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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의 질투
김지명
소슬바람 불어오는 시월의 어느 날 친절산악회 따라 관광버스에 몸을 싣고 산으로 간다. 중년이 되면 걸음을 많이 걸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초등학교 동기생과 등산을 자주 한다. 그러나 관광버스에 몸을 실어 멀리까지 등산가는 것은 처음이다. 차에 올라가니 주체 척에서 목적지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즐겁게 가기 위해 남녀 동반 석을 만들었다.
지루한 버스이동은 산행을 피곤하게 한다며 중년 남녀에게 짝을 맞추어 좌석에 앉힌다. 그리고 즐거운 산행이 되길 바란다며 산행대장이 인사한다. 옆자리에 앉은 중년부인이 부끄러움도 없이 안녕하세요, 하면서 말문을 연다. 내가 서먹하고 할 말이 없어 묻는 말에 대답만 하다가 여인의 이름이 몹시 불러보고 싶다고 했다. 이름은 정애라고 하며 남자친구가 없다고 덧붙인다. 연락처를 알고 싶다며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 그것은 내 것과 다르다며 한번 봅시다, 하면서 가져간다. 한 참을 주물이더니 나의 번호를 카카오톡에서 알아 자기 폰에 입력한 것이다. 나에게는 모른 채하면서 전하기를 전해준다. 그리고는 처음부터 성급하게 묻지 말라며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가리켜 준다고 한다. 정애가 나를 다음에 만날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어느 정도 마음에 끌리는 모양이다. 두 시간이라는 먼 거리였지만 남녀가 즐거운 대화로 이어질 때 관광버스는 목적지인 표충사 주차장에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산행대장이 친절산악회 회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오늘 맺어준 이성은 동반자가 싫든 좋든 항시 붙어 단 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행대장은 남녀를 정들게 하여 다음 산행에도 함께 가자는 좋은 작전으로 보인다. 나는 지태, 수철, 그리고 상태와 함께 친절산악회가 맺어준 동반자와 연인처럼 붙어 걷는다. 산길 걸으면 물소리와 산새의 소리가 배경음악에 젖어 둘만의 대화를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다. 무리를 이루어 산행하지만 나는 사실상 정애와 둘이서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며 기분 좋은 등산을 하고 있다. 날마다 술이나 마시던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이렇게 예쁜 여인과 함께하는 분위기를 조성해 주었더니 아주 좋아한다. 상태는 새로운 삶의 희망을 찾은 것 같다고 하며 빙그레 웃는다. 표충사를 우회하는 오솔길 따라 친구들도 여인과 함께 걸으며 속삭인다. 멀리 보이는 계곡과 능선은 산세가 수려하여 영남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명산이다. 정애가 이렇게 좋은 산으로 오르게 한 친절산악회가 고맙다고 하면서 나와 자주 산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정애는 나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수미봉을 향하여 걸어간다. 정애는 친구들이 쌍쌍이 붙어오는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다고 하며 앞으로 만들어진 쌍을 꾸준히 지속하면서 어디든지 함께 다니자고 한다. 여생에 동반자가 되어준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친절산악회에서 만난 정애와 산행하면서 또 다른 여인을 만난다. 오솔길 따라 걸어가는데 병목현상이 일어나는 길에서 좁은 오솔길에 혼합하여 걷는다. 복잡하지만 낯선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걸을 때 젊은 여인들이 눈에 들어와서 기분 좋은 산행이다. 젊은 사람들이 힘이 좋아 발걸음을 빠르고 가볍게 움직이며 한 사람씩 앞질러 나간다. 나는 평소에 여자 친구가 없어 여자만 보면 친구가 하고 싶다고 했다. 정애는 내가 지켜줄 테니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한 참을 걸어오면서 여인들이 앞서 가더니 쉬는 체하면서 나의 모습을 살펴본다. 여인들이 뒤처져 따오더니 앞질러 나간다. 나는 정애가 잠시 친구를 만나러 간 사이에 앞서 가는 예쁜 여인과 가까이하고 싶은 마음에서 용기를 내어 말을 전한다. 내가 앞에 가는 한 여인에게 친구 하면 어떤가 하고 물었다. 젊은 여인은 방긋이 웃으며 저도 그러고 싶은데 다른 친구가 먼저 찜을... 하면서 말문이 흐려진다. 예쁜 여인이 오솔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더니 나를 자꾸만 쳐다보며 고개를 갸우뚱 그린다. 평탄한 길로 접어들자 “어디서 왔어요?” 하고 말을 걸어온다. 내가 궁금하여 알고 싶다는 눈치다. 내가 여인들은 어디서 와서며 이름에 뭡니까? 하고 되물었다. 울산에서 온 은하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하면서 산양하게 인사를 한다. 나는 부산에서 왔다고 했다. 어디서 많이 보았던 얼굴 같아 보인다고 한다. 그래요? 저는 초면인데 어쨌든 만나서 반갑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도록 노력해봅시다. 은하는 나를 보고 산을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하면서 무엇이 궁금하게 느껴지는 듯 보인다.
