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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자의 기절
; 김지명 생산설비에서 수년간 근무하면서 영업과장 박치기가 가장 마음에 들어 접근하였다. 조미숙은 같은 회사 여직원은 친구로 사귀려고 하지 않았다. 미숙은 자신이 사장이라 생각할 만큼 눈이 높았다. 조미숙은 머리가 비상하여 학창시절에 일등에서 밀려난 경험이 한 번도 없다. 미숙은 사원에서 사장까지 승진하려고 근무에 충실해가고 있었다. 검은 고양이 같은 조미숙은 오르지 박치기 과장에게 매달렸다. 수년간 접근하여 잦은 애교와 아량으로 연인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조미숙은 사람을 잘 다루지만, 겉으로는 멍청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미숙의 행동은 회사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다. 미숙은 어두운 밤에 검은 고양이처럼 민첩하게 행동하였다.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쥐를 노려보는 고양이의 눈처럼 빛나고 있었다. 박치기는 예쁜 여인에게 헤어나지 못할 정도로 깊숙이 빠져들고 있었다. 미숙은 반드시 치기의 아내가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후 미숙은 치기를 남편으로 만들고 사장 자리에 앉히려는 계획을 꾸미고 있었다. 미숙은 휴일이 되면 반드시 찾아오는 치기를 기다리는 기분에 젖어있었다. 오늘도 만난다는 들뜬 마음에서 온몸이 흥분한 상태였다. 미숙은 박치기를 반드시 남편으로 만든다는 끈질긴 집념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수년 동안 근무하면서 치밀한 계획을 세워놓고 실수 없이 행하고 있었다. 조미숙은 치기와 데이트를 마치고 주점에 들러 맥주와 소주를 혼합하여 마셨다. 여인이 취한 척하면서 집으로 가야 하겠다고 하였다. 치기는 아무런 생각 없이 미숙의 손을 잡고 달동네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미숙은 한잔 더 하자며 옥탑방으로 치기를 유인하였다. 단칸방에 혼자서 생활하는 환경을 보고 치기는 돌아서 나올 수 없었다. 내일을 잊은 채 치기는 미숙이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치기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도 태연하게 취한 척하면서 자리에 누워있었다. 조미숙은 포옹하려는 치기를 밀어내었지만, 맹수처럼 덤벼들었다. 미숙의 거친 숨소리가 한참을 연출하더니 잠잠해진다. 박치기는 온몸에 팥죽 같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콧구멍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거칠게 몰아쉬니 목구멍에서 열기가 쏟아져 나왔다. 치기는 해삼처럼 퍼져서 깊은 수면 속으로 빨려들었다. 미숙은 치기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하여 몸과 마음을 아낌없이 바쳤다. 휴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기 때문에 마음껏 즐기겠다는 준비를 하고 치기를 기다렸던 보람 있었다. 이불 속에서 남자를 녹이지 못하면 여자가 아니라는 말처럼 열정을 불태울 각오가 되어있었다. 치기는 휴일이면 반드시 찾아오는 미숙의 집이다. 이곳에 오면 치기의 가정보다 훨씬 더 안락하여 마음이 점점 변해가고 있었다. 오늘도 예외일 수는 없으리라 믿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조미숙은 무슨 일 있는가 하고 문자를 넣었다. 박치기는 미숙의 내심을 알아보려고 들뜬 마음을 억제하고 있었다. 박치기는 몸이 아파서 오늘은 쉬어야 하겠다고 문자로 답했다. 미숙은 곧 당신의 집으로 가겠다고 다시 문자를 넣었다. 박치기는 당황하여 오후에 가겠다고 했다. 미숙은 약국에 들렀다가 갈 테니 어떻게 아픈지 말해보라고 한다. 미숙은 치기의 마음을 다 읽고 있었다. 조미숙은 치기가 들어오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양팔 벌려 반겨주었다. 미숙은 잠옷차림으로 뛰어나와 치기를 맞이하고는 손을 잡고 방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높은 화음이 방 안을 꽉 메우고도 남아 밖에까지 넘쳐흘렀다. 높은음이 삼십 분간 계속되더니 소리를 멈추었다. 