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폭주 열차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동안 긴장속에 유지되던 중동지역의 정세를 한순간에 변화시키고 이스라엘 주도의 지도를 만들고 말겠다는 이스라엘 네타냐후식 저돌적 행보는 끝을 읽을 수가 없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국가들 사이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우려를 계속 표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폭주열차를 계속 몰고 있는 것입니다.
그동안 중동지역은 이스라엘과 이란이라는 두 쌍두마차가 이끌고 있었습니다. 이슬람국가들 사이에 둘러싸인 유대교의 이스라엘은 이란이 중심이 된 반 이스라엘의 구도를 이번 기회에 파괴하고 이스라엘이 주도하는 중동을 건설하겠다는 야심속에 이번 중동사태를 밀고 나가는 모습입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부터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와 전쟁을 1년동안 벌이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예멘의 후티 반군에 대한 공습을 이어갔고 레바논의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와의 대규모 공급을 주고 받음으로써 중동지역 3개 지역에서 전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3개의 전선 모두 이란의 지원아래 활동을 펼치던 무장 정파들입니다. 다시말해 이란의 비호아래 그동안 이스라엘에게 대한 파생적인 도전을 감행했던 집단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며칠전 레바논 헤즈볼라의 수장인 나스랄라를 살해한 뒤 그 여세를 몰아 예멘의 호데이다 항구와 발전소에 대규모 공습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예멘의 호데이다까지는 1천7백km나 되지만 이스라엘군은 적을 공격하는 데에는 거리는 상관이 없다면서 추가적인 공습이 이어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의 총리 네타냐후가 이렇게 거침없는 공격을 감행하는 것은 이스라엘 내부의 여론이 네타냐후에게 유리하게 변하고 있는데 따른 것입니다. 한때 네타냐후는 사퇴하라는 압력을 국내에서 받아왔습니다. 전국민의 70%가 네타냐후의 독재적인 통치방식에 불만을 품고 사퇴할 것으로 요구한 것입니다. 하지만 레바논의 헤즈볼라 수장을 제거하고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여론의 향배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전황을 둘러싸고 여론이 네타냐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자 네타냐후는 대단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여론조사에서도 네타냐후의 지지율이 상당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이스라엘 네타냐후의 행보에 대해 숙적 이란은 복잡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며칠전 이스라엘을 향해 2백발 정도의 미사일을 공격했지만 이스라엘의 아이언돔이 거의 막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이란은 중동의 맹주로서의 몸짓은 보였지만 전면전을 할 의사는 전혀 없는 듯 합니다. 특히 레바논의 헤즈볼라 수장의 사망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지만 이란 내부에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즉각적인 보복을 하자는 강경파와 네타냐후의 깔아놓은 미끼에 낚기지 말자는 신중파가 서로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란은 지난 7월 말 팔레스타인 하마스 지도자인 이스마일 하니야가 자국의 수도 테헤란에서 처참하게 암살됐을 때도 강력한 보복을 언급했지만 실제로 어떠한 군사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란은 인구적으로나 군사적으로 만만치 않은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사정으로 볼 때 가시돋힌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할 만큼 내부적 결속이 되어 있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말로만 보복 운운하지 실제적으로 이스라엘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것으로 읽혀집니다. 실제로 이란은 이스라엘 공습과 관련해 레바논 파병 가능성에 대해 공식부인한 것이 지금 이란의 상황을 가장 명확하게 설명하는 모습입니다.
이스라엘은 이번 기회가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확고한 위치를 획득할 다시 오지 못할 기회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천재일우의 기회라는 것입니다. 바로 미국의 대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미국의 민주당 해리스 후보측은 전면적인 중동전을 우려해 이스라엘에게 자제를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미국의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미국의 말빨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중동에서 전쟁을 더 격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네타냐후와 심정적 동지인 트럼프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제공할 것이라고 네타냐후는 여기고 있는 듯합니다. 극우성향에다 럭비공같은 성향도 비슷한 두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적극적인 공세는 피하는 모습입니다. 이스라엘이 죽고 살기로 저돌적으로 나오는데 괜히 이란이 호랑이 입에 손을 넣을 경우 득에 비해 실이 더욱 클 것이라는 우려가 이란에게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 점을 능구렁이 네타냐후가 간파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네타냐후의 이스라엘 폭주 열차는 어디서 멈출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세계적인 중동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는 지금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레바논,시리아, 이라크,예멘,이란 등 1대 7의 구도로 싸움을 벌이고 있어 결코 합리적 상황은 아니지만 조만간 전쟁이 멈추기는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로 판단합니다. 미국에서 대선이 끝날 때까지 한동안 양측에서 공격과 보복이 연속해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이스라엘 네타냐후는 지금 이란과 이란 배후세력들의 전쟁 능력을 과소평가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이란의 배후세력들은 아마도 군수물자가 고갈될 것이고 이란이 결코 그 곳에 군수물자를 채워주지 못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네타냐후는 국내에서 극적인 지지율 회복에 몹시 고무되어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 등의 훈수가 귀에 들어올 리 없습니다. 그말은 이스라엘 네타냐후가 그동안 무모하리만큼 추진해온 초극우파적인 행보에 더욱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자국에 그다지 별다른 희생이 없이 이란의 콧잔등을 누름으로써 중동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질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같으면 이때쯤이면 어디선가 나타났던 중국과 러시아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중국은 자국의 내부사정때문에 그리고 러시아는 러우전쟁때문에 타국의 일에 선뜻 나설 형편이 되지 않습니다. 이란이 주춤하는 과정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가 나설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튀르키예와 아랍 연맹에서 레바논 지지 표명을 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대단히 합리적이지는 않지만 이스라엘 네타냐후의 폭주열차가 중동지역을 굉음을 내면서 질주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럴경우 네타냐후의 장기 집권은 계속될 것이고 중동지역에서 내놓고 이스라엘에게 대드는 특정 정파나 국가는 당분간 나오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합니다. 힘과 정보력이 강하고 무력으로 밀어버리면 장악이 가능한 세상이 중동에서 리얼하게 펼쳐지는 셈입니다.
2024년 10월 3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