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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순이는 예쁘다] 13
S#1. 티브이 화면 (밤)
화면 속 선영.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선영 :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부디...부디... 용서해주시기 바랍니다.
S#2. 주점 (밤)
화면 앞에 우두커니 서 있는 인순.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그녀를 알아보고 수군거린다.
창백해진 얼굴로 황급히 돌아서는 인순.
S#3. 주점 입구 (밤)
넋나간 표정으로 가게를 나가는 인순.
통화하고 들어오던 상우. 놀라서 본다
상우 : 인순아,
인순 : 상우야, 나... 먼저 가봐야 되겠어..
상우 :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인순 : 미안해. 나중에 연락할께!
급히 나가버리는 인순.
어리둥절한 상우. 의자에 놓인 겉옷을 집어들고 급히 따라나가다가 문득 티브이 화면에 시선이 멎는다.
선영의 눈물 가득한 얼굴이 클로즈업 되고 있다.
주위에서 수군수군 구경하는 사람들.
뭔가 이상하다. 멈칫 티브이 앞으로 다가가는 상우. 이게 뭔가 싶어지는데...
주인 : (인순이 나간 쪽을 바라보며) 세상 오래 살구 볼 일이네. 쯧쯧, 저렇게 곱게 생긴 아가씨가...
여자손님(20대) : 그동안 방송 나와서 온갖 좋은 사람인 척은 다하드니... 야아, 무지 가증스럽다...
남자손님(20대) : 야, 과실치사래잖아.
여자손님 : 과실치사는 떳떳하냐? 양심에 털났다, 야.
상우 : (화면 바라보다가 점점 창백해진다)
S#4. 주점 앞길 (밤)
뛰어나오는 상우.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없는 인순. 당황하며 주위를 살핀다.
S#5. 거리 (밤)
걸어오는 인순. 분노와 서글픔이 섞인 복잡한 감정으로 빠르게 걷고 있다.
인순을 알아본 몇몇 사람들의 시선을 느낀다. 무시하고 빠르게 걷는다.
S#6. 거리 - 상우 차 안 (밤)
운전하며 전화 거는 상우. 전화를 안 받는 인순. 답답하고 걱정스럽다. 메시지 남긴다.
상우 : 인순아, 지금 어딨어? 메시지 들으면 바로 연락해!!
S#7. 기획사 사무실 (밤)
선영과 명철, 마주 앉아있다. 심각한 분위기 흐르고 있다.
명철 : 애 쓰셨습니다. (착잡하게) 일단 오늘은 들어가서 쉬시죠. 힘드실텐데...
선영 : 그동안 속여왔던 거 미안해요. 그럴 수 밖에 없었어요.
명철 : ...(머뭇하다) 아닙니다.
선영 :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으로 결정한 거에요. 이거 말고는 길이 없었어요.
누가 먼저 찔러서 일이 커지느니, 차라리 이렇게 먼저 실토하는 게 나을 거 같아서... 최후의 결단을 내린 거에요.
아시겠어요, 제 마음?
명철 : (착잡한 한숨)
차를 들고 오는 희주.
명철 : 인터넷 반응 어때?
희주 : (좀 머뭇거린다) 사람들이 충격을... 많이 받은 거 같아요. 싸늘해요.
선영 : (굳는다)
명철 : (그렇지, 하는 한숨)
희주 : (눈치) 저어... 인순씨는 지금,
선영 : (머뭇하다) 내가 잠깐 어딜 보내놨어요.
희주 : 예에,
명철 : 많이 괴로워하는 모양이군요.
선영 : (시선 내리며 대꾸 못한다)
명철 : 어쨌든 저희두 입장이 괴롭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대로 매장 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워낙 인순씨가 천사 이미지, 깨끗하구 좋은 사람 이미지루 각인 돼 있던 터라...
선영 : (불안해진다)
명철 : 아무래두... 자충수를 두신 거 같습니다. 맘 단단히 잡수세요.
선영 : (초조한)
S#8. 상우 차 안 (밤)
인순에게 전화 걸다 지친 상우. 잠시 고민하다가 이윽고 전화기를 다시 든다.
이선영, 전화번호를 찾는다. 결심한 듯 번호 누른다.
S#9. 선영집 거실 (밤)
어두운 표정으로 들어오는 선영. 전화벨 울린다.
선영 : 어머, 유기자?
상우(E) : 저... 지금 잠깐 뵐 수 있을까요?
선영 : 마침 잘 됐다, 나두 유기자한테 연락하려던 참이었어요!
S#10. 커피숍 (밤)
선영과 마주 앉아있는 상우.
상우 마음도 모른 채 구원군이라도 만난 듯 반가운 선영.
선영 : 좀 전에 방송... 봤는지 모르겠는데...
상우 : (착잡하게)
선영 : 봤어요?
상우 : ...네.
선영 : (맘 추스르며) 저어... 유기자두 나서서 도와줬으면 해서요.
좀 더 인순이한테 유리한 방식으루 보도 자료 같은 걸 만들면 좋겠는데... (한숨) 도와줄 수 있겠죠? 친구 일이니까...
상우 : (착잡하게 본다)
선영 : (눈시울 훔친다) 인순이 이 녀석... 며칠 째 통 연락두 안돼요. 에미 속 끓는 줄두 모르구...
(한숨) 하기야 저두 괴롭겠지...
상우 : 이선생님,
선영 : (본다)
상우 : (애써 화를 참고) 인순이 마음을 조금이라두 헤아려 보신 적 있으세요?
선영 : ?
상우 : 어머니로서... 꼭 그렇게 하실 수 밖에 없으셨나요?
선영 : 지금... 나를... 나무라는 거야, 유기자?
상우 : (버럭) 그게 정말 자식을 위한 행동이셨냐구요!!
선영 : (멍하니)
상우 : 온 천하에 온 세계에 살인전과자로 알려져서, 앞으로 거리에 나갈 수두 없을 지 몰라요.
딸한테, 씻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메가톤급 상처를 주신 거에요! 그걸 정말 모르셨나요?
선영 : (당황한다) 난...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어차피 알려질 일이었어! 제보가 속속 들어오구 있는 상황이었다구!
우리가 먼저 실토하고 용서 받는 건 당연한 대응 방식이에요! 승부수를 던져야 했어!
상우 : 그래서 얻어지는 게 뭔가요.
선영 : 다시 활동을 해야지!!
상우 : 활동은 무슨 활동입니까! 어떻게 그렇게 어머니 생각만 하세요?
(화난다) 본인은 안한다고 하는데 굳이 어머님이 터뜨린 거잖아요!
선영 : 안한다는 게 진심이겠어? (그러다 가만히 본다) ...안한다고 한 거 어떻게 알지?
상우 : ...
선영 : 인순이랑 만났어? ...(기가 막힌다는 듯) 아무리 친구지만 그런 얘기까지 유기자한테 해?
상우 : 저... 인순이하고 단순한 친구 아닙니다.
선영 : 무슨 말이야? (멈칫 보다가) 혹시 뭐... 사귀기라두 한다는 뜻이야? 그래?
상우 : 이런 자리에서 이런 식으로 말씀 드리게 돼서 유감입니다.
앞으로 더 이상 인순이 인생을 흔들지 말아주세요. 본인 의사... 존중해주십시오.
