 한 달 정도 지났나? 작은 사고가 났어. 지수가 운전하는 차 앞으로 강아지 한 마리가 뛰어 들었지.
급하게 핸들을 틀었고, 전봇대에 부딪혀서 차가 많이 상했어. 수리비가 수천 만 원은 나올 것 같았는데...
지수는 강아지가 안 다친 걸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날 생각했다. 지수가 사는 세상으로 들어가고 싶다고.
혜라 : ...
티비 모니터 화면. ‘조동수 후보 당선 확실’ 표시가 뜬다.
동윤 : (그 화면을 보다가) 긴 싸움이었다. .. 이제 그만 쉬고 싶어.
혜라 : ... 후보님.
동윤 : 혜라야.
혜라 : ... 네.
동윤 : 검찰 조사 힘들거야.
혜라 : ... 네.
동윤 : 사실 대로 진술해라.
혜라 : ... 네.
동윤 : 백수정 살인 교사는 내가 배상무한테 직접 지시했어. 너한테는 돈만 송금하라고 했구.
혜라 : (둥! 보는. 동윤이 말하는 의미를 안다)
동윤 : 조형사라고 했나. 그 사람 사고도 내가 지시한 거야. 넌 전화 연락만 한 거구.
혜라 : ... 후보님.
동윤 : (옅은 미소로) 또 뭐가 있지? (하며, 혜라를 보는)
혜라 : (동윤을 보는)
동윤 : 혜라야. 너하고 나, 같은 바다를 건너왔어. 난 침몰한다. 내 배에 다 실어라.
혜라 : ...
동윤 : 그리고 넌 살아남아라.
혜라 : 후보님! (하는데)
동윤, 일어나 나간다. 혜라, 그 뒤를 따른다.
씬21. 당사 건물 복도 (밤)
동윤과 혜라가 마지막으로 함께 걸어가고 있다.
그 둘이 걸어가는 모습과 예전에 함께 힘차게 걸어갔던 모습이 빠르게 교차된다.
// 1부 씬14
동윤과 혜라가 함께 기자회견장으로 걸어가는 모습. 그 위로
동윤(소리) : 기자회견 준비해.
혜라(소리) : 의원님.
동윤(소리) : 걱정마. 시간은 우리편이야.
// 2부 씬2
동윤과 혜라가 단 둘이 복도를 걸어가는 모습. 그 위로
동윤(소리) : 정치란 건 말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게 아냐. 상대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거지.
// 8부 씬14
빠르게 걸어가는 동윤. 그 옆을 따르는 혜라.
동윤(소리) : 단 한번에! 기습적으로! 기회는 다시 오지 않는다!
동윤과 혜라, 마지막으로 함께 걷고 있다.
동윤(소리) : (앞만 보며 걸으며) 그동안 고마웠다. 신혜라 보좌관.
씬22. 당사 건물 앞 (밤)
주차된 차. 혜라가 문을 열어주면 동윤이 타려다가 멈칫, 혜라를 본다. 서로를 보는 잠시.
동윤, 따뜻하게 혜라의 어깨를 두드려주곤, 차에 올라탄다.
출발하는 차. 고개 숙여 인사하는 혜라.
저만치 차가 사라진 뒤, 고개를 든 혜라의 눈가에 한 방울 눈물이 흐리고 있다.
씬23. 인서트. 서회장 저택 (밤)
씬24. 서회장 서재 (밤)
동윤과 서회장 마주 앉아 있다.
서회장 : (인자한, 동윤을 걱정하듯이) 동윤아. 니 사의 찬미란 노래 아나? 이래도 한 세상, 이래도 한 평생이라 캤다.
인자는 지수 남편, 민성이 아부지로 한 평생 사는 것도 안 괘안캤나.
동윤 : (보는)
서회장 : 김포에 비행기 세아났다. 기름도 채아났고.
동윤 : 외국으로 도피하란 말씀입니까.
서회장 : 하이고. 도피라 캐도 좋고, 망명이라 캐도 좋다. (작은 봉투 하나 밀어주며) 고가믄, 은행금고에 돈 좀 있을 끼다.
요기나 하믄서 기디리라. 지수캉 민성이는 날씨 풀리믄 보내 주꾸마.
