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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광 ‘자치통감’(새로읽는 고전:60)
◎험한 세상 수신·경영·통치의 귀감
주∼오대 16왕조 다룬 편년체 통사
제왕 군신 언행에 초점… 사관 뚜렷
사서삼경 버금가는 선비 필독서
청소년 윤리·국가관 형성에도 도움
역사는 과거의 기록이다. 그러나 그것은 끊임없이 현재와 교통하고 미래와 대화한다. 지나간 과거의 기록을 통해 우리는 현재의 처방을 묻고 미래의 갈길을 찾는다.
과거의 역사기술은 사관(史官)이 그날 그날의 일을 적어 기록한 것을 바탕으로 하는 연대순에 따른 정리,즉 편년체(編年體)를 기본으로 한다.‘춘추’를 비롯해 상고시대의 역사서는 모두 편년체로 되어 있다.그런데 이 편년체는 단편적 사실의 나열로 이뤄지기 쉬워 역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마천은 ‘사기’에서 기전체(紀傳體)란 새로운 방식을 도입,역사기술의 새 장을 열었다. 이후 기전체는 일약 정사(正史)의 체재로 자리잡게 된다.우리나라의 ‘고려사’나 ‘삼국사기’ 등은 모두 기전체로 편찬된 역사서다.
그러다가 송나라 때 사마광(司馬光)이 ‘자치통감(資治通鑑)’을 편년체로 완성하자 편년체 역사서는 다시금 역사기술의 전면에 부상하게 되었다.‘자치통감’은 이전의 편년체 역사서가 지닌 여러 문제점을 보완하고,정밀하고 광범위한 사료취택 과정을 거쳐 꼼꼼하게,장구한 시기의 역사를 입체적으로 재구성하였기에 이후 역사서 편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를 모범으로 하여 우리나라의 ‘조선왕조실록’이 이뤄졌다.
‘자치통감’,줄여서 ‘통감’이라고도 하는 이 책은 송나라 때 사마광이 주(周)나라 위열왕(威烈王) 23년(서기전 403년)에서 시작,오대(五代)의 주(周) 세종(世宗) 현덕(顯德) 6년(969년)에 걸친 1천3백62년간의 역사를 편년체로 엮은 통사다. 주나라에서 진한(秦漢)을 거쳐 후주(後周)에 이르기까지의 군국대사(軍國大事)와 군신언행(君臣言行)을 연월에 따라 기록하고 있다.
‘자치통감’이란 통치자가 통치하는데 있어 귀감으로 삼아야 할 자료가 되는 책이란 뜻이다.지금 목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이미 과거에도 수없이 되풀이돼온 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기에 오늘의 문제에 대한 해법은 과거의 역사 속에 이미 담겨 있다.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그러므로 군주된 자는 이 책이 비춰주는 거울에 보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앞으로의 갈 길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치통감’의 역사기술 태도는 각 시대를 이끌어갔던 제왕과 군신 등 주동적 인물의 언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위나라 문후(文侯) 관련 기술 가운데 세가지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데 그가 당대의 어진 이를 스승으로 삼아 예를 갖추자 사방의 어진 선비들이 모여들었다는 이야기,군신들과 잔치를 벌이다 비가 내리는데도 산지기와의 사냥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하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몸소 나가 약속을 취소하고 온 이야기,그리고 바른 말을 한 신하 앞에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 시인한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이들 세가지 이야기는 그가 위로 스승을 섬겨 자신을 낮출줄 알았고,아랫사람과의 하찮은 약속도 중히 여기는 신의로운 군주였으며,자신의 잘못을 솔직히 인정할 수 있는 도량을 지닌 인물이었음을 나타내준다.이런 임금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으니 그 나라가 어찌 부강해지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통감’의 사건 기사들은 이렇듯 인물들의 성공담과 실패담을 일화 중심으로 전개하되,그 행간에 사관의 미언대의(微言大義)를 담아 치란흥망의 자취와 까닭을 읽는 이가 절로 깨달을 수 있게 해준다.그러기에 자칫 역사서가 빠지기 쉬운 무미건조한 사건의 나열과 전개는 찾아볼 수 없다.그러나 이러한 일화 중심의 기술은 역사의 주관화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는 단점도 없지 않다.
