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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여래지인경(佛說如來智印經)
실역인명(失譯人名)
최윤옥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서 1,250명의 큰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3만억 명의 보살들이 모두 다라니(陀羅尼)를 얻었으니,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삼매(三昧)와 무착법문(無着法門)에 머물러 다라니문(陀羅尼門)을 얻었고, 모든 중생이 근(根)을 다 갖추었는지 갖추지 못하였는지를 알았으며, 또 중생의 모든 소행(所行)을 알았다.
이때 세존께서 불경계삼매(佛境界三昧)에 드셨으니, 색(色)이 없어 잡을 것도 없고, 보이는 것이 없어 모양도 없으며, 시설(施設)이 없어 근본(根本)도 없고, 변하는 것이 없어 얻는 것도 없으며, 나[我]가 없어 주재자[主]도 없고, 짓는 것[作]이 없어 짓지 않는 것[不作]도 없으며, 오는 것이 없어 가는 것도 없고, 머무는 것이 없어 반연(攀緣)하는 것도 없으며, 하는 것이 없어[無爲] 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非無爲], 상응(相應)이 아니어서 상응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마음이 없어 마음이 행하는 것도 아니고, 실(實)이 아니어서 부실(不實)도 아니며, 있는 것이 아니어서[非在] 가까운 것도 아니고, 모든 법을 여의는 것도 아니다.
이 삼매에 드셨을 때는 여래의 몸과 그 모습[身相]을 볼 수 없고, 마음과 마음의 모습[心相]도 볼 수 없으며, 옷도 볼 수 없고 앉으시는 것[坐]과 앉는 곳[所坐]도 볼 수 없으며, 움직이시는 것도 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삼매는 모든 공덕을 내니, 이것이 부처님의 경계이다.
곧 이 정(定)에서 큰 광명을 내시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시니 이 세계의 해와 달과 별과 묘한 보배 신주(神珠)의 화광(火光)이 천궁(天宮)과 석궁(釋宮)에서 범궁(梵宮)에 이르기까지 번개같이 비추었으나 모두 나타나지 않았다. 여래의 삼매력으로 인하여 삼천대천세계에서는 온갖 묘한 향을 맡았으나[聞], 그 밖의 다른 하늘에서는 광향(光香)을 맡을 수 없었다. 모든 세계의 중간에 있는 어두운[幽冥] 곳에도 부처님의 광명이 두루 비추어 매우 밝지 않은 데가 없었으나, 작가라산(斫迦羅山)과 마하작가라산(摩訶斫迦羅山)과 수미산왕(須彌山王)과 모든 명산(名山)에 있는 중생들은 본래의 모습[本相]을 보지 못하였다. 이때 7보의 그물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덮어 희유(希有)한 모습을 나타내었고, 모든 세계에 기묘한 꽃이 피어났으며,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과 기사굴산(耆闍崛山)이 하나의 자리로 통하여 잠깐 사이에 평탄해지고, 천 개의 잎을 가진 꽃이 피어났으니 크기가 수레바퀴만하고 꽃 위에는 모두 7보로 된 그물이 구름처럼 드리워 아름답게 장식하였다. 마갈제(摩竭提)국의 경계는 모두 부드러워져 마치 가릉가(迦陵伽)의 옷과 같았다.
이때 동방에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세계의 모든 부처님께서 만 아승기(阿僧祇)의 보살들에게 말씀하셨으니, 이들은 모두 일생보처(一生補處)였다.
“너희들은 사바세계로 가거라. 그 나라에는 석가모니(釋迦牟尼)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께서 계신데, 여래지인(如來智印)이라는 모든 불경삼매(佛境三昧)에 들어가는 것을 말씀하실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지금 그 정(定)에 드셨느니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듣는다면 백천 겁(劫) 동안 6바라밀(波羅蜜)을 행하는 것보다 훌륭할 것이니, 너희는 마땅히 가서 듣도록 하라.”
저 모든 보살들이 각기 신력(神力)으로써 팔을 굽혔다 폈다 하는 사이에 사바세계의 가란타죽원에 도착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정례(頂禮)하고 부처님 주위를 일곱 바퀴 돌아 연화좌(蓮華座)에 앉았다. 남방과 서방과 북방과 4유(維)와 상하에서도 또한 이와 같이 하였다. 이때 이 삼천대천세계의 성문과 연각과 큰마음을 낸 사람들이 모두 와서 모여 죽원(竹園)에 나아가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렀다. 또 이 세계에 있는 80억 보살들이 한 생각 사이에 함께 와서 모여 사부대중의 차례로 앉았다. 또 30만 명의 성문들이 부처님의 선정을 받들어 모두 다 모임에 있었다. 이 삼천대천세계의 석제환인(釋提桓因)ㆍ호세사왕(護世四王)ㆍ대자재천(大自在天)과 정거천(淨居天) 등과 모든 용왕ㆍ야차왕(夜叉王)ㆍ건달바왕(乾闥婆王)ㆍ가루라왕(迦樓羅王)ㆍ수화나왕(修和那王)이 각각 무수한 권속들에게 에워싸인 가운데 모임에 와서 모여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차례대로 자리에 앉았다. 이때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위덕이 큰 무리들이 모두 다 구름처럼 모여 위로 범세(梵世)에 이르기까지 빈틈이 없었다.
이때 사리불(舍利佛)ㆍ대목건련(大目犍連)ㆍ마하가섭(摩訶迦葉)ㆍ마하구치라(摩訶俱絺羅)ㆍ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ㆍ수보리(須菩提)ㆍ빈뇩문타니자(邠耨文陀尼子)가 문수사리에게 물었다.
“여래께서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어떤 모습으로 여래를 뵐 수 있습니까? 여래께서 마음을 한 곳에 모으시는[繫念] 모습은 어떻습니까?”
문수가 대답하였다.
“그대 모든 성문들은 큰 지혜를 성취하고 삼매가 자재하니, 각각 정(定)의 힘으로 부처님의 모습과 마음 두신[繫念] 곳이 어딘지 관찰하시오.”
여러 큰 성문들이 삼매에 들어 관찰하였으나 부처님의 몸과 그 마음 두신 곳을 보지 못하였다. 이때 여러 성문들이 이 삼천대천세계를 관찰하여 찾고자 하였으나, 부처님의 몸도 보지 못하고 신상(身相)도 보지 못하였다.
“문수사리여, 이와 같이 여래와 그 마음 두신 곳을 보지 못하였으니 저희가 이제 어떻게 부처님의 몸을 뵐 수 있겠습니까?”
문수가 대답하였다.
“우선 잠깐만 기다리시오. 그러면 스스로 부처님을 뵐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세존께서 삼매에서 일어나시니, 삼천세계가 곧 크게 진동하고 부처님 몸에서 특이한 위광(威光)이 비추었다.
이때 사리불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드신 삼매는 어떤 모습이기에 모든 큰 성문들이 혜안(慧眼)으로 관찰하여도 볼 수 없습니까? 이 삼매는 어떤 경계입니까?”
이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 삼매는 연(緣)도 없고 처(處)도 없는 바로 부처의 경계이어서, 모든 성문이나 연각이 알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니라. 이와 같이 사리불아, 여래의 경계는 불가사의하니 곧 부처의 신력(神力)이니라.
