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장'
'좀더 주이소' '안돼예~' 시끌 손자 옷 고르는 촌부 손길'따뜻'
물금.
'서로 금하지 말자(勿禁)'.
낙동강을 경계로 이런 저런 시비가 많았던 신라국과 가락국의 교역지인 이 곳에서
'서로 자유롭게 왕래하자'며 불리어진 이름.
그래서일까?
물금은 평화롭고 아늑하다.
부산역에서 기차로 20여 분.
물금은 이렇게 가까이 우리에게 있었다.
지하철 2호선 종점 호포 역에서도 차편으로 10여 분.
설렁설렁 다가가기에 참으로 좋은 시간이 가슴에 와 안긴다.
봄바람도 좋고 봄볕도 좋은 날,훌쩍 떠나보는 물금.
그래서 부담 없는 시골 행이다.
그냥 좋은 햇빛 보러 가던 날이 마침 '장날'이다. 길
가로 한 30여m쯤 되려나?
여느 시장 한 모퉁이 같은 이 곳이 장이란다.
어엿하게 장날도 있다.
5·10장.
물금장은 그렇게 가소롭게(?) 필자와 첫 대면을 했던 것이다.
마침 휴일이라 원동 배냇골 방면의 차량과 양산행 차량이 뒤엉켜 제법 복잡하다.
'이 때를 놓칠쏘냐?' '뻥튀기 아줌마'와 '옛날과자 아저씨'의 차량행상이 한창이다.
"뻥튀기 한 봉지 천원~"
"옛날과자요~옛날과자"
이 곳에서도 어느새 행락객을 상대로 상행위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 곳의 행상은 어눌한 게 왠지 정이 간다.
옛날 과자 한 봉지를 산다.
시골 장은 이런 과자 한 봉지를 들고 구경을 해야 '제 맛'이다.
'오도독 오도독' 거리며 장 구경을 한다.
그래서 시골 촌 장은 여유롭고 푸근한 것이다.
'아하! 정말 촌 장이다.'
조악하기 이를 데 없는 머리핀이랑 장신구들이 '알록달록'하고 유행 지난 운동복 한 벌이 '골라잡아 만 원'이란다. 그래도 이 곳에는 '손자에게 입히려나?' 옷가지를 고르는 촌부들의 손길이 꽤나 진지하고 분주하다.
한 곳이 소란하다.
나물 전.
봄 나물을 파는 촌로와 등산객 차림의 아주머니가 엉개나물 한 줌에 실랑이를 벌인다.
'좀 더 넣어 주이소'
'아이고~ 안돼예~'
'그럼 취나물이라도 맛 뵈기로 더 주이소 마'
서로의 신경전이 팽팽하다.
결국 촌로의 투박한 손길은 봄나물 한 움큼을 더 집어주고야 만다.
이리저리 물금장을 사진기에 옮긴다.
막걸리 한 잔에 불콰해진 농부 왈 '어물전 아줌마가 물금장에서 제일 미인'이라며 사진을 찍으라고 거든다.
장난스런 그의 얼굴이 참으로 순박하다.
'미스 물금장(?)' 아지매도 수줍게 웃는다.
물금장터와 이어진 건물 안의 물금시장으로 들어간다.
이 곳에는 '웅어회'로 유명한 횟집이 하나 있다.
민물회와 함께 웅어회가 전문이다.
전어회와 비슷한 맛의 웅어회는 산란철인 4~5월에만 먹을 수 있는 바다 생선. 이맘때가 제 철이다.
웅어회가 대나무 접시에 가득하다.
막장에 찍은 웅어회를 상추와 깻잎에 싸서 입에 넣는다.
고소하기가 '전어 뺨을 친다.'
전어보다는 조금 무르지만 부드럽고 고숩다.
묵은 김치에 웅어회를 곁들여 먹는다.
약간의 군내가 기름진 맛을 없애 줘 개운하다.
싸먹고 찍어먹고 걸쳐먹는다.
역시 좋다. 봄철 입맛 없을 때 나물과 함께 먹으면 딱 좋을 음식이다.
물금장은 물금 역에서 걸어서 2~3분 거리.
그러나 이 곳 물금장도 '물금신도시'가 조성되면 시골장의 여유로운 분위기는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애틋하고 정이 가는 시골 촌 장이다.
이 곳에서 가족과 함께 '봄날이 꼬박꼬박 졸고 있는' 푸근한 장 풍경을 구경해 보자.
좋은 봄나들이의 하루가 될 것 같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