조미숙은 치기의 품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았다. 박치기 품에서 애교를 떨면서 목적 달성을 위하여 자신 있게 말한다. 여인은 치기에게 아내와 이혼하고 나와 함께 살자고 간절한 부탁을 하였다. 그리고는 우리도 잘사는 방법을 찾아 부를 누리고 살아보자고 누누이 강조했다. 조미숙의 꼬임에 빠져든 치기는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치기는 열두 살이나 적은 여인의 말에 잘 따랐다. “당신은 사장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그렇게만 된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그렇다면 회사를 경영하는 방법을 배워야지.” “어디에 사장 자리가 있나?” “반드시 월급사장이라도 되리라 믿어진다.” “무슨 사업이라고 하자는 거야 아니면 뭐야?” “작은 기업이라도 경영하면 큰물에서 놀 수 있잖아.” 두 사람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뱀처럼 감고 누워서 온갖 생각에 젖어보기도 여러 번 있었다. 두 사람은 나들이는 뒷전이고 낮에도 커튼을 치고 밤 같은 분위기에 젖어 있었다. 시간이 어떻게 가듯 여의치 않고 사랑에 폭 빠져들고 있었다. 박치기와 조미숙은 온종일 붙어서 마음껏 즐기는 사이 하루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조미숙은 열정이 넘치는 나이라서 박치기만 만나면 정열적인 사랑을 연출하면서 성적 갈증을 해결하고 있었다. 미숙은 치기를 완전히 매료시켜 놓았기에 함께 살아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박치기는 꼬리가 길면 밟힌다는 말을 잊고 있었다. 아내는 식당에 일하러 간다고 하고 남편을 미행하였다. 치기는 일 나가는 아내의 등에 대고 회사에 간다 했다. 박치기가 찾아간 곳은 회사가 아니고 애인 미숙의 집이었다. 조미숙은 치기를 반기며 우리는 헤어질 수 없는 몸이라고 했다. 박치기는 무슨 말인가 하고 물었는데 미숙은 사랑의 씨앗이 자라고 있다고 했다. 박치기 아내는 밖에서 듣고 있으면서 문을 열지 않고 참고 있었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조용하더니 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치기의 아내는 방문을 확 열고는 언성을 높였다. “환한 대낮에 연놈이 뻘거벗고 뭐하는 짓이고 이 더운 날씨에 문은 만다고 닫아 놓았나? 뻘거벗으면 안 덥나, 사내자식아 여가 회사가?” “여여 여보! 여기는 …” “마 시끄럽다 니는 회사 간다 해놓고 “뭐라고? 새끼가 자라고 있다고 했나, 야 이년아 세상에 그렇게 머시마가 없더나남의 남편 이불 밑에서 꾀어가지고 우짜자고 그라노?” “방으로 들어오세요.” “미친 것들, 놈이나 년이나 한 살림 차리더니 밤낮도 모르구나.” 박치기는 놀라워하지만, 미숙은 아주 담담한 자세로 오셨어요? 방으로 들어와서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박치기 아내는 순진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문이 부서지도록 세게 닫고 집으로 돌아갔다. 미숙은 치기에게 당당하게 말한다. 당신의 이세가 내 뱃속에서 자라고 있다. 우리는 부부라고 강조하며 전처와 이혼하라고 요구하였다. 박치기는 엄청난 고민에 빠져있었다. 그날 이후부터 치기는 집에서 아내와 천둥치듯 싸움이 자주 일어나고 있었다. 산야에는 녹색으로 세상을 덮어놓았다. 햇볕은 미숙을 삶으려고 피부가 벌겋게 익어가고 있었다. 삼복이 밀려오는 계절에도 꽃은 피고 진다. 삼락공원의 연못에는 꽃을 피우기 위해 연꽃봉오리가 많이 맺혀 있다. 미숙은 출생할 이세를 위하여 아파트로 이사하려고 집을 구하러 다니는 중이다. 박치기의 도움으로 방을 구해야 하는 데 미숙은 돈이 없었다. 여인은 남편 같은 치기에게 전세금을 빌려 달라고 했다. 치기에게 무이자로 오천만 원을 요구했다. 박치기가 어디에 쓰려고 거금을 달라고 하는가 하고 묻자, 조미숙은 당신이 오면 샤워도 못하는 불편함을 없애려고 집을 옮기려 한다 했다. 주택생활이 불편하여 아파트를 구하러 다니는 중이라고 했다. 치기는 미숙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하여 확실하게 알아보고 응하기로 했다. 치기가 사랑하는 여인에게 신상정보를 낱낱이 물어보고 친구에게도 알아보았다. 박치기가 알아본 미숙은 생각하는 범위가 넓고 깊이가 있어 사업가가 적격자로 보였다. 그러나 여건이 따라주지 않았다. 치기가 전세금이 얼마나 되는가 하고 물었다. 