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잠에서 깨어나니 9시가 넘어버렸다. 간밤 직장 동료와의 회식이 있어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어선 것이다. 좀더 눕고 싶지만 연신내역에서 황렬이와 약속한 시간에 당도 하려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억지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배낭을 꾸리고... 마누라더러 간식과 점심거리를 챙겨달라니 평소 같으면 준비했을 텐데... 오늘은 준비가 안됐는 모양이다. 마트에 들러 사가지고 가란다. 안색을 보니 기분이 별로다. 하기사 밤늦게 들어와 술냄새 풍기고 골아 떨어졌다가 눈뜨자 마자 산에 간다고 먹거리 챙겨 달라니 기분 좋을리 가없다. .... 미안한 생각에 별로 할 말을 잊는다.
얼마전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늦동이 일기장을 보니 친구 아빠들은 토일요일에 놀이공원에도 가고, 극장도 가고 하면서 많이 놀아주는데 우리 아빠는 집에만 들어오시면 잠만 주무시고 토요일이면 산에만 가신다면서... 나는 불쌍하다고 써놓았다. 학교 선생님이 일기장에 별세개짜리 검인을 찍어 주면서 빵점짜리 아빠라 했을 것을 생각하니...앞으로 한달에 한번씩은 늦동이와 함께 시간을 갖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보면서도 50넘은 나이에 젊은 아빠처럼 놀이공원에 놀러 다닌다는 것이 쉬운것만 아니다.ㅎㅎㅎ
배낭을 둘러매고 아파트를 나선다. 아파트 단지내 정원에는 산수유와 목련이 기가긴 겨울 동안 모진 찬바람을 이겨내고 움츠리고 있다가 노오란 꽃망울을 터뜨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몇일 후에는 노오란꽃, 하아얀꽃 들로 생동감 넘치는 아름다운 봄소식을 알려줄 것이다. 산수유 나뭇잎은 마주보고 나오며 긴 달걀 모양처럼 끝이 뾰쪽하다. 3~4월경에 노란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열매는 길고 둥근 모양으로 10월경에 붉게 익는다.
근처 편의점서 간단한 간식과 먹거리를 챙겨 1호선 전철에 오른다. 전철 안은 등산복 차림을 한 산꾼들이 한두명씩 눈에 띄인다. 종로 5가에서 황렬 총무로부터 전화가 온다. 3호선을 타고 연신내로 향하는 중이라고.... 연신내역에 당도해 화장실에 큰 것좀 배출시키고 나오다 종필이를 만났다. “우스개소리 잘하고 입담좋은 종필이가” ~아야~~!! 그 넒은디 다나두고 화장실서 만난다잉 으ㅎㅎㅎ
전철 로비에 옥순이가 앞서 도착해 있었고, 반가이 악수하고 출구 밖으로 나오니 영식,명묵,황렬이 기다리고 있고 연이어 재범, 경화가 도착하여 즐거운 산행대원은 모두 8명이 모였다.종필이가” 그라고 본께 진주 조개팀만 다모여부렀어야 ㅋㅋㅎㅎ “경화” 오매 그런다잉 뭔일이다냐ㅎㅎㅎ 황령이 “ 지리산 토벌대 패잔병들만 다 나왔다야 느그들 약속했냐” 종필이 “아니어야~~ 영식이 ~~“ 나는 인솔자였지 패잔병은 아니다잉”~~
2. 북한산 비봉에서 바라본 아름다운 암릉들
영식이가 평소 다니던 등산로가 있는데 개구멍으로 진입하면 공짜로 산행을 할 수 있다고... 선두에서 안내하는데 황렬이가 약국으로 들어오라고 몰고 들어간다. 각자 원비디 한병씩으로 원기를 보충하고...우와 힘난다야~~ㅎㅎ
북한산 초입에서 명묵이가 무릎안대를 착용하려고 바지를 걷어 올리는데 내의를 입고 왔다. 세상에나 뭔일이다냐 내의를 다입고ㅎㅎㅎ 8명의 대원들은 영식이를 따라 약간의 오름길을 향하는데 빨간 모자를 쓴 산지기가 망을 보는 모습이 목격된 것이다.
영식이가 다시 내려가자고 한다.ㅎㅎㅎ 재범이가 이리와야~~ 그러지 말고 돈내고 가자 걸리면 무슨 챙피냐고~~~ㅎㅎㅎ 영식이 고집이 있지 발걸음을 돌려 다시 하산을 하고... 나지막한 잔등을 넘어가니 제법 큼직한 암자가 하나 있는데 암자를 지나 산지기에게 들통날까봐 숨을 고르고 조심조심 한발짝씩 발을 내딛어 올라간다.
