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산지를 자랑하던 대구 합섬직물업계가 거듭되는 경기침체와 경쟁력 상실로 사실상 공멸의 길로접어든 가운데 이른바 1등특화기업을 제외하고는 교직물과 니트직물쪽으로 방향을 급선회하는 비상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90년대초반 중국 특수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제일의 합섬직물산지로 부상한 대구 합성직물산업이 바로 무서운 경쟁국으로 등장한 2중국 때문에 속절없이 와해되고 있으며, 지난 3년전부터 붕괴속도에 가속이 붙어 산지전체가 폭격 맞은 참혹한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다. 특히 산지 전체가 신규투자는 거의 엄두를 못내고 경쟁적으로 직기를 세우거나 매각하기 바쁜 상태에서 자금력 있는 업체들은 종업원이나 거래선에 피해주지 않고 일찌감치 탈출하거나 포기하는 사태가 유행병처럼 번지고 있으며, 남은 업체등 대부분이 부채 때문에 기업을 포기하지 못해 억지로 자전거 바퀴 돌리기 경영에 매달리고 있다.
실제 90년대 말부터 급속히 위축되기 시작한 폴리에스테르직물 수출경기는 2000년대 들어 추락속도가 더욱 빨라 2002년실적이 2001년 보다 40%이상 줄더니 급기야 금년에는 불황이 심했던 작년기준 또다시 50%이상 감소돼 산업자체가 허망하게 붕괴되고 있다.
바로 한국산이 주름잡던 멕시코시장은 이제 중국산이 90%의 셰어를 장악했고 세계 최대 중계무역지인 두바이 역시 작년까지 50대 50을 유지하던 한국와 중국산 비율이 현재 80대 20 비율로 중국의 독무대가 되고 말았다.
미국과 EU등 선진국 시장은 쿼터차지추락이 말해주듯 장기침체로 싸늘하게 식었고 대량물량은 오프쇼어시장에 뺏겨 중국산이 휘젓고있어 세계 도처에 시장이 없어 졌다.
천재일우의 호기를 맞았던 터키 시장도 새로운 기준관세 적용으로 크게 요동치고 있다. 중국산에 대한 고율관세도 상황이 이렇게 분초를 다투며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대구산지는 제때에 변신하지 못해 중국과 동일한 경쟁품목에 의존해왔으며, 결국 긴 터널속에 갖혀버린 경기침체속에 세계의 공장 중국 앞에 무릎을 꿇고 만 것이다.
이 과정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난 것은 그래도 브랜드 인지도나 차별화 특화전략에서 비교우위가 확실하게 증명된 이른바 1등기업들만 생존하고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품질과 신뢰도에서 명성을 자랑하는 선두기업 (주)성안이나 아직도 난공불락의 위치에서 흑자경영을 견지하고 있고 '조오지 아르마니'와 '막스앤스팬서'를 비롯한 유럽의 세계적인 패션업체들에 고가차별화 소재를 공급할 정도로 상품력강한 특화기업 (주)해동 등이 불황고 모르는 안정 성장하고 있는 것이 하나의 예증이다.
또 오너가 공장에 상주하며 25시를 개발에 몰두하여 차별화제품으로 발빠르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신지식인의 서광물산이 불황속에도 승승장구하는 것은 이 같은 특화·차별화의 1등기업군에 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외에도 중국과 경쟁을 피하고 시장을 다변화하여 성공한 기업등은 지금도 나름대로 엔조이 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의 90%는 경쟁력을 상실해 고립무원의 한계상황을 맞고있는가운데 이미 수많은 업체가 떡쌀을 담궜듯이 7~8월 비수기에 또다시 줄초상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세계경기 불황 속에서 100% 폴리업체 대다수가 공멸의 위기로 치닫고 있는 것과는 달리 교직물업체와 니트직물업체등은 아직도 쇠락하는 기업보다 성장하는 기업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보이고 있다.
본지가 조사한 올1·4분기 실적을 분석해봐도 교직물업체와 니트직물 업체는 그런대로 실적이 늘었거나 줄어도 작년동기 기준을 유지한가운데 아직까지 채산성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한계상황에 직면한 폴리에스테르 직물업체들은 이미 경기침체와 중국의 추격으로 백기를 들 수밖에 없는 산업의 특성을 감안 경쟁력강한 1등기업들을 밴치마킹하는 특단의 변신이 불가능할 경우 하루빨리 교직물이나 니트직물로 품목을 전환해 비상구로 삼아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교직물과 니트직물도 중국의 추격이 먼 장래는 아니지만 적어도 3~4년은 엔조이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