‘통감’은 16왕조 1백13명 군주의 역사를 기록한 3백54권이나 되는 방대한 저작이다.그런데 이렇듯 분량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개인이 소장하거나 통독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그래서 후대에 오면 ‘통감’을 간추려 엮은 축약본들이 널리 유행했는데 ‘통감절요’와 같은 책이 바로 그것이다.축약본 가운데 ‘통감절요’는 송나라 때 강지(江贄)란 이가 ‘자치통감’을 50권으로 간추린 것인데 이 책은 과거 우리 선인들이 사서삼경 이상으로 즐겨 읽었던 고전중의 고전이다.조선시대 선비치고 이 책을 보지 않은 사람은 없었고,심지어 무장(武將)들도 병서(兵書)로 애독하였다.
또 이 책은 역사 지식의 면에서 뿐만 아니라 공령문(功令文) 저작의 필수서로 애독되었다.심지어 일상의 말투까지도 여기에서 빌려 쓴 것이 많았다.이는 이 책에 담긴 풍부한 역사고사와 인물사건들이 선비에게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교양이었을 뿐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교훈적 윤리적 의미가 삶의 좌표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선인들은 ‘통감’을 통해 중국의 역사와 접할 수 있었다.‘통감’은 말하자면 과거 우리나라 선비들이 중국의 역사를 이해하는 유력한 통로였던 셈이다.그러므로 역대의 저술들을 살펴보면 이 책에서 취재한 수많은 전고(典故)와 인용을 만날 수 있다.‘통감’에 대한 이해 없이는 선인들의 중국 역사나 인물에 대한 관점 또한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간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한문 문장의 맛도 오늘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는 중요한 이유다.‘통감’은 조선시대뿐 아니라 오늘에 있어서도 동양학 연구 전반과 중국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책이다.한권의 책으로 동양 고전 가운데 이 책만큼 가치 있는 책은 많지 않다.
일본 총리는 중국에 외교관을 파견할 때 사서와 함께 ‘통감’을 반드시 읽게 했다고 한다.
‘통감’에 실려 있는 풍부한 고사와 수많은 인물들이 엮어내는 다채로운 사건들은 인간 삶의 여러 단면을 핍진하게 보여준다.사회윤리가 땅에 떨어지고,황금만능주의가 판을 치고 있는 오늘의 실정에 비춰 이들 역사상 인물의 이야기는 역사를 올바로 이해하고,바른 삶을 살아가는데 의미심장한 교훈이 되기에 충분하다.
청소년에게 건전한 윤리의식과 국가관을 심어주는데 있어서도 이 책은 다른 어떤 동양의 고전 못지않은 가치를 지닌다.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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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지 역사서술방식
1. 편년체 : 이 방식은 시간 순서에 따라 역사적 사건을 기록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가장 전통적이며 직관적인 역사 서술방식 중 하나로, 사건이 발생한 연도를 기준으로 하여 역사를체계적으로 나열합니다. 편년체는 큰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
기 쉽게 만들어주며,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2. 기전체 : 인물 중심의 역사 서술 방식으로, 특정 인물의 생애와 업적을 중심으로 역사를 기록합니다. 이 방식은 인물의 행동과 선택이 역사의 흐름에 미친 영향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개인의 삶을 통해 당시의 사회적, 정치적 상황을 반영합니다. 기전체는 역사적 인물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인물의 성격 과 동기에 초점을 맞춥니다.
3. 기사본말체 : 이 서술 방식은 '본문(본)'과 '주석 (말)'으로 구성되며, 본문에서는 주요 사건을 간략히 기술하고, 주석에서는 사건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나 배경 정보를 제공합니다. 기사본말체는 사건의 개요와 함께 심층적인 분석을 제공하며, 독자가 사건의 중요성과 맥락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4. 강목체 : 주제나 주요 사상을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방식으로, 각 장은 특정 주제나 개념을 중심으로 구성됩니다. 강목체는 역사적 사건들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각 주제에 따른 사건의 상호작용과 영향을 탐구합니다. 이 방식은 주제 중심으로 역사를 탐구하고 싶은 독자에게 적합하며, 특정 사상이나 원칙이 역사적 변화에 미친 영향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1.편년체 : 조선왕조실록, 고려사절요,동국사략
2.기전체 : 삼국사기, 고려사
3.기사본말체 : 삼국유사, 연려실기술
4.강목체: 여사제강(유계), 동사회강(임상덕), 동사강목(안정복), 대동사강(민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