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의 문제점
속초 시절 이야기다. 아남플라자 매장 하루 매출이 2천만 원쯤 되었다. 그래 현금 유치 때문에 은행 지점장들이 다투어 자기 승용차로 골프 초대를 하곤 했다. 농협 지점장에게 내가 이런 질문을 한 적 있다. '내가 자주 가는 식당 주인이 버섯을 키우는데, 시설비 1억 5천을 농협에서 대출받았다고 합디다. 그런데 첫 해에 재미를 못 보자 다음 해엔 아예 시설을 묵혀놓고 버섯 농사할 생각을 않습디다. 그래 내가 '시설이 다 대출인데 이자도 많을 텐데?' 하고 물었더니, 주인 대답이 '농협 대출은 이자 독촉을 않습니다' 합디다. '농협 돈은 공돈입니까? 왜 그럽니까?' 물었더니, 지점장 대답이 사람 놀라게 했다. '농민에게 대출한 돈 이자 독촉은 금기시합니다. 정부에 민원이라도 내면 골치가 아파서 어느 지점장도 농민에게 독촉을 못합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가 대학 후배라 '전국의 농협이 이런 실정이면 큰 일 아니오?' 하고 물었더니, '현실이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이런 농협 실태가 한심하다 싶었다. 애초에 농협은 농민을 위해 설립했다. 그런데 농협은 농산물 판매 등 농민 도우는 일은 뒷전이고, 사무실에 편히 앉아 은행 업무만 한다. 심보부터 이러면 안된다 싶은데 폐단까지 있다. 20년 전에 느낀 농협의 문제였다.
최근 또하나 문제를 만났다. 아파트 경로당 회장이 되어 통장과 직인을 인수받았는데, 거래를 농협하고 하고 있다. 그래 신규 회장 명의로 통장 변경을 하기 위해 농협에 갔더니 거래 관행이 복잡하다. 보통 은행은 본인 신분만 확인되면 일 처리가 간단하다. 그런데 농협은 까다롭다. 대한 노인회는 노인들 복지를 위한 경로당 보조비를 매월 45만 원씩 보내준다. 농협이 그 창구인데 물론 농협은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곳도 아니다. 대한노인회가 농협 한 군데만 거래를 터놓는 바람에 일이 이렇게 복잡한 것이다. 다른 편리한 은행도 하나 만들어야 한다. 당연히 경로당 회장은 농협의 고객 아닌가. 그런데 농협이 자기들이 갑인 양 행세한다. 경로당 회장 당선 임시총회 회의록 사본과 회의 결과 보여주고, 경로당 통장과 인감, 주민센터에서 발급한 경로당 회장 변경사유 공문을 보여줘도 굳이 사업자 등록증 가져오란다. 사업자 등록증은 경로당 벽에 붙여놓았다. 그걸 가져와야만 거래하겠단다. 그래 택시 타고 가서 경로당 벽에 걸린 사업자 등록증 떼어가서 일을 마쳤다. 경로당 회장은 대개 80 가까운 노인이다. 노인 회장에게 이렇게 까탈스럽게 군다.
그 뒤에도 또 농협에 일 보러 갔다가 두 번이나 사업자 등록증을 가져와야 한다길래 지점장에게 몇마디 해주었다. '당신들은 서비스 업무 개선 제도란게 없는가? 고객들의 불만을 들은 적 없나? 듣고도 모른 척 하나? 삼성 회장 이건희는 취임 첫마디가 고객 서비스다. 현대는 고객 서비스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농협 당신들은 우리 농협은 법규가 이러니 고객은 불편하던 말던 무조건 우리 법규대로 따라야 한다? 그런 사고방식인가. 당신들은 무슨 권좌에 앉은 것인가. 이런 엉터리 은행이 어디 있소? 기업에는 제안제도가 있어서 문제점을 항상 상사에게 건의한다. 좋은 건의 올라오면 표창도 한다. 그런데 당신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여기 용인시 수지 구청 농협이 특히 그렇다. 행원은 앉아서 일을 보고, 고객인 손님은 서서 일을 보게 해놓았다. 그게 미안하다고 생각해본 적 있는가. 지금이 어느 시대라고 이런 구태를 보이느냐? 혹시 원가 절감이란 말을 아시나. 구청 옆에 농협 빌딍이 있고. 성복동에도 농협이 하나 더 있다. 왜 좁은 지역에 농협이 세개나 필요한가. 여기 농협 보니, 행원들이 다른 은행처럼 그렇게 바쁜 것 같지도 않다. 하나는 없애고 직원도 축소해야 한다. 이게 원가의식 가진 기업을 경영해본 고객의 관점이다. 지점장은 오늘 고객의 불만을 바로 행장실에 전달해주시오. 농협은 당신들 것이 아니고 고객의 것이요'. 그렇게 말하고 돌아왔다.
첫댓글 농협의 현실을 잘 지적 하였습니다.농협도 은행 이지요?그리고 고객의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