동윤 : (의미를 알 수 없는, 옅은 미소로 보는)
서회장 : 사나가 품은 꿈을 버리는 기, 얼매나 어려분지 내는 안데이. 그칸데 동윤아. 내는 니가 옥살이 하는 거 보다는
바다 건너가가 (하는데)
동윤 : (옅은 미소로) 그룹 부속실에 확인했습니다. 전세기 요청한 사람이 장인어른이 아니라, 저 강동윤으로 돼 있더군요.
서회장 : (잠시 멈칫, 보는)
동윤 : (보다가) 제가 지금 전세기를 타고 가면, 장인어른은 며칠 안에 저와 한오그룹이 연결된 모든 자료를 삭제하실 겁니다.
저한테 지출한 대선 자금의 흔적도 없애실 거구요. 그룹은 안전해지겠죠.
서회장 : (옅은 미소로 보는)
동윤 : 그리곤 검찰에 제 소재지를 알리겠죠. 전 강제송환 당할거구. 일국의 대선 후보가 한 순간의 해외 도피범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지수! (서회장을 잠시 보다가) 자기를 버리고 혼자 살려고 달아난 남편과 이혼시키기도 쉬울 거구요.
서회장 : (미소로) 하이고. 니가 강동윤이 아이라, 서동윤이었음 얼매나 좋았겠노.
동윤 : 저와 한오그룹의 관계, 대선자금 지원 문제, 영원히 묻어 두겠습니다.
서회장 : (보다가) 내는 뭘 해주믄 되노?
동윤 : (보는)
서회장 : (보는)
동윤 : (단호한, 진심의) 지수의 아버지가 돼주십시오.
서회장 : (보는)
동윤 : PK준의 사고 차량에 혜라가 동승한 것으로 주장할 겁니다.
서회장 : (보는)
동윤 : 지수를 지켜 주세요. 민성이도. 그것만 해주시면 됩니다. 장인어른.
서회장 : (보는, 진심인 듯하다. 그 마음을 알겠다)
동윤 : (보는)
서회장 : (따뜻한, 진심으로) 동윤아.
동윤 : 네.
서회장 : 느그 아부지도 내가 챙기드릴꾸마. 걱정 말그래이.
동윤 : 감사합니다.
서회장 : 느그 선거 캠프에 있던 아들, 니 믿고 따라온 아들, 한오그룹에서 거둘꾸마.
동윤 : 감사합니다.
서회장 : 그라고... 니 나올 때... 혹시나 내가 살아있음 찾아 온나. 추어탕이나 한 그릇 하믄서,
니나 내나 못다한 얘기나 밤새 해보자.
동윤 : 그건 싫습니다.
서회장 : 와?
동윤 : 장인어른이 앉으신 저 의자를 보면, 다시 시작할지 모릅니다. 저.
서로가 서로를 보고 옅은 웃음을 웃는. 긴 싸움이 끝낸 뒤,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다.
서회장 : 동윤아. 내는 니가 이래 포기할 줄은 몰랐데이.
동윤 :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그동안.
서회장, 일어나 동윤에게 다가간다. 손을 내민다. 악수를 하자는 뜻.
동윤, 일어나 그 손을 잡는다.
서회장 : 하이고. 있는 집서 태어났으믄, 죄도 안짓고 한자리 했을 낀데.
동윤 : ...
서회장 : 욕봤데이 동윤아.
동윤 : (담담한데, 왠지 그 말에 눈가가 젖어드는 듯하다)
서회장 : (동윤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참말로 욕봤데이. 우리 동윤아.
그 두 남자의 모습이 보이는데서.
씬25. 최정우 검사실 (낮)
정우와 앞에 도열한 황반장과 수사관 대 여섯 명.
정우 : 현재 새벽 5십니다. 7시 정각에 동시 타격 합니다. 김계장님은 배기철, 박계장님은 윤창민,
황반장님은 신혜라 쪽을 (하는데)
황반장 : 검사님예. ... 쪼매 부탁이 있슴미더.
정우가 황반장을 보는데서.
씬26. 검찰청 앞 또는 어느 도로 (낮)
네 대의 차가 달려가고 있다. 정우와 황반장은 같은 차를 타고 있다.
빠르게 달려가는 네 대의 차의 모습에서.
