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잎 그늘을 사랑하네
커다란 호박잎 그늘을 사랑한 것이
개미만은 아니었네
가난한 시인도 호박잎 그늘을 사랑하네
먼 산과 바다로 갈 형편이 못 되는 시인은
마을 텃밭 울타리에 올라온 호박덩굴을
개여울 지나는 줄기 끝
호박잎 그늘을 사랑하네
돌쩌귀에 걸친 해거름을
발끝으로 툭툭 치며 놀다
등 뒤를 미는 노을에 마지못해 웃으며
앞길을 비춰주는 낮달에 이끌려 나오네
가난한 시인에게
당연 가난할 수밖에 없는 아내와
떡잎 같은 아이들 있는 집으로 돌아가네
호박잎은 무럭무럭 커가고
그늘은 그늘을 사랑할 줄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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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잎 그늘을 사랑하네 / 심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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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까끌까끌하면서 풋풋한 풋내가 나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의 그늘을 만들어 준 행복한 시가 되었군요 감사합니다.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