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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일종의 놀이야. 근처 개구쟁이들의 도전에 물러설 수 없어서 시작했는데 의외로 평판이 좋아서 그걸 읽으려고 멀리서도 사람들이 오게 됐지. 무엇이 효과를 발휘하는지 몰라. 다만 요즈음은 개구쟁이들도 색다른 고민을 상담해오기 때문에 나도 머리를 써야 돼. 꽤 힘들어.”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아버지의 표정은 생기가 넘치고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누나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 것이다.
아버지의 새로운 보람이 된 고민상담은 처음에는 놀이의 요소가 강했지만, 얼마 안 되어 진지한 고민상담 편지가 많아졌다. 그러자 사람들 눈에 띄는 편지상자는 난처하겠다싶어 셔터에 우편투입구를 만들고 우유 상자를 이용하는 방법으로 바꿨다 한다. 단 고민편지가 재미있을 때는 지금까지처럼 벽에 붙여두는 모양이었다.
아버지는 상 앞에서 똑바로 앉아 팔짱을 끼고 있다. 편지지를 펼쳐놓고 있지만 펜을 들 기미가 없었다. 아랫입술을 살짝 삐죽 내밀고 미간을 모으고 있다.
“꽤 골똘히 생각하시네요.” 다카유키가 말했다.
“곤란한 내용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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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한테서 온 거야. 이런 문제가 가장 힘들어.”
연애문제라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중매로 결혼했는데, 결혼식 날까지 서로에 대해 잘 몰랐다고 한다. 그런 시대를 살아온 사람에게 연애문제를 상담하는 사람이 상식이 없다고 다카유키는 생각했다.
“적당히 쓰세요.”
“무슨 소리야? 그럴 순 없지.”
아버지는 약간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다카유키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맥주 있죠? 좀 마실게요.”
아버지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냉장고를 열었다. 문이 두 개인 구식으로 이년 전에 누나네가 새로 구입할 때 그동안 사용하던 것을 얻은 것이다. 그 전에 쓰던 것은 문이 한 개였다. 1960년에 산 것이었다. 그때 다카유키는 대학생이었다.
중간 사이즈의 시원한 맥주가 두 병 있었다. 술을 좋아하는 아버지는 늘 냉장고에 맥주를 넣어 두었다. 예전에는 단 것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기무라네 단팥빵을 아주 좋아하게 된 것은 예순이 지나서였다.
우선 한 병을 꺼내서 마개를 열었다. 그리고 물어보지도 않고 식기장에서 맥주잔도 두 개 꺼내 상 앞에 앉았다.
“아버지도 마실 거죠?”
“아니. 지금은 안 마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