씬27. 어느 사찰 안 (낮)
스님이 독경하고 있는 옆. 혜라가 절을 하고 일어나 합장을 하며 바라본다.
그 앞의 위패. 신정석이다.
젖은 눈가로 아버지의 위패를 바라보는 혜라의 모습에서.
씬28. 어느 사찰 일각 (낮)
혜라가 앞에 선 스님에게 부탁한다.
혜라 : 아버지 추모제 부탁드려요. 당분간 찾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저도 아주 오랫동안 못 올 거구요. 부탁드립니다.
합장하는 스님, 고개 숙이는 혜라.
스님이 가고, 혜라가 돌아서면 저만치서 다가오는 검찰 수사관들.
담담하게 서서 그들을 기다리는 혜라에서.
씬29. 몽타주 (낮)
// 어느 사무실 안.
달아나는 배상무. 뒤쫓는 수사관들. 잠시의 격전 끝에 배상무를 제압하는 데서.
// 어느 아파트 앞.
출근길인 듯 나오는 윤창민에게 달려들어 제압하는 수사관들의 모습에서.
// 어느 사찰 앞.
혜라에게 점점 다가오는 수사관들.
// 어느 사무실 안.
배기철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며
수사관(소리) : 배기철! 살인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 어느 아파트 앞.
윤창민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며.
수사관(소리) :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 어느 사찰 앞.
혜라의 손에 수갑이 채워지며
수사관(소리) :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
혜라의 손에 철컥 채워지는 수갑. 그 혜라의 슬픈 미소.
혜라, 슬픈 미소로 찡그리듯 고개 돌려 하늘을 본다.
씬30. 서회장네 식당 (낮)
서회장, 동윤, 지수, 영욱이 식사중이다.
서회장과 동윤은 맛나게도 밥을 먹지만, 지수는 숟가락도 들지 않고 소리 없는 눈물만 흘리고 있다.
서회장 : (고개 들지 않고, 밥을 먹으며) 지수야. 사나가 먼 길 가는데, 아낙이 우는 거 아이다.
지수 : (간절한) 아빠. 동윤씨 살려주세요. 내가 잘못 했어 아빠. (영욱을 보고) 오빠. 우리 동윤씨 살려줘. 응?
영욱 : (원했던 바지만 마음이 난감하다) ... 지수야.
동윤 : (숟가락 내려놓고 바라보며) 지수야.
지수 : 동윤씨. 난 못 보내. 어떻게 보내, 우리 동윤씰. 나 때문이야. 내가 낸 사고 잖아. (영욱을 보며) 오빠. 검찰에 전화해.
하루만 미루자. (동윤을 보며) 동윤씨. 나하고 가자. 외국가서 민성이 하고 우리 셋이서 조용히 살자. 응? 동윤씨.
동윤 : (달래듯, 하지만 진심이다) 지수야.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몰라. 더 길 수도 있고.
내가 나오면... 그때도 니 맘이 그러면... 그렇게 하자 지수야.
지수 : ... 동윤씨 (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영욱이 받는다.
영욱 : (듣곤) 들여보내. (끊곤, 서회장에게) 검찰 수사관이 도착했답니다.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지수 : 오빠!!! 어떻게 그 놈들을 집안까지 (하는데)
동윤 : 지수야. 검찰에 출두하면, 카메라에 기자에 시끄러울 거야. 조용히 검찰에 들어가라는 장인어른의 배려야.
(서회장을 보며) 감사합니다.
서회장 : 안성댁아. 요 동태전 좀 가온나. (동윤을 보며) 동윤아. 니가 지수캉 결혼 한다꼬 우리집에 처음 온 날,
동윤이 니도 긴장이 되는지 딴 거는 못묵고 동태전만 우째 먹어대는지. 흐흐흐. 기억나나?
동윤 : (옅은 미소로) 네.
안성댁 : (동태전 내려놓고 가는)
서회장 : 무바라. 어떤노. 고때 고맛이 나나?
동윤 : (먹고는, 옅은 미소로) 네.
지수는 그런 동윤을, 소리없는 눈물을 흘리며 보고 있다.
씬31. 서회장네 거실 (낮)
정문 경비원으로 보이는 정복차림의 가드 한 명이, 정우와 황반장을 안내해서 들어온다.
