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 황혼길의 여행
몸이 움직일수 있을때 아름다운 전국여행지 찾아...
차량은 아침 9시, 부산에서 우리 부부팀를 태우고 영주의 고즈넉한
문화유산 속으로 조용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늦가을의 햇살 아래 서로의 근황을 나누며 오랜 우정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
여행의 첫걸음부터 마음이 따뜻해진다.
■ 순흥으로 향하는 길 — 사과 향이 머문 농가 창고
영주에 가까워질 즈음, 순흥도호부 유적지 입구의 작은 농가 창고에 들렀다.
권쌤 부부가 “여기 시나노골드는 가성비 최고”라며 추천해 주신 사과는
정말 탐스러웠다. 단단한 과육 속 단맛이 깊어 몇 박스를 기쁜 마음으로
들고 나왔다. 여행길에서 만난 첫 수확이었다.
■ 순흥면의 소박한 점심
오전 11시 30분, 순흥의 묵집에서 즐긴 따뜻한 점심.
짜지 않고 담백한 묵 한 그릇이 여행 초입의 허기를 채워주고, 잔잔한 미소를 불러온다.
■ 순흥도호부 유허지 — 느리게 걷는 옛 풍경
순흥면사무소 옆, 고즈넉한 순흥도호부 유허지.
연리송과 오래된 보호수, 봉도각과 경로소 주변을 천천히 거닐며 한때 관아의 중심이었던 이곳의 시간을 느껴본다. 산책하듯 걷기 좋은 정취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 순천면사무소 앞의 연리지송
*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보호수)
* 회헌 안향 도동길 안내도
* 경노소(敬老所)
연못 주위에는 엄청 오래된 나무들이 여러그루 보인다.
연못 안의 정자, 봉도각 주변이 너무 아름답다.
'봉도(逢島)'란 신선이 산다는 봉래(逢萊)를 뜻 하는 말이란다.
* 1907년 일제에 의해 전소된 순흥도호부 유허지-주춧돌
■ 세계유산 소수서원 ― 은행잎 황금빛 가득
오후 1시,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 중 하나인 소수서원에 도착했다.
수도권에서 이미 진 은행잎이 이곳에서는 황금빛 물결을 이루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서원 앞마당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가을의 절정을 온전히 담아내는 듯하다.
영주가 수도권아래 경북지방이어서 인지 수도권에서는 다 떨어진 은행나무 잎이
진노란색을자랑하며 관광객을 맞이한다.
* 경렴정 - 원생들이 시를 짓고, 학문을 토론하던 정자
* 경렴정 옆 500년 수령의 은행나무(보호수)
● 강학당에서 시작하는 고즈넉한 기운
소수서원 안으로 들어선다.
입구에 자리한 강학당은 학생들이 모여 성리학을 공부하고 강의를 들었던
조선시대 서원의 중심 교육 시설이다.(보물로 지정)
주세붕이 1543년 군학사(郡學舍)를 옮겨오며 설립되었고, 큰 대청과 방
하나로 구성되어 학문 강론의 역할을 수행했다.
* 강학당
* 강학당 현판- 백운동
일신재와 직방재는 강학당 옆에 나란히 있는 건물로,
일신재는 교수들의 숙소, 직방재는 원장실로 사용되었다.
'일신재'는 '나날이 새로워지라'는 뜻으로 유생들이 학문을 닦는 곳이며,
'직방재'는 '곧고 바르게 처신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 유생들의 영정을 모신 영정각
영정각은 소수서원이 보유한 안향 초상과 주세붕 초상 등 중요한 영정들을
보존하기 위해 1975년에 특별히 건립된 건물이다.
영정각에 소장된 영정들은 국보나 보물급으로, 원본은 현재 소수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 지락재와 학구재 — 유생들이 꿈을 키우던 자리
과거 유생들이 기거하며 학문을 닦던 지락재(至樂齋)와 학구재(學求齋)를
둘러보고, 소수서원 사료관까지 살펴본 후,
뒷문으로 나와 선비촌으로 향한다.
● 선비촌은 보수 중
선비촌은 보수 공사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어 장터 주변만 둘러보고,
소수박물관 앞까지 올라 조용한 주변 경관을 즐긴다.
선비촌 초가의 기와와 담장이 바람결에 스치는 풍경이 정겹다.
* 선비촌으로 들어가는 석계교
선비촌 옆 소수박물관으로 올라간다.
우리가 선비촌 풍광을 구경하러 온 것이기에 박물관 내부 탐방은 생략한다.
* 안향 선생 시비
*주세붕 선생 도동곡 시비
● 죽계천변의 정취 — 광풍정과 취한대
개천을 따라 내려오면 광풍정과 취한대가 나타난다.
취한대(翠寒臺)'는 1550년 풍기군수 이황이 소수서원 맞은편에 흙을 쌓아
만든 정자로, 선비들이 시를 읊고 정신을 가다듬던 곳이다.
