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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당 스크랩 [소개] 풍전등화 UCLA 한국학과 살리기에 안간힘
청락당 추천 0 조회 35 08.05.03 17:17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풍전등화 UCLA 한국학과 살리기에 안간힘

LA서 7번째 학술강연과 전통음악공연 열린다

 

 

 

      2006년 LA 한국문화원에서 열린 공연 중 전미경과 솔아소리 민요단 의 민요 공연 모습

       ⓒ 한국전통음악회

 

 

자원이 없고, 땅이 작은 우리나라가 세계 강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던가? 그것은 정치, 경제, 군사 그 어느 것도 아닌 바로 문화일 것이다. 우리의 한글은 세계의 언어학자들이 최고의 글자로 추켜세운다. 또 종묘제례와 제례악과 판소리 그리고 창덕궁과 수원화성은 세계유산에 등록되었고, 김치는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로 꼽혔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은 많아도 정작 그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그를 세계에 알리려 노력하는 사람, 기관은 흔치 않다. 중국정부는 중국어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공자학당에 10년 계획으로 4천억 원을 투자하고 있지만 한국어를 세계에 전하는 세종학당에 우리 정부는 그의 1/10에 지나지 않는 예산을 투자한다.

 

이래서 과연 우리가 세계에 당당해질 수 있음이던가? 그런데 이런 일은 미국 LA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미국 10대 명문대학의 하나인 LA의 UCLA대학 한국음악과는 이 대학 민속음악대학 안에서 매 학기당 150여 명이 수강하는 가장 인기있는 과로 꼽힌다고 한다.

 

 

     

      2007년 한국전통음악회의 UCLA 전통춤 공연 모습 ⓒ 한국전통음악회

 

 

 

     2007년 한국전통음악회의 UCLA 공연 유지숙의 서도소리, 최경만의 피리 ⓒ 한국전통음악회

 

 

 

 

      2007년 UCLA에서 조성보 공주대 교수 전통음악 학술강연 모습 ⓒ 한국전통음악회

 

 

하지만, 1970년대 초 시작한 이 한국음악과는 지난 2004년 UCLA 대학 당국으로부터 주정부 예산이 삭감되었다는 이유로 없앨 것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같은 대학의 중국음악과는 한국음악과 보다 수강생도 적지만 정교수가 있는 등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서 학과 폐지 대상에서 빠지고 예산 삭감에 따른 희생은 한국음악과 몫이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한국음악과 김동석 교수와 한국전통음악회 (회장 단국대 서한범 교수)는 폐과를 막고자 온 힘을 기울였다. 그것은 바로 한국음악 학술강연과 전통음악 공연이 그것인데 지난 2001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7번째를 맞는다. 이 행사는 어디서 예산이 지원되는 것이 아닌 한국전통음악회 회원들이 경비 대부분을 스스로 부담하여 꾸려왔다.

 

해마다 이 행사에 들어가는 예산은 1억 원이 넘지만 지난해에도 문화관광부 지원은 2천만 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약간의 기업후원금이 더해지고 나머지는 회원들이 충당할 수밖에 없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7번째나 꾸려온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전통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손뼉을 쳐마지않고 있다.

 

 

 

       2007년 UCLA에서 한 방송과 대담 중인 서한범 회장 ⓒ 한국전통음악회

 

 

        UCLA 행사에 대해 논의하는 서한범 회장(가운데)과 조혜영 교수(재무부장, 오른쪽),

          안정희 총무 ⓒ 김영조

 

 

올해도 이들은 오는 2월 11일부터 22일까지 12박 13일의 강행군을 떠난다. 이 기간에 이들은 제7회 UCLA 학술강연과 국악 공연, 동부한인회 초청 국악 연주, LA Wilsire Ebell 극장의 “UCLA 한국음악과 살리기 위한 모금 공연” , Sung-moon 교회 초청연주, 초·중등학교 방문 국악 특강과 시범 연주 등의 빡빡한 일정이 잡혀 있다.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전문 학자들과 국악인들은 서한범 회장을 비롯하여 황용주 산타령 인간문화재, 조성보 공주대 교수, 최경만 충남국악단 감독, 박문규 한국정가악연구원장, 임진옥 수원대 교수, 조혜영 명신대 교수, 유지숙 서도소리 준인간문화재, 김수연 판소리 준인간문화재 등이다.

 

지난 2004년 한국일보엔 “UCLA 한국음악과 살리자”란 사설이 실렸었다. 사설은 “한국음악과가 문을 닫는다면 학생들은 ‘조용한 아침의 나라’의 음악선율에 심취할 기회를 빼앗기게 되고, 우리는 주류사회를 비롯해 타 커뮤니티 주역이 될 인재들에게 한국음악과 문화를 알릴 채널을 잃게 된다. 뿌리 교육에 목말라하는 우리 2세들이 겪게 될 상실감은 재론할 필요도 없다.

 

영사관, 문화원이 이 사안을 국가홍보 사업 차원에서 논의하길 바란다. 확정된 예산이 없다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곤란하다. 세계 속에 한국을 심는 과업은 말로 그쳐서는 소용이 없다. 경각에 달린 한국음악과의 상황을 본국정부에 알려 긴급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국정부가 제대로 할 일 했다는 칭찬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라고 주장했다.

