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권고 인천엔 정착안돼
남구만 시행 시설 33% 참여
잘 손질된 식자재 매일 배달
단가는 비슷… 밥상은 풍성
영수증 처리 등도 편리해져
최근 인천에서 어린이집 아이들의 급식비를 빼돌린 원장들이 경찰에 입건된 사건이 있었다. 어린이집을 믿고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었다.
한창 잘 먹고 자라야 할 우리 아이에게 부실한 급식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른바 '급식재료 공동구매'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어린이집의 투명한 회계와 아이들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정부가 권고하고 있는 제도다. 하지만 유독 인천에선 정착되지 않고 있다. 그 속사정을 3차례에 걸쳐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18일 오전 8시 인천시 남구의 한 어린이집. 출근과 동시에 냉장고를 열어본 곽은경(53) 원장은 차곡차곡 정리된 아이들 급식 재료를 확인하곤 미소를 지었다. 삼치살은 아이들이 먹기 편하도록 가시를 발라 깨끗하게 포장돼 있고, 국에 사용할 무는 아이들이 먹기 좋게끔 가로·세로 2㎝, 두께 5㎜의 크기로 잘 손질돼 있다.
제주도산 취나물도 깔끔하게 데쳐진 채로 왔다. 이 재료들은 모두 남구가 선정한 공동구매 업체를 통해 주문한 것이다. 이 업체는 매일 새벽 어린이집 조리실 냉장고에 직접 정리까지 해두는 것으로 배달을 마친다.
어린이집 운영 30년 경력의 곽 원장이 공동구매 업체를 이용한 것은 2011년 9월. 베테랑인 그가 기존의 개별구매 방식을 버리고 공동구매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식재료를 직접 구매하고 손질하는 데만 하루 족히 3~4시간은 걸려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쏟아도 모자랄 시간에 꼼짝없이 급식 관리에만 매달렸던 것이죠. 영수증 처리 등 회계 서류 준비도 무척 간편해졌어요."(웃음)
▲ 18일 인천시 남구 한 어린이집 원생들이 공동구매한 급식 재료로 조리한 급식을 먹고 있다. /임순석기자 |
곽 원장은 "보육교사·조리원·영양사 등 직원들도 모두 만족해 한다"며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되고, 또 세간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에서도 떳떳할 수 있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구도심에 위치한 어린이집이지만 대기자가 항상 30~40명에 이를 정도로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6세 원생 윤서 엄마는 "어린이집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이 먹을거리인데, 냉장고와 주방을 직접 확인하고 깔끔한 식단과 좋은 재료를 보고 마음이 놓여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기로 결정했다"면서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200점이라도 주고 싶다"고 흡족해 했다.
남구는 인천에서 유일하게 지난해 초부터 어린이집 급식재료 공동구매를 실시하고 있다. 관내 256개의 어린이집 중에서 33%인 86곳이 참여하고 있다. 21개 국·공립 어린이집 외에도 민간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김태복 남구 보육시설관리팀장은 "그동안 급식재료 개별구매로 인해 각 어린이집별로 급·간식 비용과 질의 차이가 컸고, 현금 결제로 인한 회계 관리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며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안전하고 질 좋은 급식 제공으로 학부모들의 만족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공동구매를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성호·박경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