미숙은 일억이 있어야 하는데 오천만 원을 빌리면 나머지는 전세저당 설정하여 빌리면 된다고 했다. 치기는 여인이 아내보다 더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기꺼이 승낙하였다. 여인이 띠동갑이라고 좋아하면서 보석보다 더 아름다워 보인다 했다. 박치기는 거래하는 회사에 현금 대신 어음으로 결제하기로 하고 미숙의 청을 들어주었다. 박치기는 어음환수일이 돌아오면 거래회사 두 곳에서 돌려막기 하겠지만, 여인이 돈 갖고 행적을 감출까 하는 얕은 마음에서 전전긍긍하기도 하고 있었다. 조미숙은 기업의 대표자는 못 하더라도 사장의 사모가 되겠다는 꿈은 저버리지 않았다. 남편같이 생각하는 박치기를 반드시 사장 자리에 앉히려고 항시 구상 중이었다. 박치기와 조미숙은 휴일에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즐거움에 빠져 있었다. 활동적이면서도 말이 없는 조미숙은 박치기 과장에게 어디서든 경영하는 방법을 배우라고 하였다. 박치기는 기업을 경영하는 친구에게 방법을 물어보며 구체적으로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했다. 조미숙은 당신이 머지않아 사장이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이토록 쌓여가고 있었다. 섹스를 좋아하는 미숙은 꽃을 피울 때가 가장 짜증 서러워하였다. 여자는 매달마다 꽃을 피우기 때문에 일주일의 기간이 엄청나도록 지루하게 느껴졌다. 여인은 일주일간 찡하는 감동을 무엇으로 느끼나 하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박치기가 퇴근하면서 여인의 집으로 들러 피부를 맞대고 거친 숨소리를 낼 때도 잦았다. 조미숙은 회사에서 회식한다는 소식에 기분이 아주 좋았다. 정밀기업 사장을 비롯하여 모든 직원은 한자리에 앉았다. 회식은 자주 하지만, 사장이 참석하는 날은 일 년에 한두 번이다. 그런 날이 바로 오늘이라 미숙은 기회를 놓일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조미숙은 바지 주머니 안쪽을 메스로 잘라놓았다. 잭나이프를 팬티에 감추고 있었다. 회식시간이 길어지자 직원들은 대다수 집으로 가고 몇 사람만 남아 2차로 노래방에 갔다. 사장은 직원을 배려하는 마음에서 끝까지 함께 하려고 남았다. 모두가 춤추고 노래하며 마음껏 즐기면서 부어라! 마셔라 취하지만, 미숙은 마시는 척하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장이 화장실 갈 때 뒤따라갔다. 미숙은 술에 취한 척하면서 남자 전용 화장실에 사장을 따라 들어갔다. 미숙은 허벅지 사이로 손을 넣어 팬티에 감춰둔 흉기를 꺼내 사장의 옆구리를 찌르려고 칼을 빼려는 순간이었다. 사장이 조양 아닌가? 여긴 남자 화장실인데 하자 미숙은 술에 취한 척 행동하면서 그렇습니까? 아이고 미안합니다. 하고는 밖으로 나와 여자 화장실로 들어갔다. 사장이 정신이 말짱하여 술에 취하지 않아 살해 작전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기를 여러 번 실수 하면 본인이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숙은 혼자서 처리가 안 되겠다고 판단하여 금전적인 투자를 아끼지 않기로 하고 일간지에 광고를 냈다. 조치원은 서울에서 발행하는 일간지광고란을 보고 있었다. 비 갠 하늘에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저녁 무렵이었다. 눈썹 같은 달이 서쪽 하늘에서 자태를 들어내고 있었다. 독수리같이 행동하는 조치원은 위험한 공사를 할 수 있는 젊은 사내를 찾는다는 기사를 보고 있었다. 마지막 문단에 “강심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문고가 사내의 눈에 확 들어왔다. 광고를 본 조치원은 공사하겠다고 문자를 넣었다. 조치원은 큰집(교도소)을 자주 들락거렸지만, 아직도 위험한 일만 골라서 모험을 즐기는 사내였다. 조치원은 사십 대 중반인데도 국제간의 마약거래 담당자로 활동무대가 아주 넓다. 진인 한 일만 골라서 하는 강심장의 사나이다. 한 시간 후 문자로 언제 공사를 할 수 있는가? 신상정보를 보내달라는 문자가 치원의 주머니 전화로 옮겨졌다. 조치원은 46세 180cm 70kg 충성심 100% 부양가족 없음이라고 즉시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공사기간은 빠를수록 좋은데 언제쯤 할 수 있는가? 치원은 공사금액 절반을 착수금으로 주면 바로 시작하겠고 다시 보냈다. 문자메시지를 받고 세 시간 후 답이 왔다. 