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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촌사람이라고 밝힌 조광래 감독은 K리그의 어떤 지도자보다 세련된 축구를 한다.
사진 김홍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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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3일 경남 FC와 수원 삼성의 경기가 끝난 뒤 수원 차범근 감독은 경남이 뜻밖의 공격 카드를 꺼냈다고 했다. 무슨 카드였길래 차감독이 그런 말을 했을까.
차감독은 경남의 공격 삼각 편대로 서상민-김동찬-인디오를 예상했다. 그런데 경남은 김영우-김동찬-알미르 카드를 꺼냈다. 경남은 선수층이 두껍지 않다. 열악한 재정 때문에 많은 돈을 주고 선수를 영입할 수도 없다. 비주전이나 2군 선수들의 기량을 키워야 하고 이들이 잘 해야 버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1대1 돌파 능력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2대1 패스 훈련을 많이 시킨다. 오늘(8월 25일) 아침에도 (이)상민이와 (송)기복이 그리고 (정)상훈이를 따로 불러 패스 훈련을 시켰다.
패스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에만 매일 30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주전과 비주전 선수들의 격차가 줄었다.
인터뷰를 하기 전 수원전 동영상을 보다가 나왔는데 경기 내용에선 우리가 알찼다. 수원 수비가 워낙 두꺼워 (김)영우와 알미르의 세밀한 플레이로 뚫으려고 했고 후반전에 인디오를 넣어 공격의 파괴력을 높이려고 했다.
(백)지훈이에게 한 방을 먹었지만 할 만큼 했다. K리그는 이제 9경기 남았다. 최소한 4경기는 이겨야 6강을 바라볼 수 있다.
수원에서는 이천수가 복귀전을 치렀고 경남에서는 브라질 유학파 출신의 이상민이 데뷔전을 치렀다. 이상민은 브라질 지역리그에서 뛰고 있었는데 6월 경남에 합류해 손발을 맞췄다. 기본기가 잘 갖춰진 선수다.
하필이면 이상민이 교체로 투입된 직후 실점을 했는데. (이상민은) 경기가 끝나는 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코치들도 경기 운영이나 기술은 뛰어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제 22살인데 패스 능력이나 경기 이해력이 뛰어나다.
올림픽대표선수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K리그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기는 하다. 출전 시간을 조금씩 늘리다 보면 미드필더로 큰 기대를 걸어 볼 만한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상민이 아니라 서상민의 교체 출전을 예상하는 의견이 많았는데. (서)상민이는 부상 때문인지 아직 100%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포지션이 인디오와 겹쳐 안타깝다. 훈련할 때 상민이를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내보낸 적이 있는데 아쉽게도 그 자리에서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
수원전에는 인디오를 교체로 투입하면서 상민이를 내보낼 시기를 놓쳤다. 그렇지만 팀 전체적으로 봤을 때 시즌 초반보다 한 단계 올라선 것은 분명하다.
수원을 상대해서도 우리 팀이 경기를 이끌어 갔다. 짧은 2대1 패스로 마토, 곽희주, 김성근 등이 버틴 수원의 중앙 수비를 뚫었다면 상당히 희망적이라는 얘기다. 득점 기회는 꽤 있었다. 골을 못 넣어서 그렇지.
경남의 공격 카드가 많아졌다. 김진용, 김동찬, 알미르, 정윤성 등의 공격수가 있는데 어떤 조합이 가장 위협적인가. 어느 팀이든 득점 기회가 났을 때 공격수 한 명 정도는 실수 없이 골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팀에서는 (김)진용이가 곧잘 그렇게 한다.
오랜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 아직까지 90분을 뛸 체력이 안된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공격수 가운데 포스트 플레이를 할 수 있는 다음 후보로는 (정)윤성이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부상 후유증 탓인지 공격수로서 득점력이나 키핑력이 떨어진다.
2군 경기에서도 득점 기회가 많았는데 골을 못 넣었다. 공격수로서 기술이 떨어지기 때문에 볼 컨트롤 훈련을 계속 시키고 있는데 두고 봐야겠다.
