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염창동은 잘 안 들어 가는데 오늘따라 오더빨이 안받아 느즈막히 10시경에 오더잡고 들어갔습니다.
젊은 여손의 마티즈를 이렇게 주차해 주세요~저렇게 주차해 주세여~ 까탈스럽게 칭얼대길래
바퀴벌레가 겨우 밤새 등산할 수 있게끔 틈만 벌려주고 칼같이 벽하고 1cm 공간을 띄우고 주차 해주었습니다.
"어머~머, 주차 환상이네여. 근데, 낼 아침 차빼다 긁히는거 아닌지..." 칭얼대는 소리가 볼멘 소리를 바뀌는걸 듣고
므흣~하게 쪼개며 돈을 받고 등촌 삼거리 큰길가로 나왔습니다.
피뎅이 화면을 밤새 공부할 로지 프로그램으로 전환 하면서 어여 빨리 642 버스를 올라타고 반포쪽 내지
논현쪽으로 나갈 요량으로 종종걸음으로 버스정류장으로 내 달리는데...
염창동 올때부터 운전하는데 뱃속이 좋지 않더니 연신 뽀글뽀글 거리며 가스를 생산해 내는것을 느꼈습니다.
그 순간 방뇨의 압박도 같이 오는데 그 느낌이란...;; 소변을 보다가는 큰일 저지를 것 같은 불길한 느낌였습니다.
암튼, 참아야 하느니랴 세뇌이다가도...안돼 지하철 장실에 내려갈까? 번뇌하면서 접속된 로지를 셋팅해보니
'하이웨이맞은편--->xx동 15k' 오잉? 방금전 출발했던 그 자리로 돌아가는 오더가 올라와 있네여.
여기까지 오는데 대략 20여분 걸렸고 다시 되돌아가는데 20여분이면 왕복 1시간에 3만원...흐흐~
이런 순간 만큼은 생리현상도 억누를 수 있는 잠재력을 발휘 하면서 캐취후 고객과 통화 하였습니다.
쉽사리 고객이 있는 장소를 찾아서 들어가보니 한쪽에서 어느 허름한 남자가 손을 들어 줍니다.
그리고 이내, 테이블의 고기판위 고기들을 연신 뒤집으며 "어서 앉으세여~"
오잉?? 이건 뭔 시츄에이션이래...여태 다 먹지도 못하고 대리 불러놓고 나보고 기다리란 건가 ㅡ,ㅡ;
테이블을 힐끗 염탐해보니 아직 소주 한병이 번듯히 살아있고 고기판위의 고기들은 한 무더기 ㅠㅡ
속도 안좋은데다 심사가 뒤틀린 저는 여차하면 배차를 취소할 요량으로 재차 입을 열었습니다.
"손님, xx동 가시는 분 맞으시죠? 아직 다 못 드셨나보네여? 그럼 나중에...."
"어여 앉으시라닌까요. 기사님 앉으세여 ^^; 아줌마~ 여기 상추랑 반찬좀 더 주세여! 동치미 국물도여~"
저보고 앉으라는 건지, 앉아서 자기 먹을때까지 기다리란건지, 내가 잘못 들은건지 ㅡ,ㅡ;;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순간 갈피를 못잡고 우물쭈물 했습니다.
고객은 재차 저를 자기 맞은편 자리에 합석하도록 종용하더니 자꾸 고기를 먹으라고 합니다.
저는 극구 사양하면서 그럼 다 드실때까지 기다릴테니 어여 드시고 출발 하도록 할께여. 라면서
사무적인 어투로 말을 건네니 고객은 좀 멋적었는지 잠깐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입을 엽니다.
기사님, 술먹은 사람이 별소리 다 한다고 우스울지 몰라도 사실은 왜 그러냐면요...라면서 운을 띄네요.
고객은 여지껏 배불리 먹어서 더 이상 고기가 안들어 간다네요.
그리고, 합석한 동행들 있었는데 제가 전화해 오자 동행들을 다 보내고 고기 2인분을 더 주문했답니다.
그래서 지금, 열라 뒤집고 구으면서 저를 기다렸다고 합니다.
자기는 예전에 대리기사를 했었던 사람이라고 합니다.
그때, 자기는 밤새 뛰어 다니며 배고플때도 있었지만 감히 사먹는게 아까워서 굶은적도 많았답니다.
때로는 손님들이 고깃집에서 맛난거 먹을때 그렇게 먹고 싶었던적도 없었답니다.
어떤때는, 길가의 통닭집에서 맛난 냄새가 흘러 나올때 그 냄새를 맡으며 걸음을 멈춘적도 많았다네요.
"기사님, 얼렁 드세여. 그래야만 빨리 갈 수 있자나여 ㅎㅎ 그거 다 먹을때까지 못가니 그리 아세여 ㅎㅎ"
".......;; "
"아참, 시간 손해 보는건 다 제가 보상해 줄테니 걱정마시고 천천히 다 드세여 ㅎㅎ"
".......네 ;;"
저는 염치불구하고 자꾸 권하는 바람에 그리고, 다 먹을때까지 못간다고 하길래 먹기 시작했습니다.
상추며 동치미 국물이 끝내준다면서 제 자리 앞으로 밀어주고...ㅠㅡ
손님은 등지고 tv 쳐다보며 "허허, 그 여자 참으로 곱고 이쁘구먼" 선덕여왕 이요원을 봅니다.
아마도, 제가 먹는걸 부담스러워 할까봐 일부러 시선을 거두고 tv 시청하는듯 합니다.
그러면서 또 한마디 조용히 그러나, 또렷한 어조로 읖조립니다.