거실 가운데 서 있는 정우와 황반장.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서서 기다린다.
씬32. 서회장네 주방 (낮)
마지막 동태전을 먹은 동윤. 젓가락을 내리고 물을 마시고 일어선다.
식탁 뒤에 걸어둔 양복 상의를 걸치고, 옷을 여미고, 서회장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다.
동윤 : 장인어른. 우리 지수 잘 부탁드립니다. (가려는데)
지수 : (잡는) 동윤씨.
동윤 : (지수의 손을 살며시 잡아서 내려놓고, 그 어깨를 따뜻하게 두드려주는 동안)
서회장 : (온화한) 동윤아. 독방 줄끼다. 우풍 안드는데로 달라캤으이, 춥진 않을끼다.
동윤 : (그런 서회장을 보곤 나가는데서)
씬33. 서회장네 거실 (낮)
동윤이 나온다. 다가오는 정우와 황반장.
정우 : (체포영장 내밀며) 서울지검 최정우 검삽니다. 살인교사 혐의로 긴급 체포 합니다. (하고, 황반장을 보면)
황반장 : (품에서 수갑을 꺼낸다)
그 모습에서 플래시 되는.
// 15부 씬4 황반장, 홍석의 손을 잡아당기고 있다.
황반장 : 아, 경찰서 갈 때까지는 풀거래이. 이 수갑.
홍석 : (가볍게 뿌리치며) 됐습니다 반장님. (보다가) 혹시요. 반장님이 강동윤이 잡으러 가면요.
꼭 이 수갑으로 그 놈 잡아주세요. 나 잡았던 이 수갑, 그 놈 손에도 채워주세요.
그 홍석의 얼굴에서 내려와, 홍석의 손에 채워진 그 수갑에서.
황반장이 들고 있는 수갑.
황반장이 동윤에게 수갑을 채우는 동안.
정우 :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강동윤씨.
철컥! 동윤의 손에 채워지는 수갑에서 F.O
씬34. 법원 전경 (낮)
자막. 두달 뒤.
판사(소리) : 검사. 공소사실요지 말하세요.
씬35. 대법정 안 (낮)
법복을 입은 민찬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맞은편 변호인석에는 정우와 죄수복의 홍석이 앉아 있고,
방청석에는 지원, 황반장, 용식(조형사는 퇴원 전)이 일각에 나란히 앉아 있다.
민찬은 평소와는 다르다. 재판정임으로 차분하다.
민찬 : 존경하는 재판장님. 저는 지금 대한민국 사법사상 가장 불행한 사태였던 법정 살인사건의 담당 검사로서,
이 자리에 선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홍석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사법제도 속에서 보호받지 못한 피의자가
법정에 난입해서 총기를 난사한 사건은, 피고인 백홍석에게 인간적인 연민을 느끼게 합니다.
홍석 : (그런 민찬을 담담하게 바라보는)
황반장 : (그런 민찬을 보며 허, 어이없는 실소를 짓는)
민찬 : (낮은, 단호한) 하지만 법은 개인에 대한 연민보다, 공공의 이익을 우선시 해야 합니다.
본 법정에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엄격한 법적용을 함으로써 다시는 이 땅에 사적복수가 정당함이 될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 1부 씬2
홍석, 검색대를 통과하는데 정리, 놀라서 홍석의 팔을 잡는다.
순간 정리의 배에 꽂히는 홍석의 주먹. 정리, 꼬꾸라진다. 그 위로
민찬(소리) : 피고인 백홍석은 첫째, 경찰의 신분으로 총기를 가지고 법정에 난입한 점.
// 1부 씬3
홍석이, 법정 중앙을 향해 총을 쏘는 모습.
민찬(소리) : 둘째, 법정에서 총을 난사한 점.
민찬 : 셋째, PK준이 자신의 딸을 살해했다는 생각을 가지고, 법정에 나타난 점을 미루어,
살인의 고의성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힘주어) 이에 본 검찰은 피고인 백홍석을 형법 제250조 살인죄,
형법 제148조 1항 도주죄로 기소합니다.
민찬, 자리에 앉는다. 평소와는 다르게 차분하게 앞에 놓인 물을 한 모금 마시곤, 담담하게 재판장을 보고 있다.