공사금액 오천만 원 착수금 이천만이라고 문자가 전해오자 조치원이 공사금액이 적어서 손 놓겠다 했다. 다시 문자가 왔다. 배로 올려주겠다고 하자 조치원은 공기(工期)가 짧으면 부실공사 되므로 보름은 걸린다고 했다. 잠시 후 답이 왔다. “7월 27일 14시 23분에 범일 전화국 앞 화단 모서리에 쪽지”를 보라고 했다. 조치원은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하필이면 왜 비가 오는가 하고 투덜거리며 목적지로 향했다. 버스 안에는 비에 젖은 우산을 들고 있어 복잡한 차에서 닿지 않을 수 없었다. 하반신이 우산의 물기에 젖어 축축하지만, 우산을 든 여자에게 시비를 걸 수 없었다. 밀고 밀리면서 자성대 정류장까지 왔다. 사내가 찾아본 쪽지에는 겉에는 비에 젖었지만, 글에는 물기가 스며들지 않아 글자가 번지지 않았다. 쪽지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등산복 차림으로 빨간색 작은 배낭을 갖고 7월 28일 19시에 민락동에서 초읍동 방향으로 다니는 버스 83-1번을 타고 가다가 범내골 정류장에 내려서 20시에 23번 버스를 타라고 적혀있었다. 조치원은 중복(中伏)의 더위도 잊고 퇴근 시간을 피하여 대연동에서 83-1 버스를 탔다. 차창 밖으로 내다보면서 공사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을 때 버스는 범내골 정류장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사내는 사람들의 틈바구니에 끼어 정류장에 내렸다. 조치원은 네온사인이 번적거리는 밤거리를 쳐다보면서 일이 쉽게 끝나도록 기원하였다. 조치원이 시계를 들여다보고 오 분이 지나도 23번 버스가 오지 않았다. 팔 분이 초과 되었을 때 도착한 버스 23번을 탔다. 배낭을 의자 곁에 내려놓고 손잡이를 잡고 서 있었다. 어디에서 나타난 여인은 배낭을 사내의 배낭과 나란히 놓고 앞으로 다가왔다. 여인이 사내에게 질문했다. “지금 몇 시라요?” “아! 조금 늦었네요.” 하면서 서로 암호를 주고받았다. 사내가 여인을 바라보니 키가 늘씬하고 얼굴은 달걀형으로 순수한 한국형 미인이었다. 여인은 사내에게 귓속말로 사장이 지켜보고 있으니 사업에 성공하길 바란다고 하고는 서면에서 내렸다. 여인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순간 배낭을 바꾸어 들고 하차하고 말았다. 조치원은 젊은 청년에게 감시당하는 줄도 모르고 사라져가는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군침을 삼켰다. 조치원은 무직한 배낭을 걸머지고 집을 향하여 다시 갈아탔다. 집으로 가면서 공사계획을 철저하고 섬세하게 설계하였다. 집 가까이 가고 있을 때 배낭을 늘씬한 여인으로 생각하여 가슴에 품고 방으로 들어왔다. 배낭을 열어보니 오만 원짜리 지폐로 육백 장이 가슴을 설레게 하였다. 큰 봉투에는 사장 집에서 회사까지 자주 다니는 길과 차량 번호, 사장의 인물사진과 연락처 부인의 전화번호까지 적혀있었다. 근거를 없애려고 손 전화기에 메모확인 하고 전해 받은 봉투와 서류는 모두 소각해버렸지만, 사진은 책장 속에 넣어놓고 자주 드려다 보았다. 사내는 남구 동명로160번길 00 주변에서 손수레에 채소를 싣고 며칠 동안 장사를 했다. 정밀기업 사장 상기가 출퇴근하는 시각에 맞추어 골목에서 채소를 팔면서 동태를 살폈다. 상기는 퇴근하면 바로 집으로 왔다. 이른 아침에 기다리기를 여러 날 사장의 얼굴과 차량을 확실하게 눈에 익혔다. 하루는 사장이 다니는 길을 알아보려고 조치원은 남의 승용차를 훔쳐서 타고 회사 근처까지 미행하였다. 회사는 사상공단 저지대에 있었다. 조치원이 승용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언제든지 훔쳐서 이용하였다. 조치원은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노숙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상기 사장과 유사한 놈을 구하기로 했다. 덩치가 좋고 강하게 생긴 상기가 탐나서 마약 공장으로 보내기로 했다. 최상기와 유사한 놈을 찾아보려고 노숙자가 모여 있는 부산역 대기실을 비롯하여 지하철역 곳곳으로 다니며 골랐다. 그중 가장 힘이 세고 강인한 놈을 골라 일주일만 도와주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꾀였다. 노숙자를 데리고 와서 밥도 사주고 목욕도 함께하고는 작업복도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사주었다. 덩치나 키나 모두 상기와 아주 비슷한 노숙자를 골라 기분 좋게 하였다. 노숙자도 무슨 일이든 하겠다며 치원을 잘 따랐다. 