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꼬?

<center> 사랑이라꼬 ? 글/ 손처사 오래 전 일이다 찌는 듯한 무더위가 점점 멀어져가고 산 속의 나무들이 푸른 옷을 벗어던지고 알룩 달룩 곱게 새 옷을 갈아 입을려는 시기였던 것 같다 어느 중년 부인이 누추한 처소엘 찾아 왔다 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고 손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무언가 아주 다급한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부인에겐 예쁜 외동딸아이 하나 있었다 그 딸아이가 마음을 달리 먹어 자살하려고 약을 사먹는 둥 옥상에서 뛰어 내리려 하는 둥 하여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 허는 수 없이 얌체 불구하고 우리 딸아이 마음 좀 달래 달라고 제발 어리석은 짓일랑 못하게 막아 주길 바라면서 이렇게 찾아 왔단다 딸아이는 혼기를 앞둔 이십대 아가씨였다 아가씨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 사연인 즉 아가씨에겐 결혼을 약속한 남자가 있었단다 대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오 년 동안 사귀다가 약혼까지 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남자에겐 뿅 갈 다른 여자가 생겼는지 파혼하자고 한단다 파혼 소식을 들은 딸아이가 그때부터 잠도 못 자고 식사도 안 하고 웃었다가 울었다가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가 반은 실성한 사람처럼 되었다나 아버지가 달래도 보고 때려도 보고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단다 한참이나 생각 끝에 조건을 달아 허락을 하게된다 조건은 딸아이에게 어떤 일이 생겨도 죽은 사람으로 생각하라고 . . . . . 저녁 무렵 딸아이의 손을 꼭 붙잡고 부인께서 억지로 끌어당기다 시피하며 처소엘 들어선다 모양새도 이쁘게 생긴 아가씨가 화장도 안한 얼굴에 머리도 다듬지 않은 채 아니꼽다는 눈치로 자리에 앉는다 속으론 니깐게 뭔데 남의 일에 참견이냐고 하겠지 아가씨의 눈동자를 살펴본다 증오와 슬픔으로 가득 찬 눈동자다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갑자기 생각나지 않아 죽고 싶냐고 물었다 너무나 괴로워 이젠 죽음 외에 다른 생각이 없단다 죽으면 이 고통 사라지고 죽어서 귀신이 되어 복수를 하고 싶다고 그리고 사랑했던 남자를 갈갈이 찢어 버릴 거라고 . . . . 목숨을 버릴 정도로 사랑했냐고 물었다 그렇단다 남들이 너무나 부러워 할 정도로 달콤한 시간들이었단다 앞날의 달콤한 청사진들을 굽고 또 굽었단다 허지만 지금은 배신감에 잠을 못 이루고 그 남자가 앞에 있다면 당장 죽이고 싶단다 누가 이런 사랑을 아름답다고 했는가 조용필의 노래 가사가 생각나게 하는 대목이다 죽는 것을 일주일 정도 뒤로 미루면 안되겠냐고 물었더니 누굴 놀리냐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부인이 딸아이를 붙들고 늘어진다 『에고 - 이년아 ! 제발 정신차리고 이 사람 시키는 대로 좀 하거래이』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딸아이에게 두 손을 싹싹 빌며 에미 좀 살려 달란다 에미의 애간장 타는 것을 새끼들이 얼마나 알꼬 . . . .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다시 주저앉는 아가씨 딱 한가지 소원을 들어 주면 시키는 대로 무엇이든 하겠단다 그 아가씨의 소원은 이렇다 사귀던 남자를 죽게 하던지 아니면 패가 망신을 시켜 다른 여자와는 일체 결혼 못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만약 소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땐 아저씨도 용서하지 않겠다고 벼른다 나는 승낙을 했다 약속을 어기면 일주일 뒤 죽음을 선택해도 말리지 않기로 말이다 그리고 약속 어긴 대가를 순순히 치르겠다고 . . . . 