선영 : 허... 이거 봐, 어따 대구 훈계야! 어?
상우 : (굳는다)
선영 : 난 그애 엄마야. 누구한테 훈계를 하는 거지? 어디서 그런 버릇 배웠어?
그리구 사귀긴 누구 맘대로 사귄다는 거야?
상우 : ...(착잡하게) 사귀면 안됩니까?
선영 : 언제부터 사귄 거지?
상우 : (대꾸 않는다) ...
선영 : (마뜩찮다) 그래, 하긴 뭐 ... 지금 그게 뭐가 중요해. 그건 나중에 듣구,
근데, 그럴수록 나한테 이래선 안되는 거 아냐? 기가 막혀... 어따대구 버르장 머리 없이...
상우 : (씁쓸해진다) 드릴 말씀을 드린 거 뿐입니다... 조만간 더 나은 상황에서 뵐 수 있길 바라겠습니다...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인사하고 나가는 상우.
억울하고 분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있는 선영.
S#10. 공원 (밤)
벤치에 조용히 앉아있는 인순. 이 상황이 아직 도무지 실감이 안 난다.
휴대폰 내려다본다. 음성 메시지가 열 개 쯤 들어와 있다. 가만히 망설이다가 들어본다.
선영(E) : (타이르는) 인순아, 엄마야... 전화해라. 메시지 들으면 바로 전화해. 알겠지?
표정이 차가워진다. 서글프고 화나고 착잡하다.
다음 메시지 듣는다.
상우(E) : 도대체 어딨는 거야? 나랑 잠깐만 만나자.
상우(E) : 인순아... 제발 전화 좀 받아라!
맘이 차츰 애틋해진다.
상우(E) : 어이 인순!... 연락 안 하면 밤새도록 찾으러 다닌다. 오빠 힘들게 하지 말구 그만 연락하시죠!
휴대폰 내려버린다. 날씨가 너무 춥다. 마음은 더 춥다.
S#11. 편의점 (밤)
뜨거운 캔커피를 사는 인순. 저만치서 힐끔거리는 사람들.
금새 낯이 뜨거워지며 괴로워지는 인순. 후다닥 커피를 계산하고 밖으로 나간다.
S#12. 편의점 앞 거리 (밤)
한쪽에 웅크리고 서서 덜덜 떨며 커피 마시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유상우 이름이 뜬다.
결심한 듯 전화를 받는다.
상우(E) : (확 반가운) 인순아,
인순 : (결연하게) 나... 걱정하지 마.. 괜찮아. 뭐, 어차피 일어날 일이었어. 난 괜찮으니까 걱정말구 들어가.
상우(E) : 지금 어디야?
인순 : 어디... (얼버무리며) 어디 좀 와 있어.
상우(E) : (화났다) 너... 도대체 날 뭘루 보는 거야?
인순 : ...
상우(E) : 너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럴 땐 같이 있는 거야! 이 바보야!!
인순 : (차분하게) 바보라 그러지 마. 지금은 그런 말 듣기 싫어.
S#13. 거리 (밤)
차를 세워놓고 통화 중인 상우.
상우 : 얼마든지 수습 가능한 일이야! 나하고 만나서 의논 해! 거기 어디야? 말해!!
S#14. 편의점 앞 거리 (밤)
휴대폰 들고 통화 중인 인순.
상우(E) : 위기 상황일수록 냉정해야 돼. 사태를 올바르게 직시 해.
두려워할 거 하나두 없어! 아무 일두 아니야! 전향적으로 사고 해!
대꾸 없는 인순. 점점 화가 난다.
상우(E) : 듣고 있어? 박인순, 듣고 있냐고!
인순 : 듣고 있어. 고만 잘난 척 해!
대답 없는 상우.
인순 : 나두... 생각을 좀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혼자서... 나 혼자서 생각하고 싶은 일이야!
이건 누구랑 나누고 싶은 일이 아니야! 어떻게 그렇게 내 마음을 모르냐? 나쁜 놈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다.
S#15. 거리 (밤)
차 앞에서 우두커니 수화기 들고 있는 상우. 한 방 먹었다. 잠시 난감하게 서 있다가...
상우 : ... 미안하다.
인순(E) : (목이 멘다) ...뭐가... 뭐가 니가 미안해... 괜찮아...
상우 : (애틋한) 어디야... 데릴러 갈께... 보고 싶다.
S#16. 식당 (밤)
마주 앉아 밥 먹는 근수와 정아.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 정아를 포기했다는 듯 가만히 바라보는 근수.
근수 : 너... 언제까지 이럴 거야?
정아 : (묵묵히 밥 먹는)
근수 : 그렇게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
정아 : 오빠가 좋은 거에요.
근수 : 인젠 자동으루 대답이 나오는구나.
정아 : (씩 웃고)
일어나는 근수. 놀라는 정아.
정아 : 어디 가요?
근수 : 물 마시러 간다. 물!
한켠으로 가는 근수. 주방 쪽에 작은 티브이가 켜져있다.
무심히 물을 따라 마시는 근수.
그런데 화면 속에 연예 관련 프로그램이 흐르고 있다. 선영이 울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멈칫 들여다보는 근수. 아무 생각 없이 밥 먹는 정아.
얼른 몸을 가리고 화면을 다시 유심히 들여다보는 근수.
화면 앞에 앉아있던 늙은 식당 여주인.
여주인 : 아이고, 쯧쯧... 속일 게 따로 있지... 우째 저런 걸 속이나...
근수 : (창백해진)
여주인 : 끝장 났네, 끝장 났어... 아이고, 어머니가 참 불쌍타...
근수 : ...(복잡해지는)
다가오는 정아.
정아 : 무슨 일.. 있어요?
화면이 메인 엠씨 화면으로 넘어갔다.
얼른 정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는 근수.
정아 : 왜,왜이래요?
근수 : 밥 다 먹었음 나가자. 아줌마, 여기 계산!
S#17. 거리 (밤)
식당을 나오는 근수 정아.
초조하고 창백해진 얼굴로 묵묵히 걸어가는 근수.
정아 : 오빠,
근수 : ...
정아 : 왜 그래요?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는 근수. 뛰다시피 쫓아오는 정아.
정아 : 같이 가요!
가다 결심한 듯 돌아서는 근수.
근수 : 너...
정아 : (멈칫)
근수 : 너 정말 ... 나 따라갈래?
정아 : 예?
근수 : 어디 가든지 따라갈 거야?
정아 : (끄덕한다)
근수 : 인제 다신 니네 집에 안 돌려보낼지두 몰라!
정아 : (멍하니)
근수 : (각오 어린다) 가, 그럼.
정아 : (믿어지지 않는다) 예?
근수 : (버럭) 가자구!! 나랑 여기 뜨자구!!!
눈물까지 글썽하며 좋아라 환히 웃는 정아.
결연히 앞서가는 근수.
S#18. 공원 일각 (밤)
급히 차에서 내리는 상우. 저만치 기다리고 서 있는 인순의 모습이 보인다. 확 반가워진다.
고개 숙이고 있는 인순의 초췌한 모습. 애틋하고 가슴 아프다.
다가가는 상우.
상우 : 하여간 사라지는데는 선수다, 박인순!