 

 

 

                       한 건물 외벽에 커다란 태극기와 함께 “우리나라를 세계

                             열방 가운데 들소의 뿔처럼 높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는

                             펼침막이 걸렸다.ⓒ 김영조

 

 

하지만, 그 뒤 한국정부가 어떤 조치를 취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UCLA 한국음악과 김동석 교수와 단국대 서한범 교수가 중심이 된 한국전통음악회의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겨우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UCLA 한국음악과에서 우리 정부와 북녘에 악기를 기증해달라고 요청했는데 북녘은 곧바로 악기를 보냈지만 남녘은 각 부처가 오랫동안 서로 떠밀기를 하는 바람에 북녘에서 보낸 악기만 전시할 수 없어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한 건물은 외벽에 커다란 태극기와 함께 “우리나라를 세계 열방 가운데 들소의 뿔처럼 높여 주옵소서”라고 기도하는 펼침막을 걸어둔 것을 본다. 하지만, 세계에 우리를 알리는 일은 그런 구호가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LA UCLA 대학의 한국음악과가 없어지는 것을 막아내는 일이 아닐까?

 

전통문화와 국악을 사랑하는 이들은 한국음악과를 지탱하는 일을 개인들의 일로 치부하고 내버려둘 일이 아니라 정부가 떠맡고 기업이 뒤를 밀어 처리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UCLA 한국음악과를 살리는 일은 긴급상황입니다.
[대담] 한국전통음악회 서한범 회장


 

 

- 어떻게 UCLA 대학 학술강연과 전통음악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 서한범 회장 대담을 하는 한국전통음악회 회장 단국대 서한범 교수
ⓒ 김영조
서한범


“평소 가까이 지내는 미국 LA 김동석 교수는 미국에 이민 가 있는 국악인이나 무용인들을 규합하여 <재미국악원>을 만들고 코리안 퍼레이드나 미국 내에 한국을 기념하는 여러 행사 때마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미국사회에 알리는 등 매우 열심히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UCLA의 교수로 초빙된 다음 저에게 한국음악에 관한 특강을 요청해 했는데 교수와 학생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이러한 일은 혼자가 아니라, 좀 더 크게 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하여 뜻을 같이할 사람들을 찾았지요.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국내·외에서 실기를 위주로 학술이나 공연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전통음악학회를 창립하여 이 일을 하게 된 것입니다. 김 교수와 저의 의욕이 합해진 셈이지요.“

 

- 별다른 지원 없이 7번이나 이 행사를 해온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우선 저를 믿고 함께 참여해 준 회원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거의 불가능했지요. 처음엔 10여 명이 참여했으나 점차 참여인원이 늘어나서 매해 30~40명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번엔 무려 47명이 동행하게 되었구요. 특히 임진옥 수원대 교수, 박문규 정가악연구원장, 황용주 산타령인간문화재, 윤평화 보유자후보, 최경만 충남국악단 감독, 유지숙 서도소리 전수조교, 조혜영 명신대 교수 등 많은 분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주고 있어서 힘이 됩니다.

 

국내의 유명 국악인들이 자기 돈을 내가면서 지원행사를 한다는 것은 열린 마음이 아니고는 어렵습니다. 그동안 문화관광부에서 약간의 지원금(1,000~2,000만 원 정도)을 받았고, 현대자동차나 SK텔레콤에서 악기구입이나 팸플릿 제작에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회원들의 참가비가 기본이지요. 이번에도 정부와 기업의 도움이 있으면 힘이 될 텐데 걱정입니다.“

 

- 미국 한인사회에 전통음악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또 그동안 행사에 대한 미국 한인사회와 미국인들의 반응은 어느 정도였나요?
“우리가 대상으로 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대학사회입니다. 교수나 학생들, 그리고 주류사회를 겨냥하고 있지요. 특히 명문대학의 학생 중에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학 온 학생들이 많은데 이 학생들은 장차 자기 나라에 돌아가면 중추적인 역할을 할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 한국전통음악의 독특한 점이나 우수한 예술성을 경험시키는 것은 이른 시일 안에 한국을 알리는 확실하고 바람직한 사업이라고 봅니다.

 

이 일은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UCLA 대학 측에서 우리를 인정해 주고 초청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대학 극장에 젊은 외국학생들이 입장을 하려고 줄을 길게 늘어선 모습이나 자리가 없어 밖에서 기다리던 학생들의 모습을 보게 될 때도 많았어요.

 

한인 교포 사회는 유감스럽게도 전통음악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없는 듯 보여요. 살기에 바쁘기도 하겠지만, 오히려 미국인들이 더 관심을 두는 것을 볼 때 씁쓸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미국 10대 명문대학인 UCLA에 한국음악과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교포도 많지 않은 듯하고, 더군다나 한국음악과가 폐과 위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은 듯하여 안타깝습니다.“

 

-  전통문화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상황입니다. 행사와 관련하여 정부나 국민에게 하고 싶은 말은?
“전통문화를 아무리 훌륭한 상품으로 만든다 하여도 일회성 공연으로 그 목적을 달성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설득하고 들려주고 보여주고 반복하면서 관심을 두도록 꾸준히 노력해야지요. 특히 젊은 사람들을 전통음악의 애호가로 만들어 가는 방법을 연구해야 합니다. 학교에 있는 분들이 특히 책임감을 느껴야 할 것입니다.

 

UCLA뿐만 아니라, 미국의 각 대학에 한국의 전통음악을 심는 작업은 계속 확대되어야 함에도 하나밖에 없는 유일한 한국음악과가 폐과 위기에 처해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미국의 일이 아니고 바로 우리의 일입니다. 우리 학회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습니다.

 

교포사회의 힘으로 위기를 막을 수 없다면 본국 국민의 힘을 빌려서라도 이를 막아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도 구경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살려야 한다는 구호만이 아니라 실제 벌어진 이 일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이것은 느긋하게 지켜볼 것이 아닌 긴급 상황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대담 내내 서 회장에게서 한국음악과를 살려야 한다는 결의도 느낄 수 있었으며, 전통문화와 국악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가슴 속에 새기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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