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가을에
독서를 생각한다.
유옹 송창재
내가 활자로 되어있는 일반 동화물을 생애 처음으로 접했던 것이 “알프스의 소녀”였다.
어느 날 나보다 10살이나 위인 형이 내게 책을 한권 사다 주셨다.
바로 그 책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나는 알프스를 말하면 그 장면들이 생각난다.
푸른 언덕과 하얀 양떼들...그리고 그 소녀...
그 전까지는 할머니 무르팍을 베고 누워서 구전으로만 듣던 도깨비와 왕방울이 상상속의 풍경이었고 미지의 인물이었다.
그런데 이 책을 선물로 받아서 읽고는, 책속에서도 여행을 가고 알프스도 가며 소녀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면서 나의 정서적 감수성은 더 상상 속으로 날개를 달아 날기 시작하였다.
진부한 독서의 가치에대한 이야기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틀림이 없으므로 또 강조하고 싶어진다.
이렇게 처음 접했던 경험과 독서는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 갔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가지고, 데리고 놀던 벌레들..
바람 부는 언덕 위에서 누렁이들과 메뚜기 나비들과 놀던 시절...
나를 이렇게 키운 것은 누구 말대로 순전히 바람과 햇빛, 벌레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감수성을 키우며 엄마의 남다른 정서가 내게 흐르고 있던 바탕에, 보고 듣고 알고자 하는 것들은 자꾸 그쪽으로 가까이 가게했다.
그래서 내 마음의 힘은 유약하고, 남들과 경쟁하기 싫어하고, 남을 빼앗는 것을 꺼려하며 그 대신 구속받기 싫어하며 자유롭게 자라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무녀리가 되어 있지만....
그러면서 난독에 가까울 정도로 아무 책이나 잡히면 읽고, 이해도 못하면서 읽고는 잊어버린다.
나는 지금도 누가 독서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독서 방법을 물으면, 읽고는 바로 잊어 버리라고 한다.
저자가 누구고 어떤 내용이었고....
줄을 그어가며 읽고, 노트에 멋진 문구는 옮겨 적고~~
그것은..
요즘은 멋진 식당에서 돈으로 싸들고 이벤트하면 될 것이고, 그런 연애편지 쓸 일도 없을 것이니까...
그렇게 적어서 외우는 짓거리는 옛날 연애편지 쓸 때 해적질 하려고 하는 짓이라고...
하지만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저자가 독자에게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는 정확하게 이해를 하여야 하고...
버릴 것은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고,
가슴에 남겨 두어야 할 것은 머리에 두지 말고 가슴에 담으라고 말한다.
저자가 누구였는지 몰라도 된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그 저자를 가까이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라고 말한다.
난독이라도 좋으니, 많이 읽고 생각해 보고 쓸데없는 쓰레기는 버려 버리라고 한다.
나는 그렇게 한다.
그래서 나는 내 글이 쓰레기통 속에 버려지지 않도록 주의를 한다.
자라면서 인문서적들을 접하고 사회과학 책들을 접하면서는 사상에 대하여 생각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꼬리를 물고 다른 책을 찾게 되고, 계속해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경험과 독서는 인격의 형성이나 사고의 정립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어려서는 돈을 주고 자연학습을 하고, 자라면서는 텔레비전에 빠지고 스마트 폰에 빠져서 저 혼자의 상상을 할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가 없다.
휙휙 지나가는 화면 속에서는 속옷만 입고 휘황한 춤 속에 정신을 가다듬을 시간도 없이 멋지게 지나고, 홍보 매체가 되어버린 텔레비전은 은근히 쇠뇌 공작을 하며 우리를 자기들이 작정해 둔 방향으로 이끌고...
정치성과 상업성에 고도의 심리적 방법을 사용하여, 우리 아이 어른들의 감수성과 옳은 사고력을 감퇴시킨다.
아니 감퇴 정도가 아니고 말살을 한다.
그래서 텔레비전을 보지 않은지가 몇년이 된다.
물론 내 방식만이 옳다고 강변하는 것은 아니다.
어린 아이가 광고 화면을 보면서 순간의 흐름을 느낀다 던지, 말과 섞어 글을 빨리 깨칠 수 있다든지 그러면서 대중문화를 접한다든지...
그러나 옳은 대중문화를 볼 수가 있어야 한다.
물질만능의 자본주의 전성시대를 맞이하여 인간은 없어지고, 상업성에 찌들어 웃고 소리 지르고 엎어지고 뒤집어 지는...
연예인의 가족은 어른 아이 없이 모두 연예인이 되어 가족파티를 즐기고....
우리는 그들의 파티에 구경꾼이 되고....
공기인 전파를 팔아가면서, 우리의 아이들의 순수하고 신선한 감성들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어른들도 소위 인기 방송작가들이 유도하는 것들에 이끌려 욕하면서도 불륜과 상식이하의 유전자 검사를 일삼는 모든 방송의 꼭 같은 연속극을 보고 있다.
이제는 연속극을 쓸 수도 있다.
물론 대중문화라는 것의 필요성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하늘에서 별도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돈으로 체험학습을 시키고, 옷 벗고 춤추는 모습 만을 보여주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우리 형님은 내게 “알프스의 소녀”를 사다 주셔서, 지금처럼 잘 울고 밥도 하루 세끼도 못 얻어 먹는 나를 만들어 놓았지만, 그래도 나는 나의 형님이 존경스럽고 사랑한다.
그 알프스의 소녀는 얼마나 늙었을까 보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