나는 삶의 낚시에서 대어를 낚은 기분이다. 그래도 내색을 하지 않고 남자의 능청스러운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 좋은 사람은 좋은 인연을 만나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어요, 하였더니 방긋이 웃는다. 친구들과 의논하여 나를 찜 한 은하는 앞면이 많아서 그랬다고 사실을 털어놓는다. 은하가 가까이 다가와 손을 잡고 싶은 눈치다. 아주 좋게 받아들인 나는 은하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하면서 부드러운 손을 잡고 걷는다. 나는 마음속으로 은하를 놓칠까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은하와 함께 온 여인들도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진다. 울산 여인들은 좀 다른가 하고 구시렁거렸지만, 너무나 순진한 것 같다. 개울을 지나면서 징검다리 건널 때 돌을 던져 물을 치기도 하며 장난기를 발휘하였더니 순진한 여인들이 재미있다는 듯 웃으며 뒤돌아 돌을 던져 물을 쳐보기도 한다. 나와 함께한 친절산악회와 울산팀과 혼합되어 걸어가니 지루함도 피곤함도 모른다. 위험한 코스에 이르자 밧줄을 잡고 끙끙대면서 힘들게 오른다. 낯설지만, 은하 친구들의 안전을 위하여 손을 잡고 당겨주니 곁에서 지켜보던 은하도 좋아한다. 은하와 함께 앞서 걸으면서 둘만의 대화가 이어진다. 초면이지만, 첫눈에 반할 정도로 예뻐서 반드시 나와 연인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러자 은하도 같은 마음이라며 우리 인연의 끈을 놓지 말자고 한다.
지태와 수철이 그리고 상태는 친절산악회에서 맺어준 여인들과 나란히 걸으며 마음이 하나 되어 연인처럼 속삭인다. 상태는 나에게 오늘은 좋은 날이구나 하더니 양다리 걸치지 말라고 충고한다. 그러자 나는 빙긋이 웃으며 그래 알았다 하면서 은근히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여인들과 삶의 대화를 흥미롭게 이어가는 친구들이다. 나는 정애를 멀리하고 울산의 모 산악회 따라온 젊은 여인과 즐겁게 대화 나누며 걸어간다.
친구와 헤어져 뒤따라오면서 바라만 보던 정애가 다가와 나의 손을 잡고 아저씨 왜 이러시나요? 하면서 화난 얼굴로 바라본다. 아내처럼 잔소리하면서 왜? 차에서는 그렇게 좋다고 언약해놓고 하루도 못되어 배신하는지 궁금하다고 하면서 독수리 눈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나를 쏘아본다. 그러자 곁에서 듣고 있던 은하가 정애에게 시비를 건다. 아줌마 듣자하니 조금 전에 알았다고 하던데 나와 비슷하네요. 하면서 투덜거린다. 정애는 은하를 째려보면서 양손을 허리에 대고 화난 음성으로 말한다. 뭐 아줌마 젊은 계집애가 언니도 몰라보고 함부로 말하다니 어디에 이런 못된 계집애가 다 있어 하고 언성을 높인다. 그리고 하필이면 왜 내 남자를 뺏으려 하는 것인가? 하면서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음성이 높아진다. 부끄러워서 피하려 했지만, 싸움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아서 정애에게 그만하라고 했다. 나는 싸움이 커질까 말려보아도 둘 다 듣지 않는다. 내가 결정을 내려 주어야 하겠다고 정애에게 언니가 참아달라고 간곡히 부탁해도 소용이 없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었다. 정애는 조금도 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기색으로 성난 진돗개처럼 공격의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나는 은하에게 귓속말로 다음에 만나는 것이 좋겠다며 갈지 말아 달랬다. 은하는 나의 말을 알아듣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뒤로 처져서 함께 온 친구들과 어울려 산행한다. 정애는 반드시 나를 차지하려고 아무도 접근하지 말라는 뜻으로 시선을 집중시켜 모두에게 큰소리로 알린다. 그리고 정애는 승리자가 되었다고 내 옆에 붙어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동행한다.
TV에서 동물의 세계를 보면 수놈들끼리 싸움하여 최고로 강한 놈이 암컷을 차지하는데 요즘은 여자들이 남자를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것을 가끔 보면서 웃음보다 놀라운 세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나는 거칠게 생긴 정애에게 끌려가듯 억지로 함께 걷는다. 이 시점에서 싫다고 하면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몰라 말없이 따라 걷는다. 오솔길 따라 정상으로 가는 도중에 맞은편에 보이는 흑룡폭포를 바라보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흑룡폭포는 울산아줌마처럼 아름답네 하였더니 정애는 또다시 질투를 부리며 올빼미 눈처럼 부릅뜨고 나를 바라본다. 나는 앞서 걸으며 층층폭포의 장엄함을 바라보며 감탄사를 아끼지 않았다. 수십 미터의 기암절벽에서 낙수 하는 광경을 보고 이것은 정애처럼 위협적이라고 했다. 정애는 폭포를 보는 순간 일그러진 얼굴과 상한 마음도 모두 잊고 감탄사를 자아낸다. 폭포 앞 출렁다리에서 앞서 가는 정애를 놀라게 하려고 좌우로 흔들었다. 놀랍게도 정애는 즐거워하면서 더 강하게 흔들어 달라고 주문하면서 가볍게 다리를 건너간다. 바위 곁으로 자일을 잡고 올라가는 아슬아슬한 길을 올라가면서 정애를 잡아주지 않고 뒤따라간다. 나는 기다렸다가 뒤따라오는 은하를 잡아주고 싶어도 정애가 곁에서 지키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몸은 강한 정애 곁에 있지만, 마음은 부드럽고 여자다운 은하에게 있다.
