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내 선택은 마음이다. -
권다품(영철)
옛날부터 미인의 조건으로 전해내려오는 조건들이 있다.
첫째, 눈이 커야 하고, 가슴이 크고, 힢이 커야 된다고 했다.
겉으로 보기에도 성장발육이 잘 되어서 골고루 균형잡히고, 육감적인 느낌이 드는 몸매겠다.
둘째, 입이 작고, 성기가 작고, 손발이 작아야 한다고 했다.
우리 남자들끼리 하는 농담도 있다.
입이 작은 여자를 보면 남자들은 "쫄깃쫄깃 하겠다."는 엉큼한 농담을 하는 걸 보면, 입이 작으면 성기가 작다는 걸 알고 하는 농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손발이 큰 여자보다는 손발이 자그마할 때 더 예쁘다는 느낌도 받는다.
구두를 신어도 작은 발이 더 예쁘고.
셋째, 목이 가늘어야 하고, 허리가 가늘어야 하고, 손목과 발목이 가늘어야 미인이라고 했다.
목이 가늘고, 허리가 가늘고, 손목 발목이 가는 여자들은 겉으로 딱 봐도 예쁘다.
그런데, 이런 조건들은 원한다고, 또,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이런 조건은 타고난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성에 대한 개념이 오늘날과는 달랐던 것 같다.
옛날에는 섹시함이 겉으로 드러날 수 있는 것들은 꼭꼭 동여매어서 옷으로 감추었다고 한다.
특히, 양반가 여자들은 그런 것들을 겉으로 드라내는 여자가 있으면 온 문중이 뒤집어질 만큼 단속을 했다.
천박해서 문중에 욕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또, 팔자가 사납다고 흉꺼리도 됐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반대다.
일부러 자신의 섹시함을 과시하기 위해서 최대한 자신의 몸매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는다.
천으로 가려저 있을 뿐, 몸매를 완전 적나라하게 다 드러내서 남자들의 눈길을 유도하기도 한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많은 돈을 들여서 수술을 해서라도 미인의 조건에 가까워지려고 애를 쓰기도 한다.
그런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안 되는 것도 있다.
작은 걸 키우는 것은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
그러나, 손이나 발처럼 큰 것을 줄이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또, 굵은 목을 가늘게 깎는 수술이 있다는 말도 못 들어 봤고, 손목과 발목을 가늘게 깎는 수술을 한다는 말도 아직은 못들어 봤다.
나는, 얼굴이 오목조목 한 것보다는 눈도 크고, 입도 좀 크고, 얼굴이 좀 시원시원하게 생긴 여자가 예쁘게 생각된다.
어쩐지 그런 여자는 성격도 시원시원고, 겉 다르고 속 다르지 않을 것 같고, 자잘한 일로 터집을 잡아서 잔소리도 없을 것 같고, 짜증도 덜 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나는 아무리 위에서 말한 외적 조건을 다 갖춘 미인이라도, 성격이 따라주지 않아서 짜증을 잘 내서 나를 피곤하게 하거나, 또, 조금이라도 나를 무시하는 여자에게는 전혀 마음이 가지 않는 편이다.
마 그 순간으로 마음에서 지워 버린다.
나는 꼭 나를 무시하지 않더라도, 사람 무시하는 인간은. 피하는 편이다.
나를 무시하면 말할 필요도 없겠다.
또, 나는 여자가 꼭 그런 미인이 아니어도 좋겠다.
자신을 내세우려 하지 않는 겸손한 여자가 속이 차고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도 가고.
나는 '외모가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그 호기심이 풀리고 나면 끝일 것 같고, 마음이 예쁜 여자는 그 예쁜 마음이 평생을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 취향이 좀 별나다 싶은 사람이 있을 지는 모르겠다.
취향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다고 별나기까지야 할까?
설사, 나를 이상한 사람이라 흉을 본다고 해도, 나는 그 며칠의 쾌락을 위해 평생을 시달리며 살기는 싫다.
똑똑한 척 하는 여자는 언젠가는 감추고 있는 그 무식한 인품이 나타날 것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싫어한다.
내가 생각하는 미인의 조건?
나를 이길 수 있으면서도 져줄 줄 아는 여유를 가진 여자!
요런 여자가 얼굴까지 예쁘면 말해서 뭐 할라꼬.
2024년 7월 19일 오후 5시 3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