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월 29일 금요일. 소나기도 내리고 맑음 
아침식사를 식당에서 뷔페로 잔뜩 먹었다. 맛있다. 콩물로 마무리를 한다. 짐을 정리해서 들고 내려와 카운터에 맡기고 체크아웃을 했다. 300번 버스를 타고 동해 대학으로 간다. 예쁜 교회당을 보기 위해서다. 대만에서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로 알려진 동해대학(東海大學 동하이따쉐)에서 내렸다. 타이중 시내에서 약 13km떨어진 대도산(大度山 다두산)언덕에 위치한 명실상부 중부대만의 명문대학교다. 
정문을 지나 캠퍼스 안으로 들어가면 능수버들이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서 있다. 길을 따라 가다보면 세계적인 건축가 구율명(具聿銘 베이위밍)이 설계한 루시 교회당이 눈에 들어온다. 동해대학의 상징이다. 넓은 잔디밭에 세워진 깔끔하고 단순한 교회다. 주말이면 이곳에서 실제 예배가 진행된다. 기도를 하는 듯한 모양의 예배당 앞에는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이른 아침이라서인지 우리 부부 밖에 없다. 캠퍼스 내에 목장도 있어서 이곳에서 직접 생산한 신선한 유제품도 맛 볼 수 있다. 그냥 지나쳤다. 캠퍼스가 언덕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정문 입구로 들어가서 아래쪽으로 천천히 둘러보는 것이 좋다. 
둘러본 후 대학을 나와 길 건너편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한 정거장 더 가서 내렸다. 예술인 거리를 보기 위해서 이다. 차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간다. 동해국민소학이라는 초등학교가 보인다. 학교 정면을 예쁜 인형캐릭터로 장식을 했다. 갑자기 주머니가 허전하다. 손을 넣어보니 있어야 할 안경(돋보기)이 없다. 덜컹거리는 차에서 빠져 나간 것 같다.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아 불편한데, 걱정이다. 젊은 예술이 꿈틀거리는 동해국제예술가(東海國際藝術街 동하이궈지이슈제)를 찾았다. 동해 대학과 가까운 국제예술가는 인문, 예술과 지역사회와 함께 뜻을 합쳐 만든 이상적인 예술거리다. 비탈진 언덕을 따라 세련된 카페부터 골동품 같은 느낌의 액세서리점, 수공예 기념품 가게들이 들어서 있다. 골목골목 둘러본다. 유럽 엔티크 느낌과 모던한 분위기가 조용한 이곳 잘 어울려 천천히 둘러보기 좋다고 하는데 너무 뜨겁다. 저녁이면 길 양 옆으로 가로등이 분위기를 더욱 로맨틱하게 만들어줘 데이트를 즐기려는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외진 곳에 있기 때문에 이곳만 둘러보는 것보다 동해대학과 같이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 가이드북 사진에 나와 있는 가게는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찾는 이가 없거나 영업이 잘 되지 않나보다. 좀 썰렁한 분위기다. 
다시 걸어 나와 버스를 탄다. 이지카드로 차비를 결재하는데 잔액이 줄지 않는다. 타이중 시내를 다니는데 공짜인 것 같다. 타이완 최초의 과학박물관인 국립자연과학박물관(國立自然科學博物館 궈리즈란커쉐보우관)에서 내렸다. 타이중 중심에 위치한 국립자연과학박물관은 대만 최초의 과학박물관이다. 본관에는 우주극장, 과학센터, 생명과학 홀, 지구환경 홀, 인류과학 홀, 식물원 등으로 나뉘어 있으며 전시내용이 매우 풍부하고 유익해서 약 50만 명의 학생들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박물관 뒤쪽의 식물공원에는 약 750 여종의 식물들이 8개 구역으로 나뉘어 서식하고 있으며 생명과학 홀에는 인류 생명 기원과 함께 실제 크기의 공룡 모형이 전시되어 있어서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니 푸른 청옥 색을 간직한 one 빌딩이 높게 솟아있다. 보석 같이 빛이 난다. 