일주일 동안의 여행은 시작되었다 아가씨의 엄마에겐 행선지를 알려고 하지 말아라 당부 드리고 열차 칸에 두 사람은 몸을 실었다 차창 밖으로 산이며 들이며 강이며 세상이 찰나찰나 스쳐 지나간다 열차에서 또 버스를 갈아타고 기나긴 시간이 흐른 뒤 전남 순천에 친분이 있는 비구니 스님이 계시는 모 사찰에 도착하였다 스님께 간략히 사연을 설명하고 며칠을 묵도록 부탁을 드렸다 스님의 허락 하에 기도가 시작되었다 법당의 예절. 절하는 법 등을 알려주며 관세음보살을 염하며 소원을 빌라 이른다 디뚱디뚱 절이라곤 처음으로 해 보는 아가씨 이를 악물고 열심히 한다 오로지 그 남자만 죽기를 원하면서 말이다 기도가 끝난 뒤 저녁 공양을 할 때에 스님이 여러 좋은 말들을 많이 하시면서 남자가 어디 그 사람뿐이냐며 인연이 안될 사람이다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새로운 인연을 만나라 달래본다 아가씨는 아무 말이 없다 이를 꼭 물고 있는 걸 봐서 마음에 변화가 아직도 없는 모양이다 삼일간의 기도가 끝나고 스님의 걱정스러운 말씀을 뒤로하고 절 문밖을 나선다 두 사람은 한참을 걸어도 말이 없었다 아가씨는 아직도 마음에 변동이 없는 걸까 어떻게 하면 그 좁디좁은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나의 과거를 이야기하게 된다 나에게도 아가씨가 겪는 만큼이나 아픈 기억들이 있었다고 . . . . 그 아픔은 『영화 로미오와 쥴리엣』 만큼이나 나에겐 엄청난 고통의 순간들이었다고 한 번 들어 보겠냐고 하니까 아가씨가 고개를 든다 아저씨도 사랑을 해 보았느냐며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저씨의 사랑 이야기 궁굼하다며 들려 달란다 『이십대 시절 나는 천주교회를 다녔었단다 교회를 다니면서 나의 눈길을 끄는 한 아가씨가 있었어 아가씨의 목소리가 얼마나 고은지 그 아가씨가 성가를 부를 때에는 꼭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하늘을 찬양하는 것 같았어 약간 수줍어하는 얼굴에 항상 포근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에게 난 그만 빠져들고 말았지 짝사랑이었는지 몰라도 그녀도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착각이었다는 거야 그녀는 수녀가 되겠다고 수녀원에 몸을 담고 있었던 사람이야 그러나 그런 것은 나에게 걸림돌이 되지를 않았어 사랑엔 국경도 없다는데 수녀원의 담이 나에겐 높게 보이지를 않았거든』 아가씨가 점점 관심을 가진다 다음 이야기가 무척이나 궁굼한 모양이다 『그 무렵엔 사랑 이란게 말이야 타오르는 불과 같았나 봐 눈에 보이는게 없었거든 아무런 두려움도 없었다는 거야 밤이면 밤마다 수녀원의 담을 넘었거든 그러면 그녀가 사감 수녀님한테 들킬까 요리 조리 신호하며 창문을 열어 주곤 했었어 요즈음은 어떤지 몰라도 그 당시엔 수녀님들의 방은 혼자서 쓰게끔 기도하는 책상 하나와 침대만 달랑 있었거든 우린 말이야 서로 말이 필요 없었어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거웠거든 달콤한 시간들이 아마도 2년은 넘게 지속 되었을거야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엘 가야 할 급한 상황이 되었어 배탈이 나서 배를 움켜 안고 그녀의 안내를 받아 화장실을 갔거든 수녀원은 말이야 잘못 들어가면 어디가 어딘지 몰라 미로로 되어 있어서 길을 찾기가 참 힘들거든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깜짝 놀랐어 아무리 살펴보아도 볼일 볼 대가 없는 거야 문밖에 보초서는 그녀에게 숨죽인 목소리로 물었어 이 봐요. 