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일년내내 채소가격이 천정부지상황을 빚고 있습니다. 봄에는 대파가격때문에 온나라가 떠들썩하더니 이제는 배추가격으로 물가가 들썩입니다. 다른 물품의 가격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채소류와 과일류의 가격 폭등은 정말 심각함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장바구니를 든 주부들의 표정은 이제 마트 가격표에 놀라지도 않습니다. 이제 만성이 된 것같은 분위기입니다. 특히 가을철 김치는 실종상황을 빚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급히 배추를 수입해 올 것이라하지만 한국인들이 가진 중국 채소류 혐오때문에 쉽게 구입이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상당수 주부들이 김치 담그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그렇다고 포장 김치를 구입하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배추값뿐만 아니라 여름철 작황 부진으로 무와 파 등 김치 재료들의 가격이 동반 급등하니 식품 기업들의 포장 김치 제품들도 덩달아 품귀 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가을 김치 실종 사태를 빚고 있는 것입니다. 배추김치는 물론이고 파와 열무를 원재료로 하는 다른 김치류도 품절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당분간 채소류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전망돼 김치 실종사태는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자료를 보면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배추 한 포기 가격이 6937원에서 올해는 9202원으로 올랐습니다. 32% 급등했습니다. 무의 경우 지난해 2567원에서 올해 3859원으로 50% 치솟았습니다. 이 통계는 대체로 도매기준이어서 소비자들의 주로 사먹는 동네 마트의 경우는 더 급등된 가격표가 붙어있게 마련입니다. 요즘 물가 상승은 채소 가격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면 됩니다.
물론 채소류의 품귀현상은 날씨탓이 큽니다. 역대급 폭염에 폭우까지 겹쳐 채소류의 작황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하지만 역대급 날씨는 오래전에 예고가 된 상황입니다. 갑자기 급변한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가을 채소류의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지난 6~7월에 예견됐습니다. 날씨 전문가도 아닌 저같은 촌부들도 올해 가을에는 채소가격이 급등하겠구나 이미 판단했었습니다. 마을 사람들도 여름철 모임같은 장소에서 채소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너무 작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라의 농사일을 책임지는 부처에는 훨씬 먼저 그리고 전문적인 식견으로 이런 상황을 예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가격이 급등하고 가을 김치 실종이라는 언론의 보도가 쏟아지자 그제서야 중국에서 배추를 긴급 수입하겠다고 나섰으니 뒷북행정이란 지적을 받는 것입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자 호우 주의보와 경보를 내리는 기상청과도 매우 흡사합니다. 농사의 대부분은 하늘이 짓는다는 말도 있지만 그것은 오래전 이야기입니다. 그해의 기상상황을 미리 분석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 농림행정당국의 일 아닙니까. 채소값이 급등한다는 언론의 지적이 있으니 슬그머니 중국에서 긴급하게 배추를 급구하겠다는 것은 참으로 초보적인 발상이자 뒷북 행정의 표본이라고 밖에 달리 말할 것이 없습니다.
또 이러다가 내년에 농부들의 죄다 배추만 심어 내년 가을 대풍작속에 밭을 갈아 엎는 사태가 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 대비해 미리미리 농정 관리를 하는 것이 바로 농림축산식품부의 기본 업무입니다. 십년전 이십년전 보다 여러면에서 세상은 급변하지만 별로 바뀐 것이 없는 것이 농정행정인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하늘의 도움없이는 해결하기 힘든 업무이긴 하지만 이제는 구시대적 행정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시대에 걸맞는 그런 행정능력을 갖춰야 할 것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2024년 10월 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