말복이 지나고 일주일 후 조치원은 공사할 현장점검을 마지막으로 둘러보았다. 이튿날 기다리던 공사가 착공 준비를 마쳤다. 공사가 시작되는 날 이른 아침 길거리에는 궂은비가 잠시도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비 오는 날은 습도가 높아 문을 닫고 생활하여 밖에서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은 점을 이용하였다. 비가 오면 사람들의 왕래가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작업 중에 작은 소리는 빗소리에 ane혀 들리지 않아 일하기가 쉽다. 사내는 8월 12일 아침 일찍 승용차를 훔쳐서 동명로 160번 길 골목에 주차하고 노숙자와 차 안에서 사장의 집을 바라보면서 부인이 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순자의 집 앞 골목에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고 빗방울만 떨어지고 있었다. 순자가 날마다 앞집 친구 이혜숙과 수영하러 가는 것도 알아놓았다. 사내와 노숙자는 승용차 뒷좌석에 앉아서 노트북으로 여유롭게 게임을 즐기고 있다가 부인이 외출하는 모습을 확인하고 사장에게 문자를 보냈다. 노트북 게임을 중단하고 문자메시지 보내기에서 부인 휴대전화 번호로 입력하여 사장에게 보냈다. ‘집에 일이 생겼으니 아무에게도 전화하지 말고 즉시 오라고’ 했다. 문자메시지를 열어본 사장은 놀라서 전화로서 확인하고 싶어도 참고 급하게 집으로 달려왔다. 차 안에서 기다리던 사내와 노숙자는 사장이 대문 앞에 차를 세워놓고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행동개시 하였다. 닫히려는 대문을 급하게 밀면서 뛰어든 노숙자가 사장을 끌어안자 검은 고양이 같은 사내는 마취제가 묻은 손수건으로 사장의 입을 막았다. 발버둥치다가 마취된 사장을 노숙자와 함께 거실에 옮겨 눕혀놓고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갔다. 조치원이 침대 밑으로 보라고 하자 노숙자가 엎드리는 순간 팔을 꺾어 잡고 등에 올라타고 누르면서 마취시켰다. 마취된 노숙자를 침대에 올려놓고 옷을 벗기어 거실로 갔다. 사장이 입은 회사 의복은 노숙자에게 입히고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냈다. 노숙자의 옷은 사장에게 입혔다. 사내는 마취되어 침대에 뻗어있는 노숙자를 목을 졸라 숨지게 하고 메스 날로 얼굴에 난도질하였다. 노숙자를 뒤집혀놓고 주방에서 식도를 가져와 옆구리를 찔렀다. 조치원은 피비린내를 없애려고 창문을 열어 놓고 밖으로 나왔다. 마취되어 거실에 쓰러진 사장을 업고 밖으로 나와 승용차 뒷좌석에 눕혀놓고 다시 마취제로 입을 막았다. 삼 분도 채 걸리지 않은 아주 순식간에 이루어진 행동이었다. 최상기 사장을 차에 싣는 데까지 삼 분도 걸리지 않았다. 조치원이 훔쳐온 차에서 가방을 꺼내 사장의 승용차에 실었다. 사내는 비를 가르며 금련산 중턱 숲 속으로 급하게 달렸다. 마취되어 축 늘어져 있는 최상기의 손발을 끈으로 묶고 입에는 테이프로 발라 자루에 담았다. 마약 조직원에게 연락하여 배를 영도구 영선2동 남항부두로 밤 열 시 반에 도착하라고 했다. 사내는 가방에서 꺼낸 승용차번호판을 최상기차의 앞 번호판과 바꾸어 달았다. 조치원은 마약밀매를 국제적으로 담당하기에 사람 하나 죽이는 것은 벌레를 죽이는 정도로 생각하였다. 밤이 깊어 오자 사내는 차를 몰고 영도구 영선동 선착장 언저리에 주차하고 배를 기다렸다. 밤이 깊어가는 시각이라 주위에는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말복의 더위는 궂은비가 기세를 꺾어 대지를 시켜주지는 데 바람도 잠에 취했는지 머리털 하나 일렁이지 않았다. 밤이 깊어가는 데 하늘에 별은 보이지 않았다. 팔월 십이 일 밤 열 시 이십 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멀리서 물안개를 헤치며 빗속을 달려오는 배가 신호를 보낸다. 조치원이 작은 손전지로 신호를 주고받다가 배는 부두에 도착하였다. 배에서 내린 조직원과 치원은 자루에 담긴 상기를 비를 맞으며 쾌속선에 옮겨 실었다. 배는 상기를 싣고 안개가 자욱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조치원은 사장 상기가 타던 승용차를 봉래산 기슭으로 운전하여 민가가 드물고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놓았다. 밤은 깊어 어둠이 짙게 깔렸어, 가로등이 없고 비 오는 길이라서 치원은 걸을 수 없었다. 다시 차를 운전하여 영도구 동삼동 산149-4 부산시 종합사격장 주차장에 주차하였다. 