오솔길 언저리엔 민들레 홀씨가 바람의 등에 업혀 분가하지만, 억새밭에 숨은 장끼는 큰 소리를 내면서 보이지 않는 까투리에게 사랑하자는 신호를 보낸다. 정애가 나에게 윙크하면서 사랑을 갈구하는 것처럼 말이다. 한 참을 올라가니 고원지대에서 생활했던 사람들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 당시에는 하늘 아래 첫 동내는 화전민 마을이었다. 한 때는 수많은 주민이 목장을 관리하고 살았다. 그래서 고사리 분교는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그러나 수십 년이 지난 지금은 목장을 폐쇄하면서 마을 사람들이 떠나고 학생 수가 없어졌다. 동산 초등학교 고사리 분교가 폐교되어 자연으로 돌아간 지 오래되어 흔적도 찾기 어렵다. 사라져버린 학교터와 마을의 집터 어느 한 곳에도 흔적은 찾아볼 수 없지만, 작은 교적비가 그때의 흔적을 품고 숲 속에 남아있다. 사라진 집터에는 사랑하며 살던 사람들의 영혼이 미물에게 사랑을 전수 한 것 같다. 온갖 새와 벌레들이 사랑스럽게 활동한다. 아이들이 뛰어놀던 학교마당에는 어디서 이사를 왔는지 구절초 꽃이 다소곳이 피어 향기 풍기며 벌 나비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정애와 함께 수미봉 정상을 지나 사자봉으로 가기 위해 하산길로 접어들었다. 내가 먼저 내려가는데 정애가 뒤따라오더니 아! 하면서 비명을 지른다. 뒤돌아보니 정애가 토사에 미끄러져 앞으로 넘어질 때 돌에 부딪히면서 존경이 뼈가 부러진 것으로 보인다. 몹시 아파하면서 어그러진 인상으로 통증을 호소한다. 정애는 내가 앞서 가니 함께 가려고 급하게 내려가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이 일을 어떻게 하나하고 머뭇거리는 순간 다리가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정애 친구들과 친절산악회 산행대장은 걱정이 태산이다. 나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여 119에 전화하여 헬기 보내 달라고 헐떡거리며 숨찬 음성으로 부탁했다. 십 분쯤 지나자 구급 헬기가 도착하였다. 정애는 중년에 홀로되어 외롭게 살아오고 있다고 한다. 친구들에 의해 모처럼 나들이를 나왔다가 마음에 든다는 나에게 깊은 정에 빠져들려고 했는데 이렇게 사고를 당했다며 몹시 안타까워한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정애가 애욕에 넘치는 목소리로 지명씨를 너무나 사랑한다는 말에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힘없이 하산하는 정애 친구들이 나를 보고 관리도 못 하면서 무슨 연인이라고 합니까? 하면서 나무란다. 정애는 떠나면서 나와 함께 가자고 애원하지만, 병원에서 가족이 오면 곤란하다고 하여 친구를 대신 보낸 것이다. 그러자 정애는 울먹이는 음성으로 사랑하는 마음 변치 말라고 하면서 손을 꼭 잡아준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나를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한다. 나는 정애의 애절한 마음에 가슴이 저려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정애에게 어깨를 툭툭 치면서 완치되면 만나자 치료나 잘 받아라. 이렇게 두 사람은 마음에 상처만 남긴 체 고개를 돌렸다. 공중에 도착한 헬기에서 소쿠리 같은 그물망을 타고 내려온 구급대원이 정애를 보더니 막대를 대고 다리를 묶은 다음 몸을 못 움직이게 하고 누운 채로 헬기에 옮겨 싣는다. 정애의 이웃에 산다는 숙자를 함께 태워서 보내고 나머지 대원들은 힘없이 하산할 때 조심 또 조심하라고 산행대장은 대원들에게 부탁한다. 헬기는 정애와 그의 친구 숙자를 태우고 부산 쪽으로 멀어져 간다.