사리불아, 불신(佛身)은 진실이어서 몸도 아니고 짓는 것[作]도 아니며, 일어나지도 없어지지도 않느니라. 또한 길러지는 것도 아니며, 변화하는 것도, 믿는 것도 아니어서 적멸(寂滅)하여 무위(無爲)한 것이니라. 자취도 행(行)도 없으며, 이것이다 저것이다 할 것도 없느니라. 본성(本性)은 청정하여 한 법[一法]도 없으며, 받는 것도 원하는 것도 아니며, 태어나는 것도 과보[報]를 받는 것도 아니며, 보는 것[見]도 듣는 것도 아니며, 느끼는 것도 시설(施設)하는 것도 아니니라. 냄새 맡는 것도 맛을 보는 것도 아니며, 닿는 것[觸]도 고뇌하는 것도 아니니라. 헤아리는 것도 짝하는 것도 아니며, 마음[心]도 기억[憶]하는 것도 아니며, 생각하는 것도 생각 아닌 것도 아니니라. 들어가는 것도 오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니어서 가고 오는 길이 끊어지며, 그림자도 티끌도 아니며, 끊어지는 것도 물(物)도 아니니라. 실(實)도 짓는 것[作]도 아니며, 만드는 것[造]도 성취하는 것도 아니니라. 취하는 것도 덮는 것도 아니며, 나타나는 것도 의지하는 것도 아니며, 어두운 것도 밝은 것도 아니니라. 적정(寂靜)하되 적정이 아니며, 항상 고요한 선정에 머무나, 깨끗하되 깨끗한 것이 아니니라. 본성(本性)은 청정하여 한 법도 없으므로, 생기는 것도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적정하게 머무는 것에 애착하는 것도 아니니라. 처하는 것도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라. 근심[患]도 말[語]도 아니니라. 법도 법 아닌 것도 아니며, 복전(福田)도 복전 아닌 것도 아니며, 다하는 것도 다함없는 것도 아니니라.
모든 집착을 버리는 것을 공(空)이라 하니, 거스르고 다투는 것이 아니고, 음성이 없으며, 명자(名字)를 여의고 기억된 생각을 버리느니라. 상응(相應)하는 것도 상응하지 않는 것도 아니며, 없어지는 것도 없어지지 않는 것도 아니니라. 헤아리는 것도 헤아리지 않는 것도 아니며, 가는 것도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라. 둘도 둘 아닌 것도 아니며, 이 언덕도 저 언덕도 아니며, 그 가운데 흐름도 아니니라. 분별도 분별이 아닌 것도 아니며, 업도 과보도 아니니라. 듣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아니며, 헤아리는 것도 거스르는 것도 아니니라. 상(相)도 상 아닌 것도 아니며, 문(門)도 여의는 것도 아니며[非離], 집착하는 것도 아니니라[非箚]. 즐겨 모든 법을 행하되 법법(法法)이 같은 모습이니라. 진실한 것으로 중생을 구제한다 하나 실은 구제할 것도 없느니라. 미처 깨닫지 못한 자를 깨닫게 하고 아직 조복되지 못한 자를 조복시키며, 아직 구제하지 못한 자를 구제하기 위하여 보여 줄 것이 없는 법을 보여 주느니라. 평등하지도 평등하지 않은 것도 아니며, 비슷한 것도 비슷하지 않은 것도 아니니라. 비할 데 없는 감로와 같으며, 공과 같고, 처하는 곳이 없는 것과 같으며, 얻을 것이 없는 것과 같느니라. 적멸(寂滅)하여 다 없어져 행처(行處)를 잘 조복시키고, 물러남이 없는 바퀴[不退輪]를 굴리되 결코 의심이 없느니라. 다른 것을 여의는 것도 아니고 두 법[二法]도 아니며, 청정한 본행(本行)을 익히는 것이어서 위의(威儀)와 해탈(解脫)을 구족하느니라.
긴 것도 짧은 것도 아니며, 모난 것도 둥근 것도 아니니라. 신상(身相)도 음상(陰相:蘊相)도 아니며, 입상(入相:處相)도 계상(界相)도 아니니라. 유위(有爲)에서 일어나는 것도 무위(無爲)에서 일어나는 것도 아니며, 무위진실(無爲眞實)도 아니니라. 명(命)도 명 아닌 것도 아니며, 생기는 것도 나타나는 것도 아니어서 보는 사람이 없느니라.
실제로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언설(言說)도 인(忍)도 아니니라. 신상(身相)은 부동(不動)하니, 거꾸러지지도 동요하지도 않느니라. 실(實)도 기억하는 것도 아니며, 화합하는 것도 아니니라. 짓는 것도 짓지 않는 것도 아니며, 밝은 것도 모습도 아니며, 열반도 열반에 드는 것도 아니며, 정(定)도 정 아닌 것도 아니니라.”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를 여래의 신상(身相)이라고 하느니라. 일체 중생이 모두 모습[相]에 의지하니, 능히 이 삼매를 알 수 있는 사람이 있겠느냐?”
“예, 세존이시여, 모든 모습 가운데서는 불신(佛身)을 얻을 수 없습니다.”
이때 세존께서 여래의 지인삼매(智印三昧)를 더욱 자세히 나타내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진여의 몸은 몸이 아니어서 몸에서 해탈하고
지음도 무너짐도 없으며, 또한 얻음도 없으며
법은 상응도, 상응 않는 것도 아니니
이것은 선서(善逝:부처님)의 몸을 나타내 보이기 위함이니라.
합하는 것도 합하지 않는 것도 아니어서 염착(染着)도 없으며
집착도 버림도 아니며 평등하게 자라는 것도 아니고
만드는 것도 아니고, 처하는 것도 처하지 않는 것도 아니니
이 몸은 드러나는 것이 아니며 하고자 하는 것이 없느니라.
집착도 짓는 것도 소유(所有)도 없으며
색(色)도 마음도 아니니 둘도 하나도 아니며
분별도 없고[無分] 분별 아님도 아니며[非分] 기멸(起滅)도 없으니,
진실로 나[我]가 없으므로 불신(佛身)이 나타난다네.
강한 것도 약한 것도 아니고 또한 끊는 것도 아니며
침묵도 원하는 것도 아니고 모두 공양하는 것도 아니며
얻는 것도 정(定)도 아니고 의지하는 것도 아니니,
진실된 몸은 물들 것이 없이[無染] 이와 같이 나타난다네.
보는 것도 듣는 것도 아니고, 냄새 맡는 것도 접촉하는 것도 아니며
시설(施設)에 의지하여 영상(影像)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니,
만일 보는 이가 있으면 마음으로 환희하여
이와 같이 성취하고 법을 연설하리라.
음(陰:蘊)도 아니고 계(界)도 아니며, 허(虛)도 실(實)도 아니고
모든 근(根)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더러운 것도 깨끗한 것도 아니며
견고한 것도 견고하지 않은 것도 아니어서 물에 달 나타나듯
선서(善逝)의 몸을 보고자 하면 이와 같다네.
인연으로부터 생기니 진실한 것이 아니어서
기멸(起滅)도 아니고, 움직이는 것도 가는 것도 아니며
나타나는 것이 아니건만 요술쟁이같이 셋을 나타내네.
이와 같이 부처님은 의지하는 곳이 없음을 관찰할지어다.
적정[寂]한 것도 적정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상응하는 것도 아니며
얽매이는 것도 욕심내는 것도 아니며, 합산(合散)도 아니며
마치 빈주먹 같아 진실로 텅 비었으니
이처럼 부처님을 관(觀)하는 것이 진실한 공양이니라.
시방세계 천억(千億) 국토에
범세(梵世)에 이르도록 진보(珍寶)를 쌓아
무량겁토록 모든 부처님께 베풀지라도
누군가 경을 베껴 쓴다면 그 복은 더 뛰어나리라.
만일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겁이 지나도록
4등(等:4무량심)을 닦고 익혀 세간에 두루 펴고
청정한 계율 지녀 비할 데 없다 해도
이 경을 신해(信解)하는 복이 가장 뛰어나리라.
끝없는 옛적부터 지금 몸에 이르기까지
중생에게 두루 인욕(忍辱)을 행하였다 하여도
만일 지인경(智印經)을 잠시라도 믿는 데 비하면
수미산 속의 개자(芥子)와 같느니라.
삼계 중생의 가지 수대로
몸이 피로하거나 게으르지 않고 회한(悔恨)이 없이
무량겁토록 정대(頂戴)하여 행하더라도
이 경을 능히 인정하는 복과는 비할 수 없느니라.
백(百) 세계의 모래같이 많은 중생들이
무량겁 동안 선정을 닦는다 하더라도
하루 낮 하룻밤 동안 이 경을 지니면
그 공덕 더 훌륭한지 헤아릴 수 없느니라.
한량없는 티끌 수만큼의 겁(劫)이 지나도록
지혜로써 두 극단을 버려 중도(中道)를 행하더라도
이 경을 해설하는 데 비하면,
저것은 큰 바다 속의 물방울 같느니라.
색(色)과 색상(色相)으로 관찰하지 말며
어리석은 사람처럼 부처님을 생각하고 살피지 말라.
