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권력 구조에 대한 고민]
1. 혈기넘치던 신학생 시절, 옥한흠 목사님께 제자훈련에 대한 제 고민을 이메일로 적어 보낸 적이 있었습니다. 목사님께 전달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2.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일 다음 세대를 위해서, 현재 버전의 제자훈련을 뛰어넘는 발전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것은 평신도들에게 말씀사역의 파워를, 일부분이라도, 넘겨주는 것이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내용이었습니다.
3. 정확히 말하면, “평신도를 잘 훈련시켜서 그들에게 제자훈련을 시킬 자격을 넘겨주고 목회자는 뒤로 물러서는 다음 단계로 가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는 질문이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고, 그들을 빚어나가는 실제 훈련영역을, 평신도에게 나눠주어야, 그래야 정말 그들을 동...역자로 삼는 것이 아니겠냐고 질문한 것입니다. 물론 그 수준까지 양육하는 것이 죽도록 힘든 일이겠지만, 다음 세대를 위한 제자훈련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거기까지 가려고 노력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그렇게 저의 고민을 말씀드렸습니다.
4. 답장은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 이메일에 목사님께 전달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옥목사님께 질문이나 문의를 하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았을 것이니,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5. 요즘 교회와 나라의 상황을 보면서, 교계를 비롯한 우리 나라의 조직문화가 갖고 있는 특성을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러면서, 젊은 혈기에 훌륭하신 목사님께 보냈던 그 질문이 생각이 났습니다.
6. 우리 문화는 일인 권력 독점 구조에 참 익숙합니다. 피라미드 형 권력 구조 위에, 한 사람이 힘을 장악하고 있어야,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7. 이런 구조는 좋은 점을 분명히 갖고 있습니다. 최고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면, 정말 좋은 공동체가 됩니다. 교회의 경우, 담임목회자가 인격, 신앙, 행정력이 좋으면 아주 안정적인 공동체를 이루게 됩니다. 거기다가 말씀까지 좋으면 금상첨화지요. 그러나, 반대의 경우에는, 이 좋은 점은 고스란히 나쁜 점으로 전환되고 맙니다. 최고의 자리에 앉은 사람이 무엇인가 부족한 경우, 공동체 전체가 그 나쁜 점을 전부 다 떠안게 됩니다. 치명적인 약점입니다. 더욱이, 이런 구조는 성경이 말하는 공동체의 구조는 아닌 듯 합니다. (여기서 구조란, 단순한 외적 구조가 아니라, 그 구조를 사용하는 즉 힘을 사용하는 방식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가를 뜻합니다)
8. 교회는, 예수님을 따르는 곳이기에, 예수님의 말씀이 체화된 곳이어야 합니다. “높아지려는 자는 낮아져야 하고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즉, 교회에서 최고 권력자는, 그 권력을 나누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파워와 힘을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는 곳, 그곳이 바로 교회입니다.
9. 그러므로, 우리는 교회가 어떤 곳인지를 고민하면서 대안을 모색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지금까지 한 사람에 집중되어 있던 교회의 힘의 구조를, 많은 구성원들에게 나눠주고 직접 섬기게 하는 그런 구조를 탐색, 실험,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잘은 모르지만, 최근에 실천되고 있는 작은 교회 운동 등이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10. 다만, 명심할 것은,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가 다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겉으로 좋아 보이는 구조를 짰다 하더라고, 그 구조를 운영해나가는 사람들이, 그 구조를 힘으로 운영하려고 시도하면, 모든 것은 헛수고가 되고 맙니다. 결국은, 사람에게 달려있는 것이니까요. 사람이 바뀌지 않으면, 한 순간의 개혁자가 그 다음 순간에는 독재자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11. 결국, 제도적인 구조를 고민하고 실험해 나가되,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에 대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 교회를 이끌어나갈 목회자, 그리고 각 교회의 리더들 안에, 하나님의 말씀이 각인되고 새겨져서, 예수님을 따라가고자 하는 살아있는 가치관과 그 실천정신이, 반복된 훈련으로 우리의 내면에 자리잡게 되어야, 일말의 가능성이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13. 이런 면에 있어서, 신학교 및 각 교회에서의 리더 훈련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이 부분에 이르면, 제가 반성할 것이 가장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성경이 과연 교회에 대해서 무엇을 말하는가, 그리고 예수님을 닮은 삶이란 무엇인가를, 어떻게 신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을까, 힘의 운영원리로 채색되어 있는 이 사회와 교회의 문화 속에, 하나님의 나라를 사는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모범을 보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닿게 되기 때문입니다.
14. 솔직히, 성경 텍스트 읽는 법은 잘 가르칠 수 있겠는데, 이런 가르침은 참 나누기가 힘듭니다. 저 자신도 턱없이 부족하고, 또한 이런 문제를 수업시간에 나눌 수 있는 여유 자체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일방적으로 가르친다기보다는, 수업시간에 설명하는 성경 내용을 통해서, 제가 학생들과 함께 배우고,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실천해 나가는,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할 것이리라고 생각합니다.
15. 아무튼, 각자의 자리에서,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면서, 힘의 영역을 다른 이들과 함께 나누는 실천의 노력을 경주해야 하겠습니다. 신학교에서 그렇게 가르치고, 교회에서 그렇게 가르칠 때, 예수님의 삶이 교회의 구조에 조금씩 더 배어나오게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럴 때에,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이 현실에, 어떤 희망의 메시지를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16. 한 사람의 영웅이 나와서 교회를 한 칼에 개혁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생각합니다. 영웅은, 타락해서,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 작지만, 많은, 개미군단과 같은 리더들이,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할 때, 그 때 소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영웅을 키우려 하는 대신, 작지만 강한 많은 리더들을 키워야 할 때입니다.
17. 이 글은, 현상에 대한 대안이 되기에는 부족합니다. 이런 장기적인 그림을 그리기보다, 당장 실천에 옮겨야 할 일들이 산더미처럼 많겠지요. 다 인정합니다. 이 글은, 힘을 사용하는 교회의 구조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의 내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교육의 현장에 서서 그 문제를 고민하다가 몇 자 끄적여 본 것뿐이니, 함량미달인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널리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좋은 의견들이 있으면 나눠주셔도 좋겠습니다.
첫댓글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