나는 친절산악회 회원들은 힘없이 걸으면서 수미봉에서 사자봉 가는 것을 포기하고 바로 한계암 금강폭포가 있는 방향으로 바로 하산 하자고 한다. 돌아서 갈 시간이 없으니 표충사가 있는 곳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그러나 울산에서 온 은하 팀은 아무런 사고 없이 젊은 산악인이라 사자봉에 도착하여 우리의 사고 현장에 도착한 헬기를 바라보고 있다가 하산한다. 그 순간 은하의 대원들은 사자봉에서 헬기가 날아와서 머뭇거리자 사고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유방 고지(수미봉과 사자봉) 사이로 몰려든 양 팀은 하산하는 길목에서 또다시 만났다. 은하는 정애가 있는지 눈치를 살피며 두리번거리다가 혼자 있는 나를 보고 무척 반가워하면서 다가온다. 힘없이 터벅터벅 걸어가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은하가 가까이 다가와서 헬기가 왔다 가던데 어떻게 되었는가? 하고 묻는다. 조금 전에 임과 말다툼한 그 여인이 다리를 다쳐 헬기에 실어 보냈다고 했다. 그러자 은하는 태산 같은 걱정을 한다. 은하가 정애입장이 되었을 때 어떻게 하겠는가? 하고 묻는다. 나는 은하에겐 처음부터 손잡고 오지 그냥 미끄러운 길 혼자 가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러자 은하는 역시 바라던 이상으로 나를 사랑하는 군요, 하며 좋아서 어찌할 줄 모른다. 나는 은하에게 우리의 만남을 도와준 산신께 감사해 하자고 했다. 은하는 맞아 그렇게 합시다, 하면서 나의 손을 꼭 잡는다. 나는 은하를 보살피며 하산한다. 인과 연은 억지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며 때와 장소에 따라 정해진 길을 함께 하는 사람만이 인연이라 한다고 은하에게 철학적인 이야기로 대화가 이어진다. 그러자 은하는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며 이야기한다.
은하가 참으로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의 인연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어젯밤에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고 하며 꿈을 해몽해달라고 한다. 꿈속에서 백발노인이 나타나 산으로 가면 귀인을 만날 것이라고 하고는 도사는 사라졌다. 잠을 깨면서부터 지금까지 궁금했는데 이젠 화두를 풀게 되었다고 한다. 은하는 친구 다섯 명이 산악회 따라 함께 왔다며 두 사람의 언행을 조심하자는 뜻으로 말한다. 은하는 울산팀과 함께 있지만, 집으로 갈 땐 부산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나는 반가워서 아무런 생각 없이 우리와 함께 가자고 했다. 그러자 은하는 정애 친구들이 두려워 따로 가겠다고 한다. 착하고 순한 마음이라 친구들에게도 두려워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친구 네 명이 부산에서 함께 왔으며 산악회 따라 멀리 오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리고 나도 청년 시절에는 울산에서 살았지만, 결혼 후에는 부산에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은하가 아! 하고 깜짝 놀라면서 그래요? 삶의 행로가 비슷하네요?'라고 한다. 그리고 빙그레 웃으며 울산에서 자라서 부산으로 시집왔다고 한다. 은하가 나를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말을 하려다 멈춰버린다. 내가 무슨 말을 하여도 듣지도 않고 다시 얼굴을 바라보면서 울산사람 맞아요? 하고 묻는다. 나는 아무런 의미도 모르고 “네 맞습니다.”라고 하였는데 여인은 총각 시절에 연봉산악회 회원이 아니었나요? 하고 다시 묻는다. 깜짝 놀란 나는 은하를 바라보면서 “네 맞습니다만,” 하고 말끝이 흐려지자 은하가 저를 알면서 모른 체하는 것이지요? 하고 의문을 던진다. 나를 알아보고 확인하려는 것이다.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남자의 기억력보다 여자의 생각이 깊다는 것을 알았다. 삼십 년도 넘었는데 처녀종각 시절에 산행할 때 무지 고생했다며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생생하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나는 연중 52회의 토요일에 반드시 산으로 떠나곤 했기 때문에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울산에는 큰 회사가 많아 주말에 어느 산으로 간다는 현수막을 걸면 총각보다 처녀들이 많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은하와 나는 서로 다른 산악회 따라왔지만, 둘만의 만남이 이루어진 후에도 은하는 팀에서 벗어나 항시 나와 함께 있기를 바란다. 은하는 함께 온 그룹의 맨 후미에서 나는 친절산악회의 선두에서 다시 만나 고향 친구들의 이야기로 수놓으며 산행을 즐긴다.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떠있고 끝없이 펼쳐진 산마루는 불타듯 붉은 색깔이 산허리까지 넘쳐흘러 있다. 나폴 거리는 이파리가 가지 끝에서 소슬바람 피하려고 엉덩이를 흔들고 있는 모습 같다며 흔들리는 모습처럼 엉덩이를 흔들어 보이며 애교를 부린다. 우리도 머지않아 저렇게 될 것인데 여생 동안 즐거움에 취하여 영겁에 머물고 싶다고 하자 은하도 같은 생각이라며 앞으로 외로운 날은 없을 거라고 한다. 은하를 산에서 만났지만, 옛날에 짝사랑했던 사실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자신을 분명하게 밝힌다는 것이 참으로 밝고 맑은 마음이 나를 사로잡는다. 이렇게 풍광명미한 곳에서 은하와 마주 보면서 대화가 이어지고 있으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인다. 더 아름답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은하에 푹 빠져드는 기분이다. 토사 길이 미끄러울 때마다 손잡아 주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내려간다. 금강폭포 방향으로 하산하는 길이 미끄럽고 위험지만, 은하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나를 믿고 따른다.