* 광풍정(光風亭)
* 죽계천 건너 소수서원 입구의 은행나무
* 취한대(翠寒臺)'
천천히 돌다리를 건너니 어느새 소수서원 입구로 돌아오게 된다.
■ 단종 복위의 뜻이 서린 금성대군 신단
이어서 찾은 곳은 단종 복위운동의 성지, 금성대군 신단.
세조의 동생이었던 금성대군은 조카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다 순흥에 유배되어
결국 이곳에서 처형되었다.
후대 사람들은 그 의로운 뜻을 기려 신단을 세웠고, 단종 사후의 아픔이
배어 있는 역사의 현장으로 남아 있다.
* 신단 입구문인 금성댠
* 제일 뒤쪽 금성대군 신단
신단 담장 왼편에는 수령 1,1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굳건히 서 있다.
통일신라 말기부터 이 땅을 지켜온 나무라니…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마다 긴 역사의 숨결이 느껴진다.
■ 부석사 ― 가을이 절정을 이루는 산사
오늘의 마지막 여정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에 포함된 부석사.
일요일 오후, 단풍이 절정이어서인지 경내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일주문 현판은 ‘태백산부석사’, 뒤편에는 ‘해동화엄종찰’이라 쓰여 있는데,
의상대사의 화엄종 전통이 깃든 산사의 위상을 보여준다.
올라가는 돌계단이 끝없이 이어지지만,
두 부부는 부석사의 단풍에 홀려 힘든 것도 불구하고 잘들 올라간다.
* 보물 당간지주
● 천왕문, 범종루, 안양루를 지나 국보 무량수전으로
긴 석계단을 오르며 숨은 차오르지만, 단풍에 취한 두 부부의 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천왕문과 범종루, 안양루를 지나면 마침내 국보 무량수전이 위엄 있게 모습을 드러낸다.
* 범종루 현판, 봉황산 부석사
* 안양루를 오르며
* 안양루각내 김삿갓(김병연) 시
무량수전 앞 팔각석등 역시 국보로,
석등 너머로 무량수전을 바라보는 풍경은 부석사에서도 손꼽히는 명장면이다.
* 신라시대에 만들어진 무량수전 앞 팔각석등(국보)
* 무량수전 전경
* 45도 각도에서 바라본 무량수전
* 무량수전 현판
무량수전 내부에는 국보인 소조여래좌상이 봉안되어 있다,
일반적인 불전과 달리 불단이 서쪽에 치우쳐 있고 불상이 동쪽을 향하도록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 무량수전에서 바라본 팔각석등과 안양루
● ‘부석’의 전설과 선묘 낭자의 사연
무량수전 왼편 바위 ‘부석(浮石)'은 의상대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신통력으로 파도를 막아낸 전설의 바위라 하고,
오른편 뒤편의 선묘각은 의상대사를 돕고자 용이 되어 난관을 물리쳤다는
선묘 낭자를 기리는 곳이다.
* 부석
* 선묘각
* 선묘각 능선에서 바라본 3층석탑과 무량수전
● 조사당까지의 마지막 오름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조사당까지 걸음을 옮긴다.
의상대사의 초상화가 모셔진 이곳에는 ‘선비화(仙扉花)'’라는
전설의 나무가 처마 밑에 자라고 있다.
* 의상대사의 초상화
* 선비화 - 의상대사의 지팡이가 꽂혀 자란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붉은 단풍 사이로 비치는 석양은 하루의 여정을 황홀하게 마무리 해주었다.
영주의 고운 풍광 속에서 일주문을 나서기 전,
저녁의 한우와 함께 곁들이기 위해 송고버섯을 구입했다.
자연송이에 견줄 만큼 향이 좋다는 신품종 버섯을 2만 원에 살 수 있다니,
작은 행운을 얻은 기분이다.
■ 영주의 밤 ― 향긋한 식탁, 깊어지는 우정
영주역 앞에 예약해 둔 호텔 체크인 후, 영주축협 한우프라자에서 즐긴 저녁은
여행 첫날을 완벽하게 완성해 주었다.
안창살과 갈비살, 송고버섯이 어우러진 풍미는 그대로 영주의 향처럼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식탁 위에선 고기보다 더 고소한 군동기 부부의 대화가 깊게 이어졌다.
* 현대식건물로 개축한 영주역사 전경
* 영주축협 한우프라자 입구
■ 맺음말 ― 단풍처럼 물든 하루
영주에서의 첫날은 문화유산과 늦가을 단풍, 그리고 오래된 우정이 한데
어우러진 귀한 시간이었다. 오랜 친구와 함께 걸은 길에는 이야기가 꽃처럼
피었고, 천년의 시간이 머문 사찰과 유적 앞에서는 우리 마음도 잠시 고요해졌다.
내일은 내성천변에 용이 또아리를 틀듯이 자리잡은 무섬마을과
회룡포가 기다리고 있다. 오늘의 단풍이 마음을 물들이듯,
내일의 여정도 또 하나의 깊은 추억을 남겨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