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이나 한승원의 이름이 들어간 문학관 건립은 안 됩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 작가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는 14일 수상 기념으로 전남도와 장흥군이 검토하고 있는 문학관 건립을 반대했다고 합니다.
한승원 작가는 이날 “한강 작가는 본인의 딸이 아니다. 이미 독립개체”라며 “자신의 이름이나 딸의 이름이 들어간 유형의 문학관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한승원 작가의 이 같은 간곡한 요청으로 광주시는 애초 계획했던 문학관 건립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한승원 작가는 문학관 건립을 반대하면서 지역민들이 책을 많이 사서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는 뜻을 밝혔습니다. 그는 “골목서점이 늘어나 누구나 책을 접하는 도시가 됐으면 한다.”며 “작가에게 도움이 되는 그런 광주가 되길 바란다.”고 했습니다.
작가 본인이 나서서 이런 말, 저런 말을 얘기해도 충분할 것인데 작가는 전혀 얘기하지 않고 아버지가 대신 얘기하는 것도 이채롭습니다.
지금 당장 지자체가 무슨 일을 하려고 나서지 말고, 시간을 두고 작가와 노벨상을 기리는 작업을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민음사의 유튜브 방송은 구독자가 25만 명에 이르는 유명 채널이다.
출판사 채널답게 지난 10일 저녁엔 해외문학팀 담당자가 3명 출연해 노벨문학상 발표를 기다리며 생방송을 했다. 그들이 소개한 유력 후보는 모두 외국 작가들이었다. 8시 정각, 스웨덴에서 수상자를 발표하는 영상에서 한강과 사우스코리아가 얼핏 들렸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한강? 한…강?”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얼음처럼 굳었던 출연진은 5초쯤 지나서야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감격에 앞서 충격이 큰 것 같았다. 한 출연자는 “노벨문학상을 소개하며 ‘해외 현대문학’이란 말을 반복해 썼는데 우리 문학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한 낭보에 잠깐의 얼떨떨함과 긴 환호를 보낸 것은 온 국민이 비슷했다. 딱 이틀 만에 온·오프라인 서점 3곳에서 30만 권이 팔릴 정도로 ‘한강 신드롬’이 일었다. 서점 앞에 긴 줄이 서고, 매대는 채워지기 무섭게 비워졌다. 신문과 방송도 ‘한강’으로 도배했다. 저마다 가입한 단체채팅방마다 난리가 났다. 고구마 먹고 체한 듯 답답하고 암울한 뉴스에 지친 시민들에게 ‘한강의 기적’은 사이다 같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언론사의 댓글 창은 때아닌 이념 논쟁이 불붙었다. 한강의 수상이 못마땅한 사람들의 분노가 창을 가득 메우고, 그에 대한 반박이 이따금 따라붙었다. 분노는 한강의 작품이 4·3과 5·18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서술했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비뚤어진 역사의식에서 나온 왜곡된 작품”이 지구촌 가장 큰 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도, 축하할 수도 없는 것 같았다.
분노는 한강과 작품을 선택한 노벨상위원회로까지 향했다. “선풍기 앞에서 원고를 날려 (가까이 떨어진 순으로) 정했나”라는 1980년대식 비아냥까지 등장했다. 노벨상위원회는 한강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며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점을 높이 샀는데, 댓글러들은 트라우마를 더욱 벼려 혐오의 무기로 키운 듯하다.
그들의 분노를 보며 한강에게 맨부커상을 안겨준 『채식주의자』가 떠올랐다. 꿈에서 본 트라우마 때문에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 영혜에게 사람들의 핍박이 쏟아지고, 결국 정신병 증세로 빠져들어 가는 과정을 세 사람의 시각에서 세심하게 그린 연작 같은 작품이다. 영혜는 고기에 끌리지 않았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유를 이해하려 하기보다 비정상이라고 부르며 ‘채식주의자’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허윤진 평론가는 초판 말미에 붙인 해설에서 “생각보다 타인의 습성과 문화에 대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며 “그럴 땐 그/녀를 그저 자연스럽게 움직여가도록 놓아주는 것도 이해의 방편 중 하나”라고 썼다. 역사적 사실을 피해자 입장에서 다시 들춘 작품이 탐탁지 않을 수 있다. 큰 상을 탔다고 모두가 나서 축하할 의무도 없다. 다만 굳이 남의 집 잔칫상을 뒤엎을 필요까지는 없지 않을까.
“거대한 파도처럼 따뜻한 축하”와 “그에 대한 완고한 거부”가 맞서고 있는 동안 또 하나의 소식이 전해졌다.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는 “전쟁이 치열해서 날마다 모든 죽음이 실려 나가는데 무슨 잔치를 하고 즐거워서 기자회견을 할 것이냐”는 딸의 뜻을 전했다.
역사적 사건에서 개인과 집단이 겪는 상처와 트라우마에 천착해 온 작가의 감수성은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에도 흐트러짐이 없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나 하마스의 기습을 빌미로 민간인도 가리지 않고 가혹한 공격을 퍼붓는 이스라엘에 침묵해 온 세상을 향한 따끔한 일침이기도 하다. 한강은 12월 10일 스웨덴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밝힐 것으로 전해졌다.
그 자리에서 현재의 큰 전쟁에 대해 언급할지는 본인만 아는 일이다. 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로서 언급한다면 그 울림은 작지 않을 것이다. 벌써부터 12월이 기대된다.>중앙일보. 최현철 논설위원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3994
출처 : 중앙일보. 최현철의 시시각각, ‘한강의 기적’에 분노하는 사람들
저는 솔직히 한승원 작가의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리고 한강의 작품도 읽지 않았습니다. 작가를 가려서 책을 읽은 정도는 아니지만 접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갑자기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뒤에 책을 찍어낼 시간도 없이 절품이 되고 있다니 가히 신드롬입니다. 이런 현상이 오래 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그리고 요즘 젊은 작가들이 쓴 소설들은 제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부끄럽지만 그래서인지 손이 가질 않습니다. 제가 근래에 많이 본 소설은 중국의 현대 작가들이 쓴 것들입니다.
1930 ~ 40년대의 중국 변방 사람들 이야기와, 문화혁명 때의 사람들 얘기를 많이 읽습니다. 우리 문화와는 많이 다르지만 사람 사는 세상은 별 차이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한강 작가의 소설을 읽지 않았다고 해서 노벨문학상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흐뭇한 일입니까? 이런 좋은 일에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일수도 있으나 좀 넓게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나온 노벨문학상입니다. 덕분에 출판사도 서점도 보릿고개 넘는 기쁨도 따를 것이니 감사한 일이고, 1년에 두세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는 대한민국의 성인들이 책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것도 흐뭇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축하하고 감사합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