은하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네요, 하면서 아주 반가워서 얼굴을 붉히며 사실을 틀어놓는다. 어느 회사에 다닐 때 몇 명이 항시 연봉산악회 따라다녔다고 얘기하면서 늘 함께 했던 이유가 이었다고 웃으며 말한다.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아주 궁금하다고 했다. 은하는 나를 짝사랑하였으므로 항시 마음에 담고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내가 있는 산악회에 자주 합류했고 나에게 개인적으로 산행을 부탁한 일도 있다고 이제야 틀어놓는다. 그때는 하양이라고만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자 은하는 네 맞아요, 이제 기억이 나십니까? 그때 그 하양이 바로 저예요 하며 좋아한다. 어느 회사 하양이라고 하니 기억이 난다고 하니까 나를 바라보며 또다시 반갑다며 손잡고 악수하듯 흔든다. 은하는 성격이 밝고 명랑하여 인기가 아주 많은 아가씨였다. 그때 용기를 내어 사랑을 고백했더라면 지금은 한이불 덮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은하가 빙그레 웃으며 우리는 부부인연이 아니라서 많이 아쉬웠지만, 아직도 달라진 것이 조금도 없다고 한다. 은하와 장시간 함께 걸으며 주고받은 대화 속에서 솔직하고 청순함을 알았고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은하는 나와 젊은 시절에 울산에서 자주 만나 함께 산행도 하였지만, 지금도 다시 만나니 같은 부산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참으로 기이한 인연이라고 한다. 우리의 삶이 샛강처럼 흘러가는데 멈추지 말고 여생에 즐거움을 함께하길 바란다고 했다. 은하는 그런 걱정은 잊어도 된다고 한다. 은하의 말에 오늘의 산행이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고 미래도 즐거움의 고리가 이어져 있으니 나에겐 행복이 넘쳐흐른다.
지금부터 약 35년 전에 이곳 사자평원에 올 때는 진달래가 만개하고 아낙들이 고사리 꺾고 있었지만, 지금은 억새꽃이 만개하여 갈바람에 파도처럼 일렁거리고 있다. 그땐 고사리 초등학교 아동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같이 공차기 놀이도 하였지만, 지금은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가고 형체도 없다. 은하도 처녀 시절에 친구들이 고사리 초등학교 학생들과 어울려 고무줄 뛰기 놀이도 했다고 한다. 이곳 사자평원에는 습지로 유명한 곳이라 텐트를 치려고 하면 바닥에서 물이 올라와 제대로 야영할 곳이 없었다. 산 아래에는 햇빛이었는데 산마루에 올라오니 안개가 자욱하여 앞이 잘 보이질 않았다. 사자평원에는 멧돼지가 많기로 유명하였다. 야영하려고 해도 두려움이 앞섰다. 청년 시절에 용기를 더하여 외딴집 인근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다 장대비를 만났다. 아무리 기다려도 비는 멈추질 않고 텐트 안으로 빗물이 들어와 도저히 누울 수가 없어 앉아 있었다. 태풍에 못 이겨 텐트를 철거하여 외딴집에 들어갔던 추억도 있다. 사자평원에는 수백만 평이 평원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고사리가 허벌나게 자라는 곳이기도 하다. 화전민이 겨울에 억새밭에 불을 질러 모두 태워 버리기 때문이다. 화전민들은 봄에는 고사리와 고비나물 가을에는 한해살이 싸리를 꺾어 언양 재래시장까지 와서 팔았다. 가늘고 긴 싸리는 바소쿠리며 둥근 광주리 등 만들어 생활에 필요한 도구로 이용하였다. 은하는 친구들과 고사리며 참고비를 많이 채취하였다고 한다. 젊은 시절을 추억해 보면서 두 사람은 오래된 연인처럼 허물없이 대화하면서 하산한다. 은하와 나는 호시절을 추억하면서 대화가 이어져 간다. 은하는 싱싱했던 우리가 풍랑에 시달려 고목이 되었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고 서로가 여생을 즐겁게 지내도록 노력하자고 한다. 은하가 엷은 미소로 나를 바라볼 때 천진난만한 고사리 초등학교 소녀처럼 순수해 보인다. 나는 은하와 함께 미래에 동반자가 되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은하는 처녀 시절부터 마음에 품은 나였기에 변함없는 사랑은 지속할 것으로 생각하니 흐뭇한 마음이다.
산악회 인솔자는 개인행동 하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한다. 표충사가 가까워지자 인원 점검을 위해 큰소리로 산악회 이름을 부르며 모이라고 한다. 두 사람은 헤어져야 할 시간이다. 서로가 친구들과 함께 왔지만, 친구를 멀리하고 둘만이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미래에 외로움을 달래줄 연인을 만났으니 친구에게 미움을 받아도 어쩔 수 없다. 친구보다 나의 외로움을 달래줄 여인이 좋기 때문이다. 산행시간에 쫓기면서도 즐거운 시간이었지만, 다음에는 둘이서 충분한 여유를 갖고 산행하자고 약속도 한다. 은하는 헤어짐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뒤돌아보며 손을 흔든다. 뒤에 처져서 나와 걷던 은하는 놀란 토끼처럼 당황해 하면서 쫓기는 마음으로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하고는 대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헐레벌떡 뛰어간다. 두 사람은 분리되어 각자의 팀으로 돌아가서 걷는다.