(손을 얼른 감싸 쥔다) 이 바보야, 손 이렇게 얼어붙을 때까지 여기서 뭐하구 있었어?
인순 : (고맙고 미안한데)
상우 : 어서 타.
서둘러 차에 태운다.
S#19. 상우 차 안 (밤)
운전하는 상우. 조수석의 인순.
상우 : 어디 가고 싶어? 가고 싶은 데 있음 다 말해.
인순 : 가고 싶은 데 없어. 그냥... 친구 집에 데려다 줘.
상우 : ... (본다)
인순 : (좀 민망해지며 외면한다) ...
상우 : 친구집은 무슨 친구집이냐? 나랑 같이 있어.
결심한 듯 차를 돌리는 상우. 난감해지는 인순.
S#20. 펜션 외경 (밤)
S#21. 펜션 안 (밤)
들어오는 두사람. 어색하게 쭈삣쭈삣 둘러보는 인순.
인순 : (머뭇하며) 여기는...
상우 : 당분간 여기서 지내. 시끄러운 거 가라앉을 때까진 피해 있는 게 좋겠어. 여기저기서 연락오구 귀찮게 할 게 뻔하잖아...
여긴 예전에 취재 차 왔었는데, 조용해서 좋드라구... 니 마음 추스르기에두 최적의 장소야.
인순 : (머쓱하게 보면)
상우 : (씩 웃고) 우리 그냥 여기서 확 눌러살아버릴까?
인순 : 허,
상우 : (인순을 끌어다 식탁 앞에 앉힌다) 자, 앉아 봐.... 대책 회의를 시작하자.
자리에 앉는 인순. 가만히 손을 잡아주는 상우.
상우 : 기왕에 이렇게 된 거... 당당하게 헤쳐나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할 수 있어.
사람들이 뭐라고 하든간에 신경 안 쓰면 그만이야. 넌 죄인두 아니구 거짓말 한 것두 아냐. 넌 떳떳해.
인순 : (애써 담담한 척 미소)
상우 : 상처 받지 마. 도망 가지 말고 정면으로 맞서보는 거야. 누가 뭐라든 신경 끄면 그만이야.
그리구 넌 이제 혼자가 아니야... 니 옆엔 내가 있어. 정 무서우면 그냥 내 등 뒤에 숨어! 내가 다 막아줄께.
인순 : (맘이 뭉클한데)
씩 웃는 상우. 일어나 주위를 둘러본다.
상우 : 배 안 고파? 일단... 뭐 좀 먹을까?
인순 : 어어, 그,그럴까?
상우 : 뭐 좀 만들어 먹자. 내가, 캐나다 있을 때 매일 혼자 밥을 해먹어서 요리 실력이 끝내준다는 거 아니냐, 하하.
일어나 주방 쪽으로 가는 상우. 도구들을 이것저것 살핀다.
다시 가만히 상우를 바라보는 인순. 맘이 복잡해진다.
상우 : 잠깐만 기다려. 나가서 금방 장 봐가지구 올께...
돌아보는 상우.
상우 : (짐짓 밝게) 뭐 먹고 싶어? 말해 봐. 오빠가 다 만들어줄께.
인순 : 상우야,
상우 : 왜.
인순 : (애써 씩 웃고) 고맙다!
상우 : (다가온다) 고마우면, 뽀뽀나 한 번 해주라. (볼 내미는 척)
인순 : (피하며) 어휴,
상우 : 하하, 놀라긴, 짜식! 먼저 할 땐 언제구!
인순 : (흘기며 수줍게 웃는다)
그러나 금새 표정에 근심이 어리는 인순. 일어나 태연한 척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본다.
가만히 바라보다가 다가오는 상우.
상우 : 인순아,
인순 : (돌아본다) ...왜,
다가오는 상우. 따뜻하게 꼭 안아주는데...
상우 : 괜찮아... 다 괜찮아질 거야.
인순 : (뭉클한)
상우 : 잘 될 거야. 뭐든지...
인순 : 고마워.
S#22. 펜션 테라스 (시간 경과)
맥주 캔 두어개 놓고 테라스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두사람.
인순의 손을 꼭 잡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상우.
별이 빛나는 겨울 밤하늘.
상우 : 예전에... 오래 전에... 내가 좋아하던 어떤 여자애가 있었는데...
인순 : (본다)
상우 :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별은 몇만년 전에 빛나던 별이라고...
그러니까 우린 지금, 과거를 보고 있는 거라고 나한테 그랬어.
인순 : 그 여자애가 누구야?
상우 : (멈칫) 하하, 글쎄... 참 똑똑하고 예쁜 애였지. 너무 눈부시게 예뻐서, 나는 그애 눈을 제대로 똑바로 볼 수도 없었어.
그애 덕분에 나는 용감해지기도 했고, 그애 덕분에 나는 어른이 됐어.
인순 : (점점 자기 얘긴 줄 안다)
상우 : 그애랑 있으면 내가 착해지고 좋아져. 그런 신기한 마술을 부리는 여자애야...
인순 : (얼굴이 점점 빨개진다)
상우 : 너는, 그애가 얼마나 대단한지 잘 모르는 거 같아.
그 여자애가 얼마나 강하구 훌륭하구 빛나는 존잰지, 이 세상에 너만 모르는 거 같아.
인순 : (뭉클하지만) ...챙피하게 자꾸 왜 그래.
상우 : 난 그 여자애 얘기 하구 있는 거야... 니 얘기 아니거든?
인순 : (피식 웃는)
상우 : (손을 힘주어 꼭 잡는다) 인순아... 나랑 한가지만 약속해. 앞으로 우리... 어떤 힘든 일이 와도 같이 이겨나가자.
뭐든지 나랑 같이 부딪치는 거야. 절대로 도망 안 가기.
인순 : (맘이 복잡해진다) 어어..
상우 : 대답이 약하다?
인순 : 그,그니까... 좀... 추워서...
상우 : (좀 무안한) 어, 추워? 들어갈래?
인순 : 그래,
상우 : 이런... 진작 말하지,
S#23. 펜션 안 (밤)
들어오는 두사람.
좀 어색해지는 인순. 괜히 서둘러 침대로 간다
인순 : 나... 피곤해서 먼저 잘께.
상우 : 어, 그럴래?
침대로 가는 인순.
인순 : 어어, 너는... 그럼,
상우 : (당황) 나는 그럼 소파에서...
인순 : 그,그럴래?
베개와 담요를 상우에게 건네주는 인순.
인순 : (머쓱 웃는다) 그럼... 잘 자.
상우 : (웃는) 그래, 푹 자. 걱정 말구...
침대로 가서 눕는 인순.
불을 끄고 스탠드 켜는 상우. 소파에 몸을 기댄다. 가방에서 머뭇머뭇 책을 꺼내 읽기 시작한다.
인순 : (가만히 눈을 뜨고) 안 자구 뭐 해?
상우 : 누가 너 업어가나 지킨다.
인순 : (피식) 농담 그만 하구 자...
울리는 상우의 휴대폰. 진태라고 이름이 뜬다. 안 받는 상우.
인순 : 전화 받아.
상우 : 안 받아두 돼.
전원 꺼버린다. 담담하게 다시 책을 읽는 상우.
