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노부부의 결혼식>
송길원
“신부입장입니다.”는 소리와 함께
휴레스트 요양원 406실 문이 드르륵 열린다.신부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신랑이
신부입장을 지켜보며 손을 내민다.
신부는 쑥스러운지 주저주저한다.
상기된 신랑의 얼굴과 달리 정든 집을 떠나온 신부는
눈을 내리깐 채 긴장을 풀지 못한다.“이제 두 사람이 손을 잡으시고 인사를 하세요.”신랑은 신부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꼭 쥔다.
늙고 힘없는 손에 선홍색 핏발이 선다.주례자의 주례사가 이어진다.“이제 두 분은 이곳에서 잘 지내셔야 합니다.
서로 대화도 많이 나누시고요.
저희가 최선을 다해 보살펴 드릴 겁니다.”지켜보던 하객들이 박수를 친다.
하객이라야 아들과 며느리, 직원들 대여섯이다.주례자가 순서를 안내하기도 전
이번에는 신부가 돌봐준 며느리에게 ‘감사인사’를 전한다.며느리를 하염없이 쳐다보던 신부가 눈물을 터뜨린다.
눈물을 머금은 눈이 입술 연지처럼 붉다.신부를 끌어안은 혼주, 며느리도 함께 운다.
곁에서 지켜보던 아들이
목이 메이는지 헛기침으로 슬픔을 삼킨다.돌아서는 발걸음이 한없이 무겁다.
※ 평생을 일주일, 아니 3일도 떨어져 본 일이 없다는
두 분은 7개월 만에 눈물의 상봉식을 했다.이들을 맞이해 안내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애써 누그러뜨리던 ‘최 OO’ 요양보호사가
내 눈에는 일등 주례자로 보였다.모든 말들이 결혼식 멘트로 들리다니....안타깝게도 신랑은 자신의 나이를 까먹고 헤맨다.
신부는 엉거주춤 변기에 앉기도 어렵다.
작별의 손짓이 잘 가라는 게 아니라
어서 오라는 손짓으로 보인다.
나는 이 부부가 더 이상 떨어지는 일 없이
행복한 여생을 살아내시기를 기도했다.두 분은 나의 자랑스런 송하경⸱김정숙 부모님이시다.
출처: 향유 냄새 나는 집 -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