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당(대연주홀)과 본당
오래전 제가 잠시 남서울교회(홍정길 목사 시무)에 출석할 때의 일이었습니다. 당시 담임으로 홍정길 목사님께서 계셨고 부목사님으로 홍문종 목사님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교인들이 그냥 홍 목사님으로 부르면 누구를 말하는 건지 모르고 혼동할 때가 자주 있었습니다. 하루는 두 분이 대화를 나누다가 저녁 예배 설교를 홍 목사님께서 하신다고 하니 듣고 계시던 분이 어느 홍 목사님이냐고 물었는데 그분이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누구긴 누구야, 주지 목사님이시지!”
그 말을 들은 분이나 하신 분 둘 다 요절복통으로 웃으셨다고 합니다. 그 말을 하신 분은 예수님을 만나기 전 불교신도회장까지 하신 분이셔서 이전에 사용하던 용어들에 너무나도 익숙한 탓에 툭하면 불교 용어가 튀어나옵니다. 한번은 남전도회 모임 장소를 묻는 분에게 ‘대법당에서 모여요’라고 대답했다고 하니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고등학생 때 제 눈앞에서 실제로 벌어진 일인데 어느 머리가 하얀 할머니 한 분이 교회에 처음 나오셔서 예배를 시작하기 위해 목사님이 강단에 오르자 절에서 그랬듯이 아주 경건하게 강단 앞으로 나아가서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하고 목사님께 머리 숙여 몇 번이나 절을 하였습니다. 성도들이나 목사님이나 모두 웃음을 참지 못하고 난리가 난 기억이 생생합니다. 불교 신도회장 하신 집사님이나 그 할머니 모두 천국에 가셨으니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이겠습니까!
요즘 제가 그렇습니다. 노엘이가 어려서 학교 오갈 때 늘 데리고 다니는데 수업 시간이나 피아노 레슨과 개인 연습시간에는 아내와 함께 학교 로비에 있는 원형 탁자에 앉아 열심히 일을 합니다. 글을 쓰고 책을 편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노엘이가 요즘 교수님과 함께 연주하는 일이 잦아져서 강의실이나 대연주홀을 옮겨다니며 연습도 하고 리허설도 하는데 한번은 아내가 제게 물었습니다.
“노엘이 리허설을 어디서 할까요?”
“어디긴, 본당에서 하지!”
어쩔 수 없습니다. 제 입에도, 마음에도 하나님의 나라와 의만이 존재하고 있을 뿐입니다. 대연주홀(프라이부르크 음대 대연주홀/ Wolfgang Hoffmann Saal)을 교회의 본당으로 말하니 말입니다.
대구 동산의료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던 교회 후배들과 서울 북한산 자락에 있는 한국기독교수양관에서 진행하는 새생명성경캠프(New Life Bible Camp)를 마치고 대구로 돌아오기 위해 서울역에 들어서니 방학 기간이어서 기차를 기다리던 여행객들이 대합실에 가득했습니다.
“이야, 보호자들이 가득 차 있네!”
간호사로 일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사람마다 환자를 데리고 온 보호자들로 보인 것입니다.
사람은 그 어디에나 익숙해지는가 봅니다. 경찰관인 후배는 길을 다니면 사람들이 범인으로 보인다고 하니 말입니다.
저는 창조주 하나님의 일에 대단히 익숙해져 있습니다만, 당신께선 어디에 익숙해져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