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자네 집은 왕대밭인가? 쓸대밭인가? -
권다품(영철)
말을 함부로 하고 행동을 함부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성격이 날카로운 사람도 있고, 남의 험담을 예사로 하는 사람도 있다.
어른들은 그런 사람을 보면 "어릴 때 부모들이 애를 잘못 키워서 그렇다."고 한다.
학문을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도 그런 연구 결과들을 수도 없이 발표를 하기도 했다.
내 둔한 생각에도 '자녀들의 말과 행동을 보면, 그 부모들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 수준을 짐작할 수 있겠다' 싶기도 하다.
사람들은 꼭 그 부모들을 만나보고 그 부모들의 수준을 아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의 자녀들의 말과 행동만을 보고도 짐작이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 어릴 때는 동네 어른들이 아이들이 하는 짓을 보고, "저 애는 꼭 저거 아버지다."또는 "저 애는 말하는 거나 행동하는 기 영판 저거 엄마다." 등의 말을 더러 듣기도 했다.
부모 말투가 부드러우면 그 자녀들의 말도 부드러울 확률이 높고, 부모가 젊잖으면 그 자녀들도 젊잖을 확률이 높다고 한다.
나는 어릴 때 밥상 머리에서 "왕대 밭에 왕대 나고 쓸대 밭에 쓸대 난다."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어릴 때는 그냥 그런 속담이 있나 보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야 우리 조상들이 참 놀라운 분들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자녀들의 말투를 들어보고, 행동들을 가만히 지켜보라.
참 '씨는 못 속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TV에는 정치인들이나 정당에 아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나온다.물론 젊잖은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그런 인간들은 '저 놈의 부모가 저랬겠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인성이나 말과 행동은 꼭 졸업장과는 관계가 없는 것 같다.
'저 놈이 과연 대학을 나오고, 석박사 과정을 마친 사람이 맞을까' 싶은 놈도 있고, 게중에는 말이 아주 험하고, 삼지어 방송인데도 흥분을 하면 자기도 모르게 평소에 쓰는 천박한 말을 하는 놈도 있다.
짜증낼 일이 아닌데, 말에 자기도 모르는 짜증이 섞인 사람도 있다.
어리 때부터 그 부모 형제들 속에서 입에 익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버릇일 것이다.
그런 사람은 주위에 사람이 다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따뜻한 말, 부드러운 말을 하며 잘 웃는 사람을 두고, 왜 그런 인상을 쓰면서 짜증 섞인 말을 하는 사람을 만나겠는가?
또, 어떤 인간은 나름대로 배운 티를 낸다고, 비실비실 웃으면서 언뜻 칭찬처럼 상대를 비꼬는 인간도 본 적이 있다.
나는 고런 인간은 얼굴에 가래침을 뱉어버리고 싶을 만큼 싫어한다.
어른들의 말씀이나 박사들의 이론을 종합해 보면, 그런 놈은 그 집안이나 그 부모들의 수준이 그것밖에 안 된다는 말이 맞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시골에서 각 문중을 벌리고 살고, 또 어릴 때 같이 크다보니, 서로 그 집안 어른들도 다 안다.
그러다 보니, 모임에서 친구들이 말하는 걸 가만히 듣고 있다가 " 00이 말하는 거 가만히 보면 영판 00 아재다.", "아이다. 00는 00 아지매 말투를 많이 닮았거마는..." 이런 말을 하면서 웃기도 한다.
요즘은 엄마 아빠가 바쁜 시대다 보니, 할머니가 손자 손녀를 키워주는 가정도 있다.
창고 열쇠를 찾는 할머니께 5살짜리 어린 손자가 "할매 쇠때(쇠퇴) 찾아요? 쇠뙤 테레비 옆에 있는데요." 하더란다.
할머니가 혼잣말로 "이 영감쟁이 어데 가뿠노?" 하니까, 그 말을 들은 손자가 "할매 영감쟁이 찾아올까?" 하더란 말도 있다.
입이 험한 장인이 장모를 찾으면서 " 이 년이 어데 가뿠노?" 하니까, 옆에 듣고 있던 손자가 "그 년 저기 밭에 있던데요." 하더란 말도 마찬가지겠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하는 대로 따라한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은 내 아들 딸이, 또, 내 손자 손녀가 따라하고, 뇌 속 깊숙히 새겨지기도 한단다.
솔직히 나도 내 자식들이 내 안 좋은 점을 닮았으면 어쩔까 하는 걱정이 된다.
자식들도 이제 나이가 다 든 마당에, 이제와서 쉽게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책이라도 좀 읽어서 자신을 돌아보면 좋으련만....
그러다 보면 한꺼번에 고쳐지긴 어려울 지 모르겠지만, 조금씩 조금씩이라도 고쳐지지 않을까 싶기는 한데....
어이 그런데, 요즘은 애 어른 할 것없이 휴대폰 보기만 바쁘더라꼬.
책읽는 거는 20세기까지 끝난 것 같더라꼬.
같은 값이면 왕대가 됐으면 좋겠지만, 꼭 왕대까지는 아이라도, 제발 쓸대나 안 됐으면.....
2024년 7월 22일 오전 11시 4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