판사 : 변호인, 변론요지 말하세요.
정우, 일어나서 법정 가운데로 나온다.
정우 : (재판장을 향해) 경찰복무 20년 동안, 여섯 번의 모범 경찰 표창을 받은 형사가 있습니다. 백홍석씹니다.
(방청석을 보며) 남편은 경찰로, 아내는 식당일로, 월급을 모으고, 적금을 들어서, 20평 짜리 아파트를 분양받은
우리 이웃이 있습니다. 백홍석씹니다. (홍석을 보며) 딸의 생일날, 콘서트 티켓을 선물하려고 몇 달 전부터 담배를 끊고,
용돈을 모은 아버지가 있습니다. ... 바로, 백홍석씹니다. (재판장을 향해) 재판장님. 이 법정에 총을 쏜 것은
사적복수에 눈이 먼 흉악범이 아닙니다. 한 달에 150만원을 벌기 위해서, 하루 여덟 시간동안 식당 주방에서
설거지를 했던 송미연의 남편 백홍석. 열 일곱 살 여고생 백수정의 아버지 백홍석. 우리 이웃에서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마흔 두 살의 평범한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그가 왜 법정에 총을 들고 왔을까요? 그가 왜
(재판장 위의 ‘법’자를 가르키며) 법을 향해서 총을 쏴야만 했을까요?
(다시 차분해진) 그의 손에 총을 쥐어 준 것은... 누구였을까요?
정우, 자기 자리 쪽으로 와서, 물 한 모금을 마신다. 돌아선다. 차분하게 상황 설명을 시작하는.
정우 : 2012년 5월 28일. 백홍석은 딸의 생일 파티에 갔습니다.
// 1부 씬5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 부르는 모습.
정우 : 그날 밤. 동료들과 함께 있던 중, 딸의 사고 소식을 들었습니다.
// 1부 씬27
홍석 : (황반장에게) 난요. 우리 수정이가 미울 때마다 조형사 생각합니다. 그럼 그렇게 착해 보일 수가 없어요.
(하는데 울리는 핸드폰) 어 전화 왔네. 착한 딸. (받는)
정우 : 간절하게 바랬습니다. 딸이 깨어나기를.
// 1부 씬40
홍석, 수술실 앞에 선다. 부르기 시작한다. 클레멘타인을.
정우 : 하지만, 수정이는 며칠 뒤에 죽음을 맞았습니다.
// 1부 씬58
의사들, 다급하게 응급조치를 한다. 그러나 상태는 악화되는 듯하다.
오열하는 미연, 홍석 그런 아내를 꼬옥 안아준다.
거친 숨을 쉬며 힘겹게 사투를 벌이는 딸의 모습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홍석은 수정의 얼굴을 애절하게 바라보고 있다.
정우 : 백홍석씨는 약속했습니다. 딸을 죽인 범인을 잡겠다구요.
// 1부 씬64
염습사 : 자 아버님. 고인 이마 한번 만져 주세요.
홍석, 도저히 실감나지 않는 멍한 얼굴로, 수정의 이마에 손을 댄다.
정우 : 그리고 백홍석씨는, 그 약속을 지켰습니다.
// 2부 씬82
홍석 : ....수정아 ....아빠가 왔다. 아빠가 ....이번에는 약속 지켰다. 수정아. 미안하다... 수정아!!
정우 : 하지만, 아버지 백홍석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한 것은, 바로 법이었습니다. 변호사의 조작과
// 3부 씬21
장병호 : (OL) 검찰은! ... 그렇게 이 재판에서 이기고 싶습니까? (재판장을 보며) 재판장님. 저는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정우 : 증인의 위증.
// 3부 씬21
효진 : 수.. 수정이는.. 저하고 .. 같이.. 아저씨들을 만났어요. 돈 많은 아저씨들.
정우 : 그리고 조작된 증거!
// 3부 씬25
장병호 : 증거를 제출합니다. (옆에 놓인 서류를 들며) 피해자 백수정의 사후 부검서입니다.
정우 : 수정이를 죽인 것은, 어쩌면 법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기나긴 재판동안, 백홍석씨의 편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탄원서를 거부했고,
// 3부 씬30
담임 : (교무실 안, 교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담임을 보고 어서 보내라는 듯 고개를 가로 젓는다)
.. 학교 차원의 탄원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담임, 교무실로 들어가 버리고 홀로 남은 미연 답답하기만 하다.
