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한국바둑리그]
▲ 김지석 선수(오른쪽)가 강동윤 선수를 제압하고 서전을 장식! |
<6라운드 4경기> 대구 영남일보(1승4패) vs 울산 디아채(2승3패) <제1국> 김지석 4단(흑) vs 강동윤 8단 -
195수 끝, 흑불계승 <제2국> 김형우 3단(백) vs 이상훈 6단 -
256수 끝, 백불계승 '삭발투혼'으로 중무장한 강동윤이 김지석 선수에게 무릎꿇었다. 김지석과 같은 팀 김형우도 이상훈을 제압, 영남일보가 모처럼 기지개를 활짝 폈다.
6월28일 저녁7시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08한국바둑리그 6라운드 4경기 1국에서 대구 영남일보 김지석 선수가 울산 디아채 2지명 강동윤 선수를 흑불계로 제압하며 팀에 상큼한 승전보를 전해주었다. 김지석은 상대전적에서 열세(2승4패)인 데다가 올 바둑리그에서도 부진(1승3패)한 상태에서 속기에 능한 강동윤을 물리치며 그동안의 부진을 다소 씻어냈다.
대국 전 만난 강동윤은 며칠전과 사뭇 달랐다. '엄숙', '비장함' 등이 묻어있는 얼굴. 김지석 선수 역시 밝은 표정은 아니었다. 팀 1지명인데도 아직 1승밖에 거두지 못한 부담탓이 아니었을까? 게다가 상대가 '바둑리그 사나이' 강동윤이기에 부담 중량은 더 클 수밖에.
팽팽한 긴장감은 대국이 시작하고도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백을 잡은 강동윤 선수는 첫수부터 신중하게 착수하며 필승을 다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아홉'과 함께 반상에 돌을 올려 놓는 등 며칠전과는 정반대로 '신중, 또 신중'하게 한수 한수 두어나갔다.
김지석 역시 신중하기는 마찬가지.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일까? 국후 '초반에 축을 착각해서 많이 나빴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김지석이 불리한 형국이었다. 그 뒤로 다행히 좌상귀와 좌변에서 강동윤 선수가 잔뜩 보태주는 바람에 김지석은 역전 무드로 전환시킬 수 있었다. 좌충우돌하며 재역전을 위한 강동윤의 몸부림은 끝내 무위로 그치고 말았다.
2008한국바둑리그에서 4전 전승을 달리다가 지난 라운드에서 윤찬희 선수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강동윤은 이날 또 다시 패해 4승2패를 기록, 지난해처럼 다승왕을 노리기는 어려워졌다. 자숙하는 뜻에서 삭발한 뒤 바둑리그 무대로 돌아온 강동윤이지만 명인전처럼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
▲ 복기를 간단히 한 뒤 돌을 담고 있는 두 선수. 왼쪽이 승자 김형우.
밤9시에 같은 장소에서 이어진 2국은 영남일보 김형우 선수의 승리를 점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주목받을 만한 성적이 없는 울산 디아채 이상훈 선수에 비해 최근 김형우의 활약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LG배 세계기왕전 8강 진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김형우는 최근 10경기에서 9승1패를 기록하는 등 좋은 컨디션에서 링에 올랐다. 한가지 걸림돌이라면 바둑리그 성적표. 1승3패로 김형우가 2승2패를 거둔 이상훈 선수에 뒤져 있었다.
2국은 전투바둑을 즐기는 이상훈 선수의 흑번. 중반, 좌하귀를 시원하게 버리면서까지 중앙바둑을 펼친 이상훈은 우변에 침입한 김형우의 백돌을 크게 공격하면서 주도권을 잡았다. 김형우의 위기설까지 고개를 들 정도였다. 허나 김형우는 바꿔치기로 타협책을 찾아냈고, 이어 정확한 형세판단으로 거꾸로 승리를 굳혔다. 그리고 승리의 골문을 흔들었다.
이날 1 : 1 승부라도 영남일보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에서 영남일보가 두판을 모두 쓸어담았으니 '승부의 8부능선'을 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내일 상대팀 1지명 백홍석이 3국 선수로 나오지만, 영남일보에서도 '리틀 국수' 윤준상 선수와 최규병 감독의 두툼한 신임을 받고 있는 허영호 선수가 출전하기 때문이다.
영남일보는 이번 라운드에서 이기면 꼴찌를 탈출할 뿐만아니라 최대 5위 자리까지 껑충 뛰어올라갈 수 있다. 김형우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바둑리그에서 성적이 안좋아서 오늘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벼랑끝에 몰린 울산 디아채가 내일 반격의 나팔을 불 수 있을는지.
▲ 두 선수가 대국을 시작하기 전에 인사를 나누는 모습.
▲ 선수들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무더위를 잠시 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