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UCLA 한국학과 살리기에 안간힘 LA서 7번째 학술강연과 전통음악공연 열린다
자원이 없고, 땅이 작은 우리나라가 세계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던가? 그것은 정치, 경제, 군사 그 어느 것도 아닌 바로 문화일 것이다. 우리의 한글은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최고의 글자로 추켜세운다. 또 종묘제례와 제례악과 판소리 그리고 창덕궁과 수원화성은 세계유산에 등록되었고,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정작 그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를 세계에 알리려 노력하는 사람, 기관은 흔치 않다. 중국정부는 중국어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공자학당에 10년 계획으로 4천억 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한국어를 세계에 전하는 세종학당에 우리 정부는 그의 1/10에 지나지 않는 예산을 투자한다. 이래서 과연 우리가 세계에 당당해질 수 있음이던가? 그런데 이런 일은 미국 LA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10대 명문대학의 하나인 LA의 UCLA대학 한국음악과는 이 대학 민속음악대학 안에서 매 학기당 150여 명이 수강하는 가장 인기있는 과로 꼽힌다고 한다.
하지만, 1970년대 초 시작한 이 한국음악과는 지난 2004년 UCLA 대학 당국으로부터 주정부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이유로 없앨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같은 대학의 중국음악과는 한국음악과 보다 수강생도 적지만 정교수가 있는 등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서 학과 폐지 대상에서 빠지고 예산 삭감에 따른 희생은 한국음악과 몫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음악과 김동석 교수와 한국전통음악회 (회장 단국대 서한범 교수)는 폐과를 막고자 온 힘을 기울였다. 그것은 바로 한국음악 학술강연과 전통음악 공연이 그것인데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7번째를 맞는다. 이 행사는 어디서 예산이 지원되는 것이 아닌 한국전통음악회 회원들이 경비 대부분을 스스로 부담하여 꾸려왔다. 해마다 이 행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1억 원이 넘지만 지난해에도 문화관광부 지원은 2천만 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약간의 기업후원금이 더해지고 나머지는 회원들이 충당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7번째나 꾸려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손뼉을 쳐마지않고 있다.
올해도 이들은 오는 2월 11일부터 22일까지 12박 13일의 강행군을 떠난다. 이 기간에 이들은 제7회 UCLA 학술강연과 국악 공연, 동부한인회 초청 국악 연주, LA Wilsire Ebell 극장의 “UCLA 한국음악과 살리기 위한 모금 공연” , Sung-moon 교회 초청연주, 초·중등학교 방문 국악 특강과 시범 연주 등의 빡빡한 일정이 잡혀 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전문 학자들과 국악인들은 서한범 회장을 비롯하여 황용주 산타령 인간문화재, 조성보 공주대 교수, 최경만 충남국악단 감독, 박문규 한국정가악연구원장, 임진옥 수원대 교수, 조혜영 명신대 교수, 유지숙 서도소리 준인간문화재, 김수연 판소리 준인간문화재 등이다. 지난 2004년 한국일보엔 “UCLA 한국음악과 살리자”란 사설이 실렸었다. 사설은 “한국음악과가 문을 닫는다면 학생들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음악선율에 심취할 기회를 빼앗기게 되고, 우리는 주류사회를 비롯해 타 커뮤니티 주역이 될 인재들에게 한국음악과 문화를 알릴 채널을 잃게 된다. 뿌리 교육에 목말라하는 우리 2세들이 겪게 될 상실감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영사관, 문화원이 이 사안을 국가홍보 사업 차원에서 논의하길 바란다. 확정된 예산이 없다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곤란하다. 세계 속에 한국을 심는 과업은 말로 그쳐서는 소용이 없다. 경각에 달린 한국음악과의 상황을 본국정부에 알려 긴급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제대로 할 일 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라고 주장했다.
▲ 한 건물 외벽에 커다란 태극기와 함께 “우리나라를 세계 열방 가운데 들소의 뿔처럼 높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는 펼침막이 걸렸다.ⓒ 김영조
하지만, 그 뒤 한국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UCLA 한국음악과 김동석 교수와 단국대 서한범 교수가 중심이 된 한국전통음악회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UCLA 한국음악과에서 우리 정부와 북녘에 악기를 기증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북녘은 곧바로 악기를 보냈지만 남녘은 각 부처가 오랫동안 서로 떠밀기를 하는 바람에 북녘에서 보낸 악기만 전시할 수 없어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한 건물은 외벽에 커다란 태극기와 함께 “우리나라를 세계 열방 가운데 들소의 뿔처럼 높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는 펼침막을 걸어둔 것을 본다. 하지만, 세계에 우리를 알리는 일은 그런 구호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LA UCLA 대학의 한국음악과가 없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일이 아닐까? 전통문화와 국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한국음악과를 지탱하는 일을 개인들의 일로 치부하고 내버려둘 일이 아니라 정부가 떠맡고 기업이 뒤를 밀어 처리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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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 원문보기 글쓴이: 김영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