다시 돌아눕는 인순. 마음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책장 넘기는 척 하는 상우. 잠시 애틋한 시선으로 돌아누운 인순을 바라본다. 걱정스럽고 짠하다.
S#24. 선영방 (밤)
누워서 울고 있는 선영. 휴대폰으로 병국과 통화하고 있다.
병국(E) : 괜찮습니다. 잘하셨어요. 그 심정 저 아니면 누가 이해하겠습니까...
선영 : (울먹인다) 고마워요.
S#25. 병국 서재 (밤)
통화하는 병국. 한 손으로 녹음기 버튼을 누른다.
병국 : 이건 제가 마음이 힘들 때... 즐겨 듣는 노랩니다. 들려 드릴테니 듣다가 주무세요. 잠들 때까지 들려드리겠습니다.
선영씨, 기운 내세요. 무조건 다 잘하신 겁니다. 선영씨 맘이 아프면 제 가슴은 찢어집니다.
걱정 하실 거 없어요. 세상이 선영씨 맘을 반드시 알아줄 날이 올 겁니다.
음악을 튼다. 마이 웨이 같은 올드 팝이 흐른다. 휴대폰을 스피커에 가져다 대준다.
조금 열린 문 밖으로 듣고 있는 명숙의 모습 보인다.
음악과 스스로에 도취된 병국.
S#26. 상우집 거실 (밤)
이층에서 내려오는 병국. 짐가방이 안방 앞에 놓여있다. 뭔가, 하고 내려다본다.
안에서 나오는 명숙.
병국 : 당신 어디 여행 가나?
명숙 : 당신 짐이에요.
병국 : 내 짐이라니.
명숙 : 여기서 나가요.
병국 : 나가라니.
명숙 : (짐을 밖으로 내놓으며) 나가요, 당장. 다신 들어오지 마.
병국 : 이 사람이 미쳤어? 왜이래, 도대체?
명숙 : 그 이유는, 당신이 한 번 잘 생각해보세요.
병국 : (멈칫)
명숙 : (떠민다) 나가요! 나가, 나가, 나가!!!
밖으로 마구마구 떠민다.
넘어지며 무안한 병국. 결심한 듯 가방을 집어드는데.
병국 : (성질) 알았어! 밀지 마! 내 발루 나가니까!!
명숙 : (맘이 내려앉는다)
병국 : 알았다고, 이 여편네야! 알았어, 그래. 나두 원하던 바요! 내 다신 안 들어온다!!
되려 성을 내고 나가버린다.
어이없고 기막히는 명숙.
S#27. 한강 시민 공원 (밤)
주차장을 들어오는 병국 차.
S#28. 차 안 (새벽)
웅크려 눈을 붙이고 있는 병국. 뒤척뒤척 맘이 복잡하다.
S#29. 펜션 안 (새벽)
창으로 새벽 빛이 들어온다.
밤새 뒤척인 인순. 눈을 뜨고 자리에서 부스스 일어난다. 소파 쪽을 돌아본다.
거의 소파에 기댄 자세로 담요도 덮지 않고 잠들어있는 상우.
일어나는 인순. 마음이 아프다. 다가가 가만히 담요를 덮어준다.
고맙고 미안하고 뭐라 말할 수 없이 복잡한 기분이다.
곤히 잠든 상우 얼굴을 사랑스럽고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인순. 눈물이 글썽글썽 어려온다.
S#30. 펜션 앞길 (새벽)
펜션을 나오는 인순. 착잡한 표정으로 서둘러 걷고 있다.
인순(E) : 상우야... 미안하다.
S#31. 펜션 안 (아침)
일어나 인순이 남겨놓은 쪽지를 읽고 있는 상우. 착잡하다.
인순(E) : 니가 내 마음을 이해해주면 좋겠어. 이건 내 문제라고 생각해.
널 여기 끌어들이고 싶지도 않고... 나로 인해 니가 힘들어지는 것두 불편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떳떳하게 니 앞에 나설 수 있을 때, 그때 연락할께.
나 사실은... 사람들한테 손가락질 당하는 것 보다두... 너한테 너무 챙피해. 너한테 그리구 나 자신한테 챙피해.
바보같이... 바보같이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건지 모르고, 매 번 헤매고 있었어...
좀 더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해. 내가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나는 누군지... 혼자 생각해보려고 해.
약속 지키지 못해 미안해. 나 정말 못났지, 응? ... 고마웠어, 상우야.
허탈하고 화가 나는 상우.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 그리고 인순에 대한 걱정, 서운함... 등등.
인순의 편지를 와락 구겨버린다. 바보 같은 기집애!
S#32. 보도국 사무실 (아침)
조용히 들어오는 상우. 자리에 앉아 묵묵히 노트북을 켜고 일할 준비를 한다.
주위에서 수군수군 하는 동료들 시선이 느껴진다.
눈치 보는 진태. 다가온다.
진태 : ...괜찮아?
상우 : 뭐가.
진태 : 인순씨...
태연하게 취재원에게 전화 거는 상우.
상우 : 안녕하세요, 어제 전화 드렸던 유상웁니다. 공연 일정을 아직 안 보내셨네요....
그럼 오늘 오후까지 보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수고하세요.
진태 : (벌쭘해진다)
상우 : (전화 끊고) 인순이 뭐.
진태 : 아,아니.
상우 : (다시 담담하게 취재요청서 만든다) ...
기세에 눌려 슬몃 자리에서 일어나던 진태. 나가다 문득 돌아본다. 걱정 된다는 투로 조심스럽게...
진태 : 형석이가 인순씨 관련 리포트 만든다드라.
상우 : (싸늘하게) 무슨 리포트.
진태 : 어어... 요새 문화 연예계 경력 위조 사태가 아주 사회적 문제 아니냐.
인순씨 케이스로 이 참에 쐐기를 박는대나 뭐래나.
상우 : (미치겠다)
진태 : 너무 상심하지 마. 좋은 여자 많아. 세상에 널리구 널린 게 여자야.
조용히 일어나는 상우.
진태 : 어디가냐.
나가버린다.
S#33. 편집실 (아침)
편집 중인 형석. 들어오는 상우.
편집 중인 화면에 인순의 얼굴이 클로즈업 돼 있다.
상우 : 야, 이형석.
형석 : (돌아본다)
상우 : 그거 관둬.
형석 : (당황) 뭘.
다짜고짜 달려들어 테잎을 빼버리는 상우.
형석 : 뭐하는 거야?
상우 : 나가자.
형석을 끌고 밖으로 나가는 상우.
S#34. 복도 (아침)
형석과 나오는 상우.
상우 : 취소 해.
형석 : 뭘 취소해! 뭘! 일루 내놔!
테잎을 줄줄 빼서 못 쓰게 만들어버리는 상우.
놀라는 형석. 달려들어 상우를 코너로 몰아붙인다. 한 방 먹일 분위기다.
형석 : (흥분) 이 자식, 지금 뭐하자는 거야?
상우 : 내가 할 소리야. 취소해!!
다가오던 재은. 놀라서 흠칫 걸음을 멈춘다.
형석 : (멱살 휙 풀며) 와아 이 새끼, 이거 또라이 아냐,
상우 : 취소 해!! 너 기자 맞아? 기자가 이딴 엉터리 리포트나 만들어야 되겠어? 어?
