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제] <교우가>는 『강륜보감(綱倫寶鑑)』 권지일(卷之一)에 수록된 국한문 혼용체의 짧은 가사이다. 이 가 사의 정확한 창작시기와 작자는 알 수 없다. 다만 『강륜보감(綱倫寶鑑)』의 첫 장에 “全南 羅州郡 細 枝面 松堤里 春儒生 金福千 留巖 辛丑年 七月十五日”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보아 『강륜보 감』이라는 책은 신축년에 전라도 나주군에서 유생 김복천이란 사람이 제작 혹은 소장했던 책이 아닐 까 추정된다. 이 작품은 오륜(五倫)의 다섯 가지 도리 중 하나인 붕우유신(朋友有信)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 벗의 행실이 올바르지 않으면 반드시 고언(苦言)으로 선도(善道)할 것이며, 벗을 사귐에 유익한 부류와 손해가 되는 부류가 있으니 이를 조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지금 사람들이 서로에게 좋은 말만하고 고언(苦言)을 하지 않아 늘 화평(和平)하지만 이는 좋은 일이 아니며 진정한 벗이란 서 로를 공경하며 자신을 낮추고 충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노래하고 있다.
一. 교우가(交友歌) 교우가(交友歌)를 불러보자 교우가(交友歌)를 불러보아 교우교우(交友交友) 내 교우(交友)가 붕우유신(朋友有信)1 아닐런가 붕우(朋友)를 정회(正會)하되 강학(講學)하는 붕우(朋友)로서 선교(善交)하면 도익명(道益明)이요2 보인(補仁)하면 덕일진(德日進)이라3 선능(善能)4함으로써 불능(不能)한 곳을 물으며 많이 함으로써 적은 곳을 물으며 있으되 없는 듯이 하며 가득하되 빈 것처럼 하며 범(犯)하여도 불교(不校)5하니 종사(従事)함이 유신(有信)6이라 이럼으로 붕우(朋友)는 절절(切切)7하고 시시(偲偲)8하며 형제(兄弟)는 화열(和悅)9하며 책선(責善)10은 붕우지도(朋友之道)11이니 우행(友行)12이 불가(不可)하면 충성(忠誠)13으로 선고(善告)14하며 애심(愛心)으로 선도(善道)15하되 불가(不可)하면 그만두며 스스로 욕보이지는 말라 일후(日後)에 보기 무안(無顔)하다 이 나라에 살면서 대부(大夫)의 어짊에 엄탄(嚴憚)16함을 섬기며 선비의 어짊에 절차(切磋)17함을 붕우(朋友)하면 모두 덕으로 나아감을 도우며 붕우지교(朋友之交)18 하올 때에 익자(益者)가 삼우(三友) 있으며19 손자(損者)가 삼우(三友) 있으니20 문과(聞過)하는 우직(友直)21과 진성(進誠)22하는 우량(友諒)23과 진명(進明)24하는 벗이 많다고 들은 것은 유익(有益)한 삼우(三友)요 정직하지 않은 우편벽(友便辟)25과 불량(不諒)한 우선유(友善柔)26와 부실(不實)한 우편영(友便侫)27은 유손(有損)하는 삼우(三友)니라 장자(長者)를 협(挾)하고 귀자(貴者)를 협(挾)하며 형제(兄弟)를 협(挾)하여 벗이라 하지 않으니 오직 덕인(德人)을 벗하며 사람의 기쁨이 다 되지 않으며 사람의 충성이 다하지 않으며 벗을 온전히 사귀세 기쁨과 충성은 온전하기 어렵네 지금 세상 사람들의 마음이 천박(淺薄)하여 환압(歡狎)28으로 서로 함께하며 무각(無角)29으로 기뻐하고 사랑하며 선유(善柔)30함을 서로 좋아하여 소매를 잡고 어깨를 두드리며 기운을 합하여 벗하니 한마디 말에 불합(不合)되어 노기(怒氣)를 서로 더하며 투쟁(闘争)함이 많이 감소하니 어찌 오래도록 친하리오 능히 오래도록 벗은 공경(恭敬)으로 서로 함께하며 자신을 낮추어 사양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충고(忠告)로 신실(信実)하며 선도(善道)로 돈독(敦篤)하니 오래도록 변하지 않음이라 이 붕우(朋友)를 친근(親近)하면 어찌 천박(淺薄)하리오 벗과 사귐이 능히 오래되었으니 이는 온전히 사귐이 아닐런가
이(二). 빈주접례가(賓主接禮歌)
[각주] 27) 의심(疑心) : ①마음에 미심하게 여기는 생각 ②믿지 못하는 모양(模樣). 28) 불기(不嗜) : 즐기지 아니함. 1) 붕우유신(朋友有信) : 오륜(五倫)의 하나. 벗과 벗 사이의 도리는 믿음에 있음을 뜻함. 2) 선교(善交)하면 도익명(道益明)이요 : 사귐을 잘하면 도(道)가 더욱 밝아지고 3) 보인(補仁)하면 덕일진(德日進)이라 : 인(仁)을 도우면 덕(德)이 날로 나아간다. 4) 선능(善能) : 능히 잘함. 5) 불교(不校) : 보복하지 않음. 6) 유신(有信) : 믿음이 있음. 7) 절절(切切) : 절책(切責). 간절하게 책선(責善)해서 권장하는 일. 8) 시시(偲偲) : 친절하게 알려주어 격려하는 일. 9) 화열(和悅) : 마음이 화평하여 기쁨. 10) 책선(責善) : 벗 사이에 착하고 좋은 일을 하도록 서로 권함. 11) 붕우지도(朋友之道) : 벗 사이의 도. 12) 우행(友行) : 벗의 행실. 13) 충성(忠誠) : 마음에서 우러나는 정성. 14) 선고(善告) : 올바르게 깨우쳐 줌. 15) 선도(善道) : 좋은 길로 올바르게 인도함. 16) 엄탄(嚴憚) : 엄격히 삼가고 꺼림. 17) 절차(切磋) : 부지런히 학문이나 도덕을 닦음. 18) 붕우지교(朋友之交) : 벗을 사귐. 19) 익자(益者)가 삼우(三友) 있으며 : 익자삼우(益者三友). 사귀어 자기에게 유익한 세 부류의 벗이라 는 뜻으로, 정직한 사람, 친구의 도리(道理)를 지키는 사람, 지식이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 20) 손자(損者)가 삼우(三友) 있으니 : 손자삼우(損者三友). 사귀면 손해가 되는 세 가지 친구로서, 무 슨 일에나 안이한 길만을 취하는 사람, 남에게 아첨하는 사람, 입에 발린 말 뿐이고 성의가 없는 사람. 21) 우직(友直) : 정직한 벗. 22) 진성(進誠) : 진실되고 정성됨. 23) 우량(友諒) : 어진 벗. 24) 진명(進明) : 똑똑함. 25) 우편벽(友便辟) : 아첨하는 벗. 26) 우선유(友善柔) : 성실하지 않고 겉만 온화한 벗. 27) 우편영(友便侫) : 아첨하는 벗. 28) 환압(歡狎) : 기뻐하고 좋아함이 지나쳐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것. 29) 무각(無角) : 무규각(無圭角). 말과 행동이 남과 충돌하지 않음. 여기에서는 상대방의 뜻에만 맞춰 둥글게 지내는 것을 가리킴. 30) 선유(善柔) : 성실하지 않고 겉모습만 온화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