나의 진실을 본 사람은 수보리(須菩提)이니
삼계의 복밭이 가장 청정하느니라.
이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설하시고 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이것이 여래지인삼매(如來智印三昧)이니, 모두 능히 시방의 모든 세계에 있는 보살의 걸림없는 지혜[無礙智慧]를 만족시키느니라. 사리불아, 만일 속히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보살들을 만나고 싶으면, 밤낮으로 정진하여 이 삼매를 닦도록 하여라. 그러면 모두 볼 수 있을 것이니라.
사리불아, 이 삼매는 바로 보살의 무량문(無量門)이며 모든 행을 두루 행하는 다라니이니라. 능히 법계를 지녀 단절(斷絶)하지 않게 하기에 이 다라니로 모든 법문(法門)을 지니느니라. 만일 이 모습을 성취하면 보살이라고 하니, 능히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이루며, 상응행(相應行)을 갖추어 업행(業行)이 청정하고, 악마의 경계가 나타나더라도 움직이지 않고 나오지도 않는 등, 부처님의 행을 하느니라. 신(身)ㆍ구(口)ㆍ의(意) 업이 모두 다 청정해지느니라. 여래의 비밀스러운 법을 알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은 삼매를 수학(修學)해야 한다. 차례로 설법하고자 하여도 역시 이 삼매를 배울지어다. 모든 법을 두루 알고 싶고 진제(眞諦)와 같이 되고 싶으며, 만억 생사의 작증(作證)을 알고 싶고 12인연을 알고 싶으며, 모든 중생의 마음이 움직이는 바를 알고 싶고, 청정하고 묘한 불국토를 얻고 싶어도 이 삼매를 배울지어다. 묘한 광명을 얻고 싶고 권속을 이루고 싶으며, 중생에게 의지가 되어 주고 싶고 상호(相好)를 성취하고 싶으며, 훌륭한 설법의 변재를 얻고 모든 법을 알고 싶어도 마땅히 이 삼매를 배울지어다. 왜냐하면 사리불아, 마치 여의주가 중생이 바라는 것에 따라 모두 만족하게 이루어 줄 수 있는 것처럼, 이와 같이 사리불아, 이 삼매는 바로 모든 보살의 묘한 일이어서, 모두 능히 모든 원행(願行)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니라.”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장 훌륭한 지혜이고 높은 지(智)의 광명이며
지의 광명에 지가 가득하여 지가 가득한 창고이니
지혜로써 지의 문에 들어가
무량한 지인(智印)으로 이 경을 도장 찍느니라[印].
혜(慧)의 뿌리인 지(智)로 지혜지(智慧地)를 지으니
지가 지광(智光)을 일으켜 모든 어둠을 없애고
혜는 다함이 없어 혜로 열어 보이니
많은 경이 일월(日月)처럼 삼계를 비추느니라.
평등하고 평등하게 가득한 등삼매(等三昧)이니
진실한 법상(法相)은 모든 번뇌[結]를 끊노라.
모든 삼매지인문(三昧智印門)
이것이 바로 불종(佛種)의 네 가지 묘한 변재[妙辯]라.
다함없이 더러움을 없애고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니
덕의 창고[德藏]에서 복(福)이 일어나 두루 응하네.
이것이 내가 얻은 쾌락의 근본이니
이 삼매가 바로 선서(善逝)의 보배라네.
왕이 나라를 사랑하고 백성을 잘 다스리듯
가득하고 훌륭하며 묘한 보배 따라 응하여 이르니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을 씻어 없애고
보배의 바다를 지금 이 경전에서 설하노라.
고요하여[善寂] 생각[作意念]을 능히 없애고
모든 더러움 잘 없애고 아견(我見)을 깨끗이 하고
용감하게 검을 잡아 무너짐 없는 것을 무너뜨리면
불보(佛報)로서 이 총지인(總持印)을 얻으리라.
지(智)로 능히 모든 중생을 덮어 보호하고
지혜(智慧)가 지은 지(智)가 가득하여
지의 광명이 끝없이 두루 비추니
이 경에서 지혜문(智慧門)을 얻으리라.
스스로 조복하고 남도 조복시킨다는 두 생각을 끊고
62가지 견애(見愛) 등을 없애면
여래의 감로문에 들어가
훌륭한 32상(相)을 이루리라.
도(道)와 훌륭한 도에 차례로 올라가는
보리를 돕는 법은 돕는 법이 아니지만
능히 게으른 자를 깨닫게 하니
혜(慧)의 모습 무량하여 다함이 없네.
법과 상응하여 차례로
무량한 혜의 광명인 다라니를 깨달으면
단바라밀(檀波羅蜜:보시바라밀)을 성취하리니
시라(尸羅:戒)와 찬제(羼提:忍辱) 또한 이와 같으며
비리(毘梨:精進)와 선나(禪那:禪定)와 지(智:般若) 또한 다함이 없어서
이 지혜에 머무르면 건너게 되리니
업보와 번뇌를 두려워하지 말고
또한 악마의 무리와 나쁜 세계[惡趣]도 두려워하지 말라.
이 경을 닦으면 장애가 없이
생각하는 대로 도(道)를 이루리니
현겁(賢劫:현재의 住劫) 안에 머무는 모든 불자(佛子)가
시방에서 모여와 나를 위해 증명하느니라.
무너지지 않는 법기(法器)가 모두 이곳에 모였으니
모두 이 경법(經法)을 받들어 지녀야 하네.
이 경이 능히 과거의 부처님을 낳았고
또한 미래 모든 부처님의 어머니가 되며
또 능히 현재의 부처님을 낳느니라.
이 경을 부지런히 수행하는 부처님의 형제들은
업이 청정하여 때가 없고 행하되 물러서지 않으며
진흙탕을 벗어나서 동요하지 않네.
이 경에 응하는 사람은 진실에 머무르니
곧 여래의 묘법장(妙法藏)을 얻으리라.
이때 세존께서 이 법을 자세히 말씀하시니, 30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보살들이 이 삼매를 얻었고, 68억 나유타(那由他)의 보살들이 이미 백천 겁 동안 모든 행을 청정히 닦아 무상도(無上道)에서 물러서지 않고 음성이 다함없는 혜광다라니(慧光陀羅尼)를 얻었다. 또 아직 무상보리심(無上菩提心)을 내지 못한 60만 명의 하늘과 사람들이 이제 모두 마음을 내어 이 삼매를 듣고 모두 따라 기뻐하였으며,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낼 때 곧 아비발치(阿毘跋致:불퇴전)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하여 수기(授記)하셨다.
“3만 겁을 지난 미래세에 성불할 것이며, 명호를 무외(無畏)라고 하리라.”
또 오래 수행한 사람들은 무생인(無生忍)을 얻고 각각 다른 나라에서 무상도(無上道)를 이루었으나, 모두 같이 하나의 명호로 불려졌다.
이때 세존께서 사부대중에게 에워싸여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머물지 않는 법에 머물러야 하리니, 희론하지 말고 작행(作行)하지 말라. 모든 법은 의지하는 바가 없으니, 마땅히 이 무상도(無上道)를 수호하여 널리 사람들에게 설해 주어라.”
이때 문수동자(文殊童子)가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무릎 꿇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관찰하니 모든 법은 얻을 수 없으니, 제가 이 무상보리를 옹호하겠습니다. 세존과 같이 무상도(無上道)는 있는 것도 있지 않는 것도 없습니다. 처소가 없어 나타나지 않으므로 잡을 수도 얻을 수도 없으며 잃을 수도 없습니다.”
이때 모임 가운데에서 30억 명의 보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여래께서 한량없는 아승기 나유타 겁 동안 닦고 익히신, 얻기 어려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법(阿耨多羅三藐三菩提法)을 수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는 각각 입었던 웃옷을 벗어 여래께 봉헌하고 위없는 원[無上願]을 내었다.
이때 세존께서 미륵보살(彌勒菩薩)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잘 듣거라. 미륵이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이 바로 미래세의 마지막 50년에 그대가 할 일이니, 이 경을 수호하라.”