과학박물관 건너편으로 간다. 국립대만미술관까지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어 걷기 좋다. 날씨는 뜨겁지만 나무 그늘을 걸으면 시원하다. 시민 광장이라는 글씨도 보인다. 초오(草悟)광장도 보인다. 다양한 분야의 전시가 열리는 미술관인 국립대만미술관(國立台灣美術館 궈리타이완메이슈관)이란다. 1988년 오픈한 이곳은 총면적이 9630평에 달할 정도로 아시아에서도 제법 규모가 큰 미술관이다. 총24개의 전시관에 각각 회화, 조각, 인쇄 등 다양한 분야의 소장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모두 대만 미술사의 발전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다. 
1,2층은 일반전시관과 함께 특별 전시관이며 3층에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국립대만미술관은 시민들이 미술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입장료가 무료이다. 뿐만 아니라 유명 예술가는 물론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전시회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미술관 주변으로는 다양한 조각품들이 들어서 있는 공원이 있어 가볍게 산책하기에 좋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특별 전시로 2층에 일본의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몰려왔다. 일본 부세회(浮世繪 우키요에)가 전시되고 있다. 부세회는 일본 에도 시대(1603~1867년)에 유행한 채색 목판화이다. 우키요에의 단순한 선과 색채, 대담하게 잘라낸 구도는 특히 인상파와 아르누보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어린이들과 새댁들이 많다. 1층 전시실에는 판화전시회가 열리고 있는데 전 세계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있다. 제17회 국제 판화 대회 출품작들이란다. 최우수 작품으로 페루 화가의 판화가 걸려있고 우리나라 화가의 작품도 두 점 눈에 띄어서 반가웠다. 3층에는 국보급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는데 비단에 그려진 연꽃 한 점이 보인다. 중요 그림으로는 세 점이 걸려있다. 생각보다 전시된 그림이 별로 없었다. 시원한 미술관을 나오려니 더위에 망설여진다. 
미술관 정문 반대편으로 건너간다. 숙소로 가기위해 버스를 타기위해서다. 그런데 여기가 미술관 옆 도심 공원인 미술원도(美術園道 메이슈위엔다오)였다. 이 미술관 길은 타이중에서 고급 주택단지가 들어선 지역으로 바로 앞에 미술관 때문에 주변 상권 역시 일반 상권과는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는 곳이다. 미술관 길로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조각들과 푸르른 풀들이 어우러져 한적한 공원 느낌이다. 
이국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분위기로 가득한 식당들과 카페, 액세서리 매장 등은 건물들이 하나같이 영화 세트장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하다. 그래서인지 식사를 즐기지 않아도 식당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과 웨딩촬영을 하는 예비부부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와서 56번 버스를 타고 숙소 부근에서 내렸다. 이제 맡겨놓은 짐을 찾아 역으로 간다. 역에서 타이난행 기차표를 끊었다. 편의점에 들어가서 김밥과 삼각 김밥, 그리고 두유와 주스를 샀다. 역 2층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기차를 탄다. 기차는 10분 연착되었다. 오후 2시 14분(123호)기차다. 
여유 있게 기차를 타고 가는데 우리의 목적지 대남 역을 두 정거장 남긴 가희 역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탄다. 갑자기 두 딸을 데리고 탄 노부부가 우리 앞에 서서 자리를 요구한다. 기차표를 확인하니 좌석 번호가 똑같다. 뭔가 이상해서 우리 표를 확인해 보니 이 가희 역 까지만 앉아 가게 되어 있었다. 우리는 벌떡 일어나 좌석을 내주었다. 두 정거장만 가면 된다. 우리는 두 정거장 전에서 서서 가게 되었다. 이런 일도 있구나. 표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탄 것이 잘못이다.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주룩주룩 내린다. 직사각형 논에서 모를 심는 농부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모를 심는다. 대만은 기후가 좋아 3모작을 하고 있단다. 기차를 타고 계속 남쪽으로 달려가는데 대북은 서울이라면 대중은 대전이라고 할까? 그리고 대남은 넓은 평야지대가 있는 전남 광주라는 생각이 든다. 더 내려간 카오슝(고웅)은 부산의 느낌이 드는 도시다. 비가 내리는데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나무들이 많이 흔들린다. 창밖을 쳐다보다가 우리의 목적지 대남 역에 도착했다. 
