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야~ 니 시간 다됐다. 고마보고 나온나~"
"다 끝나가예. 조금만 더 보고 나가께예~"
"니는 인마~ 시간이 15분이나 더 지났어. 시간표 함 보자~"
"조금만 더 보고예. 정말로 다 끝나가예~ 끝나면 바로 나가께예..."
국민학교 6학년 무렵. 대구의 발 빠른 만화방에서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다.
그 당시 만화는 10원에 6~7권. 내가 잘 보던 만화는 백덩이란 주인공과 홍당무란 조연이 나오던 의지의 한국인 드라마. 만화작가 성함은 모르겠고... 그 주인공의 역경과 극복을 따라가면서 꿈을 키웠다. 또 하나는 케리라는 주인공이 나오는, 얼굴을 아주 길쭉하게 그린 만화로 로마의 검투사 이야기를 주로 다루었다. 그리고 점박이 투견이 나오는 투견 만화와 용가리 시리즈들 등등... 묘한 스릴과 상상을 자극하면서 나를 이야기의 세계로 흠뻑 빠지게 만들었었다.
그 무렵, TV 보급이 대도시를 시작으로 늘어갔는데 발 빠른 상혼이 만화방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당시 한창 인기 있던 철인 28호, 아톰, 요괴인간 같은 만화연속극들이 방영됐고, 나날이 인기가 치솟던 프로레슬링 등등. 아이들의 꿈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프로들이 많이 생겨났고, 이를 이용하고자 재력 있는 만화방들이 테레비를 들여놓기 시작했다.
작은 골방에 테레비를 한 대 들여놓고 아이들을 상대로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물론 불법이었겠지만, 시세는 5원에 30분. 10원 내면 1시간에다 덤으로 10분. 테레비 있는 집을 눈칫밥으로 전전했던 친구들에겐 복음 같은 일이었다.
돈 10원만 있으면 눈치 안 보고 보고 싶은 테레비를 1시간 이상을 볼 권리가 생기니 그 방엔 늘 만화영화할 시간이 되면 옹기종기 고만고만한 꼬마들로 가득 찼다. 더 이상 학교에 가서 잘 사는 아이들의 화제에 뒤쳐지지 않아도 되었고, 김일 선수의 극적인 박치기 장면이나 천규덕 선수의 칼날 같은 당수 장면도 생생히 묘사할 수 있었다.
찾으러 온 엄마한테 불려 나가면서 못내 아쉬워 뒤돌아보며 뒤돌아보며 끌려나가는 아이들.
서로 잘 보이는 자리 잡으려고 하는 아귀다툼.
시간 지났다고 불러내는 만화방 주인아저씨...
좀 더 보려고 뻗대는 아이들...
55년 전의 구슬픈, 흑백 영상으로도 남아있지 않은 도시 변두리 아이들의 그 시절의 자화상.
5원에 30분, 만화연속극 한 편.
첫댓글 55년전에 테레비 보여주는 만화방 없는 두메산골에서
등에 무거운 건전지 업고 있는 라디오에 귀를 들이대던
저의 자화상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실래요 ? ㅎㅎ
아이들 포대기를 묶는 끈처럼
건전지 업은 라디오 끈은 노란
고무줄이었을까요?
그 모양이 그려져서 웃습니다.
그 자화상 이야기 꼭 듣고 싶습니다. ㅎ
혹시 마음자리님은 개띠인가요.
만화 보는 이야기 TV 이야기를 보면,
약간의 시절 차이가 나거던요.^^
여학교 때 친구집 놀러갔더니,
TV가 있었는데, 일본 방송이었어요.
그 얼마 뒤, 부산에도 부산 KBS 방송국에서
학교 대항 퀴즈를 한 것이 추억입니다.
결혼해서 TV를 신접살림으로 넣었습니다.
맘자리님과 저는 띠동갑이네요.^^
맘자리님의 추억은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어떤 시대적 차이를 몰랐는데...