미륵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세존이시여, 제가 마땅히 수호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30억 명의 보살 가운데 8천 명의 보살이 정법을 수호하여 지닐 것이고, 그 나머지 보살은 스스로를 조복하지 못하고 정법을 수호하지 못할 것이니라. 후 말세에 여래가 아승기겁 동안 닦고 모은, 얻기 어려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정법 가운데서 다툼이 일어나고 업신여기고 헐뜯을 것이므로 설하지 않고, 들을 수 없고 받들 수 없을 것이니, 능히 수호하여 지닐 수 없을 것이니라.
미륵이여, 보리심을 내는 일곱 가지 법이 있으니, 무엇이 일곱 가지인가? 첫째는 부처님이나 보살같이 보리심을 내는 것이고, 둘째는 정법이 멸하려 할 때 보호하고 지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이며, 셋째는 모든 중생이 많은 고통에 핍박당하는 것을 보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일으켜 보리심을 내는 것이고, 넷째는 보살이 나머지 중생을 보리심을 내게 하고, 다섯째는 보시할 때 스스로 보리심을 내는 것이며, 여섯째는 다른 사람이 마음을 내는 것[發意]을 보고 따라 배우며 마음을 내는 것[發心]이고, 일곱째는 여래께서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모두 갖추시어 장엄하신 것을 보거나 듣고 마음을 내는 것이니라.
미륵이여, 이와 같은 일곱 가지의 인연으로 보리심을 내느니라. 부처님이나 보살과 같이 보리심을 내는 것과, 정법이 멸하려 할 때 보호하고 지키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는 것과, 모든 중생이 많은 고통에 핍박받는 것을 보고 크게 가엾이 여기는 생각을 일으켜 보리심을 내는, 이 세 가지 마음을 내면, 능히 모든 부처님과 보살을 위하여 정법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고, 또 능히 속히 불퇴전지(不退轉地)를 얻고 불도(佛道)를 이룰 수 있느니라. 나중의 네 가지로 마음을 낸 사람은 강강(剛强)하고 조복시키기 어려워 법을 수호할 수 없느니라.
또 미륵이여, 보살이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마땅히 이것이 아비발치(阿毘跋致)이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모든 중생에게 평등한 마음을 내는 것이고, 둘째는 남이 이익을 얻는 것을 보고 질투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법을 수호하는 사람을 보면 목숨을 잃을지언정 그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모든 이양(利養)을 능히 버릴 수 있는 것이며, 다섯째는 매우 깊은 법을 믿고 세간의 경서(經書)의 문장이나 송(頌)을 믿지 않는 것이니라. 미륵보살이여, 이 다섯 가지 법을 이루면 불퇴전(不退轉)이라고 하느니라.
또 미륵이여, 보살에게 다섯 가지 법이 있으면, 그 마음이 강강(剛强)하여 능히 정법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좋지 않은 기색을 일으키는 것이고, 둘째는 야비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신용(信用)하는 것이며, 셋째는 이양(利養)에 탐착하는 것이고, 넷째는 단월(檀越:보시)을 아까워하여 시행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아첨하고 왜곡하는 마음으로 진실하지 않은 일을 행하면서 입으로는 공(空)을 말하나 행동은 그것과 맞지 않는 것이니라. 이를 ‘정법을 헐뜯고 멸하는 다섯 가지’라고 하느니라.
또 미륵이여, 보살에게 다섯 가지 법이 있으면 아비발치를 성취하니,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나[我]를 얻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중생을 얻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얻는 것도 없고 말할 것도 없는 법계를 요달(了達)하는 것이고, 넷째는 보리를 얻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색신(色身)으로써 여래를 보지 않는 것이니라. 미륵이여, 보살이 이와 같은 다섯 가지 법을 성취하면 아비발치라고 하느니라.”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지혜로운 사람에게 질투를 일으키니
까마귀와 벌레가 나무를 무너뜨리는 것 같네.
야비한 사람 믿으면서
능히 불보리(佛菩提)를 수호할 수 있다고 말하지 말라.
광야에서 정진을 닦고
깊이 인욕하여 항상 묵묵히 있으며
무소[犀]처럼 권속을 떠나
도(道)를 잘 수호하여 잃지 말라.
대중을 멀리하고 한적한 곳을 즐겨하며
놀란 사슴처럼 고요히 생각하고
집착이 없어 허공에 부는 바람 같으면
이것이 능히 법을 지니는 행이니라.
몸과 목숨을 아끼지 말고
친한 사람에게 애착[染愛]하지 말며
열심히 공(空)과 무아(無我)를 수행해야 하나니
그러면 능히 보리를 이루리라.
후세에 어떤 중생이
자기가 보리를 행한다 말하면서
업신여기고 아첨하는 마음을 품으면
정법을 수호할 수 없느니라.
생각하니 연등불(然燈佛) 계시기
80억 겁 전에
월계(月髻)라는 부처님께서
이 삼매를 연설하셨느니라.
처음 모임에서
80억 나유타의 보살들이
부처님께서 연설하신 법을 듣고
모두 불퇴전을 얻었으며
두 번째 모임에서 설법하실 때는
73유타(由他)가 듣고
세 번째 모임에서는
70억 유타가 법을 들었느니라.
부처님 수명은 무량겁(無量劫)이고
광명은 60유순(由旬)까지 닿고
99억의 승(僧)이 있었으며
무생심(無生心)으로 자재하셨느니라.
이때 혜기(慧起)라는
전륜왕이
7만 유순의
염부제를 통치하였고
아울러 사천하의 왕이 되어
채녀(婇女)가 60억이었으며
그 왕에게 천 명의 아들이 있었고
사는 곳을 낙광(樂光)이라 하였으니
백천의 성(城)으로 장엄하고
정원의 모습을 다 갖추고
모두 풍요롭고 즐겁게 치성하여
마치 도리천과 같았느니라.
그 왕이 꿈에
월계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셨다는 말을 듣고
160억의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 앞으로 나아갔느니라.
이때 왕이 이 경의
매우 깊은 법신의 선정[法身定]을 듣고
곧 나라를 버리고 부처님을 받들며
오직 원하건대 필요하신 대로 쓰시라고 하고
모든 성에 정사(精舍)를 세우니
모두 묘한 전단(栴檀)으로 만들었고
많은 하인들을 두었으며
경행하시는 땅을 금으로 덮었느니라.
이때 왕이 부처님께 공양하기를
8만 년을 다 채우고
누워 잠자는 일 없이 오롯이 정진하여
싫증내고 아끼는 일 없었으니
하루에 공양하는
그 수가 한량없었으므로
모든 공양을 부처님께 베풀어
이 삼매를 구했느니라.
조용히 머물러 정념(靜念)을 닦으니
삼매는 매우 깊고 묘하여
모습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며
교묘한 방편으로 얻는 것도 아니기에
곧 나라를 버리고 출가하여
법복[舍那服]을 입고
3천 년 동안 마음을 한 곳에 모으며
기대지도, 눕지도 않고 정을 생각[思定]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 이 중간에
설법하시어 도리를 확실히 깨닫게[開解] 하시니
멸도(滅度)하신 후에는
6만 4천억 개의 탑을 세우고
각각 5백 개의 일산[蓋]을 드리워
7보로 장엄하고
각각 온갖 음악을 연주하여
8천 개의 등을 밝혔느니라.
더럽고 추한 옷을 입고
7만 3천 년 동안
항상 이 삼매를 말하며
그 마음에 욕심이 없었으니
칭찬하고 탄복하여도 이름에 집착하지 않고
세속의 뛰어난 지혜도 구하지 않으며
구걸하여도 공양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법을 수호하여 의지해 머물렀느니라.
8만억 나유(那由)의 부처님께서
지니신 정계(淨戒)에 대해서도
모두 위에서처럼 공양하고
이 삼매를 다 갖추었느니라.
만일 보리를 얻고자 하면
마땅히 부처님처럼 배워야 할 것이니
도(道)가 아닌 논리를 믿지 말고
이 경을 공경히 닦으라.
후세에 도를 행한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금계(禁戒)를 헐뜯으며
이익을 위하고 법을 위하지 않으면
비록 독경(讀經)한다 할지라도 공(空)을 깨닫지 못하리라.
공(空)을 말하면서도 깨달아 요달하지 못하고
청정하지 못하게 삿된 방법으로 생활하고
공을 논하면서 공에 취착하며
스스로 도를 의심하지 않는다 말하느니라.