대남(台南 타이난)은 옛 도시의 문화와 흔적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대만 제 4의 도시 대남은 17세기 네덜란드 시절 중요 본거지로 정치와 경제의 중심지였다. 그러다 정성공(鄭成功)이 이들을 쫓아냈는데 그 이후에도 남부 지방 중심 도시로 번영을 누렸다.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에 대만에서 가장 오래된 공자묘, 정성공 묘, 첫 번째 고성 등 과거의 모습을 잘 간직한 고적들이 가장 많은 도시다. 그리고 대남 사람들은 먹는 것을 중요시 해 각종 음식들이 관광객을 매혹시킨다. 이 일대에서 다양한 해산물뿐만 아니라 대남 음식을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샤오츠 거리가 들어서 있는데 이곳에서 담자면(擔仔麵 단쟈이미엔), 관제판(棺材板 관차이반), 육원(肉圓 로우위엔), 육종(肉粽 로우종), 동과차(冬瓜茶) 등을 맛볼 수 있다. 샤오츠(小吃)란 작은 먹을거리라는 뜻으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을 말한다. 최근에는 옛 모습을 간직한 건물들을 철거하지 않고 내부만 새롭게 단장하여 거피 숍, 호텔, 갤러리 등으로 인테리어한 상점들이 오픈하며 대남 곳곳에 운치 있고 매력적인 거리를 형성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대남 기차역사는 흰색이다. 건물의 외관이 조용한 기차역이다. 분위가 대남과 매우 잘 어울리는 곳으로 대남 여행의 시작이라고 한다. 역에서 나오니 숙소가 보인다. 호텔 이름이 철도대반점(티에다오 호텔)이다. 체크인을 했다. 10,000달러(36만원)짜리 숙소인데 할인해서 833달러(3만원)에 특별 행사 가격이라 아침식사가 포함되지 않는단다. 약간 섭섭했다. 14층 36호실로 들어갔다. 흠뻑 내리던 비는 그쳤다. 빨래를 하고 샤워를 하고 시내 구경을 나섰다. 어두워지면서 거리에 불들이 켜진다. 비 때문인지 모르지만 덜 덥다. 길을 걷다가 생과일주스 집에 멈췄다. 망고주스를 사 먹었다. 저녁 식사할 곳을 찾았다. 넓고 깨끗해 보이는 훠궈 집으로 들어갔다. 샤브샤브 집이다. 더운 지역이라서 인지 매운맛은 없다. 기본 300달러(10800원)에 추가 주문하면 요금이 올라간다. 풍성하게 잘 먹었다. 
북문로에는 전자제품을 파는 매장들이 들어서 있으며 중산로를 따라 가다보면 미츠코시 백화점과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나온다. 과일을 살까 해서 미츠코시 백화점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이 엄청 많다. 매장은 참 고급스럽게 생겼다. 원하던 과일을 찾지 못했다. 엄청 비싸 보이는 매장이 가득하다. 말린 채소를 먹어보니 맛있다. 고추, 연근, 홍당무 등을 참 잘 말려 놓았다. 도로 변에는 대남의 유명한 샤오츠 가게들도 들어서 있어서 우리 눈과 입을 즐겁게 해 준다. 녹차빙수를 사먹었고 또 진주홍차도 사서 손에 들고 다녔다. 젊은이들이 많이 보이는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간식용 빵도 사가지고 숙소로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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