정우 : 수정이의 친구들이 모아온 탄원서는
// 3부 씬31
미연 : 고.. 맙다. (눈물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 하나하나 손을 잡아 주는데)
정우 : 법정에서 기각 당했습니다.
// 3부 씬32
아이들의 이름이 빼곡히 써 있는 탄원서를 옆으로 밀어내는 손, 판사다.
판사 : 탄원서는 공히 기각합니다.
정우 : 법은 백홍석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 3부 씬45
홍석 : (거친 숨을 쉬곤) 나요. 이제 법 같은 거 안 믿습니다. 나만 믿습니다!
정우 : 아내를 밀치는 PK준을 폭행한 백홍석은, 구속됐습니다.
// 4부 씬1
발버둥치는 홍석이 경찰들에게 끌려서 호송차에 올라타는 모습이 보인다.
정우 : 그리고 송미연은 우울증과 환각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 4부 씬22
미연 : 같이 가자 수정아... 엄마하고 같이 가자. 저 놈 데리고... 같이 갈게 엄마가.
정우 : 아내와 딸 그리고 아버지. 단란했던 세 식구가 앉았던 식탁에는... 이제 아버지만 남았습니다.
// 4부 씬29
홍석, 식탁 위의 숟가락을 들고는 털썩 넝마처럼 의자에 주저앉는 홍석.
어린 아이처럼 엉엉, 주체할 수 없는, 멈출 수도 없는, 긴 울음을 운다.
정우 : 백홍석은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그가 바란 것은 오직 하나였습니다.
// 1부 씬3
홍석 : (PK준에게 총을 겨누고) 제발 살려달라고 매달리는 내 딸한테!!! 넌 무슨 짓을 했지?
(터지는) 말해. 니 입으로!!! 이 자리에서 말해!!!!!
정우 : 백홍석은 진실을 원했습니다. 법이 밝혀주지 못한 진실. 백홍석은 PK준을 살해할 의도가 없었습니다.
죽은자는 진실을 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1부 씬3
홍석 : 죽지마. 죽으면 안 돼. .....넌 알잖아. 말해. 말하라구!!!
정우 : (힘주어) 이에 본 변호인은 백홍석의 PK준 살해의 대해, 고의성이 없음을 주장합니다.
정우, 돌아서다가 지원과 눈이 마주친다. 서로가 끄덕이는 고개. 생각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
정우 : 법원 호송 대기실에서, 백홍석은 충격적인 사실을 보게 됩니다.
// 4부 씬45
홍석, 믿을 수 없는 얼굴이다. 핸드폰 동영상 속. 강동윤이 PK준과 대화하고 있다.
정우 : PK준 사건 배후에, 대선후보 강동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나 같으면 어떻게 할까요. (방청객들을 보며) 변호사에게 말할까요?
// 4부 씬21
장병호 : (인주를 내밀며) 여기 지장만 찍으시면 모든 문제는 끝납니다.
정우 : 검사에게 말할까요?
// 4부 씬53
민찬 : 법정에 총을 왜 들고 왜 갔겠어? 총 샀다고 자랑하러 가나?
정우 : 아니면, PK준의 말만 들어왔던 언론에 알릴까요?
// 3부 씬51
기자(소리) : 수많은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PK준, 이제 그 팬들이 PK준에게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정우 : 백홍석은 결국 스스로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법의 보호를 벗어나야만 했습니다.
// 4부 씬65
호각소리!!! 비상벨소리!!! 경비실에서 달려온 경찰들 두어 명이 홍석의 뒤를 다급하게 따르고 있다.
정우 : (단호한) 백홍석의 도주죄의 대해, 적법행위의 기대 불가능성을 제시하려고 합니다.
납북된 어부가 남한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북한에서 행한 이적행위는 처벌할 수가 없습니다.
마찬가집니다. 법에 철저하게 버림받은 백홍석에게, 다시 한번 법을 믿으라고 부탁할 순 있지만, 요구할 순 없습니다.
이에 본 변호인은 도주죄에 대해서도 범죄행위로 처벌할 수 없음을 주장합니다.