이때의 혜기왕(慧起王)은
아미타불이고
이때의 천 명의 왕자는
곧 현겁(賢劫)의 천불(千佛)이시다.
이때 왕과 함께 출가한
권속과 제자들이
지금 내 앞에 있으니
이 모임의 사부대중이니라.
억 나유타의 부처님을 생각하며
출가하여 정법을 듣고 나서는
곧 받아 지녀
공(空)을 얻으니 의지하는 곳 없느니라.
한량없이 많은 방편 일으켜
모든 여래께 공양하되,
보리상(菩提相)을 얻지 않으니
모두 진실을 행하기 때문이니라.
연등불(然燈佛) 뵙고서
미혹을 끊고 평등 얻으니
이때 곧 수기(授記)하시어
미래에 성불(成佛)하리라 하셨느니라.
이때 빈바라왕(頻婆羅王)의 대부인(大夫人)인 현수(賢首)여인과 금광구달녀(今光拘達女)라고 하는 부인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옷자락 속에 모두 7보로 된 꽃을 각각 5백 송이씩 담아 부처님 위에 뿌리고, 아울러 매우 값비싼 부드러운 솜으로 만든 옷[劫貝育衣] 백천 벌을 직접 여래께 바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 정(定)을 신해(信解)하고 받아 지니겠습니다. 그리고 독송하는 사람이 있으면 제가 마땅히 옹호할 것이며, 그가 원하는 대로 필요한 것을 공양하겠습니다. 제가 마하연(摩訶衍:大乘)의 법으로 중생을 교화하겠습니다. 이것이 공(空)이고 이것이 불공(不空)이라고 말하지 않겠으며, 단지 말뿐이 아니라 결정코 받아 지녀 반드시 말한 대로 행하되 신명(身命)을 아끼지 않을 것입니다. 하물며 재물이나 보배이겠습니까? 또한 말씀한 대로 더더욱 서로 가르치겠습니다.”
이때 빈바라왕의 후궁(後宮)인 8천 명의 여인들과 마가타국(摩伽陀國)의 6만 명의 우바이(優婆夷)들이 모두 무상보리(無上菩提)의 마음을 내고 이 삼매(三昧)에서 모두 따라 기뻐하는 마음을 내며 맹세하여 말하였다.
“이후 말세에 마땅히 정법을 수호하리라.”
이때 세존께서 그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을 아시고 문득 미소를 지으시니, 온갖 묘색(妙色)의 광명이 입에서 나와 시방을 두루 비추고 다시 돌아와 정수리로 들어갔다.
이때 현수(賢首)와 금광(金光)이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곧 함께 같은 소리로 게송을 읊었다.
중생보다 뛰어난 덕(德)이 모이시어 비할 데 없으신 부처님
공덕의 꽃나무와 별들의 왕이시여,
부드러운 말씀으로 기쁘게 하시고 순서에 맞아 맛스러우신[次第味]
10력(力)을 갖추신 세존께서 무슨 이유로 웃으십니까?
달같이 둥그신 얼굴, 세존께서 눈을 뜨시니
청정한 범음(梵音) 두루 즐겁게 들리네.
강강(剛强)한 중생 부드럽게 하시어 신심(身心)을 기쁘게 하시는
인웅사자(人雄師子)께서 무슨 까닭으로 웃으십니까?
온화하게 인내하시며 탁함이 없이 진정(眞正)을 말씀하시기에
소리에 응하며 원만하게 온갖 맛이 갖추어지고
모든 행의 무량한 뜻을 명료히 아시는
공덕취(功德聚)께서 웃으시는 뜻을 알고자 하나이다.
여덟 가지 묘한 음(音) 모두 갖추시고
아름답고 온화하신 소리[聲], 60가지로 장엄하시고
7백 가지 모든 언어[言音] 아시며
60억의 의미(義味)를 통달하셨네.
상응하시는 음(音)의 그 수가 80억이며
10나유타의 소리[聲] 또한 그러하니
한량없는 무극존(無極尊)이시여,
오직 원하오니 웃으시는 인연(因緣)을 말씀하여 주소서.
온갖 산 중에서 가장 훌륭하여 능히 움직일 수 없으며
상응하는 뜻 아시어 갖은 의혹 없애시고
능히 온갖 고통 끊어주시어 안락하게 하시는
여실(如實)하신 보취(寶聚)시여, 웃으시는 까닭을 말씀하여 주소서.
금산(金山:부처님 몸)께서 칠보승(七寶乘)을 해설하시니
아름다운 달과 같아 모두가 즐거워하고
독보적인 음성, 사자와 같으시네.
광명을 놓으시고 미소 지으시는 연(緣)을 말씀하여 주소서.
삼계에서 특히 거룩하시고 세 가지 더러움 깨끗이 하시며
무량겁 동안 선적(善寂)을 행하셨네.
미소 지으시는 광명이 시방세계에 충만하니
이익을 주시려 감로문을 연설하시네.
거문고[琴瑟]와 동발(銅鈸)과 퉁소[簫笛] 소리와
북치고 범패 울리는 온갖 묘한 음과
긴타라(緊陀羅)와 가릉가(迦陵伽) 소리와
난새[鸞]와 홍곡(鴻鵠)과 구시라(拘翅羅)의 애처로운 소리와
비(鞞)와 절(節)과 공후(箜篌) 소리가 함께 난다 하여도
여래의 한 가지 묘음(妙音)에는 미치지 못하도다.
이같이 시방에서 모인 대중
온갖 의견 각각 같지 않으니
원컨대 여실하게 말씀하셔서 견애(見愛)를 없애게 하시고
그들 나라로 돌아가서 온갖 원(願) 만족케 하소서.
시방에서 각각 1억(億) 대중 보내어
모두 정법 위하여 이곳에 모였으니
웃으시는 까닭 반드시 법비[法雨] 내리시려는 것이리라.
무슨 법 말씀하시어 환희케 하시려는 것일까.
현수와 금광이 이 게송을 읊기를 마치자,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답하셨다.
내가 과거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겁 생각하니
복광세간해(福光世間解)라는 부처님 계시어
그 수명 76만억 년이셨고
성문들은 그 수가 한량없었느니라.
혜어(慧御)라는 전륜왕(轉輪王) 있어
월관(月觀) 부인과 염(炎)이라는 둘째 부인 있었으나
집과 사랑하는 모든 것 버리고 떠나 정법 구하여
1억 년간 항상 호지(護持)하였느니라.
60만억 30만
이 모든 부처님 처소에서 정법 수호하고
30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미래 부처님 처소에서도
정법 지키어 끊어지지 않게 하였느니라.
이때 혜어왕이 아촉불(阿佛)되리니
그대들도 그곳에 항상 함께 태어나
법을 수호한 인연으로 여자 몸을 버리고
무량 극락국에 태어났었느니라.
이 호법(護法) 대중 역시 태어나
그대가 죽으려 할 때 그대를 위하여 머물렀느니라.
반드시 극락의 천엽화(千葉華)에 태어나
상호(相好) 장엄한 불자 되었고
그곳에 태어나서 정각(正覺) 받들어
장엄왕겁(莊嚴王劫) 동안 번뇌와 망상[荊棘] 없었으며
그곳에서 무상도(無上道) 이루어
정법 굳게 잡는 천인(天人)이 되었느니라.
그 불국토에는 마군의 일 없고
악업의 과보도 없고 태생(胎生)도 없으며
날마다 한량없는 보살 모이되
성문과 연각의 이름 없었느니라.
신명(身命) 아끼지 않고 불도(佛道) 보호해
명예를 구하여 물러서는 일 없는 것은
무상도(無上道) 속히 성취하기 위함이며
또 모든 나라를 속히 이루려 함이었느니라.
그대들 화합하여 부처님 믿고 공경할지니
의지할 데 없는 이를 공경하고 보리를 보호하여
대법(大法) 무너지려 하는 말세에
저들 따라 이양(利養)을 탐하지 말지니라.
내가 억 겁 동안 처자(妻子)로써 보시하고
머리와 눈과 몸을 버려 불도 구하되
법은 이익을 위한 것 아니라 하면서 법의 허물[法過] 말하니
인색한 시주(施主)가 성내고 질투하였느니라.
