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대한민국은 격투기 열풍이었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알고 있는 최홍만을 비롯해 최무배, 김민수, 임치빈 등 많은 격투기 선수들이 그 이름을 유명인의 반열에 올렸다. 그러나 K-1이 무엇인지, PRIDE가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는 팬들은 매니아 수준이 아니고서는 아직까지 그렇게 많지 않다. 야구를 즐기기 위해서는 홈런이 무엇인지 알아야하듯 격투기 또한 가장 기본적인 대회의 특성을 알아야 더욱 재미를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우선은 이종격투기와 종합격투기의 차이부터 살펴보자.
▶격투기의 본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종합격투기의 역사는 곧 인류 문명의 역사와 동일하다. 인간의 역사가 바로 곧 전쟁의 역사이며 이러한 전쟁의 요소가 바로 백병전, 즉 격투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의 판크라티온을 필두로 레슬링, 태권도, 가라데, 쿵푸 등 모든 무도가 기본적으로는 상대를 제압하는 데서 시작됐다. 그리고 이러한 가운데에 상대를 쓰러뜨리고 승리의 기쁨을 누리려는 인간의 욕구가 자연스럽게 격투기라는 형식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사회가 정비되고 사회 구성원 개개인간의 관계가 법적으로 제한되면서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는 격투기(技)라는 포괄적인 욕구 해소의 분출장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가지 궁금증이 추가되며 지금의 종합격투기가 생겨났다. 바로 ‘태권도와 가라데가 맞붙으면 누가 이길까?’, ‘호랑이와 사자가 싸우면 어떻게 될까?’라는 어찌보면 유치하기까지 한 상상들이 현실화되면서 현재의 종합격투기와 이종격투기가 탄생하는 중요한 요소로서 작용했다.
▶이종격투기와 종합격투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종격투기와 종합격투기가 혼용되어 사용됐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정의한다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종(異種)격투기는 결국 다른 스타일의 선수들이 맞붙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유도가 출신 파이터’와 ‘태권도 출신 파이터’끼리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이종격투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유사한 의미로 쓰이는 종합격투기는 이종격투기보다 조금 더 포괄적이다. 초기 이종격투의 경우, 말그대로 다른 무술을 수련한 무도가들끼리의 대결이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실제 싸움이 아닌 이상 어느 정도의 룰은 필요했고 그 룰에 따르자니 한가지 무술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자 새로운 룰에 적응한 파이터들이 나타나며 이종격투기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갔다. 최초의 이종격투를 상업적으로 시행했던 K-1외에 그라운드 플레이(누워서도 공방이 가능한 룰)를 허용한 대회가 생겨나면서 타격가는 그라운드 기술을 배우고, 그라운드 계열 선수는 타격을 배우며 이종격투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 진 것이다. 여러 가지 무도의 특징을 모두 섭렵하고 있는 선수끼리의 대결을 이종격투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진행되어 가면서 새로운 룰이 추가되고 하나의 스포츠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격투스포츠가 바로 종합격투기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이제는 타 무술가들끼리의 대결이라는 이종격투기보다는 모든 무술을 섭렵한 선수 개인의 능력을 시험하는 무대인 종합격투기(Mixed Martial Arts, MMA)로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격투기전문월간지 홀로스(www.holos.co.kr)]
권기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