영식이 덕분에 우리는 난생 처음으로 서울의 진산인 국립공원 북한산을 입장료도 안내고 개구멍을 무사히 통과하는데 성공, 드디어 본격적인 등반길에 오른다. 오름길은 계곡이 아니고 능선길이라서 주변 경관이 아주 좋다. 평평한 길도 있지만 대부분 암벽 등반이다.
오랜만에 찾는 북한산은 집에서 출발할 때는 날씨가 흐려 우의를 준비하였으나 어느새 봄을 시샘하듯 불어오는 찬바람을 맞으며 가파른 암벽을 오르니 이마에는 땀이 젖고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지에 얼어붙은 등산로는 여전히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하고, 햇볕을 제대로 맞이하는 등산로는 이른 봄의 상징처럼 질퍽거리고 미끄럽다.
앞에서 옥순이가 배낭을 짊어지고 지팡이를 의지해 힘겹게 올라가는데 재범이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배낭을 달라고 한다. 재범이는 배낭을 안가지고 맨몸으로 왔었다. 옥순이가 괜찬다고 사양을 한다. 재범 “그러지말고 이리 주라~~~ 재범이가 옥순이 배낭을 매고 올라간다. 의리는 있어가꼬ㅎㅎㅎ 이럴줄 알고 맨몸으로 왔다나 ~~·ㅋㅋㅋ
모두들 겨울의 긴터널을 벗어나며 곧 피어날 산수유와 개나리를 기다리는 마음과 상쾌한 기분으로 북한산을 오른다. 기분도 상쾌하고 맑은 공기에 등산하기에는 최상의 조건이다.
양지쪽 나무들은 뾰족뾰족한 새싹도 보이고 2주후엔 푸른색으로 갈아 입고 꽃잔치가 벌어질 것 같다.
새소리 바람소리 흙냄새 나무 향에 취할 수 있고 나를 구속하는 세상것들로 부터 잠시나마 격리되니 얼마나 좋은가
봄바람 살랑대니 잔설의 흔적을 그 어데서도 찾아볼 수 없는데 아직도 계곡 음지에는 얼마 남지 않은 얼음이 보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난히 산을 좋아한다. 주말이면 너나없이 산을 찾아 대자연의 정기
를 마시며 일상에서 지친 심신을 달랜다. 산은 대한민국 국민들 을 위한 최고의 여가공간인 것이다.
처음엔 굉장히 가파른 암벽 등반의 연속이다. 경사길을 따라 왼쪽으로는 북한산의 아름다운 암봉들이 한눈에 들어오고 있고, 오른쪽으로는 은평구, 구파발 일대의 도심 건물들이 뿌연 연기속에 눈에 아른거린다.
족두리봉 보이기 시작하고 향로봉, 비봉의 모습도 가늠된다. 처음부터 가파른 길의 연속이라 친구들의 헉헉 거리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윽고 전망이 확트이는 커다란 암벽의 넒다란 바위지대가 나온다. 이곳에서 등산객들이 간단히 목을 축이던가 간식거리로 배를 달래는 곳인 모양이다. 군데군데 산꾼들이 간단한 음식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배도 고프고 허기져서 간단히 요기를 하자고 하여 돗자리를 깔고 각자 배낭에서 김밥,과일,떡 등등 먹거리가 푸짐하다. 영식이 가져온 족발을 안주삼아 술 두병을 순식간에 비우고 나니 얼굴빛에 술기운이 감돌고 ~~ 아 기분좋다.~~ 바로 옆에 아주머니 두분이 대낮부터 막걸리에 소주를 마시고 있다. 남편들 돈벌로 보내고 이게 뭔 일이당가잉 ㅎㅎㅎ 남자들 참 불쌍도 해라ㅎㅎㅎ 뒷 배경이 너무좋아 아줌마에게 단체 사진을 부탁해 찍고 다시 떠날 준비를 한다.
종필이가 아줌마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고 막걸리 마시는 아줌마가 걱정스러웠던지 “여긴 화장실도 없다고 한 모양이다.” 아저씨는 맛있게 먹고 있는데 왠 화장실 얘기냐고 신경질을 낸다. 종필이가 얼릉 미안하다고 정중히 인사한다.
연이어 계속되는 더욱 심한 경사길이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온다. 자켓을 다시 걸친다. 한참을 오르락 내리락하고 향로봉길이 나온다. 이곳서 우회하여 얼마간 걸어올라간다. 이 고비만 넘기면 비봉 능선은 완만해진다. 역시 우리의 기대대로 완만함을 되찾고 있었다.