윤성이가 올라서면 공격 라인은 그런대로 괜찮을 것 같다. 어느 팀하고 경기를 하든 득점 기회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문제일 뿐이다.
외국인공격수 알미르를 데려오긴 했지만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라고 볼 수는 없다. 진용이가 빠졌을 때 대체 요원이 부족한 것도 걱정거리다.
김진용의 대표팀 발탁 얘기가 오가는 것 같은데. 허정무 감독이 (김)진용이를 뽑는다면 당연히 보낸다. 진용이는 스크린 플레이를 잘한다. 상대 수비를 밀어붙이는 힘도 있고 슈팅력도 뛰어나다. 대표팀에서 선발로 뛰기는 힘들겠지만 조커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김진용이 대표팀에 뽑히면 경남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는데. 진용이가 대표팀으로 빠지면 알미르와 (김)동찬이 그리고 (서)상민이 등을 최전방에 세워 짧은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려고 한다. 공중전에는 약점이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기술이 있는 선수들을 쓸 생각이다.
경남은 3-4-1-2 전형으로 굳어진 것인가. 그렇지 않다. 상대가 어디냐에 따라 스리톱을 쓸 수도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대신 공오균을 측면에 세우면 되니까. 아니면 인디오에게 ‘프리 롤’을 맡길 수도 있고. 상대에 따라 어떤 전형이 좋은지는 계속 연구하고 있다.
선수들의 능력을 정리해 놓은 데이터가 있나. 경기마다 선수들의 활약을 평가해 점수로 환산한 자료를 갖고 있다.
공개할 수 있나. 공개할 수 없다. 시즌이 끝나면 그 자료를 토대로 연봉 계약도 해야 하는데. 그거 보면 기분 나쁜 선수들도 꽤 있을 것이다.
지난 시즌에 견줘 팀 색깔이 크게 변했다. 지난 시즌 활약한 까보레와 뽀뽀가 떠나면서 올 시즌 구상에 큰 차질이 생겼다. 까보레와 뽀뽀는 지난 시즌 경남 공격의 80%를 차지했다. 엄청난 공헌도다. 둘이 다 했다고 보면 된다.
까보레가 남았다면 올 시즌 리그 경기를 보다 쉽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 선수가 빠지면서 국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제는 팀 플레이를 하는 쪽으로 색깔이 완전히 바뀌었으니 결과적으로 더 좋게 된 셈이다. 성적도 그런대로 나오고 있고.
국내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확실히 달라졌을 것 같은데. 지난 시즌에는 까보레와 뽀뽀만 공격을 했고 다른 선수들은 수비에 치중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재미가 없었다. 올해는 국내 선수들이 경기를 하면서 즐거워하는 것 같다.
선수들에게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가지라고 늘 얘기한다. 수비수라도 볼을 갖게 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공격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경남 선수가 아니다.
현대 축구는 수비수도 도전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상대 공격수를 따라다니는 수비를 해서는 안되고 공격수에게 바로 볼을 연결하겠다는 생각으로 도중 차단을 해야 한다.
수비만 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건 옛날 축구다. 올림픽대표팀도 그래서 실패했다. 수비가 자꾸 뒤로 물러 나니까 상대가 얼마나 편했겠는가.
7명이 수비 진영에 들어가 있으니 상대에게 미드필드를 그냥 내준 꼴이었다. 한국을 3-0으로 꺾은 이탈리아가 과연 얼마나 강팀이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탈리아가 패스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 꼴이 됐다.
국내 지도자들은 대체로 수비적인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봐야 한다. 수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야 맞는 말이다. 그러나 수비만 한다고 해서 수비가 단단해지는 건 아니다.
외국팀과 경기할 때 지레 겁을 먹는 것은 아닌지.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다. 한국 지도자들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올림픽대표선수 정도면 K리그에서 주전 가운데 주전이다. 각 팀에서 경기를 이끌어 가는 선수들이다.
경기 경험으로 따지면 상대 선수들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을 게 없다. 정면 대결을 펼쳐도 크게 차이가 난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가 먼저 골을 넣을 수도 있는데 지나치게 소극적인 축구를 하다 보니 기량의 반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점이 안타깝다.
