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바이러스>
<감기 이야기> 사순 제5주간 금요일
‘귀신 아버지’라는 신부가 자기 몸에 찾아온 고뿔귀신도 어쩌지 못하고
몸살감기로 앓아눕자 이를 딱히 여긴 의사 선생님 한 분이 저를 위로한답시고
감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해 줍니다.
“신부님, 감기란 것이 말입니다, 무지하게 많은 바이러스 때문인데
그 바이러스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감기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서든
어떤 방식을 통해서든 몸에 딱 들어왔다... 해가지고 감기 증상이 생기는
것이 아니란 말이지요. 바이러스라는 것이 들어오면 우리 몸 안에서도
이 놈을 물리치느라고 한 사나흘 걸리거든요...
그럼 그 때까지 감기 바이러스는 우리 몸속에 있는 거지요.
그래도 때에는 증상이 없어요. 아무리 용한 사람도 그 때는 모른단 말이지요.
한 사나흘 지나고 감기 바이러스가 수명을 다해 우리 몸 속에서 죽거나
체내에서 그 바이러스를 다 죽이고 나면 그 후유증으로 그제부터 비로소
몸살이 시작되고 콧물이 나오고 기침에 가래가 들끓는 기라요.
그러니까 막 감기 걸렸다고 한참 앓을 때 병원 가봐야 별 소용이 없는기라,
그 때는 이미 감기 바이러스는 죽고 없는데 뭐, 그냥 그 후유증으로
열나고 몸살에 콧물나는 기니까 의사들도 거의 하는 일이 씰데없이 항생제나 주고,
바이러스 잡는다고 부족해진 영양분이나 보충시키라고 비타민 하나 타주고...
그라는기라요. 그러니까 이렇게 앓아 누웠으면 감기는 벌써 다 끝난기고,
이왕지사 누운 김에 쉬어간다고 이참에 마 영양보충이나 한다 생각하고
약보다는 여기 죽 끓여 왔으니까 따뜻하게 죽이나 드시고 푹 쉬이소...”
아니나 다를까 감기 조짐이 시작된다고 목도리도 두르고 얼른 구영리에
산부인과 내과 피부과 소아과 아주 그냥 싸잡아 다 하고 있는 구영리의
무슨 의원 같은데 가서 주사도 맞고 난리를 지겨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감기란 놈도 낫을려면 이 의사 선생님 말 마따나 아플 만큼 아파야 끝이 나는 것입니다.
얼마 아프지도 않고 안 나을려고 용을 쓰면 쓸수록 더 고생합니다.
마찮가집니다. 고통도 그 밑바닥까지 다 겪고 나야 비로소 구멍도 뚫리는 법이고,
싸움도 지칠 때까지 하고 나야 비로소 내가 쫌 미안네... 생각하게 됩니다.
뭐든지 어중간하게 하고 나면 회개도 잘 안됩니다.
마찮가집니다. 예수님과 유다인들도 갈 때까지 가야 비로소 죽음의 길이 시작됩니다.
예수님과 유다인의 갈등이 점층화 되어가는 모습을 이번 주간 내내
요한은 집요하게 그려냅니다. 그리고는 이제 둘은 하나가 죽어야만
비로소 끝이 나는 막다른 골목에 서게 합니다.
그러나 그 골목에서 예수님께서 마지막으로 던지시는 화두가 사뭇 진지합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이 되어 오셨고 다시 그분께서 구원의 길을 열어주심이,
어쩌면 우리 인간이 구원된다는 방식이, 1. “우리가 그분을 닮는다”는 조건을 전제로,
2. 그렇다면 우리 모두도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이, 하느님과 닮은 자,
곧 <神化>된다는 소리인데, 이 얼마나 근사한 일이 아닐 수 있습니까?
이 죄 많은 내가 하느님이 된다니요? 이 말 많고 탈 많은 내 인생이
감히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수 있다니요? 예수 구원의 신비는 그야말로
끝없는 경지와 그 희망을 우리에게 던져주며, 이제 마지막 길,
하느님이 되기 위한 가장 비참한 인간의 길을 시작합니다.
다음 주간 성주간은 바로 사람이 하느님이 되기 위한 성화의 길이자,
그 하느님이 철저히 인간이 되기 위한 인간화의 주간입니다.
다들 그런 성주간의 신비를 잘 걸으시기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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