향로봉에서 문수봉까지의 능선. 진흥왕 순수비가 있는 비봉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비봉에서는 북한산 전체와 서울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봉 능선에 오르니 왕래하는 등산객들이 북적거린다. 북한산의 병풍같은 전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산이 높고 깎아지른 듯 험준한 모양새로 서울을 굽어본다. 또한 지척의 전경들이 모두 발아래 내려다 보여 그 경관은 실로 아름답기가 장관을 이룬다. 햇빛이 나던 날씨는 흐려진다. 사방이 트이는 능선지대엔 시원한 바람이 불어댄다. 비봉 정상은 천혜의 전망대였다. 서울 시내와 고양시 일산일대,그리고 한강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인다
북한산은 서울의 진산이다. 조선을 세운 태조 이성계도 북한산을 주산으로 삼아 한양을 도읍으로 정했다는 얘기가 있을 만큼 빼어난 경관미를 자랑하다고 한다.
주봉인 백운봉을 중심으로 북쪽에 인수봉, 남쪽에 만경봉 3봉이 삼각형으로 놓여 있다해서 삼각산이라고도 한다. 만경봉은 무학대사가 조선의 도읍지를 정할 때 올랐다하여 국망봉이라고도 한다.
비봉에는 신라 진흥왕순수비가 세워져 있다. 인수봉은 암벽등반의 최적지이며, 그밖에 노적봉·보현봉·문수봉·원효봉 등이 있다. 북서쪽의 원효봉과 나한봉에 이어지는 능선에는 북한산성이 있으며, 대동문·대서문·대남문·대성문·보국문 등이 남아 있다
영식이가 점심을 먹기 위하여 바람막이가 되는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있다. 우리 일행들은 등산객들의 눈에도 별로 안띄이고 조용하고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아 배낭에 있는 먹거리를 전부 다 꺼내고 발랜타인 21년산을 종필이가, 황금술은 황렬이가 준비하고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가고 으아 좋다. 술에 취해서 좋고ㅎㅎㅎ 돌아가면서 배꼽춤을 추고ㅎㅎㅎ
3.구기동 들머리로 하산하는 길에
내려서서 하산주라도 한잔 걸치고저 한다면 구기동 방면이 좋다.
구기 매표소 방향으로 잡아 능선을 직진하면 약 1시간여후 구기분소의 바로위 구기동 계곡으로 내려서게 된다.
하산길에 서울 북한산 대남문 옆에는 서울 시내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사찰이 한 곳 있다. 바로 문수사다. 문수사는 주변 경관이 좋고 수려한 산세와 영험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곳이다. 문수사는 탄연 스님에 의해 창건된 사찰이다고한다. 탄연 스님은 고려 시절 신품사현중 한 명으로 잘 알려진 서예가다.
구기동 기점으로 하산해 뒷풀이를 하려고 적당한 장소를 찾아 나선다. 보신탕을 먹기로 했으나 안주가 단순하여 못먹는 사람도 있고 해서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천엽,소간,수육,두부김치,소주 처음처럼을 시켜놓고 건배하고...주거니 받거니 취흥은 감돌아 분위기 무르익어가고 시간이 아깝다.
즐겁게 마시고 영식이와 옥순이는 집으로 향하고...황렬이가 술이 취해서 노래방 가서 술좀 깨고 가잔다.... 명묵이는 집이 멀어 보내고 종필,재범,황렬,경화,순경 5명이서 맥주시켜놓고 노래방서 1시간 흔들어대고...왠 놈에 노래방기기는 고장이 났는지 100점만 나오고 벌금 만냥씩 내다보니 노래방비를 계산하고도 술값이 남아 경화가 소주한잔 산대나 소주집에가서 종필이가 술이 땡긴다고 마냥 마셔대다가 12시가 다었네여ㅎㅎㅎㅎ
집에 들어가니 마누라 한다는 말이 당신은 건강삶아 산에 다니면서 술만 마시고 오니 건강은커녕 몸배리것다고ㅎㅎㅎㅎ 담부터는 딱 소주 3잔씩만 하고 헤어집시다요ㅎㅎㅎ
산행소감
이번 산행은 산행 시간도 짧고 거리도 짧아 부담없이 아주 여유로운 산행길이었네요. 오랜만의 수도권 산행에서 친구들과의 즐거만남 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산행을 힘들게 생각해서 일부 회원이 참석하지 않은 점은 못내 아쉽습니다. 친구들아 다음 4월 15일(토) 토요일 북한산 종주(북한산 - 도봉산까지)산행에는 많이 참가해주세요. 뒷풀이는 술한잔만 하고 헤어질껍니다.ㅎㅎㅎ
첫댓글 오랜만에 님들과 함께한 번개산행 머리에쏙,마음에쏙,가슴에 쏙,봄의날씨만큼이나 산행후기글이 더욱 정감 느끼고 좋은 산행 벗으로 만나 리더자의 모습으로 건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
총경님(순경)의 글솜씨 대~단하십니다.....
총경님 지가 쬐끔 취해서 분위기가 그런 것이랑껭....ㅎㅎㅎㅎㅎ.... 참 기분 좋았습니다 ........ (종로3가역 사건) <<그것이 알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