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8. [대통령 친조카 살인사건 - ③]
S# 18. 서소문로 도림빌딩 9층 미진무역.
강력 1팀원들이 외근을 마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들어온다.
유 형사 (사무실을 둘러 보며)
팀장님.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여긴 어디고요?
강력 팀장 많이들 궁금하겠지만, 잠시만 참고.
이리들 와서 좀 앉아.
김 팀장이 주 정보과장에게 강력 1팀원들을 소개한다.
강력 팀장 여기 계신 분은 서울지청의 정보과장이신 주승환 과장님.
‘대통령 친조카 살인사건’ 수사본부의 책임자이시고,
이 쪽은, 우리 강력 1팀과 공조수사를 위해
‘사이버안전국’에서 나온 정하진 경위와 문혜리 경위.
정하진 경위와 문혜리 경위가 인사한다.
강력 팀장 인사는 천천히 나누고 먼저.
김 팀장이 수사본부의 설치 근거와 향후 수사 계획 등을 설명한다.
정보 과장 지금까지 김 팀장이 설명한 바와 같이
우리 수사본부가 해야 할 일은
대통령의 친조카인 ‘오승환 씨’와 두 사설 경호원을 살해한
범인들을 신속하게 검거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들이 어느 조직과 연결이 되어있고,
살해 동기와 목적도 아울러 밝히는 거야.
방금 유 형사가 오승환과 그를 경호하던
두 사설경호원들의 시신
부검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얘기했듯이
세 사람을 살해한 범인들은 ‘전문 킬러’라는 것을 명심해야 돼.
태권도, 합기도, 경호무술 등으로 단련한 두 경호원들을 그렇게 해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그 배후 세력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고.
김 팀장이 각각의 임무을 부여하고, 보안 유지 사항들을 당부한다.
정보 과장 지금부터는 각별히 보안에 신경을 쓰고,
특히, 도감청에 조심을 해.
S# 19. 성북구 길음동 뉴타운7차 아파트 905동 308호.
문 경위와 도착한 김 형사가 도어벨을 누른다.
입주민 누구세요?
김 형사 여기,
황영훈 씨 댁이죠?
입주민 네.
그런데 누구세요?
김 형사 (인터폰에 경찰증을 비추며)
경찰입니다.
황영훈 씨와 이야기 좀 나누려고요.
잠시 후, 중년의 여성이 문을 열고 나온다.
50대 여성
(두
사람을 위아래로 쳐다보며)
영훈이가 지금 아파요.
다음에 오세요.
(문을 열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려 한다)
김 형사 (조용한 목소리로)
아드님이 살인사건에 연루가 됐습니다.
회사에 갔더니 그제부터 연차휴가 중이라
해서 집으로 찾아 왔습니다.
얼마나 아프신 줄은 모르겠지만, 꼭 만나서 들을 얘기가 있습니다.
50대 여성
(두
사람을 차갑게 응시하다가)
아픈 아이니깐, 조심스럽게 물어봐 주세요.
들어들 오세요.
50대 여성이 두 형사를 집 안 거실로 안내한 후에
아들 방으로 들어가 한참 만에 나온다.
50대 여성
(근심
어린 표정으로 김 형사에게)
애가 안 나오겠다는데, 어떡하죠?
문 경위 어디가 아픈 겁니까?
50대 여성 모르겠어요.
그저께 새벽에 들어와서는 저렇게 자기
방에서 꿈쩍도 안 해요.
밥도 안 먹고 저도 미치겠어요.
뭘 보고 놀란 사람 마냥.
김 형사 그럼,
저희가 들어가서 아드님과 얘기를 한번 나눠보겠습니다.
50대 여성 (마지 못해 동의하며)
예.
조심스럽게 물어봐 주세요.
두 형사가 황영훈의 방으로 들어간다.
커튼이 쳐진 어두운 방 안 구석에 황영훈이 침대 옆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두 형사가 황영훈에게 다가가 앉으며,
문 경위 황영훈 씨. 어디가 아프세요?
우린 경찰입니다. 당신을 도우려고 왔어요.
황영훈 (초점이 없는 눈으로 책상을 바라보고
있다)
….
김 형사 (어둠 속에서 황영훈의 눈을 유심히 쳐다보고는)
황영훈 씨.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저께 새벽에, 그 살해 현장을 목격하신 거죠?
그죠?
황영훈이 여전히 정신이 나간 눈으로 김 형사를 쳐다보고는 이내 고개를 돌린다.
김 형사와 문 경위가 서로 바라본다.