저는 59년 돼지띠입니다.
추수 끝난 가을에 태어나 먹성도
아주 좋답니다. ㅎ
아... 제 만화보던 이야기와 만화방
TV 이야기는 콩꽃누님 시집 가실 때
쯤이었을 겁니다. ㅎ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상당한 초라한 오락시설이지만
그래도 어린 소년들에게는 꿈과 희망의 시간이었고 생활의 스트레스 해소에는 최고의 시간인 셈이었습니다~~
만화방에 딸린 방 한 칸 안에 아이들이
땀내 풍기며 오글오글 모여 앉아
테레비를 보았지요.
방문 앞에는 신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었고요. ㅎ
기억 속에만 있는 풍경입니다.
그당시 만화방 ?
그 만화방은 반바지 차림으로 가서 만화를 보면 정강이가 벌레가 물어서 엉망이 되었다
나중에야 그게 빈대 라는거를 알았는데?
만화방 주인은 그게 빈대 인지 알고 있었을텐데?
빈대 퇴치할 생각은 안하고 시치미 딱떼고 계속 장사를 합디다
만화방 이야기가 나와서 나도 내가 다니던 만화방 이야기를 했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엉덩이만 걸칠 수 있는 긴 나무의자와
정강이가 간지러워 긁으며 만화에
열중하던 기억 납니다. ㅎ
빈대였군요..
그 동네 만화방은 후했네요
저는 10원에 4권 봤던것 같은데..
10원 내면 고무판을 자른듯한 검정
표딱지를 줬어요.
표딱지 하나씩 내고 한권씩 봤지요.
전 순정만화를 주로 봤는데.. 목탁인가?
떼구르르 구르면 아이로 변하는 만화가
생각나요.
시골 어느집 대청마루에 텔레비젼이
놓였는데 저녁에 이웃사람들이 마당에모여 보곤 했지요.
어디가 그렇게 물가가 비쌌어요?
대구에서 사셨으면 조금이라도
절약이 되었을 텐데요.. ㅎ
표딱지 기억납니다. ㅎㅎ
나도 컴컴한 만화가게에서 어둠이 내릴 때 까지 만화를 보았던 기억이 나군요.
아버지에게 들킬카 살금살금 집으로 들어갔던 기억도...
수필방 분들의 글발은 대부분
만화방에서 시작이 되었네요. ㅎㅎ
방 바닥 밑에 또는 부엌 찬장 장판 밑에 숨겨 놓은 어머니의 비상금을 털어서 만화를 보러 다녔습니다.
만화 때문에 어머니한테 종아리도 많이 맞았는데 고등학교 2학년 년 정도 까지 본 것 같습니다.
헐~ 어머님 비상금이 그곳에 있는 줄
알면 비상금이 아니라 내논 돈이잖아요.
전 중학교 들면서 무협지로 갈아 탔습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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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고탁은 이름도 기억나고 캐릭터도
떠오르네요. 고집 센 독고탁! ㅎ
아톰 요괴인간 넘나 재미있었어요.
황금박쥐도 있어요^^
너무나 아득하여 우리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나싶은 이야기들을 화수분처럼
꺼내는 맘자리 님께 늘 감사드려요.
오늘도 힐링하고 갑니다.
맞아요. 황금박쥐~ ㅎ
이런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수필방과 나무랑님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어린시절 가지고 놀게 변변치 않던 시절.. 그나마 집에는 흑백TV도 없이 어렵게 살던 시절이였답니다. 유일한 안식처였던 만화방의 추억 누구나 있을 겁니다.. 그러고 보면 요즘 꼬마들은 상상초월로 아주 부유함을 누리는 세대입니다.
세대간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도
있지만, 이런 이야기는 동시대를
비슷한 또래로 산 사람들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에고... 그녀석 참 안 됐다. 얼마나
아쉽고 아까웠을까... 아직도 십여분
남았을 낀데..'
그런 마음이라 오래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