지도자라면 선수들이 자신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해 놓고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으면 분위기가 이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K리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텐데. 더 안타까운 사실은 이번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올림픽대표팀이 수비와 체력 훈련에 집중했다는 얘기도 있는데. 올림픽대표선수들은 소속팀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이다. 시즌 도중인데 체력적으로 문제가 있다면 그건 선수가 아니다.
그런데 과연 체력 훈련이 꼭 필요했을까. 가뜩이나 시간도 부족했을 텐데. 조직력을 높이는 훈련을 했어야 했다.
가장 한국적인 축구는 어떤 형태라고 생각하나. 축구 스타일을 얘기하기 전에 기술을 향상시키는 훈련과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다음에 한국 선수들의 특성에 맞는 경기 방식을 찾아야 한다.
한국축구는 수비에 대한 개념이 잘못돼 있다. 대부분의 지도자가 비슷한 말을 한다. 그렇다면 그런 점을 보완하기 위한 훈련을 해야 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공격보다 수비가 좋아서 4강에 오를 수 있었다. 루이스 피구가 볼을 잡으면 2, 3명이 둘러싸는데 피구가 아니라 호나우두라도 어쩔 수 없다.
순간적으로 압박을 하면 어떤 상대도 미드필드 플레이를 손쉽게 못한다. 뒤로 주춤주춤 물러나는 수비적인 플레이는 현대축구에선 거의 하지 않는다.
어느 위치에서 어떤 형태로 압박을 할지 대표팀 정도면 확실히 할 줄 알아야 한다.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가 2, 3명의 수비수를 제치고 골을 넣으면 그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조직의 형태는 일관되게 갖춰야 한다. 이런 플레이가 살아나지 않으면 거스 히딩크 감독이 다시 와도 한국 축구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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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래 감독이 직접 그린 경남의 3-4-1-2 포메이션.
사진 정태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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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올림픽대표팀 감독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는데. 그런 얘기가 있었다. 그래서 쉬는 동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어린 선수들을 점검해 보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둘러보는 등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영국에 있을 때 진주 출신이다 보니 ‘경남의 창단 감독으로 올 수 있겠느냐’는 전화를 받았다. 그때는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해 보겠다’고 대답했다.
그랬는데 역시 대한축구협회는 큰 결심을 하지 못하는 것 같다. 프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지도자를 굳이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 앉힐 만큼 국내 지도자가 부족하지 않은데.
대표팀 성적이 나쁠 때마다 정신력 얘기가 나오는데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나. 요즘 젊은 선수들의 투쟁력과 근성이 예전보다 떨어진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정신력을 강조하는 것은 처음부터 상대에게 지고 들어가는 것과 다름없다.
기본적으로 정신력이 떨어지는 선수가 어떻게 프로 선수가 되고 대표팀 선수가 되겠는가. 나는 우리 선수들의 근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신력을 끌어내지 못하는 지도자의 자질 부족이 문제일 뿐이다. 히딩크 감독 때는 특별한 선수들이 뛰었느냐는 얘기다. 똑같은 우리 선수들이었다.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승부 근성을 끄집어내야 한다. 선수들의 정신력 타령을 하는 지도자들은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꼴밖에 안된다.
자꾸 선수들의 정신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하는데 그러면 왜 그런 선수를 뽑았을까.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는 지도자가 얼마나 되나. 꽤 있다. 협회에서 눈길을 주지 않을 뿐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장외룡 감독이나 대전 시티즌의 김호 감독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
우리 선수들도 웬만한 팀과는 대등하게 경기를 할 수 있는 기술은 갖고 있다. 경남만 봐도 외국인선수와 한국 선수의 기술에 별 차이가 없다.
K리그 감독들과 인간관계가 궁금한데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도자가 있다면. 리그 도중에는 감독들끼리 연락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마찬가지다. 승부의 세계인데 당연히 그러지 않겠나.
굳이 꼽는다면 수원의 차감독과 자주 만나는 편이다.
어쩌다 시간이 나면 골프도 친다. 차감독, 골프 잘 친다.