문 경위 이동통신 기지국 기록에
황영훈 씨의 핸드폰이 사선이 있던 그날
새벽에
북한산 탐방안내센터 주차장에서
새벽
1시 50분경에 꺼졌다가 3시15분에 다시
전원이 들어 온 것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우이로에 설치된 CCTV에서도
황영훈 씨 소유의 그랜저를 확인을 했고요.
김 형사 차량에 같이 탑승한 여자 친구.
조수석에 앉은 여성이 여자 친구 맞죠?
황영훈 ….
김 형사 여자친구를 지키려면
우리가 그날 일을 자세히 알아야 되요.
여자 친구한테 이런 약한 모습을 보이면
친구가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이런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요?
두 형사가 황영훈의 얼굴 변화를 살피며 기다린다.
황영훈 (넋을 잃은 표정으로 조그마한 목소리를
입을 연다)
귀신이었어요.
김 형사 (황영훈에게 다가 앉으며)
예?
귀신이요?
누가요?
황영훈 (낮은 목소리로 억지로 말을 한다)
앞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이 뒤 차에서
내린 귀신들과 싸웠어요.
김 형사 그냥 그 사람들이 내리자 마자 싸웠어요?
황영훈 제가 여자 친구와 있다가 본 것은 그들이 싸우는 것을 봤어요.
여자 둘이 칼을 휘두르며 그 사람들을
죽였어요.
순식간에.
김 형사 여자요?
두 사람을 죽인 사람이 여자 맞아요?
그 여자들 얼굴은 봤어요?
황영훈 예.
긴 머리카락에 하얗게 화장을 한 여자.
나하고 승원이는 무서워서 차에 숨었어요.
문 경위 그날 무슨 일로 그 곳엔 가신 거에요?
우연히 간 거에요? 여자 친구랑.
황영훈 9월
6일은 6월 9일과 함께 연인들에겐 기념일 같은
날이에요.
발렌타인 데이나 빼빼로 데이 마냥
연인들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
챙기는 날.
김 형사 황영훈 씨.
기억을 되살려서 그때 일을 잘 떠올려
봐요.
황영훈 승원이랑 차 안에 있는데,
차량들이 주차장 옆 이면도로로 진입을
했어요.
헤드 라이트를 켠 상태로
그 불빛이 백미러에 들어와서 제가 밖을
보게 됐죠.
저는 처음엔,
근처 주택가에 주차공간이 없어서 이
곳까지 온 거라 생각을 했어요.
평소에, 그 주차장은 인적이 없었거든요.
김 형사 근데요.
황영훈 그리고, 얼마 후에 밖에서
조그맣게 비명 소리가 들리길래 다시
내다보게 됐죠.
하지만, 주차장 울타리 조경수에 가려서 자세히는 못 봤어요
김 형사 그럼.
귀신이라고 한 이유는 뭡니까?
황영훈 그 그 건.
S# 20. 미아 사거리 인근 이면도로.
유 형사와 박 형사가 전봇대에 세워진 세도나를 조사하고 있다.
박 형사 (허리를 펴며)
깨끗한데요. 이 쪽은 지문이나 족적 하나 없어요.
유 형사 (트렁크를 감식하고 밖으로 나오며)
여기도 마찬가지야.
마치 방금 출고된 차 같아.
박 형사 (그늘로 자리를 옮기며, 유 형사에게 생수병을 건넨다)
선배.
이 검시관님의 말대로
삼합회 소속의 살수(殺手)들이 오승환 씨를 죽였다면,
이미,
중국으로 도망갔을 거 아니에요?
사건이 있은 지, 이틀이 지났는데 아직 한국에 있을 리가 없잖아요?
밀항 해서 들어 와서 밀항으로 나갔을
텐데.
유 형사 (물을 한 모금 마신 후에, 수긍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지.
그런데, 그 살수가 오승환이라는 사람을 어떻게 알고
서울 지리는 또 어떻게 알아서 북한산
기슭에서
오승환 씨를 살해했냐는 의문이 남지.
박 형사 그럼.
선배는 조력자가 있다는 말씀이죠?
유 형사 그러니깐,
위에서도 이렇게 외부에다가 은밀하게
수사본부를 차려서
수사하도록 한 것이고
국정원에서는 내년 5월 대선(大選)에 개입하려는
제3국의
세력을 쫓고 있는 것이겠지.
박 형사 그런데, 실마리가 안 보여요.
마치 유령(幽靈)이 사람을 죽인 것처럼.
오승환 씨가 변사체로 발견된 그 외제차량도
‘대포차’로 밝혀졌잖아요.
유 형사 그러게.
사건 현장이 너무 깔끔해. 그리고 프로페셜널한 냄새가 나.
그나 저나, 이 차도 ‘대포차’일 텐데.
두 사람이 목을 축이며 하얀색 세도나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