볼일 보는 곳이 어디요 하고 말이다 그랬더니 그녀가 쿡쿡 웃으며 사기로 된 세면대 비슷한 것이란다 그게 양변기라는 거였어』 아가씨가 킥하며 입을 가리며 웃는다 잘못했다간 거기에 세수하였겠다면서 깔깔 웃는다 이제 마음이 좀 열리는가 보다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되었냐며 이야기를 빨리 해 달란다 『양변기에 어떻게 볼일을 보아야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가는 거야 그놈의 큰 그릇 속에 물은 왜 담아 놓았는지 아 - 참 난감하더구먼 허는 수 없이 재래식 변소에서처럼 엉덩이를 놓아야 할 자리에 발을 올려놓고 잘못하다간 세수대야 속의 물이 튕길 수 있다 싶어 한 번 볼 일 보곤 엉덩이를 요리 돌리고 또 한 번보곤 엉덩이를 조리 돌리고 했거든』 아가씨가 깔깔대며 배를 움켜잡고 대굴대굴 팔짝팔짝 뛴다 『한 참 볼일을 보는데 화장실 밖에서 두런두런 밖에서 보초 서던 그녀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 누군가 화장실을 들어 갈려 하고 그녀는 못 들어가게 문을 막고 있는 것 같았어 한 참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화장실 문이 덜컹 열려 버렸거든 <오--우> <오--우> 코가 큰 외국 수녀님이셨어 외국 수녀님은 입을 가리고 파아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오-우>를 연거푸 토해 내더란 말이여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는지 입을 가린 채 양변기에 이상하게 웅크리고 앉아 있는 동물에게서 눈을 떼지를 못 하는 거야 내 평생 그렇게 어이없고 난감하고 창피하고 뭐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해 일어서서 바지를 올리지도 못하겠고 말이야 어쩌누 . 웅크리고 앉은 채 최대한 머리를 양변기 속으로 밀어 넣고 기다릴 수밖에 . . . . . 수녀원이 발칵 뒤집혔지 금남의 집에 이 야밤에 혈기 철철 넘치는 숫놈 한 마리 들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쪽(얼굴) 다 팔렸지 모르는 수녀님이 없었으니까 . . . . 그래도 수녀님들은 사랑이 많은 사람들이었어 <용서하는 사랑>말이야 경찰에 연락도 안하고 길을 잘못 든 사람으로 여기는 양 좋은 말씀 많이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짐하고는 나는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어』 아가씨가 한 숨을 내 쉰다 천만 다행이라고 말이다 이젠 말이 조끔 통하나 싶어서 한소리 해 본다 『그런데 말이여 아가씨의 사랑이란 어떤 것이야 <받으려고만 하는 사랑> <용서하지 않는 사랑> <증오로 가득 찬 미친 사랑> 아니냔 말이여 가수 조용필 이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물으면 남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진정으로 베풀 줄 아는 사랑 이런 것을 두고 사랑을 아름답다 하는 거여. 알았어?』 잔소리가 듣기 싫은지 다음 스토리가 어떻게 되었는지 빨리 해 달란다 『그 날 이후부터 그녀는 성당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어 수녀님들한테 물으니 모른다고만 일관하고 . . . . 미치고 환장 하겠다구먼 이런 사랑 안 해 본 사람은 이 아픈 마음을 모를거야. 아가씨처럼 말이야 아가씨의 그 아픈 마음을 누가 알겠어 난 그 때 말이야 내 정신이 아니었거든 이성을 잃었지. 완전히 뺑 돌기 시작한 거야 어느 날 아침 미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수녀님들을 따라 수녀원을 들어 갈려고 시도해 보았는데 수녀원의 문은 곧 굳게 닫혀 버리더라구 난 생떼를 쓰기 시작했어 현관문 앞에 들어 누어 버렸거든 이러기를 며칠이 계속 되자 안젤라 수녀님이라고 평소에 나에게 잘 대해 주는 수녀님이 계셨어 너무나 안되었는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니까 꿈을 꾸었다고 생각하고 모든 걸 잊으라고 말이야 난 사정을 했어 한 번만이라도 좋으니 딱 한 번만 만나게 해 달라고 말이지 그러나 수녀원이란 곳이 <맺고 끊는 사랑>도 있었어 한 번 안되면 안 되는 거여 그때 나 역시 아가씨처럼 증오의 불길이 일기 시작하는 거여 휘발유통 들고 수녀원을 확 불지르고 싶드라구 미친놈의 발광이었지 그게 모두 지나고 나면 철없던 시절이야기 