8월 23일 수원전이 끝나고는 그렇게 보이지는 않던데. 누가 그랬을까. 내가 아니면 그 친구가.
악수만 하고 바로 등을 돌리던데. 경기 끝나고 다시 얘기했다. 선수 시절부터 차감독이 다른 동료들보다 내게 유독 잘했다. 차감독이 독일에 있을 때 찾아간 적도 몇 번 있고.
대구 FC 변병주 감독에게서도 가끔 연락이 온다.
대전 김호 감독과는 한때 안 좋은 일이 있었지만 뒤끝 없이 다 풀고 이제는 다시 잘 지내고 있다. 불평불만이 많은 지도자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축구 걱정을 워낙 많이 하시는 분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 ‘또 불만이겠거니’ 하면 발전이 없다. 입에 쓴 보약으로 생각하고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협회에는 그럴 사람이 없다.
뻔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일을 하니까 실패하고 그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번 올림픽에서 야구는 승승장구했다.
그런데 축구는 어땠나. 나 같았으면 국민들에게 미안해서라도 스스로 옷 벗고 나오겠다. 그런 걸 못 느끼는 사람들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할 것인가.
뭔가 크게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축구를 업으로 삼은 사람으로서 소망이다.
지난해 경남 구단은 연고지 내 유관 단체들과 관계가 좋지 않았다.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 좋지 않았던 감정들이 사그라지고 있다. 창원축구협회와 관계 개선에 힘썼고 작년 같은 분위기는 아니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처음 와 보니 어떻게 된 게 K리그의 경남보다 내셔널리그의 창원시청을 더 떠받드는 분위기였다.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고 ‘뭔가 잘못됐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창원시청 축구단과 대화를 했더니 그쪽에서는 “나쁜 생각을 했던 건 아니다. 그동안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우리 선수를 창원시청에 보내는 등 지금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남축구협회와는 아직까지 매끄러운 관계는 아니다.
경남 지역 출신 국가대표선수가 최근 부쩍 줄었다. 한때는 대표팀 선수 가운데 10, 11명 정도가 경남 출신이었던 적도 있다. 그때는 대표팀 안에서 ‘경남 말을 표준어로 쓰자’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남 지역 출신 대표선수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경남 지역 유소년 팀의 육성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우리 팀에 데려올 수도 있고 대표선수도 나올 수 있다.
연고 고교를 정하기 위해 지역 내 고교 축구팀 감독들을 불러 놓고 이런 얘기들을 했더니 모두가 뜻을 같이 했다. 그런데 정작 협약을 맺자고 하면 슬슬 눈치를 보고 피했다.
왜 그랬을까. 경남 구단에서 감독과 코치 등 지도자가 내려가게 되니까 ‘하루아침에 직업을 잃어버리겠구나’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바꾸지 않겠다고 했고 훈련 방법에 변화를 주고 경기 출전과 관련된 학부모들의 간섭을 막겠다고 얘기했다.
경남 지역 고교가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지도 꽤 오래되지 않았느냐며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춰 설득을 했는데 그래도 싫다는 것이다.
도저히 방법이 없어서 고교팀을 창단하는 쪽으로 일을 진행하려 했는데 얘기가 오가던 학교장이 마지막에 이상한 조건을 내걸어서 파투가 됐다.
진주고에 좋은 선수가 있기는 했지만 모교이기 때문에 오해를 받을 것 같아 처음에는 아예 배제했다. 그런데 나중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경남 축구의 발전을 위한 일인 데도 뜻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그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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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 컴퓨터 링커로 불렸던 조광래 감독은 자신의 현역 때보다 김근철(사진)의 기량이 한 수 위라고 말했다.
사진 정태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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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은 창원 말고도 양산과 마산 등에서 경기를 하는데. 한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게 좋겠지만 경남 구단은 도민구단이다. 도민구단의 특성상 변칙 운영도 필요하다고 본다. 구단이 출범할 때부터 도민 화합을 내세웠다.
그런 측면에서는 경남 지역을 돌며 경기를 치르는 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관중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가서 경기를 하겠다고 얘기했다.