8만억 사람이 비탄의 눈물 흘리며
보리에 의하여 멸하려는 법 보호하겠다고 하니
삼천세계 진동하고 하늘에서 꽃비 내렸느니라.
이 경 애경하면 수명이 가장 길어지느니라.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이러한 불국토에
무량겁 동안 많은 금(金)을 베푼다 하여도
능히 이 지인경(智印經)을 믿는다면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보배 베푸는 것과 비교할 수 없느니라.
불락도(不樂道) 망령되이 전하지 말라.
부처님의 희유하신 법 듣고 도심(道心)내어
차례대로 이 경전 배워야 할지니
말한 대로 행하면 보리 이루리라.
광야에서 계(戒) 지키고 공경(恭敬)을 닦고
3업(業)으로 대중에게 친척 같은 생각내고
6화경(和敬) 닦아 대중에게 부처님이라는 생각내고
묘법 구하려면 이 경을 배워라.
이 법인(法印) 베껴 쓰고
독송하고 펴 보이고 남을 위해 말해 주면
그 공덕신(功德身) 헤아릴 수 없고
불자로서 극락국에 태어나리라.
이때 미륵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미래에 얼마나 되는 보살들이 이 삼매를 받아 지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미래세(未來世)에는 믿고 즐거워하는 사람이 적고, 선근(善根)을 허물고 정법(正法)을 끊어 없애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법을 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어려울 것이다.”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미래 보살들의 상응하지 않는 행[不相應行]을 말한다면,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미륵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원컨대 말씀하여 주십시오. 원컨대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말씀하여 주십시오. 미래세에 혹 진실한 행을 익히고 닦는 사람이 있어 이 경을 듣는다면, 말씀대로 수행하여 무상도(無上道)에 이를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것과 같다. 만일 어떤 보살이 이미 백 분의 부처님 처소에서 보리심을 내고 모든 선근을 심었다 할지라도, 미래세에 도심(道心)을 잃을 것이다.
미륵이여, 또 어떤 보살이 천 분의 부처님 처소에서 무상심(無上心)을 내고 모든 선근을 심었다면, 미래세에 보리심은 내겠지만, 대승(大乘)을 믿지 않고 마하연(摩訶衍)을 가벼이 여기고 조롱할 것이다. 미륵이여, 또 어떤 보살이 만 분의 부처님 처소에서 보리심을 내고 모든 선근을 심었다면, 미래세에 보리심을 내고 대승을 믿고 중히 여기겠지만, 받아 지니지도 않고 또한 독송하지도 않을 것이다. 미륵이여, 또 어떤 보살이 억 분의 부처님 처소에서 보리심을 내고 모든 선근을 닦았다면, 미래세에 보리심을 내고 능히 듣고 능히 베끼기는 하겠지만, 깊은 이치를 알지 못하여 결정할 수 없을 것이다. 미륵이여, 또 어떤 보살이 10억 분의 부처님 처소에서 보리심을 내고 모든 선근을 심었다면, 미래세에 보리심을 내고 대승을 듣고 받아 지니고 베껴 쓰고 독송하겠지만, 보리인(菩提忍)을 성취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륵이여, 또 어떤 보살이 30억 분의 부처님 처소에서 보리심을 내고 모든 선근을 심었다면, 미래세에 보리심을 내고 마하연을 듣고 능히 받아 지니고 베껴 쓰고 독송하고 대인(大忍)은 성취하겠지만, 이 삼매에는 아직 상응하지 못하여 대기설법의 변재[應辯]를 얻지 못할 것이다. 미륵이여, 또 어떤 보살이 80억 분의 부처님 처소에서 보리심을 내고 모든 선근을 심었다면, 미래세에 보리심을 내고 마하연을 듣고 능히 받아들이고[受] 능히 지니며[持] 베껴 쓰고 독송하고 이 삼매인력(三昧忍力)으로 만족하게 될 것이다. 모든 법을 깨달아 보리를 자세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며, 마군이 무너뜨릴 수 없을 것이며, 모든 업장(業障)이 없어질 것이니, 아승기겁 동안 지은 악행(惡行)으로 머리에 열이 나고 마음이 괴로우며, 남들에게 비방과 조롱과 비웃음을 당하던 것이 현세에 곧 없어질 것이다. 그리고 한량없고 수없는 부처님의 처소에서 공경히 공양드리고 끝내 보리심에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며, 견고한 뜻을 얻어 마음을 한곳에 매어 흩어지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이 보살이 전생의 악업으로 미래세에 악한 색신(色身)을 받게 될 뭇 죄가 곧 없어질 것이니, 혹 병고(病苦)가 많거나, 남에게 미움을 받거나, 천한 집안에 태어나거나,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거나, 변방에 태어나거나, 삿된 견해를 가진 집안에 태어나거나, 나쁜 벗과 서로 만나 뜻이 맞지 않게 되거나, 사람들이 공경하지 않거나, 걱정과 괴로움이 많거나, 왕에게 분노를 사거나, 나라가 황폐해지고 마을이 분산되는 일을 만나거나, 친족이 흩어지거나, 지식이 뛰어나도 법회를 만나지 못하거나, 모든 곳에서 원하는 것이 있어도 사람들이 베풀지 않거나, 설사 얻은 것이 있어도 대중이 즐거워하지 않거나, 혹은 작은 베풂을 얻거나, 귀한 사람에게 놀림 받고 가난한 사람은 친근히 공경하거나, 선업을 닦고자 하여도 어긋나고 방해하는 것이 많거나, 아둔하고 산란하여 법차(法次)에 통달하지 못하거나, 부리는 사람을 얻지 못하거나, 누워 잘 때마다 악몽을 꾸거나, 혹은 또 그 밖의 꿈을 꾸거나 하는 죄업(罪業)이 곧 없어질 것이다.
지난 업에 구속되고 악마에게 가리어지면, 허망하게 상(相)을 취하고 마군에게 틈을 주어 모든 법을 알지 못할 것이며, 이양처(利養處)에서 스스로 비열한 생각을 내고, 단정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모습이 누추하여 사람들이 사랑스럽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이익을 얻는 것을 보면 증오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내고, 다시 서로 업신여기며 헐뜯을 것이다. 이와 같이 간략히 말하였거니와 미륵이여, 만일 어떤 보살이 백 분의 부처님 처소에서 함께 공덕을 짓고 잃지 않으려 했다면, 이러한 인연으로 서로 헐뜯어 무너뜨릴 것이니, 하물며 짓지도 않은 자이겠느냐? 이와 같이 미륵이여, 마땅히 굳게 정진하여 바르게 억념(憶念)함으로써 대인력(大忍力)을 일으켜 깊은 법의 묘한 지혜의 방편을 성취하여야 할지니, 미래세에 이 법을 지니고 싶다면 정진하여라.”
이때 미륵보살과 문수사리보살과 희왕보살 등이 이와 같은 60명의 보살들의 상수(上首)가 되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희가 지금 이 법을 보호하는 공덕을 들었으니, 미래세에 이 경을 보호하여 유지하겠습니다.”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욕심 적고 더러움 없고 삿된 아첨 없으며
항상 바르게 억념하고 멀리 행(行)을 여의며
깊은 인(忍) 견고하여 동요 없음은
시방의 보배덩이[珍寶聚]를 보호하기 위함이니라.
위의가 고요하고 염착(染着) 없으며
구하는 것 없고 욕심 없어 다툼을 여의며
마음은 평등하여 허공 같아 흔적이 없고
행은 진여에 응하여 삼매를 체득하며
견고한 보리 항상 앞에 나타나고
깊고 깊은 이치 환히 깨달아 정각(正覺)이라 이름하며
증오도 사랑도 보지 않고 집착하는 곳 없어야
마침내 이 삼매 획득하게 되리라.
미운 이이거나 친한 이이거나 마음이 평등하고
부처님이거나 선우(善友)이거나 다르다는 생각 없고
6화경(和敬) 수행하고 계율을 청정하게 하면
이런 사람 속히 이 삼매 깨달을 수 있느니라.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것 명료히 깨닫고
지인법(智印法)의 백억 가지 모습 근기 따라 설하고
지혜의 비춤이 밝아 햇빛에 비유되니
이 가운데서 지혜에 들어가는 문 설하느니라.