형석 : 뭐가 엉터린데? 뭐가! 나는 지금 사태의 진실만 보도하겠다는 거야, 임마!
대충 왜이러는지 짐작은 가는데.... 너 아무리 박인순이한테 꽂혔어두 이러는 건 아니지! 너야말루 기자 맞냐?
상우 : 뭐가 사태의 진실인데? 뭐가! 인순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데? 따져보자구! 뭘 어떻게 잘못 했는지 따져 봐!
지켜보는 재은. 마음이 아프다.
상우 : 만약에 그거 방송 내면! 내가 너 가만 안둔다. 각오 단단히 해.
형석 : (기세에 질려 고개 젓는다) 너... 안되겠다. 병원 가봐라.
저번에 다쳐서 머리가 어떻게 된 거 같으니까... 병원 가서 정밀 검사 받아봐라. (돌아서는데)
상우 : 야, 이형석!!
재은 : (다가와 말린다) 선배... 그만 하세요. 이러지 마세요.
분하고 허탈하게 서 있는 상우.
S#35. 지방 도시 근수 친구집 (낮)
인천 혹은 비슷한 류의 지방 도시 느낌. 바다가 보이는 어느 동네...
옥상으로 올라오는 근수와 뒤따르는 정아.
옥탑방 앞에 놓인 빈화분 밑에서 열쇠를 꺼내는 근수.
주위를 내려다보며 감탄하는 정아.
정아 : 경치가 너무 좋아요. 이렇게 좋은 데가 있으면 왜 진작 안 데려왔어요.
근수 : (한숨)
조용히 문을 따고 안으로 들어가는 근수. 놓칠새라 후다닥 따라 들어가는 정아.
S#36. 근수 친구집 방안 (낮)
단촐한 살림살이. 박스와 이불, 옷장, 티브이가 대충 놓였다.
들어오는 근수. 따라들어오는 정아.
정아 : (둘러보고) 여기가...
근수 : 친구 놈 집이야.
정아 : 친구는요?
근수 : 배 타러 나갔어. 한 달이나 있다 올 거야. 인제 여기가 내 은신처야.
정아 : 무슨 친군데요? 학교 친구에요? 직장?
근수 : 너는 질문이... 뭐가 항상 그러냐? 참 맘에 안든다.
정아 : 왜요?
근수 : 주먹 쓸 때 친구.
정아 : (머뭇하다가) 빚은...왜 안 갚아요?
근수 : 내가 언제 안 갚는댔어?
정아 : 갚았어요? 갚았는데 왜 은신처에요.
근수 : (짜증) 갑자기 똑똑해졌다, 너?
정아 : 갚을 거죠?
근수 : (피식)
정아 : (결심한 듯) 나가요, 우리... 갈아입을 옷두 사야 되고... 반찬이랑 쌀이랑... (둘러보며) 살림두 좀 사야겠다.
근수 : (한숨)
정아 : (들떠서) 얼른 나가요, 우리! ... 아, 너무 재밌겠다.
근수 : (다시 한숨)
S#37. 거리 (낮)
근처 장터. 혹은 재래시장 분위기.
장본 것 잔뜩 들고 가게 앞 가판대에서 옷을 고르고 있는 정아. 이 옷 저 옷 근수에게 대보며 들떠 있다.
정아 : 이게 예쁘다. 이걸로 해요. 어때요?
근수 : 됐어, 난 됐으니까 너 입을 거나 사.
자기 옷도 고르는 정아. 근수 것과 비슷한 남방 혹은 스웨터 류를 고르고 있다.
머뭇머뭇 어색해서 몇 걸음 떨어지는 근수. 한 켠에 서서 가만히 휴대폰을 꺼내본다.
박인순... 전화번호를 누를까 말까 고민하다가 도로 넣어버린다.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멀리서 환하게 웃고 있는 정아 모습.
정아 : 오빠, 나 이거 어때요? 오빠랑 커플티에요, 하하.
근수 : (맘이 점점 더 무거워진다)
S#38. 경준 학교 교무실 (낮)
음성 메시지 남기는 경준.
경준 : 인순아, 저녁에 우리집에 좀 올 수 있겠냐. 오랜만에 같이 저녁이나 먹자. 메시지 들으면 전화해다오.
다가오는 미진. 전화 끊는 경준.
미진 : 선생님, 인터넷 보셨어요?
경준 : (마뜩찮다)
미진 : 악플이 장난 아니에요. 너무너무 충격들을 먹은 거 같아요.
제가 바로 이런 사태를 우려했던 거에요. 제 우려가 현실로 변해버렸어요.
어떡하면 좋아요, 앞으루 인순이 어떻게 살아가죠? 걔 지금 어딨는지 아세요?
경준 : 저... 퇴근합니다. 내일 뵙죠.
미진 : 선생님,
착잡하게 일어나 나가는 경준.
S#39. 경준집 거실 (밤)
들어오는 경준.
소파에서 잠든 은석. 곁에 앉아 가만가만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있는 인순.
경준 : (반갑게) 인순아,
인순 : (일어나며) 선생님...
경준 : (와락 손 잡는다) 언제 왔어? 내 전화 받구 온 거냐?
인순 : 네.
경준 : 잘 왔다. 녀석아, 연락이 안되길래 아주 못 만나나 했다.
인순 : (고마워 맘이 뭉클해지는)
경준 : 앉아라.
식탁으로 와서 마주 앉는 두사람.
좀 민망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머뭇거리는 인순.
안쓰럽게 보는 경준.
인순 :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죠, 하하.
경준 : (안심) 의연하게 잘 대처하는 거 보니까 인제 겨우 맘이 놓이는구나.
인순 : 걱정하셨어요?
경준 : 당연하지.
인순 : (씩 웃는) 에이, 선생님은 절 뭘루 보시는 거에요.
경준 : 어디 며칠... 여행이라두 가지 그래.
인순 : 안그래두 그럴 참이에요. 어디 조용한 데 찾아가서 마음 굳게 다지구 올려구요.
경준 : 잘 생각했다.
인순 : 선생님...
경준 : 왜.
인순 : 고맙습니다.
경준 : (웃는다)
인순 : 늘... 걱정만 끼치네요. 저는 언제쯤 사고를 안 치게 될까요, 하하.
경준 : (애틋하다)
인순 : (눈물 핑 돈다) 사고뭉치에요. 제가 미워죽겠어요.
경준 : (한숨) 또 자책한다.
잠에서 깬 은석. 부스스 일어나 달려온다.
은석 : 누나!
인순 : 은석이 벌써 깼어?
은석 : 누나 간 줄 알았어요...
인순 : (꼭 안아주며) 안 갈께... 누나 안 갈께... (눈물 글썽글썽 어린다)
경준 : (맘이 착잡하다)
S#40. 미화 원룸 (밤)
여행 가방에 짐을 싸는 인순.
울리는 휴대폰. 엄마라고 이름이 뜬다. 전화 안 받는다.
다가오는 미화. 한껏 측은한 표정이다.
미화 : 니네 엄마는 어뜨케 인간이 그르냐? 어? 무슨 엄마가 그래? 어?
