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오늘은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프라이부르크 음대 캠퍼스를 걸으며 지난날들을 회상합니다. 지나온 날들을 생각하면 늘 어김없이 떠오르는 곳은 대구 동산의료원의 사택지 입니다. 제가 태어나서 자란 곳이지요.
늘 키가 큰 칸나와 함께 온갖 꽃이 만발하고 가을엔 빨간 감홍시가 주렁주렁 달리던 아름다운 그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싱그러운 청년 시절을 지나왔습니다. 그리고 라일락 향기가 흩날리던 날에는 그곳에서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오늘같이 낙엽이 쌓여가던 날에도 정다운 사람들과 함께 그곳에서 깊은 우정을 나누었습니다.
지난날들을 회상하면 늘 애틋하고 가슴이 저린 그리움이 남습니다. 지독하게도 슬프리만치 아름다운 그리움입니다.
그리고 문득문득 북한산 자락에서 보낸 그 아름답던 가을과 겨울의 날들도 무척이나 그립습니다. 그곳에 자리한 한국기독교수양관에서의 성경캠프에서 전국에서 모인 멋진 아이들과 선생님들과 함께 하나님의 말씀을 나눈 그 날들이 얼마나 찬란하고 아름다웠는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내 지난날의 회상 속에 커다란 그리움으로 자리하는 대구서현교회에서 소중한 옛 믿음의 동무들과 함께 보낸 나날들은 그 언제, 그 어느 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 내 기억 속에 뜨겁게 남아있는 또 한 곳, 또 한 사람이 있습니다.
남쪽 바다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가덕도의 소양동산에서의 그 한 사람, 정말 소중했던 형식 형님과 그를 깊이 사랑했던 나와 성돈이 밤이 지새도록 함께 우정을 나누었던 그 믿음의 날들은 그 어디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몹시도, 더욱 그립기만 합니다.
오늘 이곳, 독일 프라이부르크 음대 곁으로 난 가을 깊은 길을 걸으며 지난날을 회상하니 이내 눈물이 앞을 가리고 맙니다. 몹시도 그립고 돌아가고만 싶어서 그렇습니다.
제 삶에 그토록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던 날들을 주신 창조주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소중한 그들을 주심에, 그들과 함께 나눈 사랑을 가슴 깊이 간직하게 하심에 또 감사드립니다.
늦은 가을, 쌀쌀한 바람에 밀려 이리저리 뒹굴다가 한쪽 나무 둥지 아래 소복이 쌓여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낙엽처럼 나도, 우리도 이곳에 잠시 머물다 그렇게 우리가 왔던 그곳으로 돌아들 가겠지만, 이곳에서 나를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을 만남으로 내 삶이 아름다웠노라고 고백하게 하심을 더욱 감사드립니다.
이곳 프라이부르크에서도 어여쁜 사람, 고은 Goeun을 만나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2024. 11. 17
독일 프라이부르크 Freiburg, 리텐바일러 Littenweiler,
가을이 깊어가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