"난, 참으로 대리기사분들 존경스러워 합니다. 저도 가끔 혼자라면 세상 다 떨치고 될때로 되라 하고
혼자 마음대로 하고픈대로 어디론가 훌쩍 떠나가고 싶을때 참 많았지요...
대리기사님들, 그중에 그런분들 계시긴 하지만 대부분의 대리기사분들은 한 가정의 가장이기에
지아비 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의 아버지 이기에...아이들을 바라보노라면 자기 하고픈거 억누르며
그저 아이들 때문에 내가 희생해야만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랄수 있기에...그런 기사분들 참 많습니다
무엇과 바꿀수 없는 바로 우리들의 아버지 상이죠. ㅎㅎ"
".......네...맞습니다..." 저는 유난히 침이 한가득 고이며 고기가 침과함께 꿀꺽~하고 넘어가는 목메임을
순간 느껴야만 했습니다.
고깃집을 나와서 고객이 조금만 걷자하며 담배 한대 권하고 우린 밤하늘을 쳐다보며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습니다.
그렇게 담배 반정도 피우고 차에 올라타 목적지에 도착하고 손님은 어두운 길목에서 꼬깃꼬깃 돈을 접어 건네주고
조심해서 다니라고 항상 건강 잘 챙기라면서 "기사님, 지금은 우리모두 힘들지만 언젠가는 좋은날이 꼭 올꺼예여"
덕담을 건네 줍니다.
어두운 길에서 일부러 확인 안했지만 환한 큰길로 접어 들면서 손에 접혀진 돈을 펼쳐 보았습니다.
15k 의 따블인 30k 도 아니고 따따블인 60k도 아닌 다섯장 50k 가 제 손에 쥐어져 있었습니다.
주차할때보니 주차장도 없어 집 담벼락 옆에 바짝 붙여서 주차해 주었던 가정형편의 고객이었습니다.
ps. 아참, 고객의 차량은 무려 67만키로 뛴 낡고 오래된 승용차인데 도저히 믿겨지지 않았지만 실 주행거리라면서
전국 안 다닌데 없고 그 차량이 자신의 발이 되어 돈벌어다 줄려고 발버둥 친 넘이라고 표현하면서 웃는 고객였습니다.
첫댓글 좀 지루한 감이 드는 긴 글이지만...아직까지 여운이 남는 하루였기에 올려봅니다. 고기를 넘 먹어서 그런지 속이 계속 뽀글~뽀글~그래서 그만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비록, 2개하고 왔지만 마음만큼은 부자되서 왔네여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우왕~ 차타고 가서 주차장에 걍 갖다 놓으라는 그 손님 굿~ 입니다 ㅎㅎ 정말 그런분들이 많은 세상 이라면 아마도 천국이 따로 없을듯해여 ^^
5년9개월동안 한번도 그런일이 없었는뎅...대단하심...
고생 많으셨습니다....저라도 나중에 대리를 그만 두고,대리분을 부를 때 윗 분처럼 할 것 같군요...아닌 양아치 전직 대리들도 가끔 만나지만..전직 대리셨던 분들은 그나마 이해를 조금씩 하시는 것 같더군요..
저도 오래전부터 마냥 상상하던것중 하나였어여. 나중에 내가 대리를 부르게 된다면...ㅎㅎ;
전에 대리했었다는 넘덜~몇 늠 겪어봤지만~100프로 양아~늠덜 뿐이었는데~ 현직 전화방 사장넘~송도에서 밤새 고스톱 치고~외제차였는데~~역시~양아~늠~~ 괘않은 손 ~만났네여~~하늘의 별따기...
장문이 길어 읽지 않으려고 하다가 다 읽고난뒤 댓글을 읽다가.. 왜이리 슬퍼지는지 눈물이나네요. 왜들 날 울리는거야~ 엉엉엉
에궁 ;;
겉과 속이(제목&본글) 완전히 다르네요, 자고로 사람은 속을봐야 할듯한데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문제이네요...
가슴이 찡해옵니다. 좋은 분들이 많은 세상입니다.
저도 비숫한 경험을 했는데 양아도 많지만 종종 좋은분들도 많이 계시죠!~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껴봅니다 ~대리 졸업하고 이담에 대리시키면 아마 이글 주인공보담도 더잘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정말 감명 받았으니깐요!~~~~~~~~~
저도 비숫한 경험을 했는데 양아도 많지만 종종 좋은분들도 많이 계시죠!~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껴봅니다 ~대리 졸업하고 이담에 대리시키면 아마 이글 주인공보담도 더잘해드리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정말 감명 받았으니깐요!~~~~~~~~~
잘 읽었습니다.세상이 아름다운것도 바로 인간적이기에...사람은 꽃보다 아름답습니다.
그래도 세상을 참으로 아름답게 사시는분이 계시네요.....
홀에비 맘 과부가 안다고.....
제목에 낚인 이 느낌 ㅎㅎ;; 뭉클하네요
그레도 아직은 세상에 온기를 불어넣는 분들도 계시네요
제목에 낚여 읽다가 아리님....... 사람맘 참 모르는구나 하구 읽다가 나중에 반전 있네요. 전 그런 손님 있으면 더 고맙던데 그런 손들은 무조건 더 챙겨 주니까요. 좋게썽용~ ㅎ
감동스럽습니다.늘 부담스러운 손놈들을 상대하자니 인간미도 없고, 힘들게 일한기억만 있는데 그런분을 만나셨다니 행복이십니다. 글을 읽다 울컥 눈물이 납니다. 저도 딱 두번 좋은손님 만났는데, 그럴땐 일할맛 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