만남의 장소에서 실수가 있었다. 며칠 후 은하가 전화가 걸려와 보고 싶으니 당장 만나자고 한다. 만나기로 약속한 카페로 은하를 만나러 간다. 혹시나 먼저와 기다리나 하고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피고 있을 때 맞은편에서 카페 종업원이 오븐에 커피와 설탕을 담아오면서 서로가 앞을 보지 못하여 부딪쳤다. 아차! 하는 순간 배꼽 아래서 따스함이 느껴져 고개를 숙여보았더니 커피가 바짓가랑이로 흘러내리고 있다. 앗! 불사 하필이면 왜 그곳에 커피가 엎질러졌을까 하고 중얼거렸다. 놀란 레지는 얼른 뛰어가 물수건을 갖고 와서 바지에 묻은 커피를 닦을 때 거시기를 누르면서 문질러도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기대하고 기다리는 은하와 찻집에서 첫 만남인데, 하면서도 혹시 젖은 옷을 볼까 걱정되어 테이블 가까이 붙어 앉았다.
은하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사뿐사뿐 걸어와 인사를 한다. 만나보니 산에서 등산복 차림보다 훨씬 더 뛰어난 미모를 가진 은하다. 은하는 멋을 내려고 바바리를 걸쳤는데 내가 감탄할 정도로 아름다워 보인다. 은하가 가까이 오자 반듯이 일어서서 인사를 해야 하는데, 젖은 오질 앞이 보일까 걱정된다. 인사하면서 보지 못한 모양이다. 옆에 앉은 은하는 눈치를 못 챘는지? 아니면 보고도 모른 체하는 것인지 나의 손만 잡고 만지작거리니 알 수가 없다. 은하는 싱글벙글하면서 그동안 잘 지내고 있었는지 궁금하였다고 하면서 안부를 묻는다. 얼굴이 빨개지자 은하는 이렇게 순진한 오십 대 아저씨는 처음 보는 것 같아요, 하면서 미소를 날린다. 부부는 마주 보고 앉고 연인은 곁에 앉아야 하는 것을 은하는 알고 있었는지 자연스럽게 옆에 와 앉는다. 곁에 앉아서 같은 방향으로 바라보면 감시의 시선을 피할 수 있고 생각을 같이 한다는 것을 설명하니 알고 있다는 듯 방긋이 웃는다. 아주 반란하고 명랑한 성격이면서 우아한 은하가 나에게 과분해 보이기도 하다. 촉촉한 얼굴에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는 순수한 소녀처럼 보인다.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은하의 마음속으로 빨려든다. 처음 산에서 보았을 때는 보통 사람으로 보았는데 연인으로 생각하고 만나보니 너무나 대조적이다. 달걀처럼 가름하게 생긴 순수한 한국형 얼굴에다 뽀얀 피부는 나의 마음을 충분히 사로잡을 수 있는 독특한 미인이다. 대화가 길어지기 전에 드라이브 가자고 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오려고 계산대에 갔더니 계산하려는 아가씨가 커피를 쏟아 미안하다고 하면서 그냥 가라고 한다. 그러자 곁에서 듣고 있던 은하가 무슨 말입니까? 하고 계산하려는 아가씨에게 묻는다. 아가씨가 사실대로 말하자 은하는 깜짝 놀라면서 무슨 말을 하십니까! 그냥 가다니요? 세탁비용 주셔야지요, 하면서 아가씨에게 세탁비용을 받았다. 밖으로 나온 은하는 스스럼없이 팔짱을 끼고 승용차 있는 곳으로 간다.
은하와 함께 드라이브를 즐기며 수평선과 지평선이 맞닿는 곳을 바라보면서 달린다. 해변도로 따라 정처 없이 날려가듯 달려가다 작은 마을에 들렸다. 포구 언저리에 주차하고 몽돌을 밟으며 끝없이 이어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밀어를 시작한다. 파도소리가 배경음악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고 고향 이야기 친구 이야기 다양하게 주고받으며 서로 알리기 위한 충분한 대화가 이어진다. 신발을 벗어들고 손에 손을 맞잡고 바위틈에서 빠져나와 자갈도 모래도 밟으며 해안선 따라 걷는다. 두 사람은 소녀 소년처럼 물속을 들려다 보면서 이상하게 생긴 조개를 잡아보기도 한다. 은하는 손에든 구두를 물에 담그지 않으려고 조심스레 행동하였지만, 바위에서 미끄러지면서 물에 빠져 배꼽 아래가 다 젖었다. 들들 떨고 있는 모습이 애처로워 승용차 안에서 옷을 짜서 입자고 했다. 옷을 짜서 입으면 염분이 있어 허옇게 보이고 피부에 오래 닿으면 좋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는 주위의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 모텔로 가자고 한다. 나는 모텔이라는 말에 온몸이 달아오르며 거시기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친구로만 보이던 은하가 갑자기 아름다운 여자로 보인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승용차에 앉혀놓고 모텔을 찾아 달린다. 해변으로 달리다 보면 풍광명미한 곳도 많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르지 모텔에서 벌어질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거시기는 몸을 비틀어 바른 자세로 일어나려고 허리를 펴보지만, 바짓가랑이에 짓눌려 통증을 일으킨다. 엉덩이를 움직여 옷을 최대로 늘여 놓고 거시기를 바른 자세로 좌정시켰다.