해와 달 밤낮으로 허공에 있되
또 설산(雪山)처럼 땅에 있네.
제석과 범왕과 전륜왕이
의사처럼 잘 다스리니, 이 경전 또한 그러하니라.
이 경은 마음을 청정히 하고 업보 없애며
이 경은 마군을 항복시키니 감로라 이름하며
이 경은 신족통(神足通), 천안통(天眼通)과 타심통(他心通) 갖춰서
모든 이류(異類)가 약간씩 응하느니라.
이것은 능히 나유겁(那由劫)을 기억하고
이것은 능히 모든 애착 없애며
이것은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여래인(如來印)이니
이는 도와 상응하기가 손바닥 뒤집는 것 같다[如反掌].
이 경은 모든 공(空)의 이치 선택하여 해석했고
이는 고요하여 진실로 머물며
유무(有無)의 두 변(邊)을 희론이라 하고
영원히 버려 집착 없이 정법을 유지하느니라.
부처님 열반 후에 어떤 이가 말하기를,
내가 보니 모든 법은 공하여 꿈과 같고
모든 법은 생기지 않아 작자(作者)가 없다 하면서
이 가운데 짓는다는 생각[作想]을 시설하여 머물며
법은 공하여 생김도 없고 작자도 없으며
보는 것도 없고 오는 것도 없으며 또한 움직임도 없으니
법에 집착하는 모든 것 법적(法賊)이라 하며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공을 배웠다 하느니라.
만일 그에게서 이름과 법을 듣고서
비통히 눈물 흘려 옷 적시고 털이 곤두서면
또 스스로 칭찬하기를, 불퇴전이라 하고는
후에 다시 뭇 악상(惡相) 말하느니라.
귀하건 천하건 빈궁하건 재물과 보배 잃더라도
내가 만일 법을 깨달으면 많은 이익 얻거니
내가 만일 출가하면 친족이 영광 된다 하면서도
불자들에 대해서는 미워하고 성내느니라.
무상도 얻기 위해 출가하여
보리 행하고자 하여 머물지 않는다면
큰 바다 건너는 것 같아 피안이 멀어지니
이것은 보리에 바른 믿음 없는 것이니라.
고요히 산택(山澤)에 머물러 위의 갖추고
사우(師友)는 청정하고 권속은 선하며
이양을 위하여 친구 구하면서
자칭 진실한 출가라 말하느니라.
출가하여 능히 이 정법(正法)에 응하면
마치 연꽃처럼 물듦 없나니
이 경과 상응하여 차례로 행하면
이것이 진실한 보리이니 항상 수호하라.
희왕아, 내가 지금 너를 가르치리니
부디 저 불선(不善)한 가르침을 따르지 말라.
여법하게 수행하여 불덕(佛德) 갖추려면
그대는 마땅히 나의 가르침 따라야 하느니라.
가령 나유계(那由界) 같은 밭에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종자 심어
하나의 종자가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열매 맺듯
모든 종자 생기는 것 또한 이와 같으며
이같이 전개되어 천만 종자가
가득 우거지고 따로 생겨 번성하면
그 종자 셀 수 없듯이
일체는 더욱이 헤아릴 수 없느니라.
이 교묘한 방편으로 동방이 다하도록
이와 같이 남김없이 심고
모든 곳[諸方] 또한 이같이 하여
이 모든 종자 부처님 수만큼 충만하며
한 분 한 분의 부처님마다 백 개의 머리 있고
한 분 한 분의 부처님 머리마다 백 개의 혀가 있어
이같이 무량겁 동안을 지나면서
모두 함께 찬탄하셔서 이 경에 응하시느니라.
베껴 쓰고 받아 지니며 독송하는
그 공덕 연설하려면 끝이 없으니
수미산 속의 개자(芥子) 같고
허공 가득한 풀 중의 한 잎사귀와 같으며
큰 바닷물 중의 한 방울 물과 같나니
마땅히 이 경에 응하여 유(有)를 여의고 행하라.
듣고 받아 지니고 쓰고 독송하게 하려 함이니
그러므로 내가 이 게송 말하노라.
이때 희왕보살과 문수사리법왕자보살과 이와 같은 60명의 보살들이 무연행(無緣行)을 얻고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법은 어떤 법입니까?”
부처님께서 희왕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말한 법이란, 지음도 없고 시설함도 없이 말[言說]로만 있는 것이다.”
“예. 세존이시여, 만일 법이 지음도 없고 시설함도 없다면, 무슨 이유로 말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법이 지음도 없고 시설함도 없다면, 무소득으로 이와 같이 설한다. 법을 두루 관찰하면, 얻음도 다함도 없다. 초월하지도 감소하지도 않고, 없어지지도 만나지도 않는다. 처(處)도 없고 처소(處所)도 없다. 이것도 저것도 없으며, 유위(有爲)도 무위(無爲)도 아니다. 가명(假名)이되 가명이 아니며, 마음이 아니되 마음이 아닌 것도 아니다. 대(對)하는 것도 아니고 대하는 것이 아닌 것도 아니며, 상응하는 것도 상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평등하되 평등한 것도 아니고, 경계이되 경계인 것도 아니다. 나누어지되 나누어지는 것도 아니고, 가깝되 가까운 것도 아니며, 물드는 것도 아니고 말[言說]도 아니다.”
“예. 세존이시여, 무엇이 물드는 것도 아니고 말도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물드는 것도 아니고 말도 아닌 것을 열반이라고 이름한다.”
이때 문수사리법왕자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만일 법이 이 같은 모습이라면, 어떤 것이 법이 멸하는 것이며, 어떤 법을 보호해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법상(法相)을 일으키는 것은 모든 법을 희롱하는 것이며, 모든 법을 희롱하면 유무의 두 가지 변(邊)이 일어난다. 두 변이 일어나는 것, 이것이 곧 법이 멸하는 것이다. 제일의(第一義) 중에는 법도 없고 법이 멸함도 없으며, 또한 다툼도 없다.”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혹 어떤 사람 진실을 말하되 무이(無異)라 하고
혹 어떤 이는 달리 무상(無常)이라 말하니
만일 어떤 사람 법 얻는다 하며 두 변을 헤아리면
이를 상응하지 않는 희론이라 이름 하느니라.
법은 지음도 없고 무너짐도 없고
본래 자기도 볼 수 없고 남도 볼 수 없으며
또한 상응해서 시설(施設)하는 생각도 없으니
만일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공을 확실히 알았다고[忍空] 한다면
공에 생각을 매여 상응하지 못하는 것이로다.
이 법은 생김 없건만 망령되이 헤아리니
시설하는 모든 것 모두 마군의 그물이며
마음이 반연 없는 것을 법인(法印)이라 하노라.
만일 헤아리고 생각하면 범부라 하여
본래 없는 모든 법 망령되이 취하고
모든 법 사량[籌量]하며 언성(言聲)을 헤아리니
어리석은 이, 망령되이 유무 두 가지 취하느니라.
지혜로 지혜 구하면 지혜 얻을 수 없으니
지혜는 끝내 지혜에서 생기지 않느니라.
유위(有爲)란 허망한 가짜 모습이라고 연설하니
또한 지혜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니라.
만일 법이 실제 조금이라도 있다 하여
허물어 없애면 단멸법(斷滅法) 이루고
만일 어떤 법 있어 실제로 머문다면
모든 법이 곧 상주법(常住法)이니라.
어리석은 이는 버리고 다시 얻으므로
음(陰)을 허물고 법상(法相) 없애어
나에 계착하여 실제 나가 있다 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법이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님을 아느니라.
명(明)과 무명(無明)은 법에 둘이 없다 하여
이런 소리 듣고 곧 놀라 의심하면
이는 치우친 견해[邊見]에 매인 모습이니
유위(有爲)가 없어지는 것을 열반이라 하느니라.
마음은 마음의 실상(實相) 알 수 없고
실상 또한 마음 모르니
모든 법 모두 꿈같건만
혹 진실이라 말하면서 아견(我見)에 집착하느니라.
