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수 신부, 탈시설 반대하며 혐오발언했다
발달장애인과 동물을 지능 순서대로 줄 세웠다
지능이 낮은 발달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다고 했다
발달장애인들은 이기수 신부에게 사과하라고 했다
탈시설 반대하는 부모들에게 편지도 썼다
천주교에서 가장 높은 정순택 대주교에게 면담 요구도 했다
한 활동가가 든 피켓에 천주교 삼행시가 적혀 있다. ‘천’주교 신부가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다니! ‘주’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 모르나? ‘교’회는 사람을 시설에 가두지 마라. 사진 하민지
천주교의 이기수 신부가 발달장애인의 지능을 동물의 지능과 비교해 발달장애인들이 큰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들은 12월 10일 오후 12시 50분, 명동성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기수 신부에게 “우리 발달장애인에게 사과해 주세요”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자회견이 열린 12월 10일은 세계 인권의 날이기도 했습니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장애인거주시설에 보낸 어머니들도 기자회견을 지켜봤습니다. 어머니들은 기자회견이 시작되기 전에 명동성당 앞에 일찍 와서 탈시설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박경인 활동가는 이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습니다. 어머니 중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 부모회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현아 씨에게 편지를 직접 전달했습니다.
이기수 신부가 만든 비인간동물과 발달장애인 지능 비교 표. 유튜브 채널 ‘알TV’ 캡처
- 이기수 신부가 한 발언의 문제점
이기수 신부는 ‘둘다섯해누리’라고 하는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입니다. 예전부터 탈시설에 반대해 왔습니다. 10월 26일에도 탈시설에 반대하는 토론회에 가서 중증 발달장애인은 자립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탈시설에 반대하는 것도 문제인데 심각한 문제가 또 있었습니다. 발달장애인과 동물의 지능을 비교하는 발언을 한 것입니다. 1급 지적장애인은 앵무새와 같은 지능이라서 자립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3급 지적장애인은 코끼리와 같은 지능이라서 자립도 할 수 있고 취업도 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이것은 혐오발언입니다. 첫째, 발달장애인과 동물은 종류가 다른 생명이므로 서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앵무새는 앵무새대로 잘 살고, 코끼리도 코끼리의 삶을 살아갑니다. 발달장애인에게도 발달장애인의 삶이 있고 비장애인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생명은 가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둘째, 지능을 기준으로 자립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지능’이라는 것은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누구나 자립할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능과 상관없이 발달장애인에게 자립할 권리를 보장해야 합니다. 까마귀도 넓은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면서 자립해서 잘 살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도 탈시설하고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권리가 있습니다.
남태준 피플퍼스트 성북센터 활동가가 발언 중이다. 사진 하민지
- 발달장애인들, 이기수 신부에게 “사과하라”고 요구
활동가들은 이기수 신부에게 사과를 요구했습니다. 피플퍼스트 성북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는 남태준 활동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분이 몹시 나쁩니다. 동물은 동물답게,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발달장애인도 똑같은 사람입니다. 발달장애인도 사람이기 때문에 자립이 필요합니다. 이기수 신부는 발달장애인 앞에 나와 즉각 사과하라! 이기수 신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지켜라!”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의 박김영희 대표도 이기수 신부에게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하느님은 모든 생명을 존엄하게 창조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어떤 존재든 지능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장애가 있든지 탈시설해서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태어나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자유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이기수 신부님은 본인이 원하는 삶을 선택하셨죠? 하지만 시설에 있는 장애인에게는 그런 선택권이 없습니다.
신부님, 지능을 기준으로 중증 발달장애인이 탈시설할 수 없다고 하신 것에 대해 분명히 사과하십시오. 그리고 모든 생명이 존엄하다는 것을 성당 안에서 분명히 밝히십시오.”