대신 관중이 꽉 찰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관중만 채울 자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경기 유치 신청을 하라고 했다.
창원에서 경기할 때보다 수입에도 도움이 되지 않나. 여기저기 떠도는 게 안 좋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다 든든한 후원 기업이 나타나면 어느 한 지역에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5년이 될지 10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는 꼭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경남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축구를 좋아하는 분들이 늘어날 것이고 축구를 정말 좋아하는 팬이라면 경기 장소가 어디든 찾아올 것이다.
경남은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된다. 2009년을 빛낼 스타로 서상민과 김근철을 꼽는 의견이 많은데. 경남의 모든 선수들을 좋아하지만 경기 운영 능력면에서 김근철을 매우 높게 평가한다. 부상 탓에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고 최근에야 다시 경기에 나오기 시작했지만 매우 영리한 선수다.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안다. 선수들에게 내 현역 시절과 비교해 지적을 많이 하는데 경남뿐만 아니라 한국선수들이 대체로 경기 운영 능력이 떨어진다.
수비가 깊게 들어가 있는지 얇게 펼쳐 있는지 아니면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지를 확인하고 다음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한다.
(김)근철이는 볼 컨트롤도 좋고 드리블과 패스 능력도 갖췄다. 다만 부상이 잦아서 걱정인데 근력을 강화해 보완할 생각이다.
서상민은 어떤가. (서)상민이도 괜찮다. 상대가 쉽게 뺏을 수 없을 정도로 볼 키핑력이 좋다. 돌파력도 뛰어나다. 공격 2선에서 1선으로 빠져 들어가는 타이밍도 잘 잡는 편이다. 두 선수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면 내년 시즌 경남의 미드필드 전력은 한 단계 더 올라갈 게 틀림없다.
그렇다면 앞서 얘기했던 선수 평가에서 김근철과 서상민 선수는 상위권인가. (서)상민이는 포지션 경쟁을 하고 있지만 어쨌든 많은 경기를 뛰었다. 당연히 상위권에 있다. 그렇지만 (김)근철이는 부상 때문에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는데 실력으로만 보면 둘 다 상위권이다.
만약에 K리그에서 원하는 선수를 마음대로 뽑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누구를 고르겠나. 5명 정도만 추린다면. 글쎄, 갑자기 물어보니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먼저 FC 서울의 박주영과 이청용은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수원의 백지훈과 대구의 이근호도 좋은 선수다. 4명은 골랐고 한 명 남았나. 골키퍼는 수원의 이운재가 최고인 것 같고. 이운재 다음으로는 성남 일화의 정성룡이 좋다.
수비수는 어떤가. 수비수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수원의 이정수는 내가 서울에 있을 때는 공격수였다. 공격수로는 한계가 있어 보여 수비수로 보직 변경을 했는데 인천을 거쳐 수원에서 뛰며 수비수로서 정착한 것 같다.
대전에서 포항으로 이적한 김형일은 조금 더 영리한 플레이를 해야 한다. 측면 수비수로는 부산 아이파크의 김창수가 좋다.
아, 김창수보다는 전남에서 서울로 이적한 김치우가 더 좋겠다. 박주영, 이청용, 백지훈, 이근호, 김치우 이렇게 5명으로 하자.
박주영, 이청용, 백지훈, 이근호, 김치우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 선수 선발과 관련해 더 이상 원이 없겠다. 이 멤버면 어느 팀하고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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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영표, 박주영, 이청용.
GETTY IMAGES/ Multibits.co.kr, 김동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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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조련사’ 조광래 감독의 조언이영표ㅣ보루시아 도르트문트(이)영표에게는 요즘도 가끔씩 연락이 온다. 서울에 오면 꼭 한 번씩은 전화를 한다. FC 서울 감독으로 있을 때인데 2002년 한일월드컵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PSV 에인트호벤으로 보내 달라고 진지하게 얘기를 했다. 영표 뜻대로 구단에 얘기를 했고 다행히 일이 잘 풀려 유럽에 가게 된 것이다.
