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작이다, 요이! 땅!
비행기의 먹먹한 귓소리도 끝나고
멋지게 시외 버스 정거장으로 가는 시내버스를 탓다.
이용할 수 없는 카드란다.이런!
어쩔수 없이 다른 카드에 충전을 했다.
어제 먹은 술탓에 속은 좀 쓰려도........
그래도 기분은 좋게 설레인다.
너무나 오랜만에 온 해외......비록 국내지만,
너무나 오래만에 탄 비행기.......비록 한시간 남짓한 시간이지만.
2.버스터미널에서 성산가는 버스를 탄다.
요상하다, 표를 사는데 카드가 안된단다. 현금만 된단다.
내 카드 오늘 고생한다 부끄럽겠다,
공항에서 버스를 탓을 때도 퇴짜를 맞고
버스표를 사려하는데도 안된다지.내 카드! 미안하다.
운전하는 아저씨들의 제주 방언이 들린다. 운전하는 사람들은 목소리 큰사람이 많다. 사투리가 낯설고 새롭다.
출발을 알리는 운전수 아저씨가 정중하다.편안하게 가시는 곳까지 모신다고.....꾸벅 인사를 한다.
앞에 앉은 뚱뚱한 남자가 박수를 친다
살짝웃긴다
덜덜거리는 버스가 출발한다.
차창으로 보이는 새로운 풍경으로 눈이 즐겁다.
아~~~참 좋다.
3. 키작은 마을은 참좋다. 버스에 내려 내 눈앞을 가리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저 멀리 보이는 바다.... 저 멀리 보이는 일출봉.
서울에선 코 앞이 빌딩인데....코앞이 건물인데........저.멀.리. 라는 단어를 쓸 수 있어서 너무 좋다.
한적한 거리를 걸어 성산항을 향한다.
바닥에 파란 방향표시가 재밋다.
- 아, 이게 올레길의 표시구나!-
항이 보인다. 앗! 너무도 변했다. 내가 본 성산항은 아주 작았는데 거대한 배 모양의 건물이 들어 서 있다.
반가우면서도 반갑지 않았다. 세월의 변화, 물론 내 감상을 위해 남아있어주길 바라는 건 욕심이리라!
-우도에 들어가야지-
배가 안뜬단다. 비가와서, 날이 흐려서.
어쩌지!
우도만 나의 여행지는 아니다. 그럼 걷자!
4.안개속에 우뚝 서 있는 일출봉으로 향한다. 파란 방향표를 따라서....
아주 살짝 질척한 길이. 딱딱한 느낌보다 좋다.
아직은 겨울이 다 안간 탓에 파란색과 노란색이 어울려 있는 풀밭이다.
-저건뭐지?- 덩어리들.......말똥인듯하다 참 많다.
왼쪽으로 바람에 살짝 흔들리는 바다.....검기도 하고, 푸르기도 하고, 하얀 거품이 일기도 하고
내 발 밑은 젖은 풀들, 젖은 흙들. 봄빛과 겨울빛의 풀들.똥들
오른쪽으로는 작은 건물들......쉬고 가세요!.....천천히 가세요....먹고 가세요.....건물들은 내게 말한다.
높고 웅장하지 않아서 좋다. 소박한 목소리다.
- 저건 뭐지-
바다 앞에 아주 작은 쉼터가 돌로 마련되어 있다.
- 재밋다, 성산포에 대한 시들이 써있다.
- 나보다 먼저 취하는 성산포 바다에 대해 써있다.
- 내게 이른다. 성산포에 대해.....성산포 앞 바다에 대해.
후훗거리며 읽고 일출봉으로 향한다.
5.일출봉 앞에서 해녀아짐이 소라나 해삼을 먹으란다. - 생각해 보니 난 아침부터 빈속이었다.
잔잔하게 오는 비 덕에 그 곳에 머무른다. 먹지 뭐!
검은 해삼, 빨간 해삼, 회색 해삼.
고를 사이도 없이 해녀아짐이 썰어주는 해삼을 받아 들었다.
술은 먹고 싶지 않다.
바닷소리, 바다 냄새, 넓어진 내 시야. 행복한 내 오감을 느끼며 그냥 재미 삼아 오독거리며 해삼을 씹는다.
해삼을 씹으며 해녀 아짐들의 수다를 듣는다.
- 민박을 싸게 이만오천에 해줄께.
-뭐 대단한거라고 그리 비싸게 부르냔다. 차라리 모텔에서 자.
-기름값이 비싸!
-비와서 사람이 없어!
-평일인데 뭐!
-비오면 물질도 못해!
전화해서 방을 알아봐 주기도 하고, 당신이 알고 있다는 민박집을 소개해준다고도 하고
오늘 날씨에 대해, 오늘 장사 상황에 대해 등등 기타 등등
내 귀는 관심을 갖었다 말었다. 한다.
바닷소리도 있으니까.
서울에서는 수다소리가 더 좋다. 찻소리보다.
서울에서는 수다소리가 더 좋다 기계소리보다.
여기에서는 수다소리보다 바닷소리가 더 좋다. 수닷소리가 싫지는 않지만 바닷소리가 더 좋다.
첫댓글 선배님 제주도 다녀오셨군요~~ 아 부럽다~~~!!!! 저도 곧 훌쩍 어디든 다녀오려구요
아 뭐가 이렇게 길어!!!~~~!!!
ㅎㅎㅎㅎㅎㅎ완전 감상적인 이 글들~좋아용~좋아용~^^
와우.^^ 정말 길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