이런 분위기에서 색다른 대화로 이끌어 보려고 질문을 한다. 내가 문제를 제시하면 곧장 답해보라고 하고 문제를 날린다. 가다가 모텔이 보이면 그곳에 나는 가고 싶지만, 상대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쉬었다 갈까? 하기엔 너무 직선이다. 그래서 상대의 심리를 파악하기 위하여 여유로운 문제를 제시한다. 만약에 모텔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방에서 행해지는 행동 중에서 ‘워’ 자로 끝나는 말 다섯 가지를 말해보라고 하고 답을 기다린다. 은하는 한 참을 생각하더니 하! 그것참 알 듯 말뜻 하면서 모르겠다고 한다. 아니 중년이 넘은 사람이 그것을 모른다니 참으로 이상한 사람이라고 하자, 은하가 사실은 모텔에 가본 일이 없어 잘 모른다고 한다. 아니 반드시 모텔에서만은 아니고 집에서도 하는 행동은 같으니 잘 생각해 보라고 하고 힌트를 준다. 외출하고 돌아와서 아내와 합방하려면 무엇을 먼저 하는지 그리고 침대에 가서 어떤 행동으로.... 이렇게 대화가 이어지다가 모텔이 눈에 들어왔다. 여기가 어떠한지 저곳으로 갈까? 어디든 어서 가자고 한다. 은하의 몸이 많이 꺼림 적한 모양이다. 해변에 높이 솟은 모텔 안으로 들어갔다.
모텔에 들어서니 생각보다 고급스러웠다. 로비 언저리의 카운터에 들어서니 산양한 목소리고 놀다 가실래요? 주무시고 가실래요? 묻는다. 한 시간만 빌리자고 하니 한 시간도 세 시간과 같다고 하며 선지급이라고 한다. 금액을 지급하고 엘리베이터로 높은 곳까지 올라 쥔장이 가리켜준 호실을 찾아 방문을 열었다. 방 안은 음울하면서도 음탕한 느낌이 든다. 커튼을 걷어 재치고 창문을 여니 수평선과 구름이 맞닿은 곳에서 어부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유람선은 관광객을 가득 싣고 파도를 헤치며 달려간다. 방안으로 들어선 은하는 놀란다. 어머나! 이렇게 멋지게 만들어져 있네요, 하면서 먼저 싸워 실로 들어간다. 젖은 옷이 많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나는 방에 있는 가운을 전해주려고 욕실 문을 노크하였다. 은하는 안돼요, 하면서 기다리라고 한다. 문고리에 가운을 걸어놓았으니 나올 때 입어라고 하고 나는 침대에 앉아 옷을 벗어야 하나 입고 있어야 하나 걱정에 젖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잠시 후 은하가 가운을 걸치고 방으로 오더니 아니 어디 가시려고요? 하면서 의아해한다. 옷을 벗지 않았다고 꾸중을 하는 듯하였다. 가까이 오는 은하를 보니 젖가슴이 절반이 보이고 허벅지가 보여 내 몸과 마음이 부풀어 오른다. 얼른 옷을 벗고 욕실 속으로 속 들어가 버렸다. 은하가 나의 모습을 바라보더니 철부지 소년 같다고 깔깔거린다. 샤워를 마치고 가운을 걸치고 방으로 들어오니 은하의 가운이 벗어져 옷걸이에 걸려있다. 은하는 어떤 모습으로 이불 속에서 나를 반겨줄 것인지 심히 궁금하기도 하다. 이불 속에 숨어있는 은하의 발바닥을 간 지리며 장난기를 발동한다. 은하는 다리를 움츠려 몸 전체를 감춰버린다. 자라 모가지처럼.
