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8 16:15 | 수정 : 2015.06.21 08:15
‘2015 세계 영향력 있는 여성’100위, 한국 여성 부자 1위
최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이 본격화하면서 삼성가(家) 삼남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룹 경영권이 장남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승계되는 순서를 밟고 있지만,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경영인으로서 이재용 부회장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다. 집요하면서도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이 삼남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다.
유학 안 간 국내파… 철저한 자기관리
이부진 사장은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초등학교와 대원외고 불어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아동학과 89학번으로 입학했다. 오빠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동생인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해외에서 공부를 하고 온 것과 달리 해외 유학생활 경험이 없다. 이 사장과 같은 대학교에 다녔던 지인들은 “(이 사장이) 아주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았던 친구”라고 기억했다. “수수한 옷차림에 버스를 타고 다니는 등 재벌 자제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 사장은 1999년 삼성물산 계열사의 평사원 임우재(48・현 삼성전기 부사장)씨와 결혼해 그해 화제의 인물이 되었다. 이 사장은 2014년 11월 이혼조정 신청을 내고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이부진 사장은 1995년 삼성복지재단 보육사업팀에 입사하면서 삼성그룹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삼성 일본 본사, 삼성전자를 거친 뒤 2001년 8월부터 호텔신라 기획팀장으로 근무하며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았다. 그는 삼성 임원들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 정도로 승부 근성이 뛰어났다고 한다. 호텔신라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을 때 호텔신라 케이터링 서비스(행사·연회 등을 대상으로 음식을 공급하는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서비스 현장을 하루 종일 지키고 직원들의 동선을 스케치해 대안을 제시했을 정도로 ‘완벽’을 추구했다. 외국 유학 경험이 없지만 호텔 경영을 위해 영어와 일본어・프랑스어까지 3개 국어를 완벽하게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이 사장의 이런 행동에 대해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 ‘보란 듯이’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이 시장의 노력은 경영 성과로 이어졌다. 호텔신라 매출은 이 사장이 취임한 2010년 1조4524억원에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3년에는 2조2970억원의 매출과 86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2조9089억원의 매출과 13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5년 1분기에도 8285억의 매출과 33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야심차게 추진하는 중국 호텔 비즈니스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호텔신라는 2006년 4월 중국 쑤저우에 ‘쑤저우 신라호텔’을 개관했지만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이부진 사장은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오너라는 평가도 받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신라호텔 한복 사건’이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변명과 회피로 항공기 회항 사건을 무마하려던 것과 달리 이 사장은 한복 사태가 터지자 직접 사과하는 적극적인 방식을 택했다. 2011년 4월 유명 한복 디자이너인 이혜순씨는 신라호텔 1층 뷔페 레스토랑 ‘파크뷰’를 찾았다가 한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입장을 제지당했다. 이와 관련해 누리꾼들이 신라호텔을 강하게 비난하자, 이 사장은 다음날 오전 이씨의 한복 매장을 찾아 호텔의 처사에 대해 사과했다. 이 사장은 2014년 2월 모범택시가 신라호텔 출입구 회전문을 정면으로 들이받아 5억여원의 피해가 발생하고 호텔 직원 등 3명이 다쳤을 때도 통 큰 태도를 보였다. 택시 기사의 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을 보고 받고 호텔 측이 입은 피해를 변상받지 않도록 했으며 기사에게 치료비까지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덕분에 이 사장은 약자를 배려하는 경영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었다.
재계는 이 사장이 그동안 보여준 책임감 있고, 열정적인 사업 태도를 봤을 때 현재 주력하고 있는 호텔과 면세점 사업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지 1년이 지난 현시점을 자녀들의 경영 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똑 부러진다” “가식적이지 않다” “경영인의 DNA를 타고났다”는 평을 듣는 이부진 사장의 행보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