인순 : (대꾸 않는다)
미화 : 아니, 세상을 그렇게 몰라? 답이 딱 나오잖아! 누가 널 동정하겠어? 바랄 걸 바래야지!
아이고, 이 불쌍한 기집애...너 앞으루 어떡하니... (눈물 훔치며) 인제 앞으루 어뜨케 사냐... 그러게 내가 위태위태 하드라.
인순 : 괜찮아, 미화야. 그만 해.
미화 : 어디 갈라구?
인순 : 당분간 여행 좀 다녀올께.
미화 : 어딜 가두 너 다 알아봐. 쪽팔려서 어떻게 돌아다닐라구?
인순 : 할 수 없지 뭐. 그냥... 당분간 나 아는 사람들한테서 좀 떠나 있구 싶네.
미화 : 혹시 무슨 극한 행동이라두 하는 거 아니지, 너?
인순 : 나 참, 내가 그런 걸 왜 하냐?
미화 : 기운 내, 인순아... 기운 내라고... (다시 눈물 훔친다)
아이고, 그러게 왜 그 길루 뛰어드냐고, 뛰어들길! 겁두 없이! (등을 철썩철썩 치는)
인순 : 야, 아퍼... (애써 담담한 척 웃는) 멍들겠다.
S#41. 거리 (밤)
심호흡 하는 인순. 몇몇 사람들이 인순을 알아보고 두런거린다. 시선이 따갑다.
꿋꿋하게 걸어가는 인순. 그러나 스르르 고개가 내려진다.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인순 : (N) 감당할 수 있다. 괜찮다. 오히려 이건 좋은 기회야,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완벽한 기회야...!
S#42. 고속버스 안 (밤)
차창에 몸을 기대고 잠을 청하는 인순..
곁에 앉은 사람, 힐끔거리며 인순을 본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하는 표정으로.
인순 : (N) 라고 아무리 생각을 해도... 괴롭긴 하다... 아프기는 꽤 아프다...
도대체...내 인생은... 왜...늘... (한숨) 이 모양인가요, 할머니.
얼굴을 슬몃 가리고 애써 눈을 붙이는 인순.
S#43. 선영집 거실 (밤)
소정과 마주 앉아있는 선영. 부스스하고 초췌하다. 꼴이 말이 아니다.
소정 : 어떡할려구 그 사고를 쳤니.
선영 : 나 나무랄려면 집에 가. 나 지금 죽고 싶어. 어떤 훈계두 귀에 안 들어오니까 너까지 그러지 마.
소정 : 니 맘을 모르는 건 아닌데... 어떻게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어.
울고 고백하면 얼추 넘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니 연기력에 그렇게 자신이 있었니?
선영 : 연기라구?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억울하다) 난! 난 최선을 다했어! 내가 뭐 틀린 말 했니?
사실 너무들 하잖아! 감옥 갔다 왔다구 돌 던진다는 게 말이 나 돼? 그것두 과실치사야! 우발적인 사고였다구!
더군다나 첨부터 속인 적 두 없어! 나더러 어떡하라는 거야?
소정 : 알아, 알지만... 어쨌든 조금 경솔했어!
선영 : 너 같음 어떡했을 건데?
소정 : 나같음 첨부터 그런 일 안 시켜.
선영 : 너두 어쩔 수 없구나! 너두 그러니까 너두, 편견 덩어리구나, 그지?
소정 : 문제를 자꾸 흩트리지 마. 일단 진정해. 지금 니 딸 어딨니?
선영 : 나두 몰라.
소정 : 뭐?
선영 : 둘 다 나갔어. 하하하, 다들 나 싫다구 나가버렸어.
소정 : (창백해지는) 너..어쩔려구..
들어오는 옥선. 화가 잔뜩 났다.
옥선 : 어뜨케 이럴 수가 있어요, 언니.
선영 : (기분 상하는) 언제 왔어요,
옥선 : 언제 오구 자시구... 인순이 지금 어딨어요, 좀 만나야 되겠어요.
선영 : ...
옥선 : 어떡하다 일을 이렇게 만들어요, 언니는!
선영 : 고모까지 이러지 마요!
옥선 : (울며) 내가 이러지 않게 생겼어요?
선영 : 그래, 알았어요! 내가 죄인이야! 내가 죄인이라구요!! 다 내 탓이에요.
운다.
S#44. 고모집 앞길 (밤)
언덕을 올라오는 옥선. 집 앞으로 들어서려다가 멈칫 본다.
기다리고 있는 상우.
옥선 : 누구...세요?
상우 : 안녕하세요, 저는... 유상우라고 합니다.
옥선 : 그런데요?
상우 : 인순이 고모님.. 되시죠?
옥선 : 그런데요.
상우 : 저어... 혹시 인순이 지금 어딨는지 아십니까.
옥선 : 누구신데요?
상우 : 친굽니다.
옥선 : (의심하며 보다가) 모르겠는데요. 나두 몰라요.
상우 : 정말 모르십니까.
옥선 : 네, 나두 찾구 있어요, 지금... 근데 우리집은 어뜨케 알았어요.
상우 : 아,예... 수소문 했습니다. 주민등록... 추적해서...
옥선 : 예?
상우 : 아,아닙니다. 저...알겠습니다. 실례 많았습니다.
인사하고 돌아선다.
의아하게 보는 옥선.
옥선 : 혹시... 기자님이세요?
상우 : 예? 예, 맞는데요.
옥선 :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이거 봐요! 그러믄 못 써요!
사람 들었다 놨다 하는 것두 유분수지, 참말 나뻐요!! 언제는 그렇게 떠받들지 못해 안달이드니!!
상우 : 예?
옥선 : 주민등록까지 뒤져가면서 사람 찾아서 뭐하시게? 어?
그렇게 만천하에 기사 써대서 무슨 복을 받을라 그래, 이 사람아!! (울컥한다)
상우 : 저어, 그게 아니구요.
옥선 : 아니 우리 인순이가... 뭐 그리 대단하다구 그렇게들 들쑤신답니까?
제발 우리 인순이한테 관심 좀 꺼주세요, 기자 선생님...
상우 : (당황한다) ...
옥선 :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머리 숙여 부탁 드립니다아...
상우 : 그,그게 아니구요...
상우, 몹시 난감하다.
S#45. 까페 (밤)
경준과 만나는 상우.
상우 :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경준 : 아니에요. 괜찮아요.
상우 : 저어...
경준 : 인순이 때문인가요.
상우 : (굳는) 죄송합니다. 선생님 말고는 연락할 데가 없었습니다.
경준 : ...
상우 : 전... 이럴 때 아는 게 없습니다, (허탈하게 웃는다) 이럴 때 어디로 갔는지 추측도 못하면서...
(슬몃 이 단어가 민망하지만) 사랑한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아무 것두 아는 게 없드라구요... 인순이에 대해.
경준 : 뭐 꼭 그런 걸 알아야 하나요.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상우 : 혹시... 만나셨어요?
경준 : 만났어요. 아까.
상우 : (확 굳는다. 기분 나쁘다) ...찾아왔어요?
경준 : 왜요. 찾아오면 안되나.
상우 : ...아, 아닙니다. (애써 씩 웃으려는)
경준 : 누구나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는 법이니까... 그 시간을 내버려두는 것두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예의 아닐까.
