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로 고생해본 사람은 누구나 양치질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다.
몸이 느낀 그 고통을 잊을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양치질에 사용하는 치약. 그 치약 속에는 우리가 모르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다.
시크릿 하우스를 토대로 치약의 신비를 한번 벗겨볼까한다.
◈ 물
치약을 구성하는 대부분은 물이다. 일반적인 치약의 30~45퍼센트 정도가 물이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수돗물이다. 치약에 물이 많이 들어가는 까닭은 칫솔을 다 덮을 정도로 큼지막하게 짜서 쓰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물이야말로 큰 덩어리를 만들 만큼 풍부하게 쓸 수 있는 값싼 재료다. 치약 제조업자들은 물에다가 나머지 성분들을 섞은 후 대략 500그램당 2달러라는 깔끔하고 수지맞는 가격을 매겨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치약 제조업은 정말 괜찮은 장사다.
◈초크
물 다음으로 많이 들어 있는 것은 석회, 즉 초크다. 선생님들이 칠판 판서에 사용하는 바로 그 물질이다. 초크는 오래 전에 죽은 해양 생물들의 잔해에서 얻어진다.
그 제일 작은 진흙만 한 초크 입자들은 영겁의 시간 동안 단단함을 잃지 않았고, 치약 속에서 그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빨을 문댄 초크 입자는 구멍을 파거나 긁거나 상처를 내는 아수라장 중에 이빨에 착색됐던 누런 치석들까지 벗겨낸다. 이런 연마 기능 때문에 초크가 치약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큰 초크 덩어리는 이빨에 너무 깊은 상처를 내버려, 후에 충치 세균이 서식할 장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품질 관리 담당자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특별히 커다란 초크 입자만을 완전히 골라내기는 어렵다. 치약에 관한 정부 규정도 이 문제는 용인한다.
◈페인트
초크의 연마 공격이 누런색을 완전히 가시게 하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해 또 다른 물질이 치약에 투입된다. 이산화티타늄이다. 작은 구형의 이산화티타늄은 흰색 페인트 속에 들어 있는 물질로서 페인트를 하얗게 보이게 하는 장본인이다. 양치질 중에 이빨에 붙은 이산화티타늄은 누런 기를 말끔히 덮어버린다. 수용성 물질이므로 몇 시간 뒤에는 물에 녹아 삼켜져 버리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이를 닦고 나서 거울을 들여다보는 순간에는 정말 이빨이 하얘진 것 같은 착각을 주게 한다. 어떤 제조사들은 흔히 세제에 들어가는 진짜 표백 염료를 첨가하기도 한다. 확실히 흰 치아를 비춰주기 위해서다.
◈부동액
하지만 이런 성분만으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치약의 모습을 유지하기 힘들다. 질척한 덩어리가 말라비틀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글리세린글리콜이 들어간다. 이것은 자동차 부동액과 흡사한 성분이다.
◈콘드루스 크리푸스
혼합액이 초크와 물에 더해지고, 좀더 그럴싸한 모양새를 위해'콘드루스 크리푸스(주름진두발)'라는 해초에서 추출한 점착성 물질이 더해진다. 해초에서 짜낸 즙이랄 수 있는 이 성분의 역할은 아주 크다. 해초 추출물은 초크와 페인트와 부동액 사이사이로 퍼져 모두를 한데 묶어준다.
◈파라핀유
덩어리를 더 부드럽게 하기 위해 파라핀유(야외용 램프의 연료로 쓰이는 기름)도 약간 들어간다.
◈세제
글리콜, 해초 추출물, 파라핀유, 거의 끝이 보인다. 이제 우리가 치약이라고 부르는 상쾌하고 깨끗한 물질의 완성까지 두 가지 중요한 화학물질이 남았다. 이제까지 들어간 성분들은 세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우리가 양치질에서 기대하는 풍성한 거품을 내주지는 못한다. 그 때문에 시판되는 모든 치약에는 세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다. 세탁기에서 세제가 일으키는 풍성한 거품을 떠올리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치약에 함유된 세제는 입 속에서 똑같은 작용을 한다. 세정에 필요한 성분은 아니지만 판매에는 꼭 필요한 것이다.
◈박하유
남은 문제는 이대로는 세제 맛이 너무 많이 난다는 점이다. 끔찍할 정도로 쓰고 따끔할 것이다. 초크도 맛이 나쁘기는 마찬가지다. 미각적 불쾌감을 극복하기 위해서 제조업자들은 그들이 가장 자랑하는 마지막 성분을 집어넣는다. 향료, 그것도 매우 강한 향료다. 보통 이중 정류된 박하유가 사용되는데, 이 향료의 위력은 정말 대단해서 실험실의 화학자들도 원재료 상태일 때는 절대로 냄새를 맡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맨톨 결정과 감미료인 사카린, 기타 단맛을 내는 성분들이 첨가되면 위장 작전은 끝이 난다.
◈프름알데히드
이게 다일까? 초크, 물, 페인트, 해초, 부동액, 파라핀유, 세제 그리고 박하? 아직 한 가지가 남았다. 그 혼합물은 티 한 점 없이 깨끗한 화장실 세면대 위에도 버글거리게 마련인 수만 마리의 세균들 앞에 무방비 상태일 것이다. 치약으로 침투한 세균들이 거품 속에서 헤엄치고, 해초와 파라핀을 삼키고, 심지어 초크를 분해하는 효소를 뿜어낼지도 모른다. 결과는 심각할 것이다. 마지막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제조업자들이 택한 방법은 세균을 죽이는 무언가를 집어넣는 것이다. 안전하면서도 강력한 것이 필요하다. 어쩌다 침범한 세균들까지 남김없이 해치워줄 그 무엇이 말이다. 그것이 바로 포름알데히드, 해부학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소독제이며,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모기향의 주 재료이다.
◈플루오린
그 외에도 플루오린이라는 성분이 들어간다. 불소로 잘 알려진 이 성분은 어린이들의 충치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설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불소는 원자 번호 9번의 반응성이 강한 물질로 그 사용에 주의를 요하는 독성의 물질이다.
초크, 물, 페인트, 해초, 부동액, 파라핀유, 세제, 박하, 포름알데히드 그리고 불소, 이것이 우리가 상쾌한 아침을 위해 칫솔에 묻혀 입으로 가져가는 물질의 조성이다. 마음에 들지 않은가? 시무룩해질 필요는 없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그냥 물만 묻혀 꼼꼼하게 칫솔질을 해도 치약을 쓰는 것만큼의 효과가 나온다니 말이다.
-시크릿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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