자정이 가까워져 오는 시각이라 택시를 잡기가 어려웠다. 한 참을 기다려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장갑을 차창 밖으로 던져버렸다. 장마철이라 궂은비는 밤에도 그치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조치원은 문자로 “공사 끝남”이라고 보냈다. 한 시간 후 문자로 답이 왔다. 내일 “준공확인 후 결재하겠다고” 했다. 정밀기업 직원들은 출근하면서 정문에서 검은 리본을 달아주면서 상기 사장이 변을 당했다고 숙덕거렸다. 여인은 속으로 빙그레 웃으며 화장실에 앉아 문자를 보냈다. 8월 13일 10시에 범일전화국 앞 공중전화통 옆에 은행에서 설치한 현금인출기 위로 보라는 문자였다. 조치원은 빙그레 웃으며 공사가 순조롭게 준공되기를 기원했다. 장마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고 구름이 그치고 날씨가 아주 맑았다. 조치원은 13일 새벽 백양산 정상에서 뜨는 해를 바라보면서 마무리가 순조롭게 잘되길 기도했다. 백양산 정상에서 기도하고 하산하면서 오솔길 언저리에 발갛게 익은 보리수의 열매를 맛보았다. 새콤한 맛은 공사를 잘 끝낸 맛으로 느껴졌다. 공사를 맡긴 담당자는 혹시 실패하면 범인의 지문이 필요하였다. 사내가 범일 전화국 앞 공중전화 상자 언저리에 아무리 쳐다보아도 감시카메라만 보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조치원은 약간 긴장하여 한참을 찾다가 주위를 돌아보니 바닥에 접혀있는 작은 메모지가 보였다. 펼쳐보니 “상기는 살아있다.”라는 단편소설을 반드시 세 번을 읽고 오라는 쪽지다. 팔월 십사 일 오전 아홉 시 반에 동부경찰서 앞 대로변에 설치되어있는 공중전화 상자에 그 책을 가져다 놓으라고 메모 되어 있었다. 사내는 14일 아침 여권이든 여행용 가방을 준비하면서 빠진 게 없나 확인하고 약속 장소로 갔다. 오전 아홉 시 반에 동부경찰서 앞 공중전화기에 책을 놓고 돌아서는 순간 배낭을 바꾸어간 여인이 아저씨 책을 잊었네요, 하면서 다른 책을 전해 주면서 “십팔”이라고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사내는 돌아서서 십팔이 무슨 말인지 얼른 생각이 나지 않아 잠시 망설이다 아! 하고 책을 펼쳐 십팔 페이지를 보았다. 연필로 이렇게 메모 되어있었다. 민주공원 매점 정문에서 우측으로 두 번째 의자 좌측다리 밑에 있는 열쇠를 가지고 부산역 7번 보관함을 열어보라고 적혀있었다. 사내는 지난번 보았던 그 여자가 또다시 나타나자 자신을 고용한 경영주라 생각하고 미련을 두지 않았다. 조치원이 오전 열 시에 민주공원에 갔을 때 패랭이꽃이 화단 언저리에 피어있고 그 뒤쪽에는 달맞이꽃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 비가 개고 날은 맑은데 공원주변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공원 매점에서 커피를 뽑아 밖으로 나와 두 번째 의자에 앉았다. 커피를 마시다가 땅바닥에 열쇠를 집었다. 의자 곁에는 느티나무가 그늘을 선물하는데 쭉 뻗은 가지에서는 매미가 요란스럽게 울고 있었다. 사내는 매미가 슬퍼서 우는 것인가 좋아서 노래하는 것인가? 조치원은 서둘러 택시를 타고 부산역으로 갔다. 물품 보관함이 있는 곳에는 많은 사람이 보관함을 이용하고 있었다. 조치원도 다가가서 7번 보관함을 열어보니 서류봉투가 있었다. 봉투 안에는 돈을 찾을 때 필요한 은행서류가 들어있었다. 조치원이 가장 두렵고 긴장되는 시간이었다. 행복인가? 아니면 불행인가? 엇갈리는 순간이었다. 태양은행 초량지점에 들렀을 때 많은 손님이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한 여인은 젖가슴이 절반이나 노출된 민소매를 입고 태연하게 앉아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치원은 불룩한 젖가슴이 절반이나 보이는 곳에 눈길이 갔지만, 하루해가 짧아서 안내하는 행원에게 서류가 든 봉투를 전했다. 한 참을 확인한 은행직원이 열쇠를 주면서 따라오라고 한다. 태양은행직원이 가는 곳으로 치원은 말없이 따라갔다. 행원과 함께 금고문을 열고 들어가 금고 안에 있는 또 다른 금고문을 열었다. 작은 금고를 가리키며 두 개의 열쇠 구멍을 보라고 했다. 은행직원이 먼저 열쇠를 열고 사내에게 다른 구멍으로 열어보라고 했다. 사내는 열쇠로 금고문을 열고 안에 있는 노트북 같은 가방을 집어 들었다. 확인되었다면 태양은행에서 지급했다는 서류에 사인하라고 했다. 조치원은 평생을 즐겁게 살지 감옥에서 독방 신세를 져야 하는지 긴장되는 시간은 일 초가 하루같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서명을 마친 조치원은 태양은행에서 나와 대청동 외환은행으로 가고 있었다. 