지난 시즌에는 토트넘 핫스퍼에서 많은 경기를 못 뛰어 아쉽다. 프리미어리그의 수준이 올라가고 토트넘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출전 기회가 준 것 같다.
사실 영표는 공격적인 선수는 아니다. 서울에 있을 때부터 그랬다. 그때부터 패스와 크로스 정확도를 높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를 했는데 습관이란 게 무섭다. 독일 분데스리가로 이적했으니 다시 한번 힘을 냈으면 한다.
박주영 | FC 서울(박)주영이가 청구고 다닐 때 여기저기서 얘기가 있길래 서울 훈련장인 구리 챔피언스파크에 불러 놓고 합숙훈련을 시킨 적이 있다.
처음 주영이를 보고는 깜짝 놀랐다. 스피드와 슈팅 그리고 드리블과 침착성 등 공격수가 갖춰야 할 능력을 모두 갖추고 있었다.
수비수 두 명 사이를 단 두 번의 드리블로 ‘탁 탁’ 치고 빠져 나오는데 웬만한 프로선수도 할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구단 측에 당장 뽑으라고 얘기를 했다.
고려대로 진학했지만 휴학을 하고 서울에 입단하기로 약속이 돼 있었던 것으로 안다. 최근 들어 골이 나오지 않고 있는데 앞에 앉혀 놓고 얘기를 할 기회가 없어 안타깝다.
내가 볼 때는 한 박자씩 늦게 움직이는 게 원인인 것 같다. 영리한 수비수는 공을 갖고 있는 선수와 돌아 들어가는 선수를 한눈에 놓고 본다.
공격수는 어디로 움직일지 빠른 판단을 해야 한다. 그래야 패스를 편하게 받을 수 있다.
이청용 l FC 서울요즘 K리그 경기를 보면 이청용 만큼 잘 하는 선수도 없다. FC 서울 감독으로 있으면서 (이)청용이의 드리블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삐쩍 마른 선수였는데 선이 굵은 드리블을 했다. 공을 길게 치고 가는데 스피드가 워낙 뛰어나 수비수들이 따라잡지 못했다. 플레이를 하는 데 여유가 있고 경기의 흐름을 읽을 줄 안다.
영리한 플레이를 하는 것을 보고 구단 측에 무조건 뽑으라고 했다. 이제 20살이 됐으니 포지션을 분명히 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야 오른쪽 날개로 뛰고 있지만 청용이의 잠재력을 이끌어낼 최적의 포지션인지 한번 생각해 볼 문제다. 청용이는 컨트롤이 좋고 슈팅력도 갖췄다.
2선 공격수로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앞으로 더 큰 선수로 성장하려면 그게 좋을 것 같다.
SPORTS2.0 제 119호(발행일 9월1일) 기사
첫댓글 멋지군요.. 경기지연 사건으로 비호감이었었는데.. 축구에 대한 마인드는 확실한 것 같네요
감독을 조광래로~
흠 이제까지 싫어했는데... 좀 옳은 말을 많이 하는것 같음
허정무 감독도 초반에 조광래 감독과 같았어요. 그때 말 좋았죠 그러나 국대 감독되고 욕만 먹는... 조광래 감독도 막상 국대 되서 좋은 결과 못얻으면;
조링뉴
말과 마인드는 참 마음에 드는데 몇몇 국내 감독들의 말과 행동의 불일치로 좀 의심이 드네요. 하지만 마인드는 누구보다 좋아 보입니다.
호시노=조광래...ㅉㅉㅉ
조광래 감독 전술적으로 꽤 뛰어나죠 우리나라 감독중 최상위 클래스 감독인것은 사실인듯 .. 요즘 경남은 까보레의 경남보다 솔직히 더 짜임새 있어 진거 같고 내년시즌 진짜 무서워 질 듯 하네요.
글쎄...안양 우승?시킨건 인정하겠지만 순식간에 말아먹은장본인이기도 해서..흠...정조국 윙백사건은 아직도 잊혀지지가않아;;
확신 할수 있는것은..올대감독을 조광래감독이 맡았다면..8강은 갔을것이란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