상우 : (기분이 다시 좀 상한다) 걘 지금 그냥 내버려둬선 안되는 타이밍입니다. 그냥 내버려두면 안된다구요!
경준 : (본다)
상우 : 어디루 간다구 했습니까?
경준 : 글쎄요. 나두 그건 모르겠어요.
상우 : (흥분) 그걸 물어보셨어야죠!
경준 : (허허 웃는다) 참... 부럽군.
상우 : (당황) ?
경준 : 인제 겨우 맘이 놓이기두 하구요.
상우 : 무슨...
경준 : 아니에요. 아마 잘 지낼테니 걱정 말아요. 곧 연락이 되겠죠...
상우 : (경준의 그 여유에 왠지 좀 벌쭘해지는데) ...
S#46. 근수 친구집 방안 (밤)
불꺼진 방안. 한쪽에 누워 잠든 정아.
입구 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흐느끼고 있는 근수.
어느 순간, 잠에서 깨는 정아. 부스스 일어난다.
정아 : 울어요?
근수 : (그대로 꺽꺽 흐느낀다)
정아 : 오빠, 왜그래요. 어디 아파요?
근수 : ...
정아 : 무슨 나쁜 꿈이라두 꿨어요? 네?
근수 : (눈물 젖은 눈으로 가만히 내려다본다) 너는...
정아 : 예?
근수 : 너... 나에 대해 아무 것두 모르면서 왜 날 따라왔어?
정아 : 오빠에 대해 내가 왜 몰라요?
근수 : 니가 날 뭘 알아?
정아 : 나는 오빨 잘 알아요. 처음 만났을 때부터... 꼭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같이 느껴졌어요. 나하고 되게 닮아서 그런가 봐요.
근수 : 허, 내가 너랑 닮았다구?
정아 : (웃는다) 눈 큰 것두 닮았구.. 술 잘 마시는 것두 닮았구... 그리구 나쁜 꿈 꾸는 것두 닮았구...
별거별거 다 닮았어요. 마음 약한 것두 닮았구.
근수 : 내가 뭐가 맘이 약해?
정아 : 그럼 마음 강한 것두 닮았어요, 하하.
근수 : (맘이 뭉클해진다) 너...집에 전화 안해?
정아 : 언니한테 아까 했는데, 전원이 꺼져있네요.
이상하게 엄마는 안 보고 싶은데... 언니는 보고 싶네요, 하하. 만난지두 얼마 안된 언닌데... 웃기다,
근수 : (다시 표정이 차츰 어두워진다)
S#47. 거리, 상우 차 안 (밤)
인순에게 전화 걸어보는 상우. 역시나 전원이 꺼져있다. 참담하고 서글픈 기분으로 운전 중이다.
피곤하고 울적하고 말할 수 없이 막막한 기분. 어디로 가야 하나... 모르겠다.
순간, 울리는 휴대폰.
상우 : 네.
명숙(E) : 어디냐,
상우 : (무뚝뚝) 왜요,
명숙(E) : 어제 어디서 잤니.
상우 : ...왜요... 친구들하구 술 마셨어요.
명숙(E) : 지금 집에 좀 들어오너라.
상우 : 왜요.
명숙(E) : (울컥하며) 그래, 나는 왜요다 왜요... 아들이나 아버지나... 다 필요없다. 다 나가버려!! (끊어진다)
상우 : (멈칫) 엄마,
S#48. 상우집 거실 (밤)
들어오는 상우.
소파에 웅크리고 있는 명숙.
다가가는 상우.
상우 : 엄마,
명숙 : (울고 있다)
상우 : ...(기막혀) 무슨 일이에요.
명숙 : 뭐하러 들어왔니. 그냥 들어오지 말지.
상우 : 왜그래요, 도대체...
명숙 : (다시 운다)
상우 : 아버진... (둘러보고) 아버지두 어제 안 들어왔어요?
명숙 : (겨우 진정하고) 느이 아버지... 니가 좀 말려봐라.
상우 : 뭘요.
명숙 : 니 아버지 요새 제 정신이 아니다. 여우한테 홀려서 완전히 홀려가지구..
상우 : 무슨 말이에요, 그게. 여우라뇨.
명숙 : (허탈하게) 나는... 내 평생 느이 아버지 저런 거 첨 본다. 나가랬드니 정말 나갔어.
상우 : (멈칫 하다가) 아버지 연애 하세요?
명숙 : 모르겠다. 괴상하기 짝이 없다.
상우 : 차근차근 말씀을 해보세요..
명숙 : 니가 느이 아버지 좀 만나 봐. 만나서, 거기 가서, 차근차근 듣구, 차근차근 해결 좀 해다오. (다시 눈물 훔치며 운다)
기막히는 상우.
S#49. 인테리어 전시장 (다음날 아침)
고객과 마주 앉아 상담 중인 병국.
들어오다 지켜보는 상우. 좀 착잡하다.
구부정한 자세로 바닥재를 열심히 설명 중인 병국.
병국 : 이 마루는 끼워맞추는 비접착식이고요. 친환경 제품입니다.
나뭇결 무늬가 고르고, 제품 색상이 다양해서 어떤 인테리어와도 조화가 가능합니다.
마루야말로 인테리어의 기초 화장이라고 할 수 있지요...
상우를 발견한 병국.
병국 : 웬일이냐, 니가.
상우 : 잠깐... 시간 괜찮으세요?
병국 : 내 방에 가서 기다려라.
S#50. 병국 사무실 (아침)
들어오는 상우. 무심히 방을 둘러보는데 병국 책상 한켠에 선영의 사진이 몇 장 오려붙여져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는 상우. 착시인가, 다시 본다. 분명 선영의 사진이다.
책상 위의 머그컵에도 선영의 사진이 인쇄돼 있다.
이게 뭔가 싶어지는 상우.
들어오는 병국. 얼른 잔을 내려놓는 상우.
병국 : 무슨 일이냐, 바쁜 기자분께서 여기까지 왕림을 다 해주시고...
상우 : 아버지... 이 분... (머그잔 가리킨다) 아세요?
병국 : (놀라) 어? 어어.
상우 : 아세요?
병국 : 어어... 니가 전에 연극표를 줬잖아.
상우 : 보러가셨어요?
병국 : 음.
상우 : 팬이세요?
병국 : 어어, (얼른 시선 돌린다)
상우 : (뭔가 무척 이상하다) 아버지 이런 취미두 있으세요?
병국 : (굳은 채) 무슨 일루 왔어? 용건을 말해 봐.
상우 : 요새 무슨 일... 있으세요?
병국 : 무슨 일이라니.
상우 : 집은 왜 나오셨어요.
병국 : (헛기침 하며 허둥지둥 머그잔 치운다)
상우 : (확 불길하다) 저어... 혹시... 이 분인가요?
병국 : (대꾸 없다)
창백해지는 상우.
상우 : 설마요.
병국 : 왜? 나는 그런 분하고 사귀면 안되냐?
상우 : 사귄...다구요?
병국 : 나 이제 집에 안 들어간다. 나는... 이제야 겨우 내 인생의 목표를 찾았어... 태어나서 처음으루 사랑이란 걸 해본다.