가운을 벗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니 은하는 부끄러움도 없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누워있다. 가까이 다가가 은하의 목덜미 아래로 나의 오른팔을 깊숙이 넣는다. 피부를 맞대고 허벅지를 은하의 배꼽 위에 올리면서 왼손은 젖가슴을 살며시 잡는다. 은하는 눈을 지그시 감고 양손으로 나를 감싸 안는다. 나는 가슴이 콩닥거리고 숨소리가 빨라지자 키스할 여유가 없다. 볼을 맞대고 있을 때 은하가 고개를 돌려 입술을 내 입술에 가까이 붙이더니 가볍게 애무를 시작한다. 한 참을 그렇게 하다 나는 자세를 바꾸어 양손으로 젖가슴을 잡고 두 살짜리 유아처럼 젖꼭지를 애무한다. 은하는 참다못해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치켜들며 몸을 꼰다. 나는 다리를 벌려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은하의 가슴과 내 가슴이 마주 닫자 은하는 어아!~ 하는 소리와 함께 엉덩이에 힘을 주더니 70kg을 올려놓아도 무거운 줄 모른다. 은하의 숨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신음의 강도는 높아져 간다. 나는 소프라노 리듬에 맞추어 더욱 강하게 허리를 흔들어 재낀다. 은하는 율동에 맞추어 엉덩이를 좌우로 흔들다가 양손이 나를 어그러지듯 감싸 안을 때 즐겁던 신음이 높은음에서 멈춘다. 그리고 척추 없는 동물처럼 푹 퍼진다. 물침대보다 더 좋은 침대 구름 위에 누운 나는 자리에서 떠나기 싫어 그대로 멈춰있다. 은하는 포근한 방에 누워있지만, 수많은 별빛이 눈앞에 아롱거린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다시 시작한다. 기계에 작동 스위치를 켠 듯 허리는 쉴 새 없이 상하로 움직인다. 온몸에서 안개가 피어나고 이마에는 닭똥 같은 땀방울 연이어 떨어진다. 해삼처럼 퍼져있던 은하는 다시 몸을 꼬며 있는 힘을 다하여 끌어안는다. 건강을 위하여 끝없이 이어지는 운동은 멈출 줄 고공을 비행한다.
두 사람이 푹 퍼진 채 잠에 취해 있을 때 주머니 전화가 잠을 깨운다. 여자의 예리한 느낌으로 은하는 나의 전화기를 확인한다. 정애의 전화다. 여자의 이름이 나타나자 은하의 눈에는 불이 켜진다. 그리고 전화를 받는다. 누구세요? 하는데 정애는 직감적으로 은하라는 것을 알고 넌 누구야? 지난번에 그 계집애가 아닌가 하고 흥분된 음성이다. 두 사람은 전화기로 언성을 높인다. 은하가 지난번에는 참았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며 큰소리를 친다. 정애가 그곳이 어딘가 하고 곧 달려올 듯이 말하자 흥분한 은하는 모텔이다. 왜? 하고 말끝이 흐려진다. 정애는 눈이 뒤집혀 진 듯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현장을 확인하려고 아무리 물어도 대답이 없자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온다. 은하가 다시 받으려 하자 나는 은하를 달랬다. 참는 자가 승리하는 것이니 지난번처럼 한 번만 더 참 아라고 달랬다. 그러자 은하는 그땐 지명씨의 건강을 몰랐지만, 정열적인 사랑에 감동하여 이제부터는 절대로 참을 수 없다고 한다. 전화는 계속 울리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후 상태가 친구들과 같이 있으니 어서 나오라고 한다. 나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상태 지태 수철이만 있는 줄 알고 갔더니 여자들도 함께 있다. 자리에 앉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숙자가 다가와 깍듯이 인사를 한다. 그러고 곁에 앉는다. 숙자는 나에게 간곡히 부탁한다. 정애에게 한 번만이라도 가보라고 한다. 정애는 어떤가 하고 물었는데 본인이 직접 보시고 대화해 보라고 한다. 친구들도 같이 가보자고 한다. 그러나 나는 가기 싫다고 했다. 양다리 걸치기보다는 확실하게 밝혀야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다. 옛날 애인을 만났으니 두 여인을 사랑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숙자는 그러지 말고 자주 만나는 것이 아니니 두 여인을 번갈아 가면서 사랑해 주라고 또 부탁한다. 정애가 너무나 안타까워 보인다며 반드시 만나면 데리고 오라고 하니 숙자도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정애의 사정을 잘 모르고 알 이유도 없다고 했다. 그러자 그 친구들이 하나같이 정애의 정보를 낱낱이 털어놓는다.
정애는 3년 전에 혼자되어 외롭게 살아왔으며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며 친구를 구해달라며 모두가 친구가 애처롭다며 간청을 한다. 나에겐 애인이 있는 줄 알면서도 왜 자꾸 부치려 하는 것인가? 이상한 여자 친구들이네 하고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많은 친구를 소개해도 마음을 열지 않았는데 나를 본 다음 마음의 문이 열렸다며 병문안 갈 때마다 나를 불러달라고 조르더라는 것이다. 친구들도 한마디 거들며 그렇다면 양다리 걸쳐 보라고 한다. 상태가 친구야 우리 오늘 병문안 가보자 하면서 함께 가기를 바란다. 나를 병원에 데려가서 정애를 만나게 해놓고 모두 다른 곳으로 놀러 가려는 눈치다. 그때 은하의 전화가 걸려왔다. 보고 싶다며 당장 만나자고 한다. 알았다고 하고는 전화를 끝냈다. 친구들이 눈치채고 안 되겠다며 모두 일어서자고 한다. 어디로 가기로 계획되어 있는 듯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상태는 말한다. 촉석루 돌아보고 메기 매운탕 먹으러 가는데 여자 친구 불러 함께 가자고 한다. 그러나 나는 즐거운 드라이브로 행복한 시간 되라고 하고 친구들로부터 멀어져 은하를 만나러 간다.
은하는 내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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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네 알겠습니다. 계속 올려야 하는데 중간에 멈춰버렸네요. 이어 볼께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