아닌감 수녀님이 그러셨어 예수님의 머리에 둘러 친 가시에 대해서 말이야 그 가시를 어떤 방향으로 쓰담느냐에 따라서 내 손에 피가 나느냐 안 나느냐 하거든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는 말씀이야 사랑도 그래 내가 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훌륭한 수녀님이 되도록 기도했어야 하는 거여 <주는 사랑>으로 말이야 그 때의 나나 지금의 아가씨나 똑같이 <욕심 사랑>을 했던 거지 그러니까 가슴이 그토록 아팠잖아 가시가 나를 찌르고 또 찔렀으니 말이야』 아가씨의 걸음이 멈춰진다 그런가 싶더니 덜석 주저앉아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는 흐느낀다 한 참이나 흐느끼던 아가씨가 그녀와는 어떻게 되었냐고 묻는다 『그 이후론 지금까지 한번도 못 보았고 먼 훗날 들린 이야기론 외국의 어느 수녀원으로 갔다는 소문을 들었어 아마도 훌륭한 수녀님이 되셔서 <베푸는 사랑>을 하고 있겠지』 걷다가 걷다가 보니 어느새 버스 정류장에 다다랐다 경남 사천에 있는 어느 사찰로 향하기 위해 버스에 오른다 또 택시를 타고 꼬불꼬불 산길을 한참이나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 선방이 있는 사찰이라 그런지 여느 사찰보다 좀 엄숙하고 조용한 것 같았다 이 사찰은 젊은 아가씨들이 방문하는 것을 못마땅해 한다는 것을 익히 아는 나는 친분 있는 주지스님이라 사정을 말씀을 드리고 삼일간 묵고 갈 수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아가씨는 조금은 마음의 변화가 있는지 자진해서 법당엘 들어가 절을 한다 둘째 날 법당 안에서 간간히 울음소리 들려 온다 이제 자기를 돌아보는 모양이다 저녁 공양 때 어느 장난기 있는 선방 스님이 아가씨에게 시비를 건다 『무슨 연유로 그렇게 서글피 우는지 몰라도 아픈 걸 내 손바닥에 올려놓으슈 내 말끔히 씻어 줄 탱께』 주지스님 얼굴이 아주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나도 한마디 거든다 『스님은 평생 총각 아니여 우째 총각이 처자에게 자꾸 말을 건네려는 거요 그러다 우짜 되면 어쩌려고 하는 기여 남녀 칠세 부동석인께 아무 말 말고 사라지슈』 선방 스님 하하 웃으며 방문을 나선다 우린 다시 길을 나섰다 오늘이 죽기를 일주일 미룬 약속된 날이다 아가씨의 얼굴에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일주일 전 출발 할 때엔 완전히 처녀 귀신이었는데 이젠 마음이 많이 안정되었나 보다 충절의 고장 진주를 방문하게 되었다 남강이 흐르고 논개라는 기생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왜장의 몸을 끌어안고 몸을 날렸다는 촉석루에 도착하였다 사당에는 논개의 영정이 모셔져 있었다 아가씨의 얼굴 모양새가 꼭 논개와 닮았다 본인도 논개라는 여인이 자기와 너무나 많이 닮았다 한다 촉석루에 도착하여 남강을 한번 둘러보고 논개가 뛰어내렸다는 절벽 위 의암 바위에 올라서 밑을 내려다본다 남강의 시퍼런 물이 발아래 굽이쳐 흐른다 절벽 끝에 아가씨를 세웠다 합장을 하라 이른다 『오늘이 일주일 전 우리가 약속한 날이다 나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그 남자를 죽이지도 패가 망신 시키지도 못했다 이젠 죽을 때가 되었으니 한 발짝만 앞으로 나가거라 그러면 일주일 전 네가 원하던 대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아가씨의 얼굴에서는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물이 합장을 한 양 손위에 뚝뚝 떨어진다 급기야 울음이 통곡으로 변한다 엉엉 . . . 주위에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이 못된 년 같으니라구 사랑 ! 니 년이 무슨 놈의 사랑 타령이여 네가 지금 서있는 그 자리가 어떤 자리냐? 