택시 안에서 가방을 확인해 보면서 놀랐다. 백 달러짜리 지폐로 다섯 다발이 담겨 있었다. 조치원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약간의 불만을 터뜨렸지만, 요즘이 불황이라고 충분히 이해했다. 외환은행에서 통장에 입금하고 통장은 은행 쓰레기통에 버렸다. 사내는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가면서 여권을 확인하고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조치원은 수시로 바뀌는 전화번호에 신경을 쓰고 또박또박 적어 넣었다. “약속이 틀린다고 했다.” 즉시 답장이 왔다. “준공을 깔끔하게 해서 고맙다는 인사다.” 그리고 세상에는 에누리없는 상사가 어디 있어요. 어음이 아니고 현금 결제인데 그 정도는 충분히 싸게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고 하였다. 조치원은 마지막 문자를 넣었다. “소원성취를 바란다." 하면서 전화기에 남은 기록은 모두 삭제해 버리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전화기가 필요하지 않아 나이 든 노인에게 주려고 노인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조치원이 외국으로 나가면 전화할 일이 없다면서 활기찬 노인에게 가지라고 하였다. 건강한 노인은 좋아서 입이 귀에 걸리듯 흐뭇해 하였다. 조치원은 외국 가면 통장이 필요하지 않아서 잘게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 외국에서는 카드로 사용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조치원은 택시를 타고 김해공항으로 가면서 부산의 거리가 마지막이 될지 모르겠다고 했다. 달리는 차 창밖으로 내다보면서 한국 생활을 마무리하려고 했다. 공항에 도착하자 바로 출국 검사대를 거친 사내는 19시 30분 말레이시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려고 이 층에 올랐다. 창밖으로 내다보면서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조망하였다. 조미숙은 회사를 마치고 사상에서 경전철을 타고 김해공항으로 갔다. 조치원이 오후 일곱 시 반 비행기라고 하여 전송하러 갔는데 공항에는 보이지 않아 이 층이 보이는 주차장 입구에서 쳐다보고 있었다. 조치원이 돌아서려는 순간 주차장 입구에서 경영주로 보았던 여인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조미숙은 치원에게 공사를 깨끗한 마감에 감사의 인사 하려고 왔다. 공항에서 잘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조치원도 한참을 서서 손을 흔들어 주다가 시간에 쫓긴 듯 말레이시아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김명태 형사는 사무실에 앉아 에어컨 바람에 몸을 식히고 있었다. 전화기에서 메시지 도착했다고 알람이 울렸다. 문자를 받은 명태 형사는 하던 업무를 제쳐놓고 정밀기업으로 급하게 차를 몰았다. 명태 형사가 연못 언저리로 지나고 있었다. 만발한 연꽃이 차를 멈추게 하였다. 도롯가에 차를 세우고 우아한 연꽃을 바라보고 감탄하였다. 자동차 부속품인 시동장치를 만드는 정밀기업에 들렀다. 정밀기업 임시 책임자로 있는 박치기 과장을 만나려고 사무실 문을 노크하였다. 책임자로 일하는 치기는 자기를 의심하며 찾아오는 명태 형사가 죽이고 싶도록 싫었다. 그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형사는 과장에게 회사직원 결근자 서류를 보자고 하였다. 박치기는 서류를 찾는다고 정신이 없을 때 명태 형사는 미자가 전해준 전화번호를 눌렀다. 박치기과장이 서류를 찾고 있을 때 서랍 속에서 휴대 전화기에서 멜로디 소리가 들렸다. 명태 형사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고 묻자 치기 과장이 서랍을 열었다. 명태 형사가 손수건으로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전화기가 누구 것인가 하며 물었으나 박치기는 택시에서 주어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형사는 물건을 습득하면 경찰서로 가지고 와야지 개인이 가지면 죄가 된다고 하였다. 