법이 연(緣) 따라 일어난다 하면 진제(眞諦) 아니고
법이 멸진한다 하여도 또한 진제 아니나
이 같은 방편으로 진실 얻으니
일으킨 법이 진실이라면 부처님께서 응당 일으키신다.
여래의 지혜 얻을 수 없으니
비록 모든 법 말씀하시되 드러내 보이신 일 없으시고
뭇 병 고치시되 해탈 없으시므로
이러한 것을 바르고 적정한 이해[善寂解]라 하느니라.
만일 열반에 어떤 분(分) 있다 하면
모든 부처님과 성문들 그곳 가실지라도
모든 법 가리어 열반 없을 것이니
지자(智者)는 희론을 내지 말라.
실제 중생을 볼 수 없다면
이는 또한 볼 수 있는 것 없되, 말만 있는 것으로
중생 스스로 볼 수 있는 상(相) 일으키는 것이니
이것이 집착 없는 열반이니라.
혹 음(陰)이 곧 진제(眞諦)라 말하고
혹 애착 없애는 것을 도(道)라 한다 하며
오직 하나인 진제는 생멸(生滅) 없건만
혹 다시 네 가지 진제 연설하느니라.
추구하면 하나의 법의 근본도 얻지 못하리니
하물며 도수(道樹)에 앉아 4제를 보는 것이겠는가.
뭇 잡되고 더러운 마음으로 출가하여
더욱 아법(我法)을 허물고 망령되이 일으키니
사문과(沙門果)와 명예 위해
나쁜 벗 가까이 말고 착한 벗과 친해야 하느니라.
무소처럼 광야에 홀로 있으면
이 삼매의 뜻과 상응하리라.
80억 부처님ㆍ이족존(二足尊)께서
이 경 써서 지니는 자 호념하시고
진리 깨달은 모든 천(天)도 호념하여
밤낮으로 수호하여 버리지 않으며
무량한 광명 다함없이 비추시며
밝으신 지혜로 백법문(百法門)을 이끌어 보이시어
꿈속에서도 깨달아 성취케 하시니
이 삼매를 지니는 일 매우 희유(希有)하느니라.
이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불보리를 성취하고자 하면 이 삼매를 전심(專心)으로 배워라. 그렇게 하면 32상(相)ㆍ80종호(種好)ㆍ10력(力)ㆍ4무소외(無所畏)ㆍ대자대비(大慈大悲)를 성취할 것이며, 불안(佛眼)을 성취하고 스스로 보리를 이루며, 성문중(聲聞衆)을 이루고 보살중(菩薩衆)을 이루며, 불국토(佛國土)를 이루고 대지다라니(大智陀羅尼)를 이루리라. 모든 중생의 언어를 알고 싶거나, 근기 설법의 변재[應辯]를 얻고 싶거나, 확고한 변재[決定辯]를 얻고 싶거나, 신족(神足)을 얻고 싶거나, 불퇴법(不退法)을 설하고 싶거나, 모든 상응하는 법을 알고 싶거나, 모든 법을 밝게 알고 싶으면, 마땅히 이와 같은 삼매를 닦고 익혀야 한다. 왜냐하면 보살이 이 삼매와 상응하면 위와 같은 공덕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부처라 이름하고, 두루 안다[遍學]고 하며, 주(洲)라 이름하고, 구(救)라 이름하며, 응공(應供)이라 이름하고, 일체지(一切智)라 이름하며, 조복(調伏)이라 이름하고, 세간해(世間解)라 이름하며, 무상사(無上士)라 이름하고, 여래(如來)라 이름하느니라. 말한 대로 행하여 비할 데 없음을 제일론(第一論)이라고 하니, 진실된 논(論)이어서 가장 훌륭하느니라. 왜냐하면 문수사리여, 내가 이 삼매에 머물러 연등불을 보고 곧 보리를 얻었기 때문이니라.”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예. 세존이시여, 만일 세존께서 연등불을 뵙고 곧 보리를 얻으셨다면, 어찌하여 아승기겁 동안 생사 중에 계시면서 난행(難行)과 고행(苦行)을 닦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중생을 위하여 불사(佛事)를 하기 위해서였으니, 중생을 교화시켜 삼승(三乘)에 머물게 하고, 그들을 위하여 본원(本願)을 말해 주기 위해서였느니라. 문수사리여, 내가 그때에도 역시 보리를 얻었으며, 또한 열반에 들었느니라.”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능히 이것과 상응하면
스스로 깨달아 복(福)이 한량없으리니
시방의 백억 부처님께서
모두 이 사람을 호념(護念)하시리라.
불퇴전은 감로(甘露)이고
생각 없이 온갖 모습 드러나느니라.
익히고 닦으면 반드시 획득하리니
다함없는 총지왕(總持王)이니라.
이 지삼매정(智三昧定)은
모든 언음(言音)을 다 알고
능히 모든 법상(法相)을 무너뜨리니
온갖 번뇌[結]를 멸하여 해탈하리라.
고요하여[善寂] 일어나지도 없어지지도 않으며
집착하지 않고 온갖 의심도 없애어
10력(力)과 상호(相好)를 이루니
모든 부처님의 공덕이니라.
고요하여[善靜] 갖가지 음(音)과
온갖 다른 소리[聲] 알고
차례로 깨달아 기뻐하게 하며
유(有)와 무(無)의 두 가지 변(邊)에서 해탈케 하느니라.
가장 훌륭한 결정지(決定智)로서
모든 번뇌 없애니
만일 능히 이 경을 배울 수 있다면
확실히 도(道)를 알아 의심 없으리라.
만일 삼칠일 동안
전심(專心)으로 이 경을 배우되
게으르지 않고 졸거나 눕지 않으며
친한 사람 따라 애락(愛樂)하지 않고
부드럽고 온화하게 기쁜 말을 하고
자비하여 질투하지 않으며
6화경(和敬)을 닦고
계(戒)를 지킨다면 삼매를 얻으리라.
평등한 마음으로 위의(威儀)를 갖추고
곧은 마음[直心]으로 해탈을 좋아하며
연기(緣起)를 조작하지 않고
지족(知足)하여 더러움에 집착하지 않으며
견고하되 경솔하지 않고
삿되고 거짓된 모습 나타나지 않으며
새[禽]처럼 계착(繫着)됨이 없으면
반드시 총지왕을 획득하리라.
삼천세계가 진동하고
하늘에 온갖 음악 소리가 들리며
묘향화(妙香花)가 비 오듯 날리고
백천의 당(幢)과 일산[蓋]을 드리우며
또 묘한 천관(天冠)과
차거와 보배구슬과
마니와 진주와
원보(圓寶)와 광열의(光悅衣)가 비 오듯 내리리라.
상계(上界)의 무량천(無量天)과
모든 용과 금시조(金翅鳥)와
용왕과 아수라왕과
비구와 청신사(淸信士)와
비구니와 청신녀가
각각 입은 웃옷을 벗어
원보(圓寶)를 부처님께 뿌리고
무상도(無上道) 구하기 원하느니라.
내가 한량없음을 설하더라도
또한 드러내 보일 수 없으니
만일 보리심을 낸다면
곧 불퇴전을 얻으리라.
조복받으면 나한(羅漢)을 얻으리니
그 수가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을 것이고
백 세계의 중생이
법을 듣고 환희하리라.
이때 세존께서 이 법을 말씀하실 때 아승기만큼의 중생들이 모두 무상보리심을 냈고, 80나유타의 하늘과 사람들이 모두 무상도(無上道)에서 물러서지 않게 되었다. 6만 30억의 천인(天人)들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고, 무수히 많은 중생들이 아라한(阿羅漢)과를 얻었으며, 이와 같이 시방에서 와서 모인 보살마하살들이 모두 이 삼매를 얻었다.
부처님께서 경을 말씀하시고 나자, 희왕보살과 문수사리가 상수가 된 60명의 불가사의한 보살들과, 미륵(彌勒)이 상수가 된 현겁(賢劫)의 모든 보살들과, 현수(賢首)와 금광(金光)과, 이와 같이 시방에서 와서 모인 보살과 모든 성문과, 사부대중과 천인(天人)과 건달바(乾闥婆)와 아수라(阿修羅) 등 모든 세간의 중생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환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