상우 : (얼이 빠진다)
병국 : 너한테 할 말이 아닌 거 안다만... 너두 이젠 어른이구... 너두 알다시피 네 엄마하구 난, 이상이 맞질 않았어.
(심각하게) 제발 날 이해해다오, 상우야.
상우 : ... (떨린다) 얼마나... 진행되셨는데요?
병국 : 그런 게 뭐가 중요해. 내 마음이 중요하지.
상우 : (우두커니 본다)
들어오는 직원.
직원 : 사장님, 고객 분께서 기다리고 계신데요.
병국 : (얼굴 벌개진다) 차차.. 나중에 차차 얘기 하자. 오늘은 내가 바쁘다.
일어나는 병국.
자기도 모르게, 허허허 헛웃음이 나오는 상우.
병국 : (일어나다가 다시 얼굴 벌개진다) 비웃지 말아다오.
상우 : (다시 허허 웃는다) ...
병국 : 나중에 시간 될 때 전화 하마. 저녁이나 같이 먹자.
부랴부랴 나가버리는 병국.
S#51. 병국 회사 앞 거리 (낮)
멍하니 나오는 상우.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다.
한쪽 모퉁이에 털썩 주저앉아 망연자실 허공을 바라본다.
S#52. 편집실 (낮)
얼굴 감싸고 앉아있는 상우. 내 인생... 왜이러나 싶다.
슬몃 들어오는 진태. 눈치보다가 다가온다.
진태 : 상우야,
상우 : (꿈쩍 않는다)
진태 : 그냥 맘 정리 해. 뭐, 깊이 사귄 것두 아닌 거 같은데... 뭘 그렇게 괴로워하냐. 회사에 아는 사람 그리 많지두 않어.
인순씰 생각하면 안되긴 했다만, 내가, 친구로서 솔직히 조언하는 거야. 니 인생 챙겨야지.
평생 그 굴레를 너까지 쓰구 살아야 되는데... (한숨)
상우 : ...
진태 : 근데...궁금한 게 있는데... 넌 알구 있었던 거야?
일어나 진태 멱살을 잡는 상우.
진태 : 왜 이래,
상우 : 고만 좀 떠들어. 시끄럽다.
멱살 풀어주고 나가버린다.
식겁 먹었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진태.
진태 : 짜식이... 몰랐구나... 역시.
S#53. 보도국 사무실 (낮)
터덜터덜 들어오는 상우. 재식 앞으로 간다.
상우 : 저어... 며칠 휴가 좀 내겠습니다.
재식 : (정신이 딴 데 있다) 야, 마침 잘 왔다, 다른 얘긴 나중에 하구...
상우 : (보면)
재식 :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네.
상우 : 뭐가요.
재식 : 니 친구 박인순이 말이야... 피해자 가족이 인터넷에 글을 올렸대.
상우 : 무슨... 글을요?
재식 : 이거 아주 화젠데? 여론이 갑자기 요동치구 있어. 얼른 박인순이 좀 수소문 해 봐.
상우 : (무슨 말인가 싶어지는데)
재식 : 볼래? 함 읽어볼래?
다가와 노트북 앞에 서는 상우.
S#54. 할머니 산소 (낮)
서울 근교의 어느 공원 묘지.
예쁜 소국 꽃다발을 들고 산소 앞으로 다가오는 인순. 그립고 슬픈 마음이 울컥 치민다.
가만히 봉분을 쓸며 인사하는 인순.
인순 : 할머니... 오랜만이에요...
S#55. 경찰서 (회상)
피해자 엄마에게 얻어맞던 어린 인순.
말리는 경준과 울부짖던 인순의 모습 위로... 편지 음성이 깔린다. (30대 초반 여자 목소리)
피해자 언니(E) : 안녕하세요... 요 며칠 시끄러운 박인순씨 사태를 보고 글을 올립니다.
저는 인순씨 고등학교 때 친구의 언니입니다. 인순씨가 몸 싸움을 하다가 실수로 죽게한 친구가
바로 제 동생이지요.
S#56. 공터 (회상)
친구들과 싸우고 있는 여고생 인순.
피해자언니(E) : 이번 일을 지켜보면서 저희 식구는 가족회의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대표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엄마가 글을 쓰고 싶어하셨는데, 제가 대신 받아쓰는 거나 마찬가집니다.
S#57. 유치장 (회상)
유치장에 덩그러니 홀로 남겨져 웅크리고 있는 여고생 인순.
피해자언니(E) : 저희 부모님은 지금... 그 당시, 딸을 잃은 흥분한 마음 때문에, 어린 인순씨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자책하고 계십니다. 저희집이 그 때 어려웠고, 부모님도 당시엔 불화가 심했기 때문에,
죽은 제 동생에게 저희 가족들도 소홀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놓고 사고가 나자 모든 책임을 인순씨에게 돌렸고,
합의에도 임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한, 인순씨는 밝고 성실한 학생이었습니다.
S#58. 보도국 사무실 (낮)
노트북 앞에 앉아 게시판에 올려진 피해자측 글을 읽고 있는 상우.
피해자언니(E) : 한 순간의 실수로 한 인생이 구겨져버린 것에 대해 저희 가족은 적잖은 죄책감을 느끼며 살았습니다.
고의도 아니었고, 단지 실수였을 뿐이었는데, 저희들이 그때 너무 심하게 대했습니다.
S#59. 선영집 거실 (낮)
멍한 시선으로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선영.
피해자언니(E) : 처음엔 저희도 인순씨가 대중 앞에 나와 활동하는 것에 당황했습니다만...
이제는 그 어떤 불만도 없으며 도리어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죽은 제 동생도 인순씨의 행복을 빌거라고 생각합니다.
인순씨... 앞으로 더 좋은 일 많이 하고 밝은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며 사세요!
S#60. 할머니 분식집 (회상)
어린 인순이 할머니 앞에 서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인순 : (N) 오랜만이에요, 할머니... 그 쪽 세상에서 행복하신가요?
S#61. 할머니 분식집 (회상 5회 중에서)
찐빵을 꺼내는 할머니와 다정하게 대화하며 웃던 여고생 인순.
인순 : (N) 저는, 잘... 못 지내요. 세상에 아무 것도 두려워할 게 없다고,
온 우주가 나를 사랑해주는데 뭐가 그렇게 두렵냐고, 항상 말씀해주셨던 할머니...
S#62. 학교 과학실 (회상 4회 중에서)
어린 상우와 함께 천체 망원경으로 별을 바라보던 어린 인순.
인순 : (N) 온 우주가 저를 사랑해주는데 저만 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었나봐요.
S#63. 지하철역 (회상 1회 중에서)
자살하려고 안전선 끝에 나가 서서 선로를 내려다보던 인순.
인순아, 부르던 상우. 돌아보는 인순.
인순 : (N) 저는 여전히... 여전히 헤매고 있어요.
S#64. 거리 (낮)
따가운 시선 느끼며 걸어가는 인순.
인순 : (N) 아직도 내가 누군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진짜 소중한 게 뭔지... 엉망진창 헤매고 있어요.
S#65. 할머니 산소 (낮)
산소 앞에 기대어 울고 있는 인순.
인순 : ...보고 싶어요, 할머니.
따스한 햇살이 할머니 손길처럼 머리 위를 비추고 있다.
첫댓글 피해자 언니 글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