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만나 이제 애인으로 업그레이드 시키려고 작업중인 시기였나보다.
난 무엇에 홀렸는지 강의시간 빼먹어가면서 그녀의 강의실 앞을 서성거렸고 점심시간이면 그녀에게 먹을것을 사주지 못해 안달이었다.
저녁에는 그녀의 집까지 걸어서 바래다주었고 (원대에서 동산동 역까지 익산시내를 관통해야만 했던) 어쩌다 돌아올 택시비(밤이 깊어 버스가 끊겼으니)가 없는 날이면 걸어서 돌아와야했다.
그럼에도 키스한번 시도할 엄두도 안나던 시절이었다. (요즘 젊은 이들은 어쩌시는지)
전주로 가을의 전설을 보러 갔다.
어데선가 밝혔듯이 난 영화를 좋아했고 그녀도 영화를 좋아할 것이라고 믿고있던 때였다.
그렇게 가을의 전설.
난 영화를 보고난 후에 스토리도 기억하지 못했다.
엄청 잘생긴 신인배우 하나 뜨겠군.
이정도가 전부였다.
왜냐고?
영화를 보는 시간보다도 그녀를 쳐다보는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이다.
화면은 내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눈빛이 화면속에 빠져드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였을까?
(경험상 알리자면 이런 종류의 눈빛에 속으면 안된다. 내가 자기만 쳐다보니 시선둘 곳이 화면밖에 없었더랜다.)
영화를 본 후 그녀와 영화이야기를 이어갈 수 없었다.
왜? 난 안봤다니까.
영화 데이트 효험인지 어떤지 애인 업그레이드는 성공을 했고 키스도 자연스럽고 안아주고 더듬어주는 것도 익숙해질 무렵 비디오방에서 또 가을의 전설을 보았다.
난 가을의 전설속의 브래드피트에게 홀딱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녀를 쳐다볼 눈빛이 아까울 정도로 화면속에 빠져있었다.
남자다운 면모와 더불어 여성스러운 애수를 품고 고독의 아련함을 전해주는 연기는 이후 그의 영화를 탐닉할 만큼의 매력으로 남게되었다. (멕시칸만 빼고 다 본 것 같군.)
지금 그녀는 와이프로 업그레이드 되었지만 성능과 활용도는 기대이하이다.
특히나 영화에 있어서는.
그녀는 앞집여자나 노란손수건 정도의 티비 드라마를 즐기지 결코 뉴스에 집중해주는 적이 없다.
한참때, 비디오를 엄청 빌려다 볼 때, 줄잡아 1년 300편은 보던 시절.
그녀는 10편도 나랑 같이 봐주지 않았다.
디비디 타이틀을 1달 1개씩 꼬박꼬박 채워나가지만 그녀는 사치라며 닥달이다. (40여편의 디비디중 그녀는 단 한편도 그녀의 손으로 틀어본 적이 없다.)
영화좋아하는 선남선녀들이여.
영화에 빠져든 그녀 또는 그의 눈빛에 속지 말지어다.
첫댓글 와이프의 성능과 활용도가 기대 이하라... 그거... 바꿀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 보죠...?? ^^;;
업그레이드나 성능이나 활용도라는 단어를 사람에게 붙이시는 건 부적절해 보이는군요~ 영화와 더불어 과거의 일과 결부 시킨 글 좋습니다~ 좋은 글 계속 기대하겠습니다
여친만들기 유머의 컨셉입니다. 여친에서 애인으로 와이프로 업그레이드 시키지만 광고에 비해 성능은 기대 이하이면서 요구사항은 많아진다는... 심각한 표현이 아니니 걍 넘어가 주시길.
ㅋㅋ 재밌게 읽었어용~~ 가을의 전설에서 나온 그의 긴 머리, 그 해 겨울의 뱀파이어에서 나온 창백한 얼굴.. 저도 한때 그에게 제 맘을 주었었더랬지요..^^; 최근의 그의 작품 기억나는 건? .. 아이디, 오버클래스 아이디? --*
"..업그레이드..성능과 활용도.." 얘기가 너무 멋져요.홋홋^^ / 난 아직도 가을의 전설이 뭘 얘기하는 영화인지를 모르겠던데...사람들은 왜 그렇게 좋야하는거죠? 쩝....내공을 좀더 싸아야되려남....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