김수정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하민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김수정 부회장은 발달장애인 자녀와 살고 있습니다. 김수정 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발달장애인의 엄마입니다. 우리 아들은 곧 있으면 30살입니다. 아들의 기저귀를 갈고, 아들이 아플 때 치료하는 모든 것이 소중한 삶을 이어가는 경이로운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이 어떻게 그렇게 함부로 말씀하실 수 있는지 기가 막힙니다. 지능이 낮으니 시설에 살아야 한다는 말은 경악스러웠습니다. 천주교에서 이기수 신부님에게 마땅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이 발언 중이다. 최 사무국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위반! 천주교 이기수 신부, 발달장애인 동물비유 비하 발언 규탄한다”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 하민지
한편 이기수 신부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잘못 해석하며 탈시설을 반대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장애포럼(KDF)의 최
한별 사무국장이 잘못된 부분을 알려줬습니다.
“그동안 세상은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같은 권리를 누릴 자격이 없다고 말해 왔습니다. 장애인은 이런 역사에 저항했습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저항하는 장애인의 목소리로 만들어진 문서입니다. 이기수 신부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을 가지고 장애인은 시설에서 갇혀 살아야 하는 존재라고 말한 건 정말 모욕적입니다. 한국장애포럼은 규탄 성명서를 냈습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를 포함한 전 세계의 동료가 지지를 보내고 연대하겠다고 했습니다.”
박경인 피플퍼스트 서울센터 활동가가 기자회견 사회를 보고 있다. 사진 하민지
- 박경인 활동가, 탈시설 반대하는 부모님들께 편지 전달
마지막으로 피플퍼스트 서울센터에서 동료지원가로 활동하는 박경인 활동가는 편지를 발표했습니다. “발달장애인인 우리를 시설에 보내려는 부모님들께” 보내는 편지입니다.
“자립하고 마음이 너무 힘들었을 때 마트에 놀러 갔다가 토끼를 한 마리 샀어요. 토끼가 작은 철창 안에 갇혀 있었어요. 시설 안에 있는 제 모습 같아서 구해주고 싶었어요. 그런데 조금 궁금해요. 그 토끼를 작은 철창에 가두고 진열대 위에 올려놓은 사람들도 지금 토끼에게 미안해하고 있을까요?
어릴 때 TV에서 ‘동물의 왕국’이라는 방송을 많이 봤어요. 동물은 자연에서 자유롭게 살아가요. 그런데 사람들은 동물을 잡아서 가두잖아요. 저는 탈시설 운동을 하면서 더는 동물원에 가지 않아요. 동물의 마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갇혀 있는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어요.
이기수 신부의 발언을 들은 부모님들 마음이 걱정됐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부모님들 마음은 괜찮으신가요? 저는 정말로 묻고 싶어요. 지능이 낮은 장애인은 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주장할 때 마음은 어떠세요? ‘그럴 수밖에 없어.’, ‘현실이 그래.’ 이런 말이 정말로 부모님들에게 위로가 되나요?
세상에는 힘들어서 자식의 목숨을 빼앗는 부모들도 있어요. 부모회 여러분은 자기 자식을 지키셨잖아요. 소중한 아이를 키우기 버거워졌을 때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을 것 같아요. 그때 부모님들 곁에는 부모님들의 진짜 속마음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던 건 아닌가요?
부모님들이 우리를 시설에 보내는 대신 사과를 요청하면 좋겠어요. 부모님들에게만 버거운 짐을 지운, 시설이 아니면 선택할 곳이 없게 만든 이 세상에 저랑 같이 사과를 받아내면 좋겠어요. 저희도 제 또래의 사람들처럼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서 살고 싶어요. 그걸 위해 함께 싸워요. 2023년 12월, 박경인 드림.”
명동성당 앞 기자회견 현장. 현수막에 “발달장애인 지능?! 동물 비유하고 자립가능 순서 나열하기?! 천주교 이기수 신부, 발달장애인 동물비유 비하발언 규탄! 기자회견”이라 적혀 있다. 사진 하민지
기자회견이 끝나고 발달장애인들은 면담요구서를 제출했습니다. 면담은 천주교에서 가장 높은 사람, 정순택 대주교와 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면담요구서는 전두병 신부가 받아 갔습니다. 전두병 신부가 정순택 대주교에게 전해준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