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17일 사순 제5주일
-조재현 신부
무라까미 하루키는 그의 소설에서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Pain is inevitable Suffering is optional(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고통은 선택하기에 달려있다.)”
축구 선수로서 해외에서 인정받고 많은 기록을 남긴 최초의 선수는 ‘차범근’입니다. 그는 ‘차붐’이라고 불리면서 유럽 축구에서도 인정받았습니다. 강인한 체력과 돌파력은 그의 강점이었습니다. 차범근 선수가 씨를 뿌린 유럽축구에 지금은 많은 한국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있었고,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선수가 있습니다. 제가 미처 이름을 모르지만 더 많은 선수들이 유럽 축구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야구선수로서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인정받고 기록을 남긴 선수로는 ‘박찬호’ 선수가 있습니다. 박찬호 선수 덕분에 저도 90년대 중반에 미국 메이저 야구를 보았습니다. 미국의 강타자를 빠른 속도의 볼로 스트라이크 아웃을 시키는 모습은 자랑스럽기까지 했습니다. 박찬호 선수가 뿌린 씨가 열매를 맺어 지금은 많은 한국 선수들이 활략하고 있습니다. 김병현 선수는 투수로서 메이저 리그에서 우승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추신수, 최희섭 선수도 있었고, 지금도 4명의 선수가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1998년입니다. 한국은 IMF의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전 국민이 좌절과 절망 속에 힘들어 하고 있을 때입니다. 미국의 LPGA 골프에서 한국 선수 박 세리는 아주 인상적인 장면을 보여 주며 우승하였습니다. 박세리 선수는 물가에 떨어진 볼을 치기 위해서 양말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힘차게 볼을 쳤고, 그 볼로 인해서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그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우리 국민은 위로를 받았고, 희망을 보았습니다. 그 뒤로 박세리 선수는 많은 우승을 하였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박세리 선수가 뿌린 씨는 수많은 박세리 ‘키즈’를 키워냈습니다.
한 때는 한국 여자 골프 선수들이 우승한 골프 대회가 절반을 넘었습니다. 명실상부 한국 여자 골프는 세계 골프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최나연, 유소연, 리디아 고, 박인비 선수들이 활약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선수들이 LPGA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골프를 잘 모르는 제가 이 정도를 아는 것은 그 선수들의 실력이 LPGA에서도 알아 줄 만큼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한 곳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리를 잡기까지 선수들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이 눈물로 씨를 뿌렸기에 기쁨으로 곡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서울대교구 성소국장으로 있을 때입니다. 신학교에 들어가는 학생들과 면담을 하면 물어보는 것이 있습니다. ‘어떻게 신학교에 들어가려고 했습니까?’라고 묻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려면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태석 신부님’을 이야기했습니다. 학생들은 어릴 때 이태석 신부님의 다큐 ‘울지마 톤즈’를 보았다고 합니다. 그 영상을 보면서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나도 저런 신부님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합니다.
의사였고, 사제였던 이태석 신부님은 멀리 아프리카 수단으로 가서 선교하였습니다. 그곳 아이들에게 음악을 통해서 꿈과 희망을 키워주었습니다. 나병환자들을 방문하면서 그들의 일그러진 발에 맞추어 신발을 제작해 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하셨습니다. 신부님은 열정을 다 한 후에 안타깝게도 40대의 나이에 하느님의 품으로 가셨습니다. 그러나 신부님의 뜨거운 삶과 열정은 열매를 맺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사제가 되어서 신부님이 못 다한 꿈을 이루고 있습니다. 톤즈의 학생들은 신부님의 뒤를 이어서 의사가 되었고, 신부님처럼 사랑을 베풀고 있습니다. 꽃이 되어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한 알의 씨앗이 되어 어두운 땅에서 썩어가는 것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입니다. 신앙은 꽃이 되기보다는 먼저 씨앗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제가 좋아하는 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기쁨이라는 것은 언제나 잠시뿐, 돌아서고 나면 험난한 구비가 다시 펼쳐져 있는 이 인생의 길./ 삶이 막막함으로 다가와 주체할 수 없이 울적할 때/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나 구석에 서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 자신의 존재가 한낱 가랑잎처럼 힘없이 팔랑거릴 때/ 그러나 그런 때일수록 나는 더욱 소망한다./ 그것들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화사한 꽃밭을 일구어 낼 수 있기를/ 나중에 알찬 열매만 맺을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꽃이 아니라고 슬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도 씨앗이 되었던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흘린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이렇게 아름다운 성전에서 하느님을 찬양하고, 친교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씨앗이 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미주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 조재형 기브리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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