용식 : (맞다는 듯, 끄덕이는)
정우 : (방청석을 향해) 열 일곱 살 딸이 눈앞에서 죽었습니다. 아내가 그 후유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백홍석. 그가 믿었던 법은 용돈을 모아 아버지에게 면도기를 선물해준 착한 딸을,
원조교제에 마약을 하는 소녀로 만들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방청석 : (차분하게 듣고 있는)
정우 : 이에 본 변호인은 당시 피고인이 법적 책임을 묻기에 적합하지 않은, 심신 상실, 심신 미약상태였음을 주장합니다.
정우, 자리로 와서 앉는다.
조용해진 법정.
판사 : 피고인 모두 진술 하세요.
홍석이 천천히 일어난다. 주변을 둘러본다. 반가운 얼굴들이 보인다. 지원, 황반장, 용식.
홍석 : ... 저 (하는데, 입술이 말라,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정우 : (물 잔을 내밀면)
홍석 : (물 한 모금 들이켜 입술을 적시곤) ... 저는 수정이 아빠, 백홍석입니다. 근데요 전. 변호사님하고 생각이 좀 다릅니다.
정우 : (놀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낮게, 만류하듯) 백홍석씨.
지원 :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안다. 입술을 살짝 깨문다)
홍석 : ... 처음부터 말씀드렸는데요. 변호사님은 절 좀 더 빨리, 감옥에서 빼내주실려고 그러는데...
정우 : (말릴 수 없다. 후우. 낮은 한숨 쉬는)
홍석 : ... 수정이가 그렇게 되고... 미연이가 떠나고... 그날 조형사 (하다가), 제 후뱁니다.
... 조형사 총을 가지고 법원으로 오면서
// 4부 씬33
홍석 : 이거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반장님. 고마웠다. 조형사.
홍석 : 생각을 하고, 하고 또 했는데요. 전 그때 정상적인 상태였습니다.
뜻밖의 발언에 놀라는 민찬, 판사, 황반장, 용식.
홍석 : 머리가 아주 맑고... 또렷하고.. 그랬습니다. (판사를 보고) 그니까 판사님. 심신상실, 심신미약 이런 건 신경쓰지 마시고,
판결해주세요.
정우 : (홍석이 하려는 말을 안다. 눈을 질금 감는다)
홍석 : 내가요. 심신상실로 법정에 와서 총을 쐈으면요. 내가 이상한 게 되잖아요. 법은 .. 이 세상은.. 아무 문제없는데,
내가 이상한 놈이 되잖아요. 전요. 그때 정신도 맑고 정상이고 그랬습니다. 판사님. 근데도 그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판사님. 제 죄가 뭔지 알고 싶습니다. .. 열심히 살 았거든요. 남의 꺼 탐내지도 않고, 땀 흘리는 만큼
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살았는데요. 수정이 미연이 보내고, 내가.. 그거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더라구요. 판사님.
내 죄가 뭔지, 거기에 맞는 벌 받겠습니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이 다요. 죄는 짓고, 벌은 안 받을라다가 생긴 거잖아요.
판사님. 저는요.. 벌 받겠습니다.
정우 : (후우, 낮은 한숨 나오는)
홍석 : 그리구요. 어디서 티비를 봤는데, 거기 PK준 부모님이 나와서 우시더라구요. 죄송합니다.
저는 PK준이 미웠지만.. 그분들껜 소중한 아들인데, 제가 죽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벌 받겠습니다.
황반장 :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홍석 : (판사를 향해) 재판 잘 받겠습니다... 거짓말도 안 하구요. 그니까 재판장님. 우리 수정이 사건, 재심도 같이 해 주세요.
정우 : (보는)
지원 : (보는)
홍석 : 우리 수정이 재판 기록에, 아직 원조교제하고 마약하고 그런 애로 돼 있거든요. 그거 다 지워주고 싶습니다.
정우 : ...
홍석 : 정말 못난 아빤데요.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는 아빤데요. 우리 수정이한테 그건 꼬옥 해주고 싶습니다.
(간절하게) 부탁드립니다 재판장님.
법정. 재판장을 향해 간절하게 부탁하는, 그 초라한 홍석. 하지만 위대한 아버지의 얼굴에서! 15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