결근 서류에는 모두가 충실하게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조미숙만 가끔 조퇴하고 결근한 흔적이 보였다. 형사는 전화기를 가지고 갔다. 명태 형사는 검시관을 찾아가 휴대전화기를 전해주면서 지문을 분석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형사가 통화명세서를 알아보려고 전화국에 가서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통화내용을 확인하였다. 박치기 과장과의 통화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검시관이 보내온 서류에는 미숙과 미자 그리고 치기의 지문이 있다고 적혀있었다. 전화기의 문자메시지와 음성을 정밀 분석하여 범인을 찾기로 하였다. 전화기의 주인을 만나려고 찾아갔는데 엉뚱스럽게도 칠십 대 할머니였고 요양원에 입원해 있었다. 대포폰이라는 것을 알고 통화명세에 나타난 번호는 모조리 찾아보았다. 모두 하나같이 번호가 바뀌어 사용하지 않는 번호라고 나왔다. 같은 번호는 두세 번 정도 사용하고 자주 다른 번호로 기록되었다. 문자는 주로 야간에 이루어졌고 행동도 야간에 쪽지를 화단 모서리에 감춰놓고 새벽에 문자를 넣고 출근하였다. 아무도 대화자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대화를 나눈 사람은 잠시 빌려서 사용하였으므로 알 리가 없었다. 주로 문자로 많이 사용되었다. 문자메시지 내용을 정밀하게 조사하였다. 문자에는 주로 간첩들이 사용하는 내용처럼 담겨있었다. 순자가 미자를 불렀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둘이서 승용차를 운전하여 7번 국도를 따라 울산 방향으로 한없이 달렸다. 신 나게 달려가다가 호숫가로 가려고 양산시 동면 법기리 법기수원지에 들렀다. 7번 국도에서 법기수원지 가는 길목에는 농투성이가 논다랑이에 앉아서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었다. 목적지라고 생각하고 법기수원지 주차장에 주차하고 호숫가로 걸었다. 미자는 피곤하다고 차에서 한숨 잔다고 의자를 눕히고 눈을 감았다. 장마가 끝난 것도 아닌데 무서운 햇볕이 내리쬐고 매미는 목청이 터져라, 울어댄다. 호수는 숲으로 둘러싸여 청정지역이라 많은 연인이 찾아올 것 같았다. 고요한 호수에는 많은 생명체가 살아 숨 쉬고 있었다. 호수 언저리에 상수리 무에서는 매미 소리가 마지막 여름을 알리며 슬프게 울어 제기고 있었다. 호수의 얕은 곳에는 연꽃이 피어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풀잎 하나 일렁거리지 않은 고요한 호숫가 수영 버들 그늘에 앉았다. 벤치에 홀로 앉은 순자는 남편을 마지막으로 보았던 끔찍한 그날이 생각났다. 순자가 모처럼 상기와 밤새도록 정열적인 사랑을 불태웠다. 칠월 십이일 아침 하늘을 덮어놓은 구름은 며칠째 비를 뿌리고 있었다. 지루한 장마가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던 날 앞집 친구 혜숙으로부터 수영을 못 간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림자처럼 함께하던 앞집 친구가 외출하지 않아 순자도 집에 있으려고 했는데 집에서 뒹굴다 열 시쯤 운동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순자는 공주처럼 살아왔지만, 혼자서 집에 있으면 외롭고 서글퍼서 견디기 어려웠다. 혼자 집에 있기가 싫어서 항시 앞집 친구와 쇼핑이나 운동하러 다녔다. 지천명의 나이가 넘어서니 오십 견도 오고 폐경도 겹치니 피곤하여 버티기 어려웠다. 역마살도 끼지 않았는데 집에 있지를 못하는 성격이다. 귀에는 리시버를 꼽고 한 손으로 우산을 들고 동명 불원을 거쳐 평화공원으로 걸었다. 비 오는 날이라 공원 의자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주차장에 주차해 놓은 차가 흔들리고 있었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왜 흔들거리나! 하도 이상하여 가까이 가 보았다. 흔들리는 차 안에는 한 쌍의 연인이 사랑에 빠져있었다. 그중에 한 차에서는 안방으로 착각하고 열정이 폭발하여 불이 붙고 있었다. 사랑의 꽃을 피우느라고 세상을 잊고 아래서는 소프라노 위에서는 트로트가 연출되고 있었다. 또 다른 차 안에도 한 쌍이 나란히 앉아 밀어를 속삭이고 있었다. 무화과 꽃처럼 외부로부터 은폐된 곳이라 생각하여 차 안에서 사랑의 꽃은 곳곳에서 피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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