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시평 19]‘문화식민지’를 지적해도 ‘정치’얘기인가?
지난 일요일 경기도 신갈에서 모처럼 일곱쌍 부부동반 모임이 있었다. 이름하여 ‘골목계’. 분당, 의왕, 용인, 광주 등 인근지역에 사는 학교 친구들로, 10년이 넘었으니 부인들도 친해진만큼 역사가 제법 된 셈이다. 두 달에 한번 만나 우의를 돈독히 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시국時局이 어떻고 종교宗敎가 어떻고 하는 얘기를 하지 않게 됐다. 자칫 불화의 기미가 보인 때문이다. ‘돈자랑’보다 더 갈등의 소지가 깊은 게 정치와 종교 화제라는 것은, 이유야 어떻든 비극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그날 필자의 얘기는 이렇게 시작됐다. 시골에 살다보니 예전 우리 어릴 때 보았던 농촌풍경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며, 외식外食문화를 지적했다. 짜장면을 배달해 먹던 일도 이제는 거의 없고, 인근 읍면소재지에서 외식을 한 후(일꾼 대접), 카페에서 너나없이 비싼 커피를 마시는 게 일상화된 것을 날마다 보고 있다. 70-80대 어른들도 카페(다방이 아니다)에서 라테나 아메리카노 마시는 것이 전혀 어색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렇다치고, 그분들이 쓰는 말 중에 영어(외래어가 아닌 외국어투성이) 단어가 많이 섞여 있는 것을 자주 듣게 된다. ‘가방끈’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노인들이 ‘마인드가 어떻고’라고 말하는 게 하등 이상할 이유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케어가 어떻고’하는데, 혼잣말로 정말 케어나 마인드를 저렇게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가 자문自問을 하곤 했다. 스펠링은 고사하고 그 단어를 뜻을 잘 아는 분이 몇이나 있을까 싶어서이다. 최근 인근고등학교가 교명을 ‘오수고’에서 ‘전북펫고등학교’로 바꾸었다고 한다. 펫추모공원에 이어 펫고등학교가 탄생한 것인데, 펫pet이 애완동물(참, 애완동물이라고 하면 반려동물 인구들이 격노한다는 얘기도 들었다)을 뜻하는지 70대이상 어르신들이 얼마나 알까? 시골에 산다고 무지랭이라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이것은 순전히 교육정책이나 문화정책이 잘못됐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나아가, 어르신일자리사업의 이름이 ‘시니어클럽senior club’이라는 것을 지적했다. 대체 누가 이 사업의 이름을 이렇게 지었을가? 이 나라는 언제부터 ‘어르신’을 ‘시니어’라고 지칭했을까? 허리 구부러진 80대 중반 할머니도 ‘시니어클럽’이 입에 익숙해졌으나, 이건 아니라는 게 내 강력한 지론持論이다. 이 몇 단어를 역설하면서, 왜 우리는 이상하게 미국대통령이나 일본총리를 보면 ‘굽신거리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면서, 이게 ‘문화식민주의’ ‘언어식민주의’ 아니겠느냐는 얘기를 했다. 나름, 이런 풍속도가 걱정된다는 투로 얘기했다. 그런데, 한 친구가 대뜸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며 “윤석열이고 이재명이고 질린다”고 큰소리로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지적에 나도 모르게 발끈하여 “야, 이게 무슨 정치이야기이냐? 내가 언제 윤씨네 이씨네를 거론했으냐?”고 따졌다. 그러자 그 친구가 주춤하며 “왜 그렇게 흥분하냐? 우리 단톡방에도 은근히 정치를 화제로 꺼내어 부추기는 친구들이 있지 않느냐?”(아예 서너 명 실명을 얘기하며 질색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여, 나도 더욱 화를 내며 “왜 지금 내 얘기를 정치와 결부시켜 공격하느냐? 내가 언어식민지, 문화식민지 얘기를 했지, 현 대통령를 비난했냐?”고 하니까 “그전에도 보면 고독시평이네 뭐네 하며 정치이야기를 자주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난 순간,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엄청난 짜증과 분노가 일었다. 그러고나서 ‘왜 이들은(이 친구와 같거나 비슷한 생각을 가진 친구들은) 미국이나 일본 얘기를 하면 저런 식의 반응을 할까? 두 나라가 우리의 상전일까?’ ‘예전 조선시대 명이나 청를 비난하거나 그들의 잘못을 지적하면 사대주의자들이 발끈한 것도 이런 것이었을까?’ ‘왜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을 비난하면 안되는 걸까?’ 제대로 말다툼을 하려고 말꼬리를 잡아가며 목소리를 높였더니, 어느새 아내가 뒤로 와 콕콕 찔렀다. 말상대가 안되는 사람과 괜한 일로 언성을 높이지 말라는 뜻이었을 것이고, 주변사람들을 의식하라는 표시였을 것이다. 하여, 입을 다물었지만, 그날 오후내내 불쾌했다. '정말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런 일만 아니라면 그 친구와 얼굴 붉힐 일이 없는데, 이상하게도 정치말만 하면 왜 서로 영원한 평행선일까? 그 와중에 지금도 안잊히는 말 “사기꾼 이재명이 됐으면 나라를 팔아먹었을텐데, 어쩔뻔했냐?”는 것이다. 세상에나, 문화식민지 운운하는데, 왜 ‘사기꾼 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까? 더구나 그렇게 어떤 근거도 없는 막말을 하다니? 내가 윤씨를 매국노라고 일언반구 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그렇게 얘기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일까? 그리고 지가 이재명을 알면 얼마나 안다고? 형수에게 욕했다는 이유 하나로 인간말종이라고 치부하면 그뿐일까?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그가 수행한 공무와 그 업적을 한번이라도 눈여겨 보았을까? 대체 누가 과민반응을 한 것일까? 내가? 천만예다. 우리 전라도말로 “미치고 폴딱 뛰다 죽을 일”이 아니고 무엇인가? 솔직히 말하면 같은 호남출신이라는 게 쪽팔리고 창피하다.
누가 윤석열의 X를 빨고 있는 것일까? 나는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았는데, 지레 흥분하여 모인사가 사기꾼이라는 말을 같은 동창모임에서 서슴지 않고 지껄이는 그 친구의 멘탈은 어찌된 것일까? 아, 다음 모임에서 그 친구를 볼 생각을 하면 당장 그만두고 싶을 정도였다. 한번 정내미가 떨어지니까 오만정이 다 떨어지는 게 사람이 아니던가. 정말 인간들이 싫은 하루였다! https://cafe.daum.net/jrsix/h8dk/1023
첫댓글 독거 노인이 기르면 반려견
반려 가족이 있으면 애완견
거세를 안했으면 반려견
거세를 했으면 애완견
귀찮다고 반려 가족을 확~ 거세하지는 않지 않나?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