몸은 비록 사람들이 천한 신분으로 여기는 기생의 업으로 태어났지만 마음 하나 만큼은 깨끗하여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 나라를 사랑하였기에 왜장의 몸을 끌어안고 지금 이 자리에 몸을 던진 분이 아니시던가 이런 것을 두고 더럽다고 생각하는 오물 속에 아름다운 연꽃이 피어났다고 하고 이런 사랑을 두고 사랑은 아름답다고 하는 게여』 아가씨의 울음이 끊이지 않는다 어깨를 들먹이는 아가씨 곧 뛰어 내릴 태세다 『이년아 ! 왜 뛰어 내리질 못하는 게여 죽으려고 환장할 때는 언제구 뭐가 두려워 ! 이젠 죽어 ! 죽어 봐 ! 죽어 봐야 알지.』 사람들이 웅성웅성 모여든다 엄마 손을 잡고 나들이를 왔는지 삐삐 머리를 한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예쁜 아이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 엄마 ! 저 언니 왜 그래 ? 왜 저렇게 울어 응 . 엄마』 난 그 자리를 떠나 주변을 구경하고 난 뒤 한참이나 지난 뒤에 그 자리에 다시 왔다 아가씨는 벤취에 앉아 손을 만지작거리며 눈은 땅을 응시한 채 아직도 울먹이고 있었다 아가씨의 어깨에 살포시 손을 얹으며 열차가 아가씨를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일어나 집으로 가자고 한다 몸을 못 가누며 힘들게 일어나는 아가씨 이젠 담담한 것 같다 <애욕으로 가득한 사랑> <증오를 일으키는 사랑> <받으려고만 하는 사랑> 가시 같은 사랑들을 남강 푸른 물에 훌훌 던져 버린 듯 하다 진주 역을 향하는 길이었다 우린 역전에서 정말 우연이 우연이라기엔 너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십 오륙 전에 헤어져 이제껏 소식 모르던 어느 보살을 만나게 되었다 그 보살도 과거시절 이 아가씨처럼 아픈 기억들을 가지고 있었다 결혼하자 석 달도 못되어 남편 되는 사람에게 여자가 생겨 이혼을 하게되었었다 지금은 어느 의사의 부인이 되어 살고 있다며 오늘 자기네 집에서 꼭 하룻밤만이라도 묵고 가라며 조른다 그 날 밤 그 보살은 자기가 겪었던 지난 일들을 아가씨에게 밤이 새는지 모르게 전해주며 새롭게 태어나라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참으로 고마운 보살이었다 날이 새자 진주 보살이 서울행 비행티켓을 주며 바쁘실 텐데 비행기로 올라가시라 한다 우린 하늘에 몸을 실었다 깃털같이 부드러운 구름들이 창 밖으로 펼쳐진다 아가씨는 지쳐 있는지 살포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이내 새근새근 잠이 든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EMBED src= mms://211.176.63.195/media02/129/129665.asf width=68 height=24 loop="-1" volume="0" autostart="true" allowNetworking='internal' allowScriptAccess='sameDomain'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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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한 묵상실 사랑이라꼬?

오두마니 추천 0 조회 136 05.03.27 05:0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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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풍경
05.03.27 13:08

첫댓글 큰일을 하셨군요. 미움도 증오도 원망도 사랑의 과정일 뿐입니다. 지나고 나면 허무한 것을요. 좋은 글 글감하고 갑니다
규연
05.03.28 04:40

過去 - 不可得이며 現在心 - 不可得이며 未來心 - 不可得이니라 羅無大比觀世音成佛하십시요
오두마니
작성자 05.03.30 01:11

過去